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UMP9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바이킹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UMP9
작품등록일 :
2019.07.20 17:03
최근연재일 :
2019.10.01 17:0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27,142
추천수 :
566
글자수 :
339,072

작성
19.09.23 17:00
조회
266
추천
4
글자
12쪽

59화

DUMMY

갈 곳을 잃은 목이 바닥에 떨어졌다.

몇 번 흙바닥을 구르더니 라이언의 발등에 부딪혀 멈춰 섰다.

억울한 눈동자가 무심한 눈동자와 마주쳤다.


라이언은 발을 들어 올려 머리를 밟았다.

압력에 눌린 머리가 점점 찌그러지더니 퍼억 하고 터져 나갔다.

사방에 뇌수와 피가 흩뿌려졌다.

가죽 장화 밑창이 끈적하게 젖어버렸다.

그는 밑창을 끌어 달라붙은 잔해들을 떼어냈다.


광신도는 죽는 그 순간까지도 포교하려고 애를 썼다.

정말 자기 교단에 들어올 거라고 믿었을까?

역시 광신도의 머리속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얼마나 머리가 꽃밭이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거지.

라이언은 암흑 교단 놈들을 위험인물로 분류했다.

미친놈들을 이해할 만큼 그의 아량은 바다같이 넓지 않았다.

다음에 또 광신도와 마주쳐 개소리를 지껄인다면 주둥아리부터 찢어 주기로 결심했다.


“신이라···”


바이킹 중에서는 신을 믿는 전사들도 있었다.

죽으면 신이 나타나 전사의 무덤으로 인도해준다고 말이다.

솔직히 전사의 무덤이 실재하는지는 그도 몰랐다.

그저 많은 바이킹 전사들의 절대적 믿음 때문에 의문을 품지 않았을 뿐.


라이언은 신을 믿지 않았다.

제 눈으로 본 게 아니라면 헛소리로 치부했다.

라이언은 신을 찾지도 않았다.

원하는 게 있으면 직접 손으로 쟁취했다.


“어쩌면.”


라이언은 이세계에서 놀라운 경험들을 많이 겪었다.

고블린처럼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몬스터, 아라크네나 히드라처럼 지성을 가진 괴물, 드워프나 오니 같은 이종족까지.

그렇다면 신도 진짜 존재하지 않을까.


“신에게 도전하는 최초의 바이킹 전사라.”


라이언은 두근거리는 심장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신에게 맞서 싸우다 죽는다면 기꺼이 목숨을 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쁘지 않아.”


그는 손도끼에 묻은 피를 탈탈 털어내 허리춤에 꽂았다.

신을 찾는 일이야 느긋하게 하면 될 일이었다.

실제로 존재하는지 의문일 신을 찾아 헤매기보다는, 진짜 존재하는 북부 대륙이 먼저였다.

먼 미래를 위해 눈앞의 즐거움을 놓칠 수 없는 노릇이니까.


‘북부 대륙의 야만인들이라.’


혹독한 추위와 서리가 내리는 땅.

북부 대륙.

얘기만 들어봐서는 라이언이 태어나고 자라난 땅과 비슷했다.

그곳에서는 식량이 부족해 굶어 죽는 바이킹족들이 많았다.

바이킹 족들은 한정된 자원을 두고 피 튀기는 혈전을 벌였다.

말 그대로 약육강식의 세계.

다행히도 바이킹 족이 통합되면서 동족끼리 싸우는 일은 줄어들었다.


‘강한 전사를 만나는 일은 언제나 즐거운 법이지.’


라이언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이제는 시체가 되어버린 몸을 뒤졌다.

암흑 교단의 사제쯤 되면 제법 쓸만한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더듬거리자 품에서 작은 주머니와 뱀 문양의 반지가 튀어나왔다.

주머니는 꽤 무거웠다.


“두둑하군.”


콜로세움에서 오니를 쓰러뜨렸지만 쫓기다시피 도망쳐 버린 바람에 상금을 받지 못했다.

