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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 님의 서재입니다.

별 볼일 있는 무신환생기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현정
작품등록일 :
2023.01.05 15:14
최근연재일 :
2023.04.13 07:00
연재수 :
1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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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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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1,115

작성
23.03.04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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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초씨세가 2

DUMMY

79. 초씨세가 2



아름다운 공강(贛江)이 굽이치는 모습이 보이는 구릉 위에 자리 잡은 초씨세가. 담장의 둘레가 150장 정도되는 규모가 크지도 작지도 않은 무가이다.


내전의 이층에서 창밖으로 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하염 없이 바라보던 초씨세가주인 초우량의 어두운 안색이 펼쳐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외당주. 지금 한 말이 모두 사실인가?"


"예. 가주님. 백가검문의 전대가주가 무창 정무문에 장원과 광산을 넘긴 것 같습니다. 현재 백가검문에는 양하진과 세 부인, 그리고 천수패도 강두가 이끄는 정무단 30명이 기거한다고 합니다."


"음. 식인혈마 사건으로 백가검문이 멸문하거나, 그것이 아니라도 식솔을 이끌고 야반도주하리라 생각했는데..."


"... 그것이 도지휘사하고 포정사에서 무창 정무문에 직접 찾아가 양하진이라는 녀석에게 식인혈마 사건을 해결해 달라고 의뢰한 모양입니다."


"허. 그것을 우리한테나 의뢰하지..., 평소에 그렇게 받아먹고서 왜 무창까지 가서 정무문에게 의뢰를 해..."


"... 아마 농번기가 이미 시작됐는데 혹시라도 민심이 동요할까봐 그런 것 같습니다."


"... 오랜 기간 티 안나게 죽을 쒔는데 엉뚱한 놈이 받아먹었구만..."


"백가검문 전대가주가 우리를 의심할까?"


"오래 묵은 생강이 맵다고 어쩌면 백가검문 소가주 사건하고 식인혈마 사건하고 엮어서 생각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우리 흔적은 전혀 발견하지 못했겠지?"


"이미 시간이 오래된 일이니 어떤 증거라도 찾았으면 벌써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겠습니까?"


"내가 걱정하는 것은 물증이 아니라 노인네의 심증이야. 그 노인네가 우리를 어떻게 할 능력도 힘도 없지만 장원하고 광산을 넘겼다면, 틀림 없이 대가를 요구했겠지."


"백가검문 전대문주가 당장 살 걱정을 하기도 바빴을 텐데, 그 소문주라는 놈에게 과거 사건을 조사해 달라고 부탁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한참을 고민하던 초우량이 외당주에게 입을 다시 열었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말이야, 참 간사한 존재야. 당장 죽게 생겼을 때는 살기만 해도 소원이 없겠다가도 일단 살 길이 열리면, 억울한 기억들이 스물스물 기어올라와. 원래 사람이란 존재가 그런 것이야."


"가주님 말씀은 광산을 넘기는 대가로 소문주 피살과 식인혈마가 된 이유에 대해서 양하진이라는 놈에게 부탁할 것이라고 생각하신다는 것입니까?"


"음. 내가 걸리는 것이 그 양하진이라는 놈이야. 아직 약관도 안됐는데 웬만한 절정고수들은 하나가 아니고 둘도 아예 가지고 노는 모양이야."


"항주에서 청살마군하고 혈수마검이라는 마두들을 혼자서 제거한 일 말씀하십니까?"


"아무리 소문이 과장되는 것이라고 하지만, 그놈은 우리가 감당할 놈이 아니야. 혹시라도 마주치면 결코 대항하지 말고, 회피해야 하네."


"....."


"그리고, 그 녀석이 세 여인이랑 혼인을 했는데 제갈세가의 지낭이라는 제갈소현이 그 중에 하나야. 그 아이가 무슨 모계를 꾸밀지도 몰라서 마음이 답답해."


"의풍현에 있는 끄나풀을 쥐도 새도 모르게 제거할까요?"


