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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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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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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40
추천수 :
269
글자수 :
1,220,287

작성
18.05.08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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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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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3쪽

도시 (1)

DUMMY

“저기다! 잡아라!”


온몸을 망토로 가린 한 사람이 지붕 위에서 병사들을 피해 도망 다니고 있다.


“녀석은 활의 명수다! 조심해!”


지붕 위의 사람이 화살을 뿌린다. 활에 화살 하나만이 아니라 여러 개를 한꺼번에 걸었다.


“피해!”


병사들이 식겁한다. 그들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회피에 열중했다. 어떤 병사는 방패가 있음에도 건물이나 벽 뒤까지 회피를 시도한다.


이 상황을 말로만 들었던 몇몇 시민들은 왜 저렇게까지 화살을 무서워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여러 개의 화살을 걸었기 때문인지 화살의 궤도가 병사들에게 정확하게 향하지도 않았다. 방금 활의 명수라고 들었던 것이 무색하게 명중률 0%의 처참한 실력이었다.


그러나 화살이 땅에 닿았을 때,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콰쾅콰콰콰쾅!


“꺄악!”


“으악! 뭐야 저거!?”


대지가 모두 뒤집어지고 있었다. 하늘 높은 곳에서 떨어진 바위에 맞은 것처럼, 대지는 본래의 형태를 찾을 수 없었다.


그 공격에 주변의 건물들마저 위태롭게 휘청거린다.


“화살은 물론, 튀어나오는 땅의 파편도 조심해라!”


모두가 아는 내용이지만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다시 한번 숙지시킨다.


“도망만 치지 말고 정정당당히 붙자!”


지휘관으로 보이는 남자가 말했다. 하지만 검사가 궁수 보고 정정당당히 싸우자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풋!”


역시나 그 말을 들은 상대는 한번 비웃고, 다시 화살을 날리며 도망간다.


“아. 이거 안 통하네.”


지휘관 또한 자신의 말이 웃기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혹시나 상대방이 자존심이 강하면 도발에 응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한 번 던져본 말이었다.


“크윽!”


이번에는 방금 전과는 다르게 정확히 자신을 노리는 화살이었기에 피하지 못하고 화살을 쳐낸다. 담긴 힘이 적당한 것이 아니었는지 손목이 울린다.


‘확실히 강한 화살이지만, 땅이 뒤집어질 정도의 힘은 아니야. 그분이 말씀하신 대로다.’


“놈의 화살 자체가 강한 것이 아니다!”


화살은 그 자체가 땅을 부숴버릴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검이나 방패에 닿을 때는 그 폭발이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대처방안이 생긴다.


“화살을 피하기보다 땅에 닿기 전에 강철 방패로 차단하라!”


어느 정도 강한 사람이라면 방패로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대응을 보고 상대가 칭찬의 말을 해준다.


“짜증나지만, 괜찮네.”


들려오는 목소리는 도통 편안히 들어줄 수 없는 소리였다. 뭔가가 갈려 들어간 것 같은 소리였다.


“그딴 칭찬은 하나도 안 고맙군. 내가 고마움을 느끼게 하려면 순순히 잡혀라.”


“내가 미쳤냐?”



다시 화살을 뿌린다. 하지만 이번에는 방금처럼 되지 않았다. 지휘관의 말처럼 강철 방패를 장비한 병사들이 적극적으로 화살을 막아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쳇.”


상대가 발을 멈춘다.


“잡힐 마음이 들었나?”


“저게 계속 헛소리하네.”


이번에는 정자세로 활을 겨눈다.


“그렇게 날 잡고 싶으면.”


그의 목소리에서 오한이 느껴진다. 그 목소리가 자신에게 자세를 잡으라 강권한다.


“이것도 막아봐라.”


화살이 방금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는 속력으로 자신에게로 정확히 날아온다.


땅이 아니라 자신을 노리는 화살에 등골이 오싹해진다.


‘방금까지와는 다른 사격이다!’


오싹함이 오히려 자신의 감각을 날카롭게 벼려준다.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검을 화살에 갖다 대지만, 힘에서 밀린다.


“미친···!”


검이 화살을 이기지 못하고 순식간에 동강이 나버린다. 그럼에도 그 힘이 줄어들지 않은 화살은 지휘관의 심장으로 돌진을 계속한다.


콰광!


“크억···”


지휘관이 폭발에 휘말려 뒤로 나동그라진다.


“칫···”


망토를 걸친 사람은 언짢아했다. 그리고 다시 도망에 주력한다.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지휘관은 신경을 거슬리는 그 목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내가 살아있는 건가?”


“괜찮나?”


상대 말고는 아무도 없었던 정면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의 발아래에는 화살이 동강 난 상태로 굴러다니고 있다.


