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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님의 서재입니다.

정령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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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량극
작품등록일 :
2018.04.19 18:40
최근연재일 :
2019.09.30 23:58
연재수 :
2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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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21
추천수 :
269
글자수 :
1,220,287

작성
18.07.05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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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동료? (1)

DUMMY

“오. 진짜 있네.”


“그럼 가짜라고 생각했냐?”


카를은 하스트의 안내에 몸을 맡겼고, 드디어 샘에 도착했다. 하늘은 붉게 물들어, 어느새 밤을 예고하고 있었다.


“넌 왠지 영 믿음직스럽지가 않아서 말이야. 북부에 사람이 돌아다니는 것도 수상하고.”


“... 그럼 넌? 북부에서 돌아다니고 있던 건 너도 마찬가지 아냐? 왜 나만 수상해?”


“난 나 말고 다른 사람이 평원에 혼자 돌아다니는 것을 본 적이 없거든.”


“그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대화를 하면서도 카를은 옷을 벗고 샘에 있는 물을 이용해 몸과 옷을 먼저 씻었다. 그리고 몸에 묻은 트롤의 피가 씻겨져 내려간 것을 확인한 후, 샘 안으로 들어갔다.


“후··· 이제야 찝찝한 게 사라지네. 어이. 너도 들어오지 그래? 샘물이 시원한 것이, 아주 상쾌한데.”


카를은 하스트에게 샘물로 들어올 것을 권유하며 그를 바라봤다.


그런데 하스트는 샘 밖에서 우두커니 선채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너 왜 나를 뚫어지게··· 응?”


다시 하스트의 성 정체성을 의심하는 순간, 카를은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눈이?’


하스트의 눈이 약하게 빛나고 있었다. 카를은 이 이상한 광경에 다시 눈을 비비고 그를 쳐다봤다.


‘어? 없잖아? 착각이었나?’


다시 본 하스트의 눈은 그 전과 같았다.


‘내가 저 놈을 너무 마음에 안 들어하나? 그래서 헛것이 보이는 건가?’


카를은 이에 원인 없는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아무리 마음에 안 든다고 해도 상대가 자신에게 피해를 준 것은 아니니, 하다못해 다른 사람과 같은 태도로 대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톡톡 거리다가 이상한 성격의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물론 이 다짐이 제대로 지켜질 것이라고는 카를 자신도 확신하지 못했다.


“음? 아, 난 괜찮아. 그리 피가 많이 튀지도 않았고, 트롤과 만나기 전에 여기서 씻었거든. 옷만 닦으면 돼. 그나저나 너의 몸···”


“헉. 역시 내 몸을 노리는 건가?”


“... 그 미친 소리 좀 이제 그만하면 안 되겠냐? 그 근육질의 덩치로 그딴 소리하면 영 거북하다고. 아무튼. 너, 왜 상처가 없어? 사람이 몸에 상처나 흉터가 하나도 없다니, 이해가 안 가는데?”


“그게 이해가 안 가나? 조금만 머리를 쓰면 생각할 수 있는 문젠데.”


“멍청해서 미안하군. 그래서 무슨 이유지?”


“뭐긴. 튼튼하니까 그런 거지.”


“... 그게 끝?”


“그럼? 내가 아까 만난 트롤도 아니고, 사람이 상처가 나면 흉이야 당연히 지는 건데, 상처가 없으면 무슨 이유겠어. 상처가 난 적이 없으니까 그런 거지.”


“태어나서 한 번도?”


“어. 난 단 한 번도 상처가 나 본 적이 없어.”


“... 진짜?”


“그럼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냐?”


“음··· 그 말은 너의 그 가공할 신체능력은 선천적인 거라는 말이야? 육체의 강건함만이 아니라 그 힘이나 순발력들도?”


“뭐, 그렇지. 훈련을 하긴 했지만, 그게 내 힘을 크게 늘려준 것 같지는 않네.”