"그냥 연락만 완전히 끊어. 괜히 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 태우지 말고."


"창랑객은 어떻게 할까요?"


"돈을 듬뿍 주고 일년만 아무도 모르게 어디든 가서 마음껏 놀라고 해. 결코 본인을 밝히지 않도록 주의를 환기시키고"


"알겠습니다. 즉시 조치하겠습니다."



*****



양하진은 언덕의 소나무 숲에 있는 커다란 바위 위에 걸터 앉아 초씨세가가 내려다 보고 있다. 아침부터 4시진 째 죽치고 있다.


바로 옆에는 초씨세가를 드나들어 창랑객을 알고 있는 30대 마부인 하오문도가 앉아 있다.


양하진은 마부의 하루 일당으로 은자 1냥을 지불했다.


"소문주님. 그 창랑객이란 자는 5척 5치의 왜소하며 마른 체구입니다. 실제로 보면 무사라기 보다는 학사같은 느낌입니다."


"그 말 잊지않고 기억하겠소."


"그리고, 나이는 50을 넘었고 눈에는 항시 약한 혈광이 흐릅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300장이나 떨어져 있는데 눈동자가 보입니까?"


"걱정하지 마시오."


"제가 어제도 초씨세가에 나무를 가져다 주다가 창랑객이란 자를 봤습니다. 틀림 없이 아직도 초씨세가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럼 며칠이 걸려도 여기서 기다리면 결국은 나오지 않겠소?"


"심분타주께서는 그자가 초씨세가를 떠날 것이라고 단언하셨는데, 아마 맞겠죠?"


"아마 그럴 거요."


심분타주는 백가검문이 정무문에 의탁한 사실을 알게 된다면 초씨세가주의 성격상 창랑객을 아예 누구도 찾지 못하는 외지로 보내리라 예측했다.


양하진은 하루고 이틀이고 창랑객이 초씨세가를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건량과 물도 충분하다. 묵룡은 풀밭에서 놀다가 부르면 언제든 올 것이다.


- 참 운치 있는 장원이군. 무창에 있는 정무문보다 훨씬 아름답네. 어떻게 보면 무가라기 보다 고위 관리의 장원 같은 느낌이군.


강을 타고 언덕으로 올라오는 따스한 봄바람에 마부는 꾸벅꾸벅 졸고 있다. 하루 종일 언덕에서 장원만 바라보니 졸리기도 할 것이다.


그 사이에 초씨세가를 드나든 사람은 불과 이십 여명이 안됐다. 무가치고는 보기 드물게 정적인 집단이다.


해가 서쪽으로 넘어갈 즈음 두 사람이 초씨세가의 정문을 열고 나온다. 중년인 한 명이 배웅을 하고 삿갓을 쓴 한 사람이 말을 타고 나선다.


오늘 하루 종일 누군가가 다른 사람을 배웅을 하는 장면을 처음 본 양하진이 천안통을 일으켰다. 마부의 설명 그대로인 자다.


- 내가 왔다는 사실을 모르니, 너무 편하게 세가를 나서는 구나.


양하진은 마부를 깨웠다.


"저기 말을 탄 자가 창랑객이 맞소?"


"예. 틀림 없습니다. 초씨세가에 저런 몸매는 저 자 한 명뿐입니다."


"고맙소. 이만 헤어집시다."


양하진은 말을 타고 300장 너머에서 조심스럽게 창랑객을 따라갔다.



*****



창랑객은 관도를 따라 북동쪽으로 말을 달렸다. 남창 방향이다. 달려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아마도 어둠이 내리기 전에 객잔이 있는 마을까지 도착하기 위함일 것이다.


주변에 인적이 드문 산쪽에 다다랐을 때 양하진은 묵룡의 속도를 올렸다. 창랑객과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니 뒤를 향해 머리를 돌린다. 그 후 고개를 갸웃대더니 그대로 달린다.


