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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P9
작품등록일 :
2019.07.20 17:03
최근연재일 :
2019.10.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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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39,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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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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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7화

DUMMY

“마녀라고?”


라이언은 비비앙을 곁눈질로 흘겼다.

진짜 마녀는 저기 있는데.


“저, 저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이 아이가 마녀란다.

라이언은 미심쩍다는 얼굴로 목소리를 낮춰 비비앙에 물었다.


“이 아이. 진짜 마녀 맞아?”


정말 마녀라면 진짜 마녀가 알아보겠지.

전문가가 바로 옆에 있는데 멀리까지 찾아 나설 필요는 없었다.

비비앙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 아니는 마녀가 아니야. 마녀라면 내가 못 알아볼 이유가 없겠지.”

“숨길 가능성은?”

“전혀. 만약 그랬다면 마력 흐름이 부자연스럽게 끊겨 있을 거야. 그런 흔적은 보이지 않아. 그런데.”

“그런데?”


비비앙이 팔을 쓸었다.


“저 아이를 보면 좀 거북한 감정이 들어. 이런 기분을 어디서 느꼈던 거 같은데.”


아무튼 저 아이는 마녀가 아니라는 거군.

라이언은 마녀 하나도 골치 아픈 마당이었다.

이 이상 늘어나는 건 원하지 않았다.


“달링, 이상한 생각한 거 아니지?”

“마녀는 독심술도 쓸 줄 아나? 대단하군.”

“···하아. 굳이 물어보지는 않을게. 그걸로 답변이 됐으니까.”

“저는 마녀가 맞나 봐요.”


훌쩍이는 소리에 라이언과 비비앙은 대화를 멈췄다.


“부모님도 몬스터에게 돌아가고, 마을 아이들까지 사라졌어요. 저는 저주를 부르는 아이예요!”


안젤리카는 자책하고 있었다.

눈물을 아래로 떨구면서 울먹거렸다.

참으로 눈물이 많은 아이였다.

비비앙이 안젤리카의 어깨를 붙잡고 단호하게 소리쳤다.


“아가. 너는 마녀가 아니란다.”

“···훌쩍. 정말로요?”

“그럼. 하늘에 걸고 맹세할 게. 너는 절대 마녀가 아니야.”


어린 소녀는 안도감을 느꼈는지 화사하게 웃었다.

아무리 외쳐도 마을 사람들은 믿어주지 않았다.

오히려 불신과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안젤리카를 쏘아붙였다.

이렇게 믿어주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고마워요.”


안젤리카는 신체를 휘정거리더니 옆으로 쓰러졌다.

라이언이 재빠르게 작은 몸을 받았다.

새근새근 코 고는 소리가 들려왔다.


“···잠들었군.”

“가엾어라. 어린 것이 고생이 많았겠네.”

“받아라.”

“응? 나보고 업으라고?”

“그래. 난 손님을 맞이해야 할 거 같거든.”


라이언은 어둠 속을 주시했다.

저 너머에 범인이 있다.


**


“멀리 가지 못했을 거다!”

“젠장! 삼림 안으로 튄 거 같은데?”


대삼림에 위치한 한마을.

밤이 찾아온 세상 속에서 불빛들이 일렁거렸다.

사람들은 한 손에 횃불을 든 채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완벽하군.’


흑마법사 페이탈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암흑 교단을 믿는 신도였다.

신의 은총을 받아 영혼을 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교주의 명령에 따라, 의식에 바칠 제물들을 찾아 나선 지 어언 3년.

실적이 좋지 않아서 신의 은총을 제대로 받을 수 없었다.

다른 신도들은 더 높은 위치로 올라가는 바에 자신은 아직도 말단이었다.


‘이제 그것도 끝이다.’


그런 페이탈 앞에 행운이 찾아왔다.

부부 모두가 상인으로 보이는 상단에서 한 아이를 찾아냈다.


‘이 정도로 순결한 영혼이라니.’


암흑 교단 신도들은 세상의 어둠에 찌들지 않은 어린아이들을 제물로 바쳤다.

그의 신은 순수하고 깨끗한 영혼을 좋아했다.

그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혼은 따로 있었다.


상단의 아이는 놀랍게도 성녀의 자질을 타고났다.

태양처럼 밝게 빛나는 영혼은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가끔 만명 중에 한 명꼴로 이런 영혼을 지닌 아이들이 발견된다.

그러나 성녀의 자질을 타고났다고 해서 성녀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특별한 힘을 각성한 아이들이 최종적으로 성녀로 발탁되었다.