“허. 대단하군. 엄청난 신체적 재능이야. 하지만 그게 전부가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좀 튼튼하긴 하지.”


“조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한데.”


카를은 몸을 다 씻고 다시 샘 밖으로 나왔다. 어느새 하늘에는 예고한 대로 밤이 찾아왔다.


“오늘은 늦었으니, 자고 내일 출발해야겠군. 동물들도 적으니 생각보다 편히 자겠어.”


카를은 평원에서 평지에서 자 본 적이 거의 없다. 아무리 그라고 해도 위험을 자초하기는 싫으니까. 그래서 보통은 나무 위나 그게 여의치 않으면 나무에 기대어 자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한 사람이 더 있기도 하고, 주변에 동물들이 거의 없는 곳이라 안심하고 잠을 청할 수 있다.


“그전에 옷을 말리려면 불 좀 피워야겠군.”


하스트의 제안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둘은 불을 피우기 위해 주변의 풀과 나뭇가지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근처는 샘 때문에 습기를 머금고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동하느라 예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흠··· 저기, 나 궁금하게 있는데.”


하스트는 나뭇가지를 주우며 카를에게 말을 건넸다.


“뭔데?”


“넌 남부 사람이지?”


“응? 당연하지.”


카를은 하스트의 말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지만, 이내 대답했다.


“그런데 왜 북부에서 이러고 있는 거지? 여기는 남부보다 위험해서 남부의 사람들은 올라올 생각을 하지 않는데. 필요도 없고.”


“그게 궁금했나? 흠··· 뭐, 비밀로 할 필요도 없으니 시간도 때울 겸 이야기해주지.”


카를은 농경지 마을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 이런 이유 때문에 내가 조사차 북부로 온 것이지. 제대로 본 것은 아니지만, 우리 마을만이 아니라 도시나 다른 마을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 것 같더라고.”


어느새 피운 모닥불을 사이에 두고 식사를 하며 카를은 이야기를 마쳤다. 도시와 다른 마을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이야기한다. 그의 말대로 그가 제대로 목격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흠··· 그렇군. 그것의 영향인가?”


하스트는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뭐?”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튼, 그래서 여기로 온건가? 하긴 산맥을 조사하기 위해서는 여기가 최적이긴 하지.”


“무슨 소리야? 고요의 평원이 산맥을 조사하는데 최적이라고?”


“그 마을에서는 여기를 고요의 평원이라고 부르나? 나름 알맞은 말이군.”


“대답 좀 해주지?”


“그래. 여기가 최적이야. 어떻게 보면 여긴 산맥의 일부니까.”


“뭐?”


“너, 서쪽에 있는 산맥의 입구에서 여기와 비슷한 광경을 목격했다고 했지? 당연해. 여기랑 그곳의 특성은 똑같으니까. 여기도 산맥의 입구거든.”


“아니, 근처에 산이라고는 보이지도 않는데?”


“지리적 특성으로 보면 당연히 산맥이랑은 상관없지.”


“근데 왜 여기가 산맥의 일부야?”


“... 이야···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뭔가 느껴지는 것도 없어?”


카를은 하스트의 한심하다는 눈빛과 말투에 잠시 울컥했지만, 이내 참아냈다.


“후우··· 그래, 없다. 뭔가 있다면 말 좀 해주련?”


“그 정도의 힘을 가지고도 진짜 한심한 감각이네.”


“내 주먹이 억지로 너의 입을 열기 전에 말하지?”


카를이 주먹을 들며 험악하게 말하자 하스트는 식겁했다. 그는 카를이 트롤의 주먹을 부수는 모습을 생생히 목격했다. 그가 살살 때려도 자신에게는 치명상이 될 수도 있다. 그의 주먹에서 죽음의 그림자가 보이는듯 하다.


“옙! 말하겠습니다!”


“그래. 우리 세상 대화가 최고야.”


“쳇. 무식한 놈 같으니···”


“뭐라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럼 설명드리겠습니다!”


