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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P9
작품등록일 :
2019.07.2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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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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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8.2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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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41화

DUMMY

라이언은 가슴에 꽂힌 검을 쑥하고 뽑아냈다.

피가 검면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냥 버리기에는 아까워서 챙겨 가기로 결정했다.

묵철로 만든 검이다.

도끼를 주로 애용하지만 검을 못 쓰는 것도 아니었다.

대장장이에게 부탁해 검을 통째로 녹여 도끼로 만들어도 되는 일이었다.


“펠리컨님!”


아, 그러고 보니 살아남은 놈들이 있었지.

라이언이 기사들을 바라봤다.

눈이 마주친 기사가 다리가 풀렸는지 털썩하고 주저앉았다.

보랏빛으로 질린 낯짝이 참으로 볼만했다.

또 다른 놈은 승산이 없다는 걸 느꼈는지 꽁지 빠지게 도망을 치고 있었다.

기사도를 중시하는 기사가 적을 앞에 두고 도망이라.

기사 실격이군.

라이언은 점점 멀어지는 등을 향해 손도끼를 던졌다.


파각-


가볍게 던진 손도끼는 투구를 뚫고 뒷머리를 가격했다.

놈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질렀다.

신형이 고꾸라지는 모습을 확인한 라이언이 쓰러진 기사에게 발걸음을 옮겼다.


“사, 살려주세요.”


기사는 생각보다 젊은 청년이었다.

푸른 눈동자가 공포로 가득했다.

무릎까지 꿇어가며 용서를 빌었다.

낯익은 얼굴이다.

아. 그렇군.

오늘 낮에 하람을 구타한 기사였다.

그는 폭력을 휘두르면서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놈들은 미리 싹을 제거해야 한다.

라이언은 담담한 얼굴로 놈의 목에 칼을 그었다.


“그으윽.”


피거품을 물며 발버둥 치던 몸이 이윽고 축하고 늘어졌다.

코끝을 타고 비릿한 혈향이 맡아졌다.

라이언은 익숙하다는 듯이 저만치 떨어진 시체에게 다가가 등에 꽂힌 도끼를 수거했다.

그때까지 병풍처럼 서 있던 하람이 물었다.


“당신은 정말 누구십니까?”

“알 거 없소, 그저 평범한 용병일 뿐.”


용병이라.

하람은 믿을 수 없었다.

평범한 용병이 다수의 기사를 상대로 승리한다?

그건 고블린 한 마리가 오크 무리를 상대로 살아남았다고 얘기하는 것과 같았다.

그는 라이언이 정체를 숨기려고 거짓말한다고 착각했다.


“감사합니다. 절대 이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하람은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그 덕분에 위험에 처한 여인을 구할 수가 있었다.

라이언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우, 우리도 구해주시오!”

“살려주세요!”

“노예로 팔려가고 싶지 않아요!”


사방에서 애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람은 ‘아!’하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마차 안에서 들리는 소리들이었다.

노예로 잡힌 이들이 철창을 두드리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람과 페리는 열쇠를 찾아 철창을 열기 시작했다.


“살았다.”

“흐흑!”

“정말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람들은 기쁨의 눈물까지 흘려가며 자유를 만끽했다.

그때, 숲속에서 불빛이 점점 다가왔다.


“젠장. 드디어 탈출한 노예들을 다 잡았··· 응?”


막사로 돌아온 용병들은 풀려난 사람들을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사람들이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용병들을 노려봤다.


“왜 노예들이 밖에 나와있지?”


사태 파악이 덜 된 용병들이 수군거렸다.

라이언은 어깨를 풀었다.

아직 죽여야 할 놈들이 많았다.


**


용병들을 처리하는 일은 기사들을 상대하는 것보다 훨씬 쉬웠다.

눈치가 빠른 몇몇 용병들이 사태를 짐작하고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무기를 집어 든 사람들이 용병들을 에워싼 덕분에 손쉽게 놈들을 처리할 수 있었다.

살려 달라고 비는 놈도 있었고, 기회를 틈타 기습을 하는 놈도 있었다.

라이언은 똑같이 철퇴를 내려줬다.


“크헉!”


마지막 놈을 처리하자 여기저기서 만세를 불렀다.

이제 정말 자유의 몸이 된 셈이다.

그들은 하람과 페리에게 연신 허리를 숙였다.


“아닙니다. 저희들이 다 풀려날 수 있었던 건, 이 분 덕분입니다.”


