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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 님의 서재입니다.

왜 그냥 죽지 않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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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nrainso93
작품등록일 :
2024.02.29 20:41
최근연재일 :
2024.07.12 18:00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634
추천수 :
189
글자수 :
81,582

작성
24.06.14 18:00
조회
16
추천
5
글자
4쪽

#.28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

DUMMY

“잠들었어?”

“응. 겨우 재웠어. 정말, 누굴 닮아 저리 체력이 좋은지.”

“누구겠어.”

“너?”

“.........아마도......”

“하하.”


설이 머쓱한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엔지니어인 이안의 체력이 썩 좋지 못한 것은 아주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지만, 의사인 설이 웬만한 군인들보다 체력이 좋은 것은 신기할 만한 일이라.

기지 내에서는 역시 저항군 지도자의 딸은 다르다는 말이 돌 정도였다.

그러나 아무리 호랑이 교육관이라는 별명을 가진 여인이라도, 이안의 눈에는 그저 귀엽기만 한 사람이어서.

그는 행복한 얼굴로 웃으며 제 부인에게로 다가갔다.


“기다려. 이거 다 치워야 해.”

“내일 치우자.”

“안돼. 벌레 생겨.”

“설.”


뒤에서 안아 오는 커다란 남편에도 설은 아주 단호했다.

그렇지 않아도 지하라 저항군 기지는 벌레도 쥐도 많은 곳이었다.

그런 곳에서 음식물을 빨리 치우지 않는 것은 방으로 그들을 초대하는 것과 다르지 않음을 알아.

설은 아주 단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안은 사랑하는 부인과 닿아 있으니 도저히 참을 수 없어져 버리고 말았다.


“자기야.”

“!.........”

“누나.”

“..........”


설을 돌려 세운 이안은 그녀와 눈을 맞추며 연애할 때 호칭을 꺼내더니, 마침내 필살기마저 꺼내 들었다.

물방울이 똑똑 떨어지는 설의 손끝이 움찔-했다.


“너........”


설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녀의 검은 눈동자에 묘한 빛이 서리는 것을 확인한 이안은 만족스러운 듯 씨익- 웃었다.

그 꼴을 본 설은 결국 한숨을 푹 내쉬고 말았다.


“어휴, 진짜. 앉아봐, 그럼.”

“아니, 싫어.”

“응?”


졌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설이 이안을 의자로 밀어 앉히려는데, 그리 안달하던 남자가 갑자기 버티고 서니.

설은 의아한 얼굴로 제 남편을 올려다보았다.

잘생긴 남자가 뚱한 얼굴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누나라고 부른 김에 연하 노릇을 제대로 해보겠다는 건가.

어리둥절하여 설이 바라보고만 있으니, 입이 댓발은 나온 남자가 부루퉁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 나만 진정 시키고 바로 설거지마저 하려는 거잖아.”

“........어떻게 알았지.......”

“못 됐어....”

“...........”


단단히 삐졌는지, 은근히 더듬던 손길도 물려버린 이안은 고개를 모로 돌리곤 무언의 시위를 하기 시작했다.

다섯 살 아들보다도 어려 보이는 그 행동에 설은 골치가 지끈지끈 아팠다.


“그럼, 이거 네가 치워.”

“응?”


삐진 사람한테 설거지를 시킬 줄은 몰라서 이안이 얼빠진 얼굴로 설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그 얼굴이 설의 눈에는 퍽 귀여워서, 그녀는 작게 웃으며 남편의 목에 팔을 감았다.


“설거지 끝내고 방으로 와. 네가 좋아하는 거 입고 있을게.”

“내가 좋아하는 거?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게 있었던가?”


귓가에 속삭이는 부인의 목소리에 헤벌쭉한 얼굴을 해 놓고도, 영 떠오르는 게 없는 건 사실이라.

이안은 맹한 얼굴로 되묻기나 했다.

잘생긴 남자가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아주 기분이 좋아서.

설은 픽- 웃었다.


“없지.”

“?”

“없다고. 아무것도.”

“!”


이안의 눈이 커졌다.

그런 그를 향한 검은 눈은 위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게 또 이안을 오싹하게 만들었다.

스르륵.

이안의 목에 감겨 있던 따끈하고 말랑한 감촉이 사라졌다.


“제대로 해 놓고 와. 검사 할 거야.”

“응응!!”


이안이 고개가 떨어져라, 끄덕여 대며 허둥지둥 개수대로 손을 뻗었다.

그런 남편을 보며 짙은 미소를 지은 설은 살랑살랑 걸음을 옮겼다.

그리 평온한 세상은 못되었지만, 설은 큰 불만이 없었다.

나름대로 행복한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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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36 위로(衛虜, 붙들고 보듬다) 24.07.12 6 2 5쪽
36 #.35 마지막 크리스마스 24.07.09 11 2 5쪽
35 #.34 최후의 전투 2 24.07.05 15 5 5쪽
34 #.33 최후의 전투 1 24.07.02 17 5 5쪽
33 #.32 이브(Eve) 24.06.28 11 5 4쪽
32 #.31 걷잡을 수 없는 3 24.06.25 16 5 6쪽
31 #.30 걷잡을 수 없는 2 24.06.21 20 5 5쪽
30 #.29 걷잡을 수 없는 1 24.06.18 16 5 5쪽
» #.28 소확행(小確幸, 작지만 확실한 행복) 24.06.14 17 5 4쪽
28 #.27 진실(Truth) 24.06.11 14 5 6쪽
27 #.26 트리거(Trigger) 24.06.07 14 5 6쪽
26 #.25 크리스마스 2 24.06.04 15 5 6쪽
25 #.24 크리스마스 1 24.05.24 17 5 4쪽
24 #.23 설(雪, 눈) 24.05.21 18 5 6쪽
23 #.22 요리(饒摛, 넉넉함이 번지다) 24.05.17 16 5 4쪽
22 #.21 청안(靑眼, 푸른 눈동자) 24.05.14 17 5 3쪽
21 #.20 요호(妖戶, 요괴들의 집) 24.05.10 19 5 4쪽
20 #.19 요양(療養, 휴식을 취하다) 24.05.06 16 5 4쪽
19 #.18 뒤통수 2 24.05.03 17 5 7쪽
18 #.17 뒤통수 1 24.04.30 16 5 4쪽
17 #.16 위엄(㥜掩, 엄습하는 불안) 24.04.26 14 5 5쪽
16 #.15 환궁(還宮) 24.04.23 17 5 5쪽
15 #.14 황궁(惶窮, 몹시 걱정하다) 24.04.19 15 5 7쪽
14 #.13 미남(謎婪, 탐나는 수수께끼) 24.04.16 19 5 7쪽
13 #.12 구신(覯新, 새로운 만남) 24.04.12 17 5 6쪽
12 #.11 봉별(逢別, 만남과 이별) 2 24.04.09 17 5 5쪽
11 #.10 봉별(逢別, 만남과 이별) 1 24.04.05 19 5 7쪽
10 #.9 설원(雪原, 눈밭) 24.04.02 17 6 5쪽
9 #.8 요신(妖神) 24.03.29 16 6 5쪽
8 #.7 안온(安穩, 고요하고 편안한) 24.03.26 18 6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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