“그래. 기대하마.”


“...”


거만하게 말하는 카를을 보며 하스트는 잠시 말을 잊었다.


“말 안 해?”


“에··· 우선 왜 산맥의 일부인지부터···”


하스트는 카를의 주먹에서 눈을 피하며 말을 시작했다.


“산맥은 산들이 모여있는 저 북쪽을 이야기하지. 하지만 다른 특징을 가지고도 산맥의 특성을 설명할 수 있어.”


“호오. 그게 뭔데?”


“바로 자연력이다.”


“뭐? 자연력? 그게 뭐야?”


“역시 모르네. 남부가 자연력에 대해 제대로 연구가 안 되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너 같은 강자도 모르다니. 쉽게 설명하자면, 천지 그 모든 곳에 있는 힘이야. 정령들이 사용했다고 해서 다른 말로 정령력이라고도 하지.”


“...”


“뭐야? 그 눈빛은?”


“아니,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소리를 해? 뭐? 세상 모든 곳에 있는 힘? 정령?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네가 그런 소리를 하니까 이상한데?”


“왜?”


“내가 보기에는 넌 다른 누구보다 자연력을 많이 가지고 있는 인간이거든.”


“내가?”


카를은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훑어봤다.


“그래. 이상하지 않아? 힘은 보통 근육에서 나와. 그런데도 넌 트롤보다 작으면서 그놈을 힘으로 압도했어.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근육의 질이 달라서 그런 거 아니야? 남부랑 북부에 있는 생물들도 근육의 질이 다르던데.”


“그것도 맞아. 솔직히 다른 생물들은 그것만으로도 설명이 되지. 하지만 그것도 이유가 있다. 그것 또한 자연력 때문이지. 자연력의 밀도가 생물들의 차이를 만들어냈어. 그래서 같은 종인데도 남부와 북부, 그리고 산맥의 생물들은 그 힘의 차이가 현격하지. 동물들은 자연력을 제대로 다루지 못해서 모이는 자연력이 육체를 보강하는 정도밖에 안되거든. 물론 그것도 제대로 보강하는 것이 아니지. 그저 힘의 반향이 육체에 변화를 주는 수준밖에 안돼. 근데 표정이 왜 그래?”


하스트는 카를의 표정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채고 설명을 멈췄다.


“아니··· 너무 진지하게 설명해서 듣고는 있는데··· 솔직히···”


하스트는 카를이 자신을 망상에 빠진 사람으로 보는 것을 깨달았다.


“후우··· 사람이 열심히 설명하는데 그런 식으로 보다니···”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잖아. 이 세상에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있다니.”


“난 보여. 나야말로 왜 네가 자연력을 못 보는지 이해가 안 가는군. 힘이 약한 사람들은 못 보는 경우가 있지만 말이야. 아니, 남부 사람들은 모두 그런가? 안 되겠군. 내 직접 보여주지.”


“뭘?”


“제대로 된 자연력의 힘을. 하지만 오늘은 늦었으니 쉬고, 내일 일어나서 움직일 때 이야기해주지.”


“아. 그래. 응?”


카를은 자신이 자연스레 동행을 약속하고 만 것을 깨달았다.


“너 설마···”


“응? 왜?”


“아니다··· 우선은 푹 쉬자.”


카를은 의심을 거두고 잠자리를 준비했다. 하지만 그의 말에 석연치 못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다. 카를의 밤은 생각으로 물들었다.




“... 좋아. 잠들었군. 거 참 빨리 좀 잘 것이지.”


깊은 밤. 하스트는 카를이 잠드는 것을 확인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눈으로도 제대로 확인할 수가 없었어. 그렇다고 대놓고 몸을 조사할 수도 없고. 흠··· 우선 시험을 해볼까? 장소는··· 그래. 그곳이 좋겠군. 그놈들도 활을 주로 다루니까.’


