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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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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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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24
추천수 :
269
글자수 :
1,220,287

작성
18.05.16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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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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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2쪽

도시 (11)

DUMMY

다른 사람들은 너무 평범하게 들려오는 대답에 잠시 어안이 벙벙했지만, 몇 명은 그 이름에 확실히 반응했다.


“카를씨?”


우선 한 명은 교관이고.


“카를형?”


“카를오빠?”


나머지는 교관이 가르치던 어린 학생들이었다.


“네. 접니다. 많이 힘드셨던 것 같네요.”


“아··· 네···”


풀썩.


교관은 그리 대답하자마자 바로 쓰러지듯 눕는다.


“헉.”


카를은 당황했다. 동물들에게 당한 상처가 도져서 쓰러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후··· 괜찮습니다. 아직 힘들긴 하지만, 누워서 조금 쉬면 나아질 겁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누구 부탁을 받으셨죠?”


“딱히 부탁받지는 않았습니다.”


“네? 그런데 어떻게 여기를 찾으셨죠? 여기를 대피소로 쓴다는 것은 도시 사람들밖에 모를 텐데···”


“자다 일어나 보니 도시에 동물 냄새가 나더군요. 말로만 듣던 가축이 있나 싶어 한번 보려고 냄새를 따라오다보니···”


“하하하. 코가 상당히 좋으신가 보네요. 아무튼 덕분에 살았습니다. 저희야 그렇다 쳐도 아이들까지 다칠 뻔했으니까요.”


“뭐··· 그거야. 서로 돕고 사는 거죠.”


“정말 고맙네.”


그 후 한 노인이 감사 인사를 전하자 다른 사람들도 인사를 시작했다. 아이들도 옆으로 쪼르르 다가오더니 조그마한 손으로 카를의 손가락을 잡으며 감사를 표했다.


카를은 감사에 대한 응답으로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도시 안에 동물들이 돌아다닌다니.”


“아무래도 카를씨네 마을에서 있던 일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도 성문으로 가보지는 않았으니 상황을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요.”


“흠···”


카를은 쓰라린 기억을 떠올린다.


“그보다 이제 어찌하실 겁니까?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저 때문에 피난처 이곳저곳에 구멍이 뚫렸으니 이제 역할을 제대로 못 할 텐데요?”


“그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습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토의를 한다. 여러 설전이 오갔지만 결론은 빨리 도출되었다.


“카를씨는 이제 어디로 가실 겁니까?”


“글쎄요···”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저희와 함께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상관은 없긴 한데, 어디로 가시려고요?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다수의 동물들을 만난다면 여기보다 더 지키기 힘들 텐데요?”


“저희는 도시의 더욱 깊숙한 곳으로 갈 겁니다. 그쪽이라면 아직 동물들도 없을 테고, 무엇보다 근위대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분들은 아직 직접적인 연락을 못 받았을 수도 있으니까요.”


“알겠습니다. 정해졌다면 망설일 필요 없죠. 움직이실 수 있겠습니까?”


“네. 그래도 조금 쉬었더니 괜찮네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일어서니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린다.


“제가 부축해드리죠.”


카를은 교관을 부축한다. 문을 막던 방벽들을 치울 필요 없이 뚫린 구멍으로 나갔다.


카를과 교관은 가장 후방을 맡으며 도시의 깊은 곳으로 전진했다.




터벅. 터벅.


카를과 교관은 도시의 깊숙한 곳으로 이동하다 못해, 도시 뒤편에 있는 돌산을 넘고 있었다.


그래도 초입에는 듬성듬성 건물이 있나 싶더니, 양 옆에 절벽이 생기고 성곽도 사라지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오직 돌산, 그리고 듬성듬성 나있는 나무뿐이다.


동물들을 피하는데 왜 도시 밖으로 나가나 싶던 카를은 이내 그 이유를 찾았다. 야외인데도 작은 동물 하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돌산을 오를 수는 없었기에 둘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들은 산 초입에 두고 올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이 성곽에 올라가 망을 보고 있으니 안전을 도모하기에는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특이한 지형이네요. 누가 만든 것처럼 깎아진 절벽이며, 동물 하나 없다니.”


“동물은 근위대분들과 경비대분들이 청소하고 계십니다. 나무도 없고 지형이 험하다 보니 한번 청소하면 상당기간 동물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절벽의 모양은 카를씨가 말한 대로입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리죠?”


“근위대장님이 직접 만드신 절벽입니다.”


“... 이렇게 높은 절벽을? 그게 가능합니까?”


