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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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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56,522
추천수 :
269
글자수 :
1,220,287

작성
18.05.09 07:00
조회
671
추천
3
글자
8쪽

도시 (2)

DUMMY

“왜 안 된다는 겁니까?”


카를은 열심히 달리고 또 달려 수많은 짐승들을 처리하고 큰 마을로 향했다.


“그러니까, 당신은 등록이 안 되어있다고.”


시간상으로는 충분히 큰 마을로 도착했어야 할 시간.


“마을이 위험하다니까요!”


하지만 그는 관문에서 발목을 잡혔다.


“당신 사정은 잘 알겠는데, 우리도 사정이 있어서 말이야. 급박해 보이니 우리도 사람을 보내서 일을 알릴 테니까, 조금만 참도록 하쇼.”


카를은 지금 속이 끓고 있었다. 마을의 상황은 한시가 아까울 정도로 급박하다. 그런데 협약을 맺었다고 하는 저쪽에서는 자세한 사정은 이야기해주지도 않은 채 겨우 저런 이유로 기다리라고만 하고 있으니 환장할 노릇이다.


그렇다고 난동을 피울 수도 없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자신은 도움을 구하는 쪽이다. 괜히 난동을 피웠다가는 상대방에서 지원 요청을 거부한다면 엄청난 손해다.


“그 조금만이 어느 정도의 시간입니까?”


“... 그건 말해줄 수 없어.”


‘말해줬다간 욕하면서 난동 부릴 것 같으니.’


물론 관문병들은 관문 위에 있으니 웬만한 일에는 전혀 피해가 없다. 그래도 소리가 안 들리는 것도 아니고, 일하면서 귀찮은 사항이 생기는 건 사양이다.


‘게다가 이 놈이 암살자의 동료일 수도 있어...’


카를은 이제 이까지 갈고 있다. 반응을 보아하니 응답이 오려면 아직 한참 걸리는 모양이다. 이 정도면 상대방이 어떤 이동수단이나 연락수단을 가지고 있어도 자신이 직접 도시로 가는 것보다 빠르진 않을 것 같았다.


‘역시 그냥 확? 응?’


어떻게든 초조함과 화를 참고 있던 그때, 뒤편에서 다른 사람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안녕들 하십니까. 오랜만이군요.”


“어이쿠. 오랜만입니다. 다행히 건강하신 것 같군요.”


그 사람들은 관문병들과 안면이 있는 사이인 듯 익숙하게 몇 마디 말을 주고받았다. 이윽고 절대 열릴 것 같지 않던 관문이 살며시 열리고 그 사이로 지나간다.


“아니. 왜 저 사람들에게는 열어주는 겁니까?”


“거참. 아까도 말했듯이 당신은 등록이 안 되어있어서 안 열어주는 거라고 했지? 그렇다면 저 사람들에게 열어주는 이유가 뭘까? 당연히 저 사람들은 등록이 되어있으니까 그렇지. 당신네 마을에서 등록된 사람은 촌장과 그 맏아들뿐이야.”


말로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 관문은 벌써 닫히고 있다. 애초에 거대한 문이었기에 살짝만 열어서 사람들을 통행시킨다. 그렇기에 개폐는 언제나 빠른 시간 내에 이루어진다.


카를은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나무로 된 거대한 문. 해는 어느덧 중천을 한참 지나 서쪽에서 문에 빛을 내린다. 문 자체가 밝게 빛나는 것 같이 눈부시다.


하지만 그 눈부신 문 사이의 작은 틈. 밝은 빛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욱 돋보이는 틈 사이의 어둠. 점점 사라져 간다. 멍하니 보던 그 광경은 흡사 빛이 어둠을 먹어치우는 것 같았다. 빛을 동경한다면 그에 감명을 받았겠지만, 카를은 달랐다.


“아니, 당신! 뭐 하는 거야!”


그 어둠을 넓혀야 한다. 어둠으로 향해야 한다. 어둠을 지나야 한다. 자신의 길은 그 어둠 너머에 있다.


다른 자들이 관문을 넘어간 순간, 초조함이 카를을 부채질 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달려가는 것이 훨씬 빠르다. 이제는 그 생각만이 그를 잠식한다.


만약 그들이 자신을 구속하러 오거나, 아니면 자신을 무시하고 바로 도시로 달려가 자신을 위험인물로 알리려고 시도해도 자신은 그것을 막을 수 있다. 어차피 아무리 빠른 사람이라고 해도 목적지가 같다면 자신의 옆을 지나가야 하니까. 하늘을 날 수 있는 생물은 이 세상에 없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라도 자신을 제치고 앞으로 달려 나갈 수는 없다.