하스트는 북쪽으로 눈을 돌린 후 카를의 근처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부지런히 움직여야겠군. 저놈이 중간에 깰 수도 있으니··· 게다가 동행을 계속 탐탁지 않아하니, 우선 밑밥을 조금 뿌려야겠어.’


하스트는 카를의 근처에서 벗어나자마자 속력을 올렸다. 낮에 봤던 움직임과는 비교도 안 되는 속력이었다. 하스트는 바람처럼 북으로 내달렸다. 하지만 질주를 하는 그의 등 뒤에는 어떤 흔적도 남지 않았다. 발자국조차도.




“후아암. 잘 잤다.”


“잘 잤냐.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군.”


“당연히 새벽 일찍 일어나야 돌아다니기가- 너 뭐해?”


“뭐 하긴, 일어났으면 아침을 먹어야 할 것 아냐? 속이 든든해야 여행하기도 편하지.”


하스트는 언제 사냥을 했는지 토끼를 나뭇가지에 꽂아놓고 빙글빙글 돌리며 굽고 있었다. 카를이 일어나기 훨씬 전부터 아침을 시작했는지, 벌써 고기가 먹기 좋을 정도로 구워져 있었다.


“아침부터 고기냐··· 다른 사람들은 고기라면 환장할지도 모르겠지만, 난 워낙 자주 먹어서 아침부터 꾸역꾸역 고기 먹고 싶지는 않은데.”


“그 말은 내 고기를 먹어보고 말해라.”


“고기가 다 거기서 거기지, 뭘···”


퉁명스러운 카를의 반응에 신경 쓰지 않고, 하스트는 고기를 잘라서 가루를 뿌리더니 카를에게 건넸다.


“응? 이건?”


“아아. 그건 소금이라는 것이다.”


“나도 알아. 인마.”


“아는구나...”


하스트는 뻘쭘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소금은 귀한데, 용케 가지고 있네. 우리 마을 근처에는 암염을 채취할 곳이 없어서 도시에서 가지고 오는 것 말고는 본 적이 없는데. 너도 도시에서 가지고 온건가?”


“꼭 도시에서 가지고 올 필요는 없지. 도시에만 소금광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것도 그렇군.”


카를은 고기를 한입 뜯어보았다. 오랜만에 먹는 소금기가 잠이 덜 깨 몽롱한 그의 정신을 확 일깨워준다.


“오오. 맛있다.”


“훗. 당연하지. 자, 이번엔 이걸 먹어봐라.”


하스트는 카를의 반응에 만족하며, 다른 가루를 뿌려서 카를에게 건넸다.


“뭐야 이건?”


“이건 모르나 보군. 우선 먹어봐.”


“흠···”


카를은 하스트의 제안에 응하여 고기를 한입 베어 물었다. 하스트는 카를의 반응을 기대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칵!”


하지만 카를은 고기를 먹자마자 이내 뱉어버리고 말았다. 향이 너무 강렬해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다. 고기 맛이고 뭐고 느낄 수가 없다.


“너 이 자식! 날 골탕 먹이려고 이딴 걸 뿌린 거지!?”


카를의 일갈에 하스트의 표정이 기대에서 당황으로 변한다. 도저히 생각해 본 적 없다는 반응이었다.


“어··· 어어? 그럴 리가 없는데? 후추 뿌리면 맛있는데? 아, 처음 먹어봐서 향이 익숙지 않은가?”


생각지 못한 카를의 반응에 이번에는 조금만 뿌렸다. 카를은 어느새 샘에다가 입을 헹구고 있었다.


“미안해. 자, 다시 먹어봐.”


“이번에는 확실한 거지?”


“... 아마도?”


“또 이상하기만 해봐라.”


각오하며 다시 먹어본다. 카를의 입으로 하스트의 시선이 불안하게 꽂힌다. 이번에도 그의 입에 안 맞았다가는 저 돌덩이 같은 주먹이 자신을 때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의 불안을 씻어주듯 카를에게서 감탄이 나온다.