아마도 웬 미친 놈이 관도에서 저렇게 무식하게 달리나하고 생각했나보다. 10장 뒤까지 따라붙으니 불안했는지 뒤를 돌아보면서 말의 속도를 줄인다. 먼저 보내려는 생각이다.


양하진은 창랑객의 바로 옆에서 묵룡을 급하게 세웠다.


"이보시오. 창랑객."


"..... 무슨 말이오? 소협. 누구라고 불렀소?" 당황했지만 노회한 자가 모르는 척 잡아뗀다.


"둘러대도 소용없소? 창랑객."


순간 창랑객이 손을 터니 바늘 같은 암기가 쏟아진다. 양하진은 왼팔로 크게 원을 벌리며 금나수로 회수한다. 회수한 침을 되갚으려고 하니 창랑객이 두 팔을 높이든다.


"항복이오. 항복. 아마 소협이 벽안옥면이겠구려. 왜 삿갓을 써서 사람이 알아채지도 못하게 하시오. 벽안옥면인 줄 알았으면 내가 출수도 안했을 텐데."


"허. 이렇게 싱겁게 끝날 줄은 몰랐소."


"소협. 나는 살아야만 하오. 개죽음을 당할 수는 없소. 그리고 원래 나는 누구와 싸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소."


"그런 사람이 그렇게 많은 피살자를 만들었소?"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것은 내탓이 아니오. 오로지 초씨세가주 초우량의 탓이지."


"그 내용을 포정사하고 도지휘사에서도 똑 같이 말하면 내가 귀하의 미래를 고려하겠소."


"내 하나뿐인 아들이 남창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소. 그 아이를 보고 갑시다."


"좋습니다. 당신의 편의를 봐들일 테니, 내 요구도 들어주시오."


창랑객의 아들은 의외로 10세에 불과했다. 불치병에 걸려 의원에 상주하고 있는 환자이다. 양하진은 부자의 회포를 풀게 나와서 기다렸다.


"양소문주. 듣던대로 의리가 좋소. 다른 사람 같았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는데."


"다른 사람 같았으면 당신을 보는 즉시 죽였을 거요."


"이해하오. 하지만, 나는 초우량에 의해 이용만 당한 존재요."


그날 밤 둘은 남창의 객잔에서 한 방에 머물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창랑객은 원래 마교에서 문서고를 지키던 학사였다. 마공이라고는 겨우 기본공만 익힌 수준.


그곳에서 하녀와 정을 통했는데, 그녀는 마교를 극심하게 혐오했다. 어쩔 수 없이 창랑객은 마교를 떠날 수 밖에 없었다.


강호에서 돈이 필요했던 창랑객은 문서고의 아무도 모르는 비고에서 혈마수와 혈조수의 비급을 찾았고,


외부에서 책을 구한다는 명목으로 그녀를 데리고 마교를 탈출했다.


"아주 단순한 이야기요. 하필이면 아기가 태어날 때 그녀가 죽었소. 희극과 비극이 동시에 벌어진 것이지."


"그것은 참 안됐소."


"거기서만 그쳤으면 다행이었는데, 아이가 불치병에 걸렸소. 아마 내가 지은 죄에 대한 업보였겠지만."


"어쩌다 초우량을 만나게 된거요?"


"우리야 마교에서도 별 볼 일 없는 존재였지만, 혹시라도 마교에서 우리를 찾는 자들이 있을까봐 무림인들이 거의 없는 소도시를 찾은거지. 그곳이 길안이오."


"아이는 왜 남창에 있소?"


"혹시라도 초우량에게 인질로 쓰일까봐, 아이만 아무도 몰래 남창에 데려다 놨소."


"초우량과는 어떤 거래를 한 거요?"


주루에서 우연히 마주친 초우량은 창랑객 오환이 마교 출신임을 알아봤다. 그리고 서서히 접근해서 창랑객과 친해졌고 술 자리에서 마공비급에 대해서 알게 됐다.


"사실은 나도 초우량이 고마웠소. 우리 아들 치료비를 계속 대줬으니까."