‘나는 이곳을 지나가겠다.’


닫히는 문을 잡고 그 틈을 넓히려 힘을 발휘한다. 먼저 큰 마을에 도착해 사정을 설명하기만 하면 된다. 그 후에는 자신이 그들에게 잡히든 말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마을의 상황을 최대한 빨리 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반드시 지원 요청에 응할 것이다. 마을로 닥쳐오는 위협은 너무나도 크니까. 아무리 먼 곳이라도 농경지 마을이 무너진다면 자신들에게 어떤 위험이 다가올지 모른다. 그들은 그 상황을 낙관하지 않을 것이다.


“어허! 물러나시오! 그러다 다칩니다!”


관문병들이 자신을 저지하기 위해 안쪽에서 창으로 위협해온다. 거의 다 닫힌 비좁은 관문의 틈 사이로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창은 겨우 하나뿐이다. 하지만 저 공격을 피했다가는 문이 닫혀버린다.


끼기기긱. 촤르르륵.


열렸을 때와 마찬가지로 관문에서는 이상한 쇳소리가 들려온다. 이 문은 사람의 힘만으로 열고 닫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아주 잠깐이라도 버텨줄 수 있는 것이라면.’


등 뒤에 매고 있던 창을 신속히 꺼내 든다. 그 소름이 돋을 것 같은 속도에 위협을 가하는 상대가 움찔하고 놀란다. 깜짝 놀라 내뻗어진 창은 날카로움을 과시하며 카를에게 다가간다.


카를은 상관하지 않고 바로 창을 내찌른다. 목표는 상대방의 창. 틈 덕분에 오히려 옆으로 빗나가지 않고 미끄러지듯 상대의 창을 훌륭히 격파한다.


없어진 위협을 확인하고 바로 창을 놓는다.


“으억!”


찌르는 그대로 놓아버렸기에 멈추지 않고 찔러오는 카를의 창에 관문병이 기겁하며 뒤로 내뺀다. 그 모습을 보고 개폐장치를 다루고 있던 관문병들도 움찔한다. 다행히도 창은 좁혀진 문에 의해서 정지한다. 끼어버린 것이다.


카를의 창과 관문병의 창. 두 자루의 창이 틈새에 끼어 문이 닫히는 것을 막는다. 하지만 그것도 찰나. 다시 개폐장치가 움직이자 엄청난 무게의 문, 그리고 그것을 닫고 있는 힘은, 같은 재질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창을 순식간에 압축시키고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


그 잠시간의 시간을 벌어준 것만 해도 감지덕지였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자세를 추스를 수 있었으니까.


쿵...


아주 잠시. 문이 정지했다.


“...”


관문병들은 말을 잊었다. 아니 믿지 않았다. 사람 혼자만의 힘으로 저 거대한 문을 움직인다고 해도 믿지 못할 판이다. 아니 사람만이 아니라 어떤 동물이라도 그런 짓은 못 한다. 그런데 이쪽은 기계까지 이용해서 문을 닫고 있었다. 그런데도 문이 정지하다니?


“야. 문 아래에 뭐가 끼인 거 아니냐?”


당연하게도 누구도 그의 힘이라고 믿지 않았다.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에 땅에서 튀어나온 바위 같은 거에 걸려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나마 굴러다니고 있던 돌이나 바위는 모두 관문병들 자신의 손으로 옛날 옛적에 치워버렸다.


“흡!”


그리고 그들의 정신을 일깨워주듯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관문병들은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두 명은 개폐기에 더 힘을 보태! 그리고 나머지 인원은 문에 달라붙어서 밀어라!”


관문 뒤에 있던 관문병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절대 상상도 못 하였던 일이지만, 방법은 하나였기 때문에 오히려 신속히 대처할 수 있었다.


“우린 무엇을 해야 하죠?”


관문 위에 있는 사람들은 이 전무후무한 상황에 놀라는 것 말고는 어떤 대처도 할 수 없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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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고요의 평원 (2) 18.05.31 531 3 15쪽
34 고요의 평원 (1) 18.05.24 57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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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도시 (7) 18.05.12 713 3 20쪽
27 도시 (6) 18.05.11 663 4 13쪽
26 도시 (5) 18.05.10 648 4 11쪽
25 도시 (4) 18.05.10 622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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