“네. 저희도 위험하다해서 눈 앞에서 보지 못했지만, 도시에서 목격했습니다. 절벽이 무너지는 모습을요.”


“생각보다 대단한 아저씨네···”


“하하. 물론 한 번에 만든 것은 아닙니다. 워낙 넓다 보니 오랜 시간이 걸렸지요. 그리고 카를씨도 대단하지 않습니까. 동물들을 죄다 맨손으로 때려잡다니요.”


‘산책하는 기분으로 나왔기 때문에 검을 안 가져와서 그런 거지만···’


카를은 근위대장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해도, 개인이, 그것도 절벽을 무너뜨릴 정도라면 생각보다 근위대장의 실력이 굉장하다는 것이다. 그 힘은 일반적인 인간이 낼 수 있는 힘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왜 이런 장소를?”


“음··· 그건 비밀입니다.”


굉장히 수상한 장소였지만, 카를도 꼬치꼬치 캐물을 생각은 없었기에 넘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다.


“누구냐.”


“성벽?”


정상이 바로 눈 앞에 보이는 곳. 그곳에 작은 성벽이 있었다. 성벽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한 사람이 교관을 눈치채고 말을 걸어온다.


“교관이군. 옆의 사람은?”


“농경지 마을의 카를씨입니다. 제가 몸상태가 안 좋아서 같이 오게 되었습니다.”


“호오··· 그 사람이? 확실히 거대한 덩치군. 그런데 무슨 일이지? 여기는 어지간한 용건으로는 올 일이 없을 텐데?”


교관은 그의 물음에 현재 상황을 이야기해줬다.


“그런 일이··· 이 일을 빨리 보고해야겠군. 너희들도 안으로 들어와라.”




“그렇군. 그렇다면 우리도 여기에만 있을 수는 없지. 근위대장님께는 내가 말씀드리겠다. 빨리 합류하도록.”


‘이 사람이 아버지와 막상막하였다던 그 사람인가?’


성벽 안의 초소에는 근위부대장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자초지종을 듣더니 근위대에게 도시의 합류를 명했다. 그의 명에 따라 보초를 제외한 전원이 산 아래로 내려간다.


“그럼 저도 내려가겠습니다.”


“그럼 저도.”


“그래. 그리고 카를군. 도시일을 도와주다니 고맙군.”


“아닙니다. 딱히 한 일도 없었습니다.”


“겸손하군. 자네를 여기로 초대하자는 말이 있긴 했었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다음에 다시 초대하겠네. 그리고 교관을 잘 부탁하네. ”


“네. 그럼-”


쾅!


하지만 산 아래로 내려가려는 두 사람을 막아 세우는 소리가 있었다.


“대장님!?”


“쳇··· 여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건가··· 오늘은 심하군··· 응? 자네들이 여기는 어쩐 일인가?”


‘설명하기도 귀찮군.’


어차피 설명은 교관이 하는 일이지만, 자꾸 반복되는 상황에 질려간다. 하지만 다행히 설명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게 중요한 일은 아니지. 얼른 이곳을 벗어나게.”


“왜요? 무슨 일 있습니까?”


지금 보니 근위대장은 뒷걸음질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건 자네에게는 알려줄 수 없네. 빨리 이곳을 벗어나. 그렇지 않으면 위험할 테니까.”


“위험?”


아무래도 뭔가 굉장한 것이 저 너머에 있는 모양이다. 절벽마저 깎았다는 양반이 뒷걸음질을 칠 정도니.


“도대체 뭐길래?”


흑흑.


“응?”


엄마··· 아빠··· 어디 있어요···? 아저씨··· 어디 갔어요?


“이건··· 울음소리?”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그리고 알았다. 근위대장의 뒷걸음질이 울음소리가 다가오는 속도와 정확히 일치한다.


그리고 근위대장이 박차고 들어왔던 문을 통해 꼬마 아이가 보인다.


“여자아이?”


그것도 처음 보는 녹색 머리카락의 여자아이였다. 조그마한 것이 아직 10살도 안된 것 같다.


“얼른 뒤로 물러나!”


근위대장은 어느새 카를에게 거의 다가와있었다.


“아니, 아저씨. 아이가 울고 있는데 도망가면 어떡해요?”


카를이 앞으로 나서려 하자 근위대장이 막는다.


“다가가지 마! 가면 죽는다! 그럼에도 만약 여기서 앞으로 나선다면 널 적으로 간주하겠다!”


“아니, 이게 뭔 소리야?”