하람은 손사래를 치면서 옆을 힐끔거렸다.

그러자 사람들의 시선이 라이언에게 향했다.

남녀노소 할 거 없이 손을 맞잡으며 호의를 보냈다.


“벌 거 아니오.”


라이언은 부담스러운 눈빛들을 마주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이곳에서 더 이상 볼일은 없었다.

라이언은 등을 돌려 어둠 속으로 사라지려고 할 때였다.

하람이 다급히 붙잡았다.


“잠깐. 어디 가십니까?”

“서부 제국.”

“그곳에는 무슨 볼일로 가시는 겁니까?”

“내가 굳이 말해줄 이유는 없을 텐데.”

“아, 제가 도와줄 일이라도 있을까 봐···”

“도움은 무슨.”


라이언은 피식하고 웃었다.

하람은 멀어져 가는 등을 보며 양손을 모아 소리를 질렀다.


“만약 시간이 난다면 하탄으로 한 번 찾아오십시오! 제가 크게 한 번 대접하겠습니다!”


라이언은 손을 휘젓는 것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만약 저분이 없었다면 나와 페리는 평생 암담한 생활을 보내왔겠지.’


노예가 당하는 처우는 가축과 비슷하다.

상상하기도 끔찍할 만큼.

라이언은 지옥에서 구해준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심지어 보답을 바라지도 않았다.


‘저희를 구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하람은 진심을 다해 절을 올렸다.

밤하늘에 달린 별 하나가 반짝였다.


**


“와아아!”


관중들이 환호했다.

사내는 어두컴컴한 입구를 빠져나와 밝은 태양을 반겼다.

태양은 뜨겁게 불타올랐다.

지면이 이글거린다.

전신을 갑옷으로 무장한 사내가 두 손을 하늘 높이 번쩍 들어올렸다.

함성 소리가 더 커졌다.


“파울! 파울! 파울!”


사내의 입가에 만족이 서렸다.

자신의 이름이 불릴 때면 짜릿한 희열감이 찾아왔다.

이곳은 콜로세움.

이긴 자는 명성과 부를 얻고, 진 자는 한 줌의 이슬이 되어 사라진다.

수많은 투사가 땅밑에 뼈를 묻었다.

콜로세움 안에서는 살인이 합법이었다.

혈투가 난무하는 작은 세상 속에서 그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순간의 짜릿한 쾌감을 못 끊고 계속해서 참가했다.


“내 상대는 누구인가!”


파울이 2미터가 넘는 체구를 움직이며 매의 눈으로 전장을 살폈다.

눈동자에 살기가 일렁거렸다.


쿵- 쿵-


바닥에 발자국이 찍혔다.

큼직한 덩치만큼 걸음걸이도 시원시원하다.

거대한 망치가 그 뒤를 따랐다.

땅과 마찰하여 쇠를 긁는 소리를 냈다.


드르르륵-


망치가 지나간 자리에는 뱀이 기어간 듯한 자국만이 남아있다.

사방은 뻥 뚫려 있을 정도로 훤했다.

적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오호!”


파울은 콜로세움에서 잘 나가는 투사다.

작은 거인.

그게 파울의 또 다른 이명이었다.

덩치가 비대하니 힘도 어마어마한 장사였다.

거대한 망치를 몇 번 휘둘러주니 상대는 납작한 개구리가 되었다.

그는 뼈가 낙엽처럼 바스러지는 소리가 좋았다.

특히 두개골이 깨부수는 걸 선호했다.

두개골이 울리는 소리는 차원이 남달랐다.

그 소리를 듣기 위해 콜로세움의 투사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뼈가 짜부라져 내는 소리를 곱씹으며, 손끝을 타고 전해지는 손맛을 느꼈다.

상상 이상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지금까지 상대했던 적들은 형편없는 놈들이 대부분이었다.

비리비리한 몸매와 바들바들 떨리는 눈동자.

한마디로 사냥하는 맛이 없었다.


“네놈이 내 사냥감인가?”


작은 거인은 반색한 얼굴로 사냥감을 훑었다.

최상급 사냥감이다.

놈은 갑옷 사이로 숨길 수 없는 탄탄한 근육을 자랑했다.

덩치나 키도 그만큼은 아니었지만 굉장하다.


‘음?’


자세히 보니 파울이 입고 있는 갑옷과는 달랐다.