건 금액이 꽤 큰 걸로 알고 있는데 말이지.

어차피 지나간 일.

후회해봐야 이미 늦었다.

미리 벌어 둔 수익이 있어 여행자금으로 쪼들리지는 않았다.

놈의 주머니 속에는 여행 비용으로 충족할 은화가 가득했다.

금화가 아니라 아쉽긴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이건 뭐냐.”


뱀 문양의 반지는 아무런 효능도 없어 보였다.

손에 쥐어흔들어 보기도 하고, 손가락에 껴 보기도 했지만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써먹을 데가 있겠지. 정 안되면 팔아버리고.

신성 교단 놈들한테 가져가면 좋아하려나?

라이언은 반지를 호주머니 속에 집어넣었다.


“아, 그 반지.”


라이언은 놈이 끼던 반지가 떠올라 발로 시체를 뒤집었다.

혈색을 잃어버리는 피부와 달리 반지는 제 존재를 알리듯 빛이 났다.


“염병, 뭐가 이렇게 안 빠져?”


라이언은 낑낑거리며 반지와 씨름했다.

어찌나 딱 들어맞는지 반지는 놈의 손에서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힘을 줄수록 시체의 팔만 허우적거렸다.

라이언은 어쩔 수 없이 허리춤에 꽂은 손도끼를 다시 풀었다.


“이렇게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 괜히 힘만 뺐군.”


콰직.


손도끼를 내려찍자 손가락은 쉽게 잘려 나갔다.

절단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가 윤활제 역할을 해서 쑥하고 빠져나왔다.

라이언은 피 묻은 반지를 시체의 옷에 슥슥 문질렀다.

몇 번 문지르자 반지는 원래의 색을 되찾아 반짝거렸다.


“근데 이거 내가 낄 수 있는 건가?”


반지는 그의 굵직한 손가락보다 한없이 작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새끼손가락에 반지를 들이댔으나 역부족이었다.


우웅-


“음?’


어찌할까 고민하던 사이 반지가 요동쳤다.

반지는 손가락 사이즈에 맞춰 몸을 부풀렸다.


“역시 아티팩트라는 건가.”


라이언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반지를 꼈다.

반지는 원래의 주인을 찾은 것처럼 딱 들어맞았다.


“근데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반지가 소유자의 생각을 읽기라고 하는지 몸을 떨었다.

해골 문양의 반지는 안광에서 붉은빛을 뿜어냈다.

그러자 라이언을 중심으로 붉은 보호막이 형성됐다.

그는 흡족한 마음으로 반지를 쓰다듬었다.


“끝났어?”

“그래.”


풀숲에 몸을 숨기고 있던 비비앙이 기지개를 펴며 나타났다.

그녀는 목 없는 시체를 툭 하고 건드렸다.


“이 녀석이 정체가 뭐야?”

“자기 입으로 암흑 교단의 사제라더군.”

“뭐? 그 미치광이 광신도들?”


라이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훌륭한 소체잖아?”


비비앙이 탐욕 가득한 눈동자로 시체를 훑었다.


“이거 나 가져도 돼?”

“어쩌려고?”

“교단의 사제라면 꽤 쓸만한 시체거든. 내 종으로 부릴 생각이야.”

“요술로 말인가?”

“맞아. 내가 써도 상관없지?”

“마음대로.”

“분명히 허락했다? 나중에 돌려 달라고 해도 안 줄 거야.”

“준다고 해도 안 가질 거거든?”


뒈진 놈에게 관심 없는 라이언은 흔쾌히 수락했다.

죽은 놈을 어디다 쓰라고.


“그럼 이건 이제 내 거다?”


비비앙은 허공에 손가락을 휘저었다.

라이언이 못 알아들 언어를 중얼거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그녀의 입속에서 검은색 문자들이 튀어나왔다.

문자들은 불길한 기운을 품을 뿐만 아니라 상당히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글자들은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꾸물거리더니 시체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온기가 식어가는 시체에 글자들이 새겨졌다.