아이들은 자신이 성녀의 자질을 타고났다는 걸 모른 체, 평생을 평범하게 살다가 죽는 경우도 허다했다.


‘만약 저 아이를 제물로 바친다면···’


신은 신도들에게 공평했다.

흡족한 제물을 바친다면 그에 걸맞은 힘을 선사하셨다.

성녀의 자질을 품은 아이라면 신도 기뻐할 터.


‘크흐흐흐. 이런 영혼을 놓칠 수야 없지.’


신성 교단이 먼저 손을 뻗친 흔적도 없었다.

그랬다면 아이는 각성하기까지 신성 교단에 갇혀 기도나 하고 있었겠지.

놈들이 먼저 선수치기 전에 그는 움직였다.

용병으로 위장해 상단에 접근했다.

마침 호위 임무 때문에 별다른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상단은 북부 대륙에 거래를 하러 가는 길이었다.


페이탈은 몬스터를 조종해 야심한 밤을 틈타 상단을 습격했다.

기습은 성공적이었다.

외부보다 내부의 적이 더 무서운 법이었다.

방심하고 있었던 건지, 상단을 지키던 용병들은 형편없이 죽어 나갔다.

페이탈은 모두를 죽이고 도망치는 작은 그림자의 그 뒤를 쫓았다.


‘일이 그렇게 꼬일 줄은 몰랐지.’


사람이 전혀 살 거 같지 않은 대삼림에 마을이 있었다.

아이를 쫓던 몬스터들은 마을의 사냥꾼들에게 사냥 당해 죽어버렸다.

사냥꾼들은 상단을 지키던 용병들보다 훨씬 강했다.


‘나 혼자는 무리다.’


혼자서 덤비기에는 사냥꾼들의 숫자도 숫자지만, 실력도 범상치 않아 보였다.

활 솜씨가 장난 아니었다.

지금의 힘으로는 저들을 상대하기에 역부족이었다.

주문을 외우기도 전에 머리에 화살이 꽂힐지도 몰랐다.


부모를 잃은 아이는 마을에 정착했다.

납치를 하려 해도 사냥꾼들 때문에 쉽게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맨몸으로 들어갔다가는 벌집이 되어 마을을 나올 수도 있었다.

마을 밖으로 유인하기 위해 정신 마법을 걸어봤지만 성녀의 자질 때문에 효과가 없었다.

그는 머리를 싸매던 도중 기발한 방법을 떠올렸다.


‘직접 나오게 만들면 되지.’


페이탈은 그때부터 아이들을 납치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어른들에 비해 정신력이 낮아 마법에 잘 걸려들었다.

아이들이 사라지자 마을이 어수선하게 바뀌었다.

일이 생각보다 잘 풀려서 페이탈은 욕심이 생겼다.


‘아이들까지 제물로 바친다면 그분도 좋아하시겠지.’


사냥꾼들이 아이들을 찾아 대삼림을 샅샅이 뒤졌다.

찾을 가능성은 전무.

페이탈은 사냥꾼들 중에 제일 만만한 놈을 죽여 그로 변장했다.

사냥꾼의 기억을 엿본 탓에 들킬 걱정은 없었다.

무사히 마을에 잠입하여 불안감에 떠는 사람들을 선동했다.


-저 아이는 마녀요! 마녀가 어린아이로 위장해 아이들을 납치하는 거라고!


페이탈은 맨 선두에 서서 아이를 마녀로 몰아갔다.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던 사람들도 점차 동조하는 분위기였다.

아이를 잃은 부모들은 이성적으로 생각하지 못했다.


-맞아! 저 아이가 오고 나서 마을에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마녀가 어린아이로 변신해 아이들을 납치한다!

-내 아들을 돌려줘!


광기에 찬 마을 주민들.

페이탈은 일이 순조롭게 풀리자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아이는 겁에 질려 마을을 뛰쳐나갔다.

그는 추적에 능한 고블린들을 풀어 아이를 뒤쫓게 했다.


‘크흐흐흐. 이제 곧이다.’


그런데 고블린의 눈으로 정황을 살피던 중 연결이 끊겼다.

페이탈은 다른 고블린들과 연결을 시도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연결해도 보이는 건 칠흑 같은 어둠뿐이었다.


‘젠장.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이런 경우는 하나였다.

조종하던 고블린들이 죽임을 당했다.

마지막으로 본 건, 흐릿하게 비치는 사람 그림자가 고블린을 학살하는 장면이었다.

모험가인가?

다 잡은 고기를 다시 놓쳤다는 생각에 그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페이탈은 신경질을 내면서 몸을 움직였다.