철덩어리로 이루어진 갑옷이 아니라 체인 갑옷이었다.


‘야만인인가?’


자원이 부족한 북부 대륙의 야만족들이 가죽과 사슬을 덧대 만든다고 들었다.

철제 갑옷보다는 가볍지만 내구성은 상당히 약하다.

이런 걸 자신감 있게 걸쳐 입는 놈들은 야만족 말고 없었다.


‘상관없나.’


철제 갑옷이든 체인 갑옷이든 상관없었다.

어차피 파울의 망치 한 방이면 찌그러질 운명이다.

파울은 눈가를 좁혔다.

태양에 거세게 내리쬐어 상대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흥분되는군.’


파울은 사나운 미소를 머금었다.

북부 대륙의 야만인이라면 한 솜씨 할 게 분명한 탓이었다.

무거운 갑옷 때문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땀이 콧잔등을 타고 흘러내려와 입술을 적셨다.

입술을 핥자 짭조름한 맛이 났다.

놈의 머리통에서 무슨 소리가 날까?

그는 자신이 패배할 거라고 예상하지 않았다.


놈을 면밀히 관찰하며 무장을 살폈다.

허리춤에 걸린 손도끼 한 자루와 오른손에 든 검.

검은 검은색으로 빛이 났다.

한눈에 묵철인 걸 알아본 파울의 눈이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저건 내 거야.’


파울이 다가오는데도 상대는 꿈쩍하지 않았다.

겁을 먹었나?

그렇다면 실망이었다.


“단숨에 머리통을 부서 주마!”


파울은 괴성과 함께 두 손으로 망치를 높이 들어올렸다.

지척까지 다가가자 상대가 몸을 움직였다.

정확히는 오른손을.

거대한 망치가 떨어지는데도 피할 생각을 하지 않는 움직임이다.

한 손으로 막을 수 있다고 느끼는 것일까?


‘어리석은 놈.’


파울은 속으로 비웃었다.

망치가 상대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파울은 한쪽 팔과 함께 대갈통을 부수는 걸 상상했다.

생각만 해도 즐거웠다.


카앙!


파울이 기대한 것과는 달리 철들이 마찰을 일으키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파울은 미간을 꿈틀거렸다.

상대가 자신의 망치를 검으로 막았다.

그것도 한 손으로.


“어떻게?”


완전히 예상을 벗어난 결과였다.

라이언이 움직였다.


“목이 아프군.”


놈을 올려다보고 있으니 목이 아팠다.

망치를 밀어내고 검을 들어올렸다.

태양빛을 받아 검신이 반짝였다.

그대로 벼락처럼 떨어뜨리자 파울이 황급히 방어자세를 취했다.


카아앙!


“크으윽!”


아까와는 다른 상황이 벌여졌다.

내려친 검을 막은 망치의 팔이 애처롭게 떨려왔다.

파울은 작은 거인이라는 이명과 안 어울리게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었다.

순식간에 눈높이가 같아졌다.


“목이 아팠었는데 잘 됐군.”


파울은 라이언의 얼굴을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남자답게 생긴 외모였다.

탁한 갈색 눈동자와 마주치니 전신에 오한이 들었다.

위험하다.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라이언이 갑옷을 두른 가슴팍을 걷어찼다.

파울의 몸이 뒤로 굴렀다.

덩치가 땅바닥을 구르자 먼지가 자욱했다.


“이런, 시발!”


파울은 분노에 휩싸였다.

사냥감에게 겁을 먹은 탓이었다.

자신은 사냥하는 사람이지 사냥 당하는 자가 아니었다.

망치로 균형을 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먼지로 만들어진 안개 너머로 그림자가 보였다.

그림자가 살짝 일렁거렸다.

파울은 수상한 낌새를 느끼지 못하고 그림자를 향해 다시 한번 달려들었다.


파각!


파울은 머리를 뒤흔드는 충격에 몸을 멈춰 세웠다.

바닥으로 핏방울이 떨어졌다.

그는 손을 들어올려 투구를 깨부수고 날아온 형체를 살폈다.

손도끼였다.

그제서야 상대의 허리춤에 걸린 손도끼를 떠올렸다.


쿠웅!


육중한 몸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라이언은 안개를 뚫고 손도끼를 챙겼다.


“승자는 라이언입니다!”


콜로세움에 환호성이 터졌다.

라이언은 시큰둥하게 나왔던 통로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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