각인된 글자들이 형형색색 빛나더니 이내 사그라졌다.


“뭐 한 거지?”

“잠깐 기다려봐.”


꿈틀.


잠시 후, 목 없는 시체의 손이 움찔거리자 라이언이 눈을 반짝였다.


“신기하군.”

“내 주특기지.”


비비앙은 우쭐거리는 태도로 대답했다.

그녀가 자랑하는 시체 마법이다.


“일어서.”


시체가 몸을 벌떡 일으키더니 똑바로 섰다.


“앉아. 일어서. 굴러. 엎드려.”


시체는 군말 없이 마녀의 말에 따라 몸을 움직였다.

목 없이 움직이는 광경은 그로테스크했다’

아직도 목 부위에는 피가 덜 빠져 격렬히 움직일 때마다 피분수가 터져 나왔다.

‘이게 뭐하는 짓인지.’하고 불평불만도 할 법한데 시체는 묵묵히 침묵을 지켰다.

아, 입이 없어서 불만도 토로할 수 없겠군.


“아유, 예뻐라. 누구랑은 달리 참 말을 잘 들어.”


과거, 암흑 교단의 사제는 마녀의 명령에 따르는 충실한 종이 되었다.

한마디로 시체는 재롱을 떨고 있었다.

흙먼지를 일구며 구르는 모습은 라이언으로 하여금 동정을 사게 만들었다.


“그게 다야?”

“그럴 리가. 영혼은 사라질 언정, 육체는 죽을 때까지의 기억과 지식을 지니고 있지.”


시체가 손을 뒤틀자 바닥에서 검은 가시들이 솟구쳤다.

뻗어져 나온 가시들은 아무도 공격하지 않았다.


“어때? 굉장하지?”


비비앙이 자랑할 만했다.

언데드들은 모든 기억을 잃고 피에 굶주려 사람들을 습격한다.

모두 본능에 의한 행동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손에서 태어난 언데드들은 달랐다.

시체들은 온전한 기억을 가지고 전력을 발휘했다.

라이언은 미심쩍다는 얼굴로 목 없는 시체를 바라봤다.

원망을 품고 복수하겠다고 덤벼들면 몸도 박살 내줄 참이었다.


“갑자기 덤벼들지는 않겠지.”

“세상에 시체 마녀라고 불리는 나를 못 믿는 거야?”

“잘 관리해라. 덤벼들면 대갈통을 부셔줄 테니까.


라이언은 심드렁한 눈빛으로 대충 대답했다.


“그나저나 꼬마는 어디 있지?”

“안젤리카? 여기.”


안젤리카는 비눗방울에 갇혀 둥둥 떠다녔다.

편안한 기색으로 새근새근 잠든 모습이 업어가도 모를 정도였다.


“자꾸 부모님을 찾길래 말이지. 악몽을 꾸는 거 같길래 힘 좀 썼어.”

“아이한테 꽤 친절하군.”

“옛날 생각이 나서 말이야.”


비비앙이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뭔가, 과거를 회상하는 얼굴이었다.

라이언은 더 이상 물어보지 않았다.


“우웅··· 저는 마녀가 아니에요.”


안젤리카는 인상을 찡그리면서 잠자리가 불편한지 뒤척거렸다.


“···일단은 놈이 납치한 아이들부터 찾아야겠군.”

“후훗. 그거라면 내게 맡겨.”


비비앙이 웃었다.


**


시체를 따라 어느 정도 걷자 동굴이 보였다.

주변에는 나무가 무성하게 자란지라 꽤 가까이서 보지 않는다면 동굴인지도 몰랐다.

동굴 안쪽으로 들어가자 납치당한 아이들이 갇혀 있었다.

철창은 촘촘해서 아이들의 작은 몸으로도 빠져나올 수 없었다.


“파이슨, 제리코, 루미아!”


깨어난 안젤리카가 친구들의 이름을 불렀다.


“아, 안젤리카?”