“오! 정말 맛있다! 그래. 이렇게 조금 뿌려야지. 그렇게 무식하게 뿌리면 안 되지.”


“그래? 난 보통 그 정도는 뿌려먹는데, 너한테는 너무 향이 강한가 보구나.”


하스트는 안심했다. 그의 반응에는 상관없다는 듯 카를은 처음 먹어보는 진귀한 맛에 정신이 팔려 게걸스레 먹어댔다. 그에 자신의 몫이 안 남을 것 같은 위기를 직감한 하스트도 허겁지겁 식사에 참여했다. 하스트가 넉넉하게 잡아온 토끼 가족은 순식간에 둘의 뱃속에서 안식을 취하게 되었다.


“휴··· 다행히 배부르게 먹었군. 자, 식사도 했으니 움직이자고.”


“아, 그래.”


카를을 만족스럽게 배를 두드리며 짐을 챙겼다. 마지막으로 물통에 물을 채우고 다시 길을 나섰다.


“휘유. 오랜만에 맛있게 고기를 먹었네. 요즘은 하도 먹어서 질리는 참이었는데. 근데 그건 어디서 난 거야? 후추라고?”


처음 먹어보았다. 먹어본 것만 아니라, 아예 이야기를 들어본 적조차 없다.


“이거? 이건 산맥 동부에 가면 있어.”


“너 산맥에 간 적이 있어?”


“있다마다, 산맥뿐이랴 북부 전체만이 아니라 남부도 내가 안 가본 장소는 거의 없어. 이 세상에 내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 아, 한 곳만 빼고.”


“내 생각보다 훨씬 대단한 놈이었군, 사실인지는 몰라도. 근데 안 가본 장소가 어딘데?”


“산맥의 최북단에 있는 산이 하나 있다. 다른 산을 아래로 볼 정도로 거대한 산이지. 그곳에도 올라가 보려고 했지만, 중간에 막혀서 올라갈 수가 없었어.”


“너무 가팔랐나?”


“하! 지형 같은 것은 내 방해가 되지 않지. 시간이 걸릴지언정 갈 수는 있어. 하지만 막는 건 자연이 아니었다. 인간이었지. 번개를 부리는 인간들이 길을 막고 있더군. 그 강력함에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어.”


“뭐? 인간들? 북부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고? 게다가 번개를 부려?”


“쯧쯧.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군. 너 설마 남부에만 사람이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냐?”


“어··· 그런 줄 알았는데··· 북부에서 돌아다녔을 때 한 번도 사람의 흔적을 본 적도 없고. 전해오는 이야기도 그렇고.”


“하긴 북부 평원에는 사람이 사는 곳이 없지. 하지만 산맥에는 있어. 남부에 있는 사람들보다는 적겠지만.”


“북부도 아니고 산맥에? 그게 가능해? 그 괴물들이 사는 곳에 사람들이 산다고?”


“못 살 건 뭐야? 괴물만큼 강하면 살 수 있는 거지. 너만 해도 그렇잖아.”


“허··· 믿기지 않는군. 아, 그래서 네가 어제 나한테 그런 식으로 이야기한 건가? 남부 사람이라고?”


처음 들었을 때부터 이상했다. 그 말은 남부 말고도 다른 곳에 사람이 있다는 소리와 같았으니까.


“그래. 원한다면 내가 안내해주지.”


“산맥에 있는 마을에?”


“산맥은 아니고. 저기다.”


하스트는 손가락으로 정면을 가리켰다.


“저기 멀리 있는 숲 보이지? 저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


“숲에 마을이? 특이한 사람들이네. 왜 안전한 평원을 놔두고 위험한 숲에 마을을 지어놔?”


“숲이 익숙해서 그렇겠지.”


“그럴 수도 있구나.”


“그렇지. 게다가 그들은 그 유명한.”


하스트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엘프의 후예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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