"그래서 초우량이 달란다고 마공비급을 막 주고 그랬소?"


"그것은 또 다른 문제요. 우리 아들 치료비의 대가로 그 책자를 내놓으라고 내게 직접 요구한 거요."


"애초에 그 마공서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가지고 나온 당신 책임이 크구려."


"그것은 내가 인정하오. 정말 많이 후회했소."


"그 책자는 지금 어디에 있소?"


"나는 초우량에게 넘겨주고, 그 책자를 초우량이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오."


"그 책자로 백가검문이 사실상 사라졌소."


"어쨌든 나는 내가 지은 죄를 달게 받겠소. 단, 내 아들은 책임져 주시구려. 그렇게 한다면 나와 초우량과의 일, 백가검문과의 일에 대해 내가 아는 한도내 에서 전부 증언하겠소."


"아들 문제는 내가 완치시킨다고 말은 못하지만, 치료를 계속하는 일은 책임지겠소."


"좋소. 오늘은 객잔에서 자고, 내일 의풍현으로 갑시다."



*****



다음날 아침. 양하진은 창랑객과 백가검문을 향해 출발했다. 어쩌면 백가검문이 명예회복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안고.


"그런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마교를 탈출할 수 있었소?"


"양소문주.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이오. 반드시 허점이 있기 마련이지. 나는 무사도 아니었고, 단지 문서고를 지키는 학사였으니 내가 밖에 나간다고 누구 하나라도 거들떠 볼 이유가 없소."


"결국 책자가 문제로군."


"아니오. 결국 돈이 문제요. 나는 돈이 필요해서 책자를 챙겨왔는데, 강호는 피를 요구하더군."


"....."


"백가검문에 가서 모든 일을 털어놓은 뒤에 나도 마음 편하게 내자에게 가겠소. 아들 문제는 양소문주만 믿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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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제남귀로 8 +5 23.03.11 1,219 27 11쪽
89 제남귀로 7 +5 23.03.10 1,144 30 12쪽
88 제남귀로 6 +5 23.03.09 1,216 29 11쪽
87 제남귀로 5 +5 23.03.09 1,218 32 12쪽
86 제남귀로 4 +5 23.03.08 1,202 32 13쪽
85 제남귀로 3 +5 23.03.08 1,214 33 11쪽
84 제남귀로 2 +5 23.03.07 1,277 32 11쪽
83 제남귀로 1 +5 23.03.07 1,352 33 12쪽
82 초씨세가 5 +5 23.03.06 1,321 34 11쪽
81 초씨세가 4 +5 23.03.06 1,287 35 11쪽
80 초씨세가 3 +5 23.03.04 1,385 29 11쪽
» 초씨세가 2 +5 23.03.04 1,333 29 12쪽
78 초씨세가 1 +5 23.03.03 1,366 32 11쪽
77 백가검문 2 +5 23.03.03 1,347 33 11쪽
76 백가검문 1 +5 23.03.02 1,371 29 12쪽
75 식인혈마 6 +5 23.03.02 1,345 29 13쪽
74 식인혈마 5 +5 23.03.01 1,346 32 13쪽
73 식인혈마 4 +5 23.03.01 1,347 32 11쪽
72 식인혈마 3 +5 23.02.28 1,335 29 12쪽
71 식인혈마 2 +5 23.02.28 1,392 29 12쪽
70 식인혈마 1 +5 23.02.20 1,623 33 12쪽
69 무창 정무문 3 +5 23.02.20 1,542 34 12쪽
68 무창 정무문 2 +5 23.02.19 1,564 36 12쪽
67 무창 정무문 1 +5 23.02.19 1,602 37 12쪽
66 제갈세가 6 +5 23.02.18 1,595 39 12쪽
65 제갈세가 5 +5 23.02.18 1,525 30 12쪽
64 제갈세가 4 +5 23.02.17 1,570 34 13쪽
63 제갈세가 3 +5 23.02.17 1,590 34 13쪽
62 제갈세가 2 +5 23.02.16 1,580 3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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