“너도 잡혀온 거야?”


아이들은 낯선 자들의 방문에 겁에 질렸으나 안젤리카의 등장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친구들과 재회한 소녀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아니야! 너희들을 구하러 왔어!”


안젤리카는 한달음에 달려나가 철창 앞에 섰다.

아이들은 제대로 먹지 못해 얼굴이 좀 야위었지만 큰 이상은 없어 보였다.


“물러나라.”


라이언은 철창을 손도끼로 내려쳤다.

카앙하고 불통이 튀더니 튼튼한 철창이 두부처럼 잘려 나갔다.

몇 번 더 휘두르자 아이들을 가둔 철창은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철 조각들이 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하게 소리가 났다.


“나와라.”


라이언이 아이들을 보며 말했지만 누구 하나 선뜻 나오는 사람이 없었다.

모두 벽 끝에 달라붙어 멀뚱멀뚱 눈만 껌벅거렸다.

눈동자는 의심과 공포로 얼룩져 있었다.


“얘들아, 걱정하지 마! 이 야만인 아저씨가 오니처럼 무섭게 생겼지만 보기보다 착해!”


그제서야 안도한 아이들이 철창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오니처럼 무섭게 생겼다는 건 뭐야?

라이언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비비앙에게 물었다.


“내가 무섭게 생겼나?”

“···진심으로 물어보는 건 아니지?”

“진심이다.”


라이언은 진지한 표정으로 답을 기다렸다.

그는 태어나서 한 번도 무섭다는 말을 듣지 않았다.

바이킹 전사들은 남자답다고 평가했고, 여성들은 매력적이라고 치켜세웠다.

심지어 전사의 운명을 타고난 바이킹족 아이들은 라이언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인상을 좀 풀면 괜찮아질 거 같은데.”

“이렇게?”


라이언의 얼굴이 도깨비처럼 일그러졌다.

아이들이 새파랗게 질려 황급히 달아났다.

그를 두둔하던 안젤리카마저 슬금슬금 거리를 벌릴 정도였다.

비비앙은 잠시 고민하더니 웃는 낯짝으로 시선을 피했다.


“어··· 음··· 참으로 남자다운 얼굴이야, 달링.”

“그런 소리 자주 들었다.”


그녀는 차마 진실을 입에 담을 수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 바이킹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5 19.10.02 352 0 -
공지 연재 주기 관련 19.08.31 93 0 -
공지 설정 및 자잘한 오타 수정 19.08.29 366 0 -
65 65화 19.10.01 202 9 12쪽
64 64화 19.09.30 168 7 11쪽
63 63화 19.09.27 177 8 11쪽
62 62화 19.09.26 173 5 12쪽
61 61화 19.09.25 210 6 12쪽
60 60화 +1 19.09.24 193 7 12쪽
» 59화 +1 19.09.23 267 4 12쪽
58 58화 +2 19.09.20 218 10 12쪽
57 57화 +1 19.09.19 253 8 12쪽
56 56화 +1 19.09.18 217 8 12쪽
55 55화 +1 19.09.17 224 9 12쪽
54 54화 +1 19.09.16 224 6 12쪽
53 53화 +1 19.09.13 242 6 13쪽
52 52화 +1 19.09.12 254 8 11쪽
51 51화 +2 19.09.11 235 7 13쪽
50 50화 +2 19.09.10 243 6 12쪽
49 49화 +3 19.09.09 247 8 11쪽
48 48화 +3 19.09.06 264 7 12쪽
47 47화 +2 19.09.05 251 6 13쪽
46 46화 +1 19.09.04 259 6 12쪽
45 45화 19.09.03 256 4 12쪽
44 44화 +1 19.09.02 250 5 12쪽
43 43화 +2 19.08.30 287 7 11쪽
42 42화 +3 19.08.29 278 8 12쪽
41 41화 +1 19.08.28 308 7 11쪽
40 40화 19.08.27 287 6 11쪽
39 39화 +2 19.08.26 324 7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