직접 찾아 나설 생각으로 바삐 연결이 끊긴 장소로 이동했다.


‘이게 뭔 고생이야.’


언제든지 마법을 발동할 수 있게 입으로 주문을 중얼거렸다.

목적지에 도착한 페이탈은 그림자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야만인?’


고블린의 눈을 통해 확인한 남자는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마주 보고 있으니 상대의 모습이 명확하게 들어왔다.

생김새나 복장이나 북부 대륙의 야만인을 닮은 남자.

그는 고블린 시체 위에 걸터앉아 턱을 괴고 있었다.


“기다리다 잠드는 줄 알았네.”


**


라이언은 시체 위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폈다.

입이 쩍 벌리며 하품하는 모습이 태평하기 짝이 없었다.


“넌 누구지? 북부 대륙의 야만인인가?”

“나만 보면 다 그렇게 물어보더군. 얼마나 닮았는지 궁금해서 직접 북부 대륙으로 가는 길이었지. 당신은?”

“···사냥꾼이오.”

“사냥꾼 치고는 비실비실하게 생겼는데.”


라이언은 사냥꾼이라 우기는 사내의 손을 살폈다.

손은 지나치게 부드러웠다.

물집이나 자잘한 흉터들이 보이지 않았다.

사냥꾼이었다면 손이 거칠어야 정상이었다.

절대 사냥으로 먹고사는 놈이 아니었다.


“이 고블린들은 당신이 처리한 건가?”


페이탈은 속내를 숨긴 체 토막 난 고블린 시체들을 보며 말했다.

홀로 고블린들을 처리한 걸 보면 어중이떠중이 모험가는 아니었다.

잘린 부위가 지나치게 깔끔했다.

어찌나 깔끔한 지 아직도 근육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득달같이 달려들길래 황천길로 보내줬지.”


라이언은 맹수와 같은 눈빛으로 흉포하게 이를 드러냈다.


“그런가.”


페이탈은 그 말이 사실인지 거짓말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는 사방을 경계했다.

혹시 다른 일행이 있는 건 아닌지 은근슬쩍 속을 떠봤다.


“당신 말고 다른 일행은 없나?”

“그건 왜 물어보는데?”

“한밤중에 대삼림을 홀로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으니까.”

“여기 있지 않소?”


라이언이 빙긋 웃었다.


“당신도 있고.”


눈은 웃고 입지만 입은 일자로 굳게 다물어 있었다.

페이탈은 상대가 만만치 않음을 느꼈는지 속으로 혀를 찼다.

여기서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되었다.


“당신은 여기에 무슨 볼 일이지?”

“아이의 탈을 쓴 마녀를 찾고 있다.”

“마녀? 그 사악한 무리가 여기에 있다고?”

“그래. 이 근방을 지나친 거 같은데 혹시 못 봤나?”

“마주쳤다면 내가 멀쩡하게 살아 있을까?”


라이언이 능청스럽게 대답하자 페이탈이 눈썹을 찌푸리다가 풀었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 눈치채지 못했을 터.

라이언은 그 순간을 정확하게 포착했다.


“그 아이는 마녀다. 당장 찾아서 죽여야 해. 마녀가 우리 아이들을 납치했다고!”

“그렇군.”

“분명히 이 근처를 지나간 흔적이 보여. 사냥꾼의 눈은 속일 수 없지. 그래도 시치미 뗄 건가?”

“아, 글쎄. 난 잘 모르겠다니까.”

“아이를 숨길 생각이라면 포기하는 게 좋아. 당신은 지금 어린아이의 탈을 쓴 마녀에게 속고 있는 거라고.”

“그전에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라이언이 서슬 퍼렇게 눈을 빛냈다.


“내가 여기 있다는 걸 당신은 어떻게 알았지?”

“뭐?”

“멀리서 보니 당신은 어둠 속에서 정확히 여기를 향해 걸어오더군.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지. 걸음걸이도 침착하기 그지없어. 그 아이가 마녀라서 아이들을 잡아갔다면, 쫓아가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을 텐데 참으로 신중한 발걸음이군.”

“···마녀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몰라 신중을 가한 거다.”

“아? 그래? 근데 그거 아나?”


라이언의 팔이 흐릿하게 사라졌다.

직감적으로 위험하다고 느낀 페이탈은 준비해둔 마법을 발동했다.


탕-


보호막을 세차고 때린 손도끼가 바닥에 튕겨져 나갔다.


“요즘 사냥꾼은 요술도 부릴 줄 아는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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