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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 님의 서재입니다.

왜 그냥 죽지 않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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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rainso93
작품등록일 :
2024.02.29 20:41
최근연재일 :
2024.07.12 18: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632
추천수 :
189
글자수 :
81,582

작성
24.04.05 06:20
조회
18
추천
5
글자
7쪽

#.10 봉별(逢別, 만남과 이별) 1

DUMMY

“정신이 좀 들어?”

“요....요신님.....”

“설. 설이라고 불러.”

“설.....?”


여전히 호칭이 낯설었던 설은 얼른 제 이름을 알려주었다.

힘겹게 눈을 뜬 여인은 그런 설의 속은 알지 못하여, 그저 맹하니 그녀를 올려다보기만 했다.


“오는 길에 기절했더라. 몸이 버티기 힘들었나 봐. 사흘을 내리 잤어.”

“!........아....아이는.....아이는.....”

“진정해. 아이는 괜찮아. 아무 이상 없어.”

“하아......”


기겁한 얼굴로 납작해진 제 배를 더듬던 여인은 설이 가리킨 요람에 누워있는 작은 아이를 발견하고, 얌전히 몸을 도로 뉘웠다.

그녀가 천천히 숨을 고르는 사이 설은 자그마한 아이를 안아다 그녀의 곁에 내려주었다.


“인간의 아이야?”

“!.........”


사랑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의 아이를 안아보던 여인은 설의 질문에 숨기지 못하고 몸을 파득 떨었다.

말은 없었으나, 그것 만으로도 충분한 대답이라.

설은 잠시 입을 다물고 말을 골랐다.


“여긴 요기가 가득한 곳이야. 아이한테 지장은 없는데, 인간의 아이를 가졌던 너에겐 조금 힘들지도 몰라.”

“..........”

“들어 봤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곳에 온 이들에게 두 가지 선택지를 줘. 떠나거나, 남거나. 대신, 떠나길 정한 이들은......”

“.....다시 이곳으로 들이지 않으시죠.”

“응.”


소문을 들어 본 적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여인은 가냘픈 목소리로 설의 말을 대신 끝 맺었다.

그걸 본 설은 담담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떠나길 정한 이들은 다시 들어올 수 없다.

이것은 연을 만들지 않으려는 설의 철칙이었다.

이 규칙 때문에 말이 퍼져, 요괴들의 신, 요괴들의 어머니 등등 여러 가지 수식어로 불리게 되었지만, 설은 완고했다.

이 규칙 때문에 지난 수백 년 동안 그녀를 소탕하려는 이들도 있었고, 숭배하려는 이들도 있었지만, 설은 확고했다.

묵랑은 은근히 걱정을 하는 눈치이긴 했다.

그러나 도움이 필요한 이가 아니면 만날 수조차 없었고, 치료가 끝나고 나간 이들은 다시 설의 공간으로 들어오지도 못해서 흐지부지되기를 반복하였으니 지금껏 별 탈은 없었다.


“남겠습니다.”


여인이 굳센 얼굴로 대답했다.

나가봐야 더 위험할 것이 뻔했다.

게다가 어차피 그쪽에서도 상처가 빨리 낫지 않을 것은 똑같았다.

요기가 없는 그쪽에서는 자신이 요괴인 것이 문제가 될 테니 말이다.

그럴 바에야 아이라도 안전한 이곳에서 자라게 하고 싶었다.


“그래.”


수백 년을 살아 온 설의 눈에 그 속이 보이지 않을 리 없었다.

그래서 설은 별다른 말 없이 고개나 한번 끄덕여 주었다.

그 심플한 허락에 오히려 여인이 놀란 얼굴을 할 정도였다.


“쉬고 있어. 먹을 것을 가져다줄게.”

“...........감사합니다.”


픽- 웃은 설은 몸을 일으켰다.

머물든, 떠나든.

설이 관여할 바가 아니었다.

사람이 수백 년을 살다 보면 초연 해지는 것이 많아서. 설은 그저, 머무는 동안 돌봐 주면 그 뿐이라고 여겼다.

다만, 묵랑이 마지막 일 줄 알았는데, 팔자에도 없는 육아를 또 하게 생겼다는 생각에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오는 것만은, 그녀도 어쩔 수가 없었다.






와장창-!


“묵랑아-!!!!”


작은 초가집 뒤편에서 난리 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곧이어 비명과 같은 외침이 들려왔다.

그러자 곧바로 검은 인영이 후다닥 달려갔다.


“크르릉-!”

“랑아.......”


황소보다도 큰 늑대 한 마리가 성난 얼굴로 으르렁댔다.

잔뜩 화가 난 늑대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온 얼굴에 검댕을 잔뜩 묻힌 채, 바닥에 아무렇게나 앉아 있는 작은 여인과 그 여인보다도 작은 남자아이가 있었다.


“아니.....우리는 그냥 요술 연습을 좀 하려다가......”

“크르르-”

“우리 잘못 아니야! 목각 인형이 잘못한 거야. 저렇게 약한 목각 인형이 어디있.......”

“크왕-!!”

“으아....! 잘못 했어!”


참고 또 참던 묵랑은 기어이 호통처럼 울부짖었다.

변명을 해보려던 설은 결국 두 손을 번쩍 들며 잘못을 고했다.

그걸 본 아이도 덩달아 번쩍 손을 들었다.


“크륵-”


묵랑이 환장한다는 듯 눈을 까뒤집었다.

사고 치는 사람이 둘로 늘었으니, 묵랑은 골치가 두 배로 아팠다.


“크륵-”

“응? 아, 우리 비키라고. 알았어.”


