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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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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연재수 :
200 회
조회수 :
56,523
추천수 :
269
글자수 :
1,220,287

작성
18.05.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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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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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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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도시 (3)

DUMMY

“우선은 기다리자.”


활로 공격할 수는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인간 혼자만의 힘으로 저 뒤에 관문병들의 힘까지 이겨내고 문을 열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그의 생각대로 열리던 문이 다시 정지한다. 그리고 이내 문이 서서히 닫히기 시작한다.


‘큭. 젠장. 생각보다 문이 너무 무거워서 돌파하지 못했어.’


아무리 통나무를 집어던지고, 땅을 울리게 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카를이라고 해도 이번에는 무모한 일이었다. 그나마 그런 괴력을 가진 그가 아니었다면 순식간에 문이 폐쇄되었을 것이다.


‘계속 밀어도 저들의 힘을 당할 수가 없다.’


그러면 끝이다. 이런 돌발행동을 했으니 저들은 자신에게 적대감만 가질 것이다. 지원 요청도 거절할지 모른다.


‘계속 미는 것이 안된다면.’


힘이 빠진다. 닫히는 속도가 한층 빨라진다. 마침내 문이 완전히 닫히기 직전.


퉁!


카를이 한순간 힘을 모아 문을 밀었다.


“크헉! 뭐야! 뭔 짓을 하고 있는 거야!?”


문을 밀고 있던 관문병들이 비명을 토한다. 거의 다 닫혀 상황이 끝날 것이라 생각되던 찰나에 충격이 몸을 관통했기 때문이다.


‘저들과 다르게 이쪽은 혼자다. 그렇지만 아니, 그렇기에 힘의 집중력은 오히려 내가 한수 위다!’


카를은 지속적으로 힘을 주는 것보다 힘을 집중해서 일정한 박자로 문에 힘을 가하기 시작했다.


퉁! 퉁! 퉁!


“이런, 미친?”


문이 닫히고 열리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물론 문의 무게 때문에 빠르게 전환되지 않고 틈의 크기도 미세했지만, 적어도 완전히 닫히거나 열리지는 않았다.


“우와.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대단해.”


“이거··· 우리도 움직여야 하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위험인물 같은데...”


생각보다 오래되는 대치에 관문 위에서도 위기를 느꼈다.


“그래. 감탄할 때가 아니지. 야, 저놈이 쫄게 위협사격이라도 해라.”


“네.”


명령을 받은 젊은 병사는 활에 화살을 걸었다. 하지만 이 듣도 보도 못한 상황이 그의 긴장감을 치켜세웠다. 결국 커져버린 긴장감에 화살은 노렸어야 할 카를의 근처가 아니라 그에게 똑바로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헉.”


그가 놀라던 말던 화살은 자신의 길을 간다. 이대로 가면 카를의 머리에 뿌리를 내릴 것이다. 다행히도 카를이 힘을 주면서 몸을 앞으로 숙였기 때문에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머리가 아니라 등에 꽂히는 걸로.


팅.


“잉?”


비록 사람 한 명의 인생은 망치겠지만 어찌 되든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화살은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 카를의 몸에 닿자마자 튕겨나간 것이다. 카를은 자신의 몸에 남겨진 충격을 느꼈지만, 그곳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잠시라도 쉬면 바로 문이 닫힌다. 다시 한번 문을 민다.


지직.


“가죽 갑옷인 거 같은데··· 무지막지하게 질긴 가죽으로 만들었나 보군. 다른 것도 아니고 철시를 튕겨내다니. 하긴 저런 놈이니 굉장한 괴물이라도 잡고 만들었을 수도 있겠군.”


“지금이 감탄할 때에요?”


“그건 아니지. 지금부터 조준사격에 들어간다.”


“그 말씀은···”


“그래. 그냥 저놈을 쏴버리라는 이야기다. 저놈은 이미 우리에게 이빨을 드러냈어. 농경지 마을 사람이 맞을 수도 있지만, 혹시 모른다. 저 녀석이 적의 일원 일지. 그리고 저놈은 우리가 그것을 저울질할 기회를 버렸다.”


활시위가 팽팽하게 당겨진다. 목표는 아래에 보이는 카를의 등이지만, 정확하게 명중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운이 없게 머리에 맞아서 비명횡사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자신에게 위험이 닥친 줄 모른 채 카를은 문을 한번 더 밀고 있었다.


우지직.


“우리의 임무는 이 관문을 지키는 거다. 우리에게 위협을 주는 대상은.”


당겨질 대로 당겨진 시위가 드디어 해방이라는 듯 무섭게 아래로 낙하한다.


“배제해야한다.”


화살이 바람을 가르며 나아간다.


카를은 화살이 자신에게 다가오는지도 모르고 있다. 그저 어떻게든 틈을 벌려 앞으로 나아갈 생각만 하고 있다.


화살은 다행히도 카를의 머리 앞에 떨어질 것 같았다.


하지만 카를이 다시 한번 문을 밀며 몸을 앞으로 내민다. 화살 바로 아래에 정확하게 카를의 머리가 들이밀어졌다. 이번에는 직격이다.


콰직!


“어?”


“으악!”


갑자기 들려오는 파열음에 모두가 놀란다. 소리의 근원지는 카를의 머리가 아니다. 카를이 밀던 문. 정확히는 카를이 지속적으로 거대한 힘을 주었던 문의 아랫부분이 양쪽에서 미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부서진 것이다.


기계의 힘과 많은 병사들이 밀어서 문 전체에 골고루 힘이 퍼져있던 반대쪽과 다르게 카를쪽은 한 점에만 힘이 집중되었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카를은 자신에게 날아오는 화살을 알아채지도 못한 채 운 좋게 피해냈다.