걱정을 하는 건지 협박을 하는 건지 애매한 근위대장의 말에 카를이 얼이 나가 있는 동안 소녀는 다시 앞으로 다가왔다. 그에 근위대장이 카를을 뒤로 끌어당겼다.


하지만 버틴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이의 상태가 정상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다못해 달래주기라도 하기 위해 앞으로 나아간다.


“이 자식! 역시 암살자의 동료였나!”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카를을 보며 근위대장은 검을 뽑았다.


“이제 보니 이상한 아저씨네. 그럼 얘가 우는데 놔둡니까?”


다시 무시하고 앞으로 나아가려 했지만 카를을 막기 위해 뒤에서 근위대장의 검이 날아온다.


“큭!”


목을 노리는 검을 피하기 위해 몸을 앞으로 숙인다.


“진짜로 베려고 했어?”


근위대장은 다시 공격을 가해오고 있다.


“칫.”


카를은 자신의 다리를 노리는 검을 피하기 위해 앞으로 숙인 상태에서 도약하며 양다리로 뒤에 있는 근위대장을 걷어찬다.


근위대장은 한 팔로 공격을 막아내었지만, 뒤로 밀린다. 카를 또한 반동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두 사람은 순식간에 자세를 바로 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큭···”


근위대장은 잠시 멈칫하더니 다시 달려든다.


‘뭐야? 저번보다 훨씬 느리잖아?’


얼마 전 암살자에게 속아 자신을 공격하던 사람과 동일인물이라고는 생각 못할 정도로 확연한 차이다.


‘음··· 이건, 설마?’


우는 여자아이. 그리고 뭔가 힘이 빠져있는 듯한 근위대장. 그리고 아이에게 다가가지 말라고 하는 그의 협박.


‘그렇군. 이제 알았다.’


카를은 다 알겠다는 표정으로 근위대장에게 말을 건넸다.


“아무리 그래도 아저씨. 이건 조금 너무하네. 아무리 애 보는 게 힘들어도 그렇지. 도망을 가면 됩니까? 부녀 치고는 엄청 안 닮았지만.”


혼자서 나름의 결론을 내린 카를은 근위대장을 힐난했다.


“이게 무슨 헛소리를··· 큭···”


근위대장은 점점 힘이 빠지더니 마침내 무릎까지 꿇었다.


‘... 애 보는 게 이 정도로 힘든 일이었나? 절벽을 깎는 사람이 지쳐 쓰러질 정도로?’


그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싶었지만, 교관과 부대장은 이미 저 멀리 떨어져 있다. 하는 수 없이 놔두고 아이에게 다가간다.


“헉··· 헉··· 이 자식, 그만두지 못해···”


“딸 사랑이 대단하시네.”


근위대장은 기어서라도 카를을 멈추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점점 다가온다. 하지만 다가올수록 더욱 느려진다.


‘사랑이 피곤을 못 이기는군.’


모든 방해를 뚫고 카를은 아이에게 다가가는 데 성공했다. 계속 흐느끼는 아이를 보고 있자니, 그 조차 왠지 힘이 빠지는 느낌이었다.


‘달래주려고 시도하기 전부터 힘이 빠지다니··· 애 보는 게 쉬운 건 아니군. 근데 어떻게 달래주지?’


카를은 한 번도 어린아이를 돌봐본 적이 없다. 우는 아이를 달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잠시 고민한 카를은 손을 든다. 뒤에서 근위대장의 작은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지만, 무시한다.


슥슥.


카를은 허리를 숙여 아이의 머리를 부드럽고 천천히 쓰다듬어 주었다. 딱히 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은 것이다. 그와 함께 웃으면서 가능한 부드럽게 말한다.


“꼬마 아가씨. 울지 마.”


정말 위로가 하나도 안 될 것 같은 말이었지만, 소녀에게는 통했다.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는 손길에 소녀는 울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카를을 바라보았다.


‘오오··· 통한다. 나한테 어린아이 돌보는 재능이 있는지도?’


흐릿한 초점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소녀를 보며 자신감 넘치게 다시 한번 말을 건넨다.


“이름이 뭐니?”


“내··· 이름은 코네···”


“어, 어?”


이름을 말하자마자 자신에게 기대듯 스르륵 쓰러지는 소녀를 보고 카를은 당황했다.


“자잖아?”


소녀는 카를의 품 안에서 잠들어버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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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고요의 평원 (2) 18.05.31 531 3 15쪽
34 고요의 평원 (1) 18.05.24 57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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