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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P9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 바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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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P9
작품등록일 :
2019.07.2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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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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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9,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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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1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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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3화

DUMMY

“후우.”


라이언은 어깨에 떨어진 돌 부스러기를 탈탈 털어내며 거친 숨을 몰아 내쉬었다.

손도끼가 가열된 쇠처럼 뜨거웠다.

자세히 보니 날부분이 발갛게 과부하 되어 달아올라 있었다.

뚝뚝 떨어지는 빗방울이 열기를 식혔다.

그는 손도끼를 허리춤에 꽂아 넣었다.


압도적인 전능감에 뒤에 찾아온 건, 탈력감이었다.

길고 긴 전투가 끝났다는 걸 인지했는지 근육이 비명을 내질렀다.

당장이라도 푹신한 침대에 누워 기절하고 싶었다.

몸은 녹초가 되어 피로를 호소했다.

다리에 힘이 없어 서 있는 게 고작이었다.


만티코어가 있던 자리에는 시커먼 잿더미만 휘날렸다.

벼락이 무자비하게 난도질한 결과였다.

이도 금방 비에 씻겨 흔적조차 알아볼 수 없게 사라졌다.


“마녀도 뒤졌겠지···”


섬광 속에 파묻혀 사라지는 걸 보긴 했지만.

마녀가 진짜 죽었는지는 라이언도 몰랐다.

비비앙이 멀쩡히 살아있는 걸 보면 마녀라는 족속은 상당히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종족이었다.

어쩌면 다시 만날지도 모르지.

그런 확신이 들었다.


“음?”


라이언은 잿더미 속에서 검은 구슬을 발견했다.

검은 구슬은 쪼르르 라이언 주위를 겉돌다가 가슴속으로 들어갔다.

무력하던 몸이 활기를 되찾았다.


아라크네도 그렇고, 히드라 때도 그랬다.

도대체 이건 뭘까.

놈들을 잡을수록 강해지는 느낌이었다.


“좋은 게 좋은 거겠지.”


라이언은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결정했다.

자신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니고.

깊게 생각할수록 머리가 아픈 건 그였다.

어차피 이곳은 이세계.

일반적인 상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었다.


“맞다.”


라이언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오니의 시체는 처참한 광경 속에서도 상당히 멀쩡했다.


“달링. 그 시체 나 주면 안 될까?”


뒤에서 들려오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

라이언은 상대가 누구인지 뒤도 안 돌아보고 대답했다.


“목이 잘리고 싶다면.”

“농담이야. 농담.”


비비앙이 손사래를 치면서 아깝다는 듯 투덜거렸다.


“어쩌려고?”

“땅에 묻어줄 생각이다.”

“적에게 인정을 베풀 사람인 줄은 몰랐는데? 내 목은 가차 없이 베더니···”

“약속했으니까.”


라이언은 정성껏 장례를 할 예정이었다.

이부키는 종족만 달랐을 뿐, 바이킹족처럼 타고난 전사였다.

이부키를 보니 오랜만에 향수가 올라왔다.

바이킹 형제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아쉽네. 오니라는 소재는 쉽게 구할 수 없는데 말이지. 어떻게 할 까나.”

“허튼수작을 부린다면···”

“워, 워. 진정해. 달링이 싫어하는 일을 내가 왜 하겠어?”


비비앙은 서슬 퍼런 라이언의 눈빛에 오니를 포기하기로 했다.

그와 척을 지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그 보구 장난 아니네.”


그녀는 라이언의 허리춤에 걸린 손도끼를 훑었다.

보구는 소유자의 격에 따라 그 위력이 천지만별이다.

번개를 부리는 최상격의 보구.

웬만한 보구로는 명함도 못 내밀 격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 손도끼···”

“눈독 들일 생각 마라.”

“쳇. 다 안 된대. 정말 욕심쟁이네. 후훗.”


라이언은 조심히 이부키를 들쳐 맸다.

비에 젖은 몸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떠나려고?”

“그래. 여기에 더 이상 볼 일은 없으니까.”


콜로세움은 무너졌고,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이곳에 남는다면 굉장히 귀찮은 일에 휘말릴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럼 나도.”

“따라올 작정이냐?”

“당연하지.”


라이언은 진짜 싫다는 듯이 얼굴을 구겼다.


“매정한 사람이네. 생사를 함께할 동료를 버릴 작정이야?”

“퍽이나. 구경만 하고 있던 주제에.”

“어머. 들켜버렸네.”

“확실히 해라. 너는 내 아군이냐. 아니면···”


라이언이 저음의 목소리로 기세를 뿜어냈다.

공기를 누르는 중압감.


“적이냐.”


언제라도 손도끼를 뽑을 기세를 취한다.

피부를 저릿하게 만드는 살기였다.


“당연히 아군이지.”


지금은 말이야.