건장한 남성이라면 무리 없이 지나갈 수 있을 정도의 구멍이 생겼다. 카를은 그 구멍이 뚫림과 동시에 자신이 밀던 힘 때문에 앞으로 고꾸라지며 반대편으로 나왔다. 사방에는 관문병들이 가득하다.


‘여기서 넘어지면 시간이 지체된다.’


그렇게 되면 관문병들의 포위를 뚫느라 늦어질 때, 관문병의 연락이 먼저 도시로 갈지도 모르는 일이다.


자신의 주변에는 자신과 함께 튀어 오른 문의 파편들이 허공에 수놓아져 있다. 그 사이로 자신의 창이 보인다. 반대편에서 관문병이 찔렀던 창은 날부분까지 통째로 문에 끼어 창 전체가 산산조각이 났다. 하지만 자신의 창은 어느 정도 문을 넘어가서 손잡이 부분만 끼어있었기에 날은 멀쩡했다. 단창이 되었을 뿐.


한발을 앞으로 크게 내딛는다. 서있기에는 아직 자세가 불안정하지만 어차피 목적은 그게 아니다.


불끈.


카를의 허벅지가 터질 듯이 팽창한다. 앞으로 내디딘 발은 그대로 힘차게 대지를 뒤로 민다. 손은 날아가고 있던 단창을 쥐고 자신의 앞을 향하게 했다.


“어?”


병사들은 환상을 보았다. 자신들이 포위를 시도하고 있는 대상이 인간이 아니라 다른 존재 같았다. 자신의 발로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흡사 대지가 그를 앞으로 밀어내고 있는 것 같은 강렬한 힘이 그에게 느껴진다. 환상은 화살. 대지의 화살이 그들의 앞에서 그들을 뚫으려 하고 있었다.


“안돼! 피해라! 저것에 닿으면 죽는다!”


쿠오오오오오!


공기가 갈라진다. 그 앞에 무엇이 있든 간에 반드시 사라지게 하겠다는 울림이 갈라지는 공기에서 느껴진다.


모두에게 피하라고 했던 외침은 부질없는 메아리만을 남겼다. 그 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이미 사람들은 카를의 경로상에서 피하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 외침이 모두의 귀에 다다를 때쯤에는 이미 포위를 시도할 수 없는 위치까지 카를은 쏘아져나가 있었다.


“휴··· 피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살인은 사양이니까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카를은 말했다.


“사죄는 나중에 드리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바람만이 마음대로 넘나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던 관문은 그날, 단 한 사람에게 돌파당했다.


“쪼··· 쫓아라!”


“하지만 문에 구멍이 생겼는데 여기를 버리고 갈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가봤자 저분을 막을 수 있을까요?”


“넌 저놈을 언제 봤다고 벌써 존댓말을 쓰고 있어?”


관문은 혼란에 빠졌다. 이 상황에서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애초에 이 상황에서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손 떼고 있던 사람일 것이다.


“제··· 제가 쫓아가 보겠습니다. 그래도 제가 여기에서 가장 빠르니까요.”


“그··· 그래. 혹시라도 따라잡더라도 절대 싸울 생각은 하지 말아라.”


모두가 입을 더듬거리고 있다. 그럼에도 제대로 대화를 이어나가면서 대처를 시작하는 그들에게 박수가 아깝지 않았다.


‘따라잡을 자신은 없는데···’


카를을 따라잡기 위해 달리기 시작한 젊은 관문병은 카를을 보니 오히려 제정신이 들었다. 그는 한참을 달려 나가 멀어질 대로 멀어진 상태였다. 엄청난 속력이다. 슬슬 점이 되어간다. 그리고 그 앞에 더 작은 두 개의 점이 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관문병들은 한숨을 쉬었다.


“어휴. 먼저 통과했던 사람들도 따라잡겠네요. 벌써 저기까지. 응?”


다시 자세히 보니 먼저 통과했던 다른 마을 사람 두 명은 오히려 카를보다 한참 뒤에 있었다. 서서히 걸어가던 그들이기에 그리 먼 거리를 가지 못했던 것이다.


“그럼 저건 뭐지?”


그렇다면 카를의 앞 쪽에 있는 두 점은 무엇이란 말인가? 오늘 관문을 통과한 사람은 카를을 제외하면 그 직전에 통과했던 두 명밖에 없었다.


점들이 커지고 있다. 그제야 관문병들은 눈치를 챘다. 두 점은 이곳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쪽으로 오고 있어?”


현재 다른 마을 사람들 중 도시에 체류 중이던 사람들은 없다. 아직 교대시간도 안 되었으니 이곳으로 올 사람은 없어야 한다. 관문병들은 그 둘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누구도 정체를 알지 못하는 세 개의 점은 서로에게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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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고요의 평원 (2) 18.05.31 531 3 15쪽
34 고요의 평원 (1) 18.05.24 577 3 12쪽
33 일상으로의 초대 18.05.17 620 3 11쪽
32 도시 (11) 18.05.16 583 2 12쪽
31 도시 (10) 18.05.15 584 2 12쪽
30 도시 (9) 18.05.14 601 2 8쪽
29 도시 (8) 18.05.13 610 3 9쪽
28 도시 (7) 18.05.12 713 3 20쪽
27 도시 (6) 18.05.11 663 4 13쪽
26 도시 (5) 18.05.10 648 4 11쪽
25 도시 (4) 18.05.10 622 4 8쪽
» 도시 (3) 18.05.09 628 3 10쪽
23 도시 (2) 18.05.09 672 3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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