“아··· 네. 괜찮습니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아하니 그가 자신을 구해준 것이 확실해 보인다. 폭발은 망토를 걸친 사람이 의도한 것이 아니라 그가 화살을 제거할 때 생긴 모양이다.


“자네는 주변을 수습하고 시민들을 대피시키는 것에 주력하라. 저 자는 내가 추격하겠다.”


그 말과 동시에 상대를 쫓아 앞으로 뛰어나간다.


“알겠습니다. 근위대장님.”


지휘관은 그분이 쫓아갔으니 문제없으리라 생각하고 주변을 정리한다.




“정말 끈질기네. 아저씨.”


한편, 앞에서는 둘의 추격전이 이어지고 있다.


“누가 끈질긴지 모르겠군. 우리 대장의 목을 몇 번이나 노린 상대에게는 듣고 싶지 않은 말인데. 그리고 당신이 나보다 나이 많지 않나?”


“내 얼굴을 본 적도 없으면서 어찌 그리 생각하지?”


“감이다.”


다시 화살을 날린다. 하지만 방금처럼 다른 병사들 같은 반응은 나오지 않는다. 근위대장이라 불린 남자는 자신에게 날아온 화살들을 가볍게 쳐내 조각내버린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화살 여러 개를 걸어 상대의 주위를 폭발시킨다. 속력을 약간이라도 늦추게 만든다는 기대를 품고서.


“그 같잖은 재주는 여전하군.”


근위대장은 날아오는 파편 중에 큰 것만 쳐내고 작은 것은 그냥 무시했다. 그의 금속 갑옷이 자잘한 파편을 모두 막아준다.


“그 정도로는 나의 발걸음을 막을 수 없다. 암살자.”


“쳇···”


‘역시 저 자식이 문제네. 저 자식만 없었어도 암살은 예전에 끝났을 텐데.’


다른 여러 마을과 비교하면 물적 자원, 인적 자원 모두가 뛰어난 이 도시에서, 특별하다는 말조차 아까울 정도로 근위대장은 독보적인 존재였다.


방금도 마찬가지였다. 보통의 사람은 그렇게 정확히 사방에서 날아드는 파편을 가려내서 쳐낼 수가 없다. 가려내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정면으로 날아오는 수십 개의 파편에도 대처할 수 없다. 그런데 그는 사방 수백 개가 넘는 파편을 일일이 구분해서 처리해냈다.


그리고 그의 존재가 암살자의 목적을 언제나 방해하고 있었다.


둘의 술래잡기가 다시 시작되었다. 둘의 속력은 거의 비슷했으므로 그 간격은 쉬이 좁혀지지 않았다. 둘의 엄청난 속력에 거리의 풍경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조금 있으면 거리 구역이 끝난다. 그리고 곧 있으면 도시의 외곽에 도달한다.


하지만 외곽은 높다란 성벽이다. 암살자가 그곳에서 시간을 지체한다면 순식간에 거리가 좁혀질 것이다.


‘만약에 잡지 못한다 해도 상관없다. 저놈이 어디를 통해서 우리 영역에 들어왔는지만 알아도 충분하다.’


그렇기에 평소라면 근위대장으로서 호위만을 하던 그가 추격에 나섰다.


지금까지는 자신이 호위 대상에게 붙어있었기에 있었기에 몇 번의 암살 시도는 모두 미수로 그쳤다. 하지만 암살이 시도된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비록 이 도시가 다른 마을과는 다르게 외부사람의 출입이 있다지만, 그 수는 1주일에 몇 명 되지 않을 정도로 극소수다.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암살자에게 저 높은 성곽을 소리 없이 넘는 재주는 없어 보였다. 분명히 경비대원들에게 들키지 않고 도시로 넘어온 방법이 있을 것이다.


도시만이 아니라 도시 앞의 평원으로의 출입도 마찬가지였다. 도시와 더불어 도시 앞의 평원은 험준한 바위 절벽들에게 출입이 차단되어있다. 출입은 오직 절벽으로 둘러싸인 골짜기로만 가능하다. 그리고 그 골짜기에는 상시 상주 인원과 거대한 관문이 있다.


물론 절벽을 넘지 못할 것은 없지만, 절벽을 기어올라갔다기에는 암살자는 언제나 너무 빠르게 사라졌다. 도망가는 데 사용하는 비밀통로가 분명히 있을 것이다.


마침내 눈 앞에 성문이 보인다.


확실히 성문을 뛰어넘기에는 무리인지 살짝 주춤하더니 근위대장을 흘깃 쳐다본다.


‘예상 대로군. 놈은 성문을 단숨에 뛰어넘지 못해. 자··· 어디가 너의 굴이냐. 굴로 도망가지 않는다면 넌 오늘 죽는다.’