변덕쟁이 비비앙은 속내를 감춘다.

옆에 두고 직접 관찰하고 싶을 만큼 라이언은 흥미로운 소재였다.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빼앗길 수는 없지.


달링이 위험에 처했을 때, 백마 탄 기사처럼 짜잔 하고 멋지게 등장하려고 했다고?”


비비앙도 자신이 왜 이렇게 한 인간에게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다른 마녀들이 봤으면 비웃을 일이었다.

그를 보고 있으면 감정이 제 마음대로 제어가 되지 않았다.


‘당신은 내 거니까.’


그녀는 흉터가 난 목을 쓰다듬었다.

언뜻 눈동자에 광기와 삐뚤어진 애정이 엿보였다.


“걸리적거리면 버리고 갈 거다.”

“쿡쿡. 그래. 그래서 다음 목적지는 어디야, 달링?”


라이언이 하늘을 올려 보았다.

우수수 쏟아지던 비가 그치기 시작했다.

한 줄기 빛이 먹구름 사이를 가로지른다.


“발이 닿는 대로.”


그들이 떠나가고,

반파된 현장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아아···”


기적을 경험한 사람들은 경외심 가득한 얼굴로 사라지는 뒷모습을 황망히 지켜봤다.


**


“참혹하군.”


제2 기사단장 율리우스는 침음을 흘렸다.

기나긴 역사를 자랑하던 콜로세움이 무너져 있었다.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벽 조각과 돌 부스러기들이 흔적만 알려줄 뿐이었다.


“도대체 여기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거냐.”


율리우스는 콜로세움이었을 무너진 벽 한쪽을 쓰다듬었다.

벽은 손이 닿자마자 먼지가 되어 바람과 함께 흩날렸다.


“단장님!”

“그래. 조사는 어떻게 되었지?”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진상 파악에 나섰다.

기사의 보고를 들은 율리우스가 눈썹을 움찔거렸다.


“마녀라고?”

“예! 마녀가 괴물을 풀어 사람들을 학살했다고 합니다!”

“이 개 같은 년들이···”


율리우스는 분노를 머금은 체, 이를 갈았다.

마녀가 콜로세움에 침입했다.

경계가 뚫린 것도 질책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마녀의 손에 의해 제국민들까지 죽어 나갔다.

보통 사건이 아니었다.

이건 마녀가 제국을 우습게 본다는 증거였다.


“마녀의 행방은?”


율리우스는 애써 화를 가라앉히고 나지막하게 물었다,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제국의 피해가 더 커지기 전에 한시라도 빨리 마녀를 쫓아야 했다.


“그, 그것이···”

“음?”

“죽었다고 합니다.”

“뭐라?”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율리우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괴물을 풀어 인간들을 학살하고 콜로세움을 잿더미로 만든 마녀가 죽었다고?

보고를 올린 기사가 다급히 말을 덧붙였다.


“저도 믿기지 않지만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율리우스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단체로 마녀의 최면에 걸리기라도 한 것일까.

이 가설이 더 믿음직스러웠다.

마녀가 어떤 존재인가.

죽여도 죽을 것 같지 않은 존재가 바로 마녀였다.


“그들을 데려와라. 내가 직접 진상 파악에 나서겠다.”


기사들은 분주하게 움직여 생존자들을 데려왔다.

그들의 몰골은 처참했다.

얼굴은 초췌했고, 눈동자는 거뭇거뭇 죽어 있었다.

사람들은 휘황찬란한 은빛 갑옷을 두른 기사들에게 둘러싸여 잔뜩 몸을 움츠렸다.


“마녀가 죽었다는 게 사실인가?”

“사, 사실입니다.”

“당신은?”

“콜로세움을 관리하던 하급 관리인입니다.”

“여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라.”


지목을 받은 남자가 더듬더듬 입을 열었다.


“지금 나에게 거짓말을 고하는 거냐?”

“지, 진짜입니다! 어찌 기사님 앞에서 거짓말을 고하겠습니까!”


다른 사람들이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북부 대륙의 야만인이 오니를 이겼다고?”

“괴물은 아무래도 만티코어 같은데···”

“만티코어는 백 년 전에 토벌되지 않았나?”


이야기를 듣던 기사들이 술렁거렸다.


“네 말을 정리해보도록 하지. 야만인 전사가 오니와의 결투에서 승리하고, 그것도 모자라 마녀와 만티코어까지 처치했다고?”

“정말입니다. 기사님!”

“그 자는 인간이 아닙니다!”

“하늘에서 번개를 부렸다고요! 인간이 어찌 자연을 다룹니까?”

“번개가 용의 형상을 하더니 괴물과 마녀를 집어삼켰습니다!”


사람들은 그때를 떠올리는지 눈동자에는 경외감과 공포감으로 가득했다.

율리우스는 골치가 아팠다.

제국에 뭐라고 보고해야 될지 난감할 정도였다.