짧은 울음소리에도 잽싸게 그의 뜻을 파악한 설은 제 옆에 있는 아이를 옆구리에 끼고 얼른 옆으로 물러났다.

그러자 묵랑은 앞발로 파바박 눈을 파더니, 여기저기 불이 붙어있는 목각 인형에 뒷발질로 그것들을 끼얹었다.


치이익-


불이 꺼지자 여기저기 그을음이 남은 목각 인형이 눈 밭에 덩그러니 누워있게 되었다.

설이 그려 놓은 웃는 얼굴이 묘하게 서러워 보였다.

그 꼴을 보고 하-하고 한숨을 내쉰 묵랑이 고개를 돌렸으나, 똑 닮은 맹한 얼굴로 자신이 하는 것을 구경하고 있는 둘을 보고 한 번 더 하-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미아내요.......”

“푸르르-”


설의 옷 자락을 붙들고 숨어 있던 아이가 쭈볏쭈볏 나와 사과를 건넸다.

그러나 아이에게 돌아온 것은 신랄한 콧방귀 뿐이라, 설이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야아.....동생이 사과하는데 콧방귀를 뀌는 형이 어디 있어.”

“캬릉-!”

“아우....아직도 그러는 거야?”

“푸륵-”

"어푸푸-"


묵랑이 성을 내며 설에게 뒷발질로 눈을 날렸다.

얼굴에 눈을 옴팡지게 뒤집어쓴 설이 손을 허우적거리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손을 들어 천천히 차가운 것을 털어내면서도 그녀는 묵랑의 안색을 살폈다.


“알았어. 알았어. 추운데 그만 들어가자. 배고프지? 가자. 맛있는 거 해줄게.”

“캬오-”

“응?”


다행히 아주 싫은 기색은 아니라 웃으며 걸음을 옮기는데, 묵랑이 이번엔 진짜 성난 울음소리를 내며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해하지 못하여 어리둥절한 얼굴로 바라봤지만, 묵랑은 요지부동이었다.


“크르르-”

“하지만......!”

“크르륵-!”

“........너무해.......”


꽤 위협적으로 으르렁대니 설은 시무룩한 얼굴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그녀가 부엌에 들어갔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지나치게 정확히 아는 묵랑은 절대로 물러나 줄 생각이 없었다.

지옥에서 가지고 온 것 같은 음식들은 제쳐두더라도, 난장판으로 변할 부엌과 어디를 다쳐도 다친 꼴로 그 중앙에 맹하니 앉아 있을 그녀를 알아서. 묵랑은 아주 필사적이었다.


“설 이모. 옷이 찢어지셨어요. 들어가서 갈아입으세요. 묵랑 형은 제가 도울게요.”

“으응?”

“............”

“크룩-”

“.........알았어.”


여섯 살 난 아이의 의젓한 목소리에 설은 도무지 더 고집을 부릴 수가 없었다.

차라리 아이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자신을 바라보는 묵랑의 시선도 한 몫 했다.

그래서 그녀는 결국, 다친 요괴들이나 살펴주러 가야겠다며 순순히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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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6 위로(衛虜, 붙들고 보듬다) 24.07.12 6 2 5쪽
36 #.35 마지막 크리스마스 24.07.09 11 2 5쪽
35 #.34 최후의 전투 2 24.07.05 15 5 5쪽
34 #.33 최후의 전투 1 24.07.02 16 5 5쪽
33 #.32 이브(Eve) 24.06.28 11 5 4쪽
32 #.31 걷잡을 수 없는 3 24.06.25 16 5 6쪽
31 #.30 걷잡을 수 없는 2 24.06.21 20 5 5쪽
30 #.29 걷잡을 수 없는 1 24.06.18 16 5 5쪽
29 #.28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 24.06.14 16 5 4쪽
28 #.27 진실(Truth) 24.06.11 14 5 6쪽
27 #.26 트리거(Trigger) 24.06.07 14 5 6쪽
26 #.25 크리스마스 2 24.06.04 15 5 6쪽
25 #.24 크리스마스 1 24.05.24 17 5 4쪽
24 #.23 설(雪, 눈) 24.05.21 18 5 6쪽
23 #.22 요리(饒摛, 넉넉함이 번지다) 24.05.17 16 5 4쪽
22 #.21 청안(靑眼, 푸른 눈동자) 24.05.14 17 5 3쪽
21 #.20 요호(妖戶, 요괴들의 집) 24.05.10 19 5 4쪽
20 #.19 요양(療養, 휴식을 취하다) 24.05.06 16 5 4쪽
19 #.18 뒤통수 2 24.05.03 17 5 7쪽
18 #.17 뒤통수 1 24.04.30 16 5 4쪽
17 #.16 위엄(㥜掩, 엄습하는 불안) 24.04.26 14 5 5쪽
16 #.15 환궁(還宮) 24.04.23 17 5 5쪽
15 #.14 황궁(惶窮, 몹시 걱정하다) 24.04.19 15 5 7쪽
14 #.13 미남(謎婪, 탐나는 수수께끼) 24.04.16 19 5 7쪽
13 #.12 구신(覯新, 새로운 만남) 24.04.12 17 5 6쪽
12 #.11 봉별(逢別, 만남과 이별) 2 24.04.09 17 5 5쪽
» #.10 봉별(逢別, 만남과 이별) 1 24.04.05 18 5 7쪽
10 #.9 설원(雪原, 눈밭) 24.04.02 17 6 5쪽
9 #.8 요신(妖神) 24.03.29 16 6 5쪽
8 #.7 안온(安穩, 고요하고 편안한) 24.03.26 18 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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