그 잠시 동안 상당한 거리가 좁혀졌다. 이에 암살자는 활을 쏘았다.


“이런! 경비병들! 피해라!”


단, 대상은 자신이 아니었다. 화살 바람을 가르며 성문을 향했다. 다시 폭발이 일어난다.


후두두둑.


성문 근처가 쑥대밭이 되었다. 하지만 성문은 무사했다.


‘저 정도의 일격이었는데 성문이 무사하다고?’


무사한 정도가 아니라 거의 피해가 없어 보인다. 아무리 성문이 튼튼하게 만들어졌다지만, 나무로 되었기에 저 정도 폭발을 아무렇지도 않게 견뎌낼 정도는 아니었다.


“엇.”


성문을 향해 암살자가 뛰어간다. 성문은 열려있지도 않은데 무모하게 돌진한다.


하지만 상대가 활을 쏘고 지붕에서 내려오는 사이에 근위대장은 거리를 크게 좁힐 수 있었다.


이제 상대가 검의 간격 안으로 거의 다가와 있었다. 아직 먼지구름이 가득하지만 그 정도로는 그의 시야를 가릴 수 없다. 성문과의 거리는 이제 부딪힐 정도다.


‘뭐야? 속력을 안 줄여?’


하지만 상대는 그대로 부딪치려는 모양인지 전혀 속력에 변함이 없다. 아니, 그래도 처음보다는 속력이 줄었다. 그 근거로 이제는 검의 간격 안으로 들어왔다.


‘어차피 위험한 인물.’


주저하지 않고 상대의 목을 향해 검을 휘두른다. 상대는 벌써 몇 년이 넘도록 암살을 시도해왔다. 죽일 수 있을 때 죽여야 한다. 어설프게 생포해서 정보를 캐내려는 생각은 버렸다. 즉결처분에 나선 것이다.


검이 암살자에 목에 닿기 직전.


‘음···’


갑자기 상대가 아래로 쑥 꺼져버렸다.


자신의 검은 허공만 베어버렸다. 상대를 완전히 잡았다고 생각했기에 자세가 흐트러지고 말았다. 반격을 고려해 재빨리 자세를 추슬렀지만 반격은 없었다. 아니, 상대가 없었다.


그때 먼지구름 아래로 구덩이가 보인다. 평소에는 없었던 것이다.


‘그 화살은 이것을 위한 거였군.’


암살자가 쏜 화살의 위력을 생각하면 나무로 된 성문은 순식간에 부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아니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생각한다. 상대가 특이한 힘을 사용하는 것은 알고 있었다. 몇 번의 싸움에서 그 힘이 쇠붙이에까지 미치지 않는 것 또한 알았다. 그때는 단순히 쇠가 단단하고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생각보다 굉장히 제한적인 힘이었군.’


상대의 정체에 대해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던 상태였기에 당연히 자연물에 작용하는 힘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대의 힘은 그것이 아니었다. 자연물과 작용하는 힘도 아니었고 일정 수준 이하의 강도에 작용하는 힘도 아니었다.


‘오직 땅. 땅의 힘이 그 근원이군.’


암살자는 땅의 힘을 이용해 땅을 자극하는 것이었다.


“콜록, 콜록. 근위대장님. 이게 무슨···”


그때 성문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병사가 먼지를 걷으며 다가온다.


“암살자다. 자네들에게는 미안하게 되었다.”


“아닙니다. 대장님이 그러신 것도 아닌데요. 당장 신속하게 문을 열겠습니다.”


“아니. 미안한 건 그쪽이 아니네.”


근위대장은 사과하면서 팔을 들고 있다. 물론 검도 함께.


처음 구덩이를 보자마자 바로 뒤따라가려고 했지만 자신이 지나갈 수 있는 크기가 아니었다. 암살자는 자신보다 훨씬 체격이 작다.


문이 열리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렇기에 빨리 추격하려면 이 방법뿐이다.


근위대장은 검을 그대로 내려쳤다. 그리고 그가 가진 검술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수 있는 결과가 눈앞에 드리워졌다.


“이것이 미안한 거라네. 깔끔하게 고쳐놓아주게.”


근위대장은 자신이 검으로 만든 통로를 통해 재빨리 추적에 나섰다.


“아··· 네···”


보초를 서고 있던 병사는 근위대장 앞에서 이 황당한 일들에 대해 말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근위대장이 떠나간 후에 보초를 포함한 별도의 업무가 그에게 주어진 이 사태에 대해서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떠돈다.


“빌어쳐먹을.”


이 한마디로 시작해서 그는 자신이 보초를 서던 날에 쳐들어온 암살자를 저주하며 낮보다 바쁜 밤을 만끽할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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