“그 야만인의 이름은···?”

“이름은 모르지만 자기를 바이킹족의 전사라고 칭했습니다.”

“바이킹족?”

“예.”


처음 들어보는 종족이었다.

율리우스는 제국에 돌아가면 한번 알아보기로 마음먹었다.


바이킹이라는 종족이 온 대륙에 퍼지기 시작한 날이었다.


**


어둠이 가득한 지하 신전.

뱀의 형상을 한 석상 앞에 기도를 드리는 무리들이 있었다.

석상은 사악하고 음산한 분위기를 내뿜었다.

그들은 검은색 로브를 뒤집어쓰고 있었는데 음침하기 짝이 없었다.


신전은 태양 밑에 짓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믿는 신은 세상에 인정받지 못했다.

신성 교단의 눈을 피해 의식을 치르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다.


“신이 우리와 함께 하리라.”


맨 선두에 선 이가 기도문을 끝까지 읽자 석상이 눈을 번쩍였다.

석상은 붉은 눈동자를 뒤룩뒤룩 굴렀다.


“사, 살려주세요···”

“죽고 싶지 않아!”


괴상한 문양이 그려진 원 위에 제물로 선정된 이들이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납치를 당한 자도 있었고 제물로 팔려온 이도 있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들의 말로는 비참하다는 것이었다.


“태초의 뱀이시여! 미천한 종이 당신께 제물을 올립니다. 우리를 굽여 살피어 주소서!”


석상이 비릿하게 웃었다.

그리고 큰 입을 벌려 제물로 바쳐진 이들을 집어삼켰다.


“꺄아악!”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도들은 더욱 고개를 조아린 체, 신의 만찬이 끝나길 기다렸다.


-이번에는 제물이 적군.

“용서하소서. 다음에는 더 많은 제물을 바치겠나이다.

-아직 부족하다. 더욱더 헌납해라. 더. 더. 더!

“걱정 마시길.”


신을 부활시키려면 더욱 많을 제물이 필요하다.


-나의 종들아. 느껴진다. 부활의 때가 멀지 않았다.

“오오!”

-내가 부활에 성공한다면 너희에게 세상의 절반을 주겠다.

“미천한 종들은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들을 대표하는 주교 카이스가 고개를 숙였다.

그들의 정체는 바로 암흑 제단이었다.

빛이 있으면 어둠도 존재하는 법.

그들이 믿는 신은 신성 교단의 성자에게 봉인되어 부활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나의 종아. 너에게 더 큰 힘을 선사하마. 더욱 많은 제물을 바쳐라.


석상의 몸에서 검은색 연기가 흘러나왔다.

연기는 카이스의 몸으로 빨려 들어갔다.


“오오! 신이시여!”


카이스는 흘러 넘치는 힘에 희열을 느꼈다.


-내가 너희들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는 걸 명심해라.

“모두 신님의 뜻대로···”


석상이 스르륵 눈을 감았다.

장내가 조용해지자 신도들이 고개를 들었다.

소름 끼치는 적막 속에서 카이스 교주가 한 사제를 불렀다.


“파이스 사제.”

“네. 카이스 교주님.”

“호루스 상단은 어떻게 했지?”

“이 세상에서 말끔히 지워버렸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외적으로는 상단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호루스 상단은 암흑 교단이 비밀리에 운영하는 단체였다.

상단의 책임자로 맥켈란을 앉힌 뒤, 남들의 눈을 속이고 의식을 치르기 위해 제물들을 공급받았었다.


“몇몇 의심하는 세력이 있었지만 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조치했습니다.”


그런데 맥켈란이 죽고,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려는 자들이 생겨나자 암흑 교단은 어쩔 수 없이 호루스 상단을 지워버렸다.


“처리는 확실히 했겠지?”

“물론입니다.”


지금도 신성 교단이 눈에 불을 켜고 주시하고 있는 상황.

꼬리가 밟혀서는 안되었다.

아직은 몸을 웅크려야 할 때.


“맥켈란을 죽인 원흉은 찾았나.”

“그, 그건···”


파이스 사제가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상단을 책임지던 맥켈란이 죽었다.

재물들을 원활하게 수급할 수 있던 공급책이 끊긴 것이다.

하마터면 신성한 의식을 치르지 못해 신의 노여움을 살 뻔했다.


“원흉을 찾지 못했다라.”

“조금만 더 시간을 주신다면···”

“자네는 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것 같군.”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파이스 사제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카이스 교주는 신도들의 실수를 절대 용납하지 않는 피도 눈물로 없는 작자였다.


“내가 자네를 얼마나 아끼는 줄 알고 있겠지. 실망시키지 마시오.”

“예. 교주님!”

“믿겠소. 모든 건 신의 뜻대로···”

“모든 건 신의 뜻대로···”


또 다른 폭풍이 불어오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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