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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바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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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MP9
작품등록일 :
2019.07.2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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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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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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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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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6
글자수 :
339,072

작성
19.09.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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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56화

DUMMY

“키이익!”


고블린들은 낯선 불청객의 등장에 환호했다.

어린 소녀는 굶주린 배속을 채우기에는 간에 기별도 안 간다.

하지만 새로 나타난 놈은 덩치가 커서 매우 먹음직스러웠다.


동료가 단칼에 반으로 갈라졌다.

낮이었다면 힘의 격차를 깨닫고,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성을 잃은 고블린들은 밤의 마력에 취해 자신감이 흘러넘쳤다.


“얼씨구.”


놈들이 도망가지 않자 라이언이 소녀를 등 뒤로 숨겼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 금방 끝나니까.”


라이언이 놈들을 응시했다.

붉은 눈동자가 흉흉한 기세로 번들거리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자기가 포식자라고 과시하는 듯이 몸을 부푼다.

그래봐야 신체가 라이언의 허리에도 못 미치는 놈들.

그가 무서워할 리 만무했다.


“키악!”


고블린 한 마리가 하늘 높이 뛰어오르며 허공을 부유했다.

손에 들린 단검이 라이언의 목을 노렸다.

동료의 용기 넘치는 작태에 주변에 있던 고블린들이 열광하며 마구 소리를 질렀다.

꽥꽥 거리는 소리가 듣기 거북했다.


“지랄을 하네.”


쉬익-


라이언은 고개를 살짝 옆으로 젖혀 단검을 피해냈다.

목 옆에서 서늘한 바람 소리가 스쳐 지나갔다.

놈과 눈이 마주친 그가 무릎을 들어 올렸다.


“케핵!”


놈의 몸이 기역 자로 꺾였다.

라이언은 호흡곤란을 일으키는 고블린의 복부를 걷어찼다.

지상으로 떨어지던 놈이 다시 날아올랐다.


고블린들은 옆으로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동료를 보며 입을 다물었다.

동료가 나무에 처박혀 혀를 빼문 체 죽어 있었다.

복부가 터졌는지 안에 내장들이 흘러나왔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제 좀 조용하군.”


라이언은 땅에 떨어진 단검을 주워들었다.

날이 바짝 서 있는 걸 보면 지나치게 관리가 잘 되어 있다.

다른 놈들도 마찬가지였다.

하나같이 무기가 번쩍번쩍하다.

요즘 고블린들은 무기도 직접 관리하나?

그 정도 수준의 지능을 지닐 몬스터가 아니었다.

상태를 보면 최근에 관리한 흔적이 엿보인다.


그럼 둘 중 하나지.

놈들이 최근에 인간들을 습격했거나.


‘아니면 마을에서 훔쳤거나.’


이 넓은 삼림 근처에 마을이 있는 게 분명했다.

라이언은 소녀를 힐끔거렸다.


‘아니면 둘 다 일 수도 있겠지.’


소녀는 몸을 지킬 무기가 없었다.


“잘 갖고 있어라.”


고개를 떨군 소녀가 반응했다.


“만약 눈앞에 고블린이 있으면 눈을 찔러버려. 뭐 그럴 일은 없겠지만.”

“아.”


소녀가 멍한 눈동자로 단검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미지근한 반응에 라이언이 살기를 담아 쏘아붙였다.


“꼬마야, 죽고 싶냐?”

“!!!”

“정신 똑바로 차려. 알겠지?”

“네, 네···”


소녀가 두 손으로 단검을 꼭 쥐었다.

살고자 하는 자의 눈빛이다.

좋아. 마음에 드는군.

라이언은 허리춤에 걸린 손도끼를 꺼냈다.


고블린들은 동료의 죽음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적이 만만치 않다는 걸 느꼈는지 쉽게 들어오지 않았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러다 날 새겠다! 겁쟁이 새끼들아!”


라이언이 함성을 질렀다.

놈들이 몸을 움찔거렸다.


파각!


라이언은 순식간에 정면으로 이동해 목을 잘라냈다.

목이 있던 자리에서 피분수가 솟구쳐 나온다.


“키야악!”


정신을 차린 몇 놈이 라이언에게 달라붙었다.

그는 옆으로 비집고 들어오는 놈의 멱살을 잡아 앞으로 집어던졌다.

고블린 두 마리가 동료의 무게를 못 이기고 나뒹굴었다.

라이언은 엎어진 놈들에게 다가가 손도끼를 휘둘렀다.

옹기종기 뭉친 놈들의 허리가 공평하게 잘려 나간다.


“키에엑!”


또 다른 놈이 옆에서 다리를 노렸다.

노리려면 허리를 노려야지.

다리를 노려봐야 치명상이라도 입겠냐.

뭐, 움직임을 저하시키는 게 목적이라면 그것도 한 방법이긴 하지.

그는 몬스터에게 훈수를 두며 손도끼를 밑으로 내려 들어오는 공격을 막았다.

오호?


챙!


손도끼와 손도끼가 부딪혔다.


“너 좋은 걸 가지고 있네?”

“끼이이···!”


놈의 손에 들린 손도끼가 사정없이 부들거렸다.

아무리 힘을 줘봐도 손도끼가 라이언의 다리를 파고들지 못하는 탓이었다.


“그거 나 줘라.”


라이언의 반대편 손이 흐릿하게 사라졌다.

고블린은 가벼워진 제 양손을 보며 눈동자를 뒤룩뒤룩 걸렸다.

자신이 무기를 떨어뜨렸나 하고 땅바닥을 살폈다.


“이거 말이냐?”

“키엑?”


고개를 들자 그곳에 자신의 무기가 있었다.

찾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손도끼가 적의 손에 들려 있자 낯빛이 희게 질리는 고블린.

재빨리 거리를 벌리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퍼걱!


손도끼가 장작 패듯 밑으로 내려쳤다.

놈은 떨어지는 손도끼에 정확히 반으로 갈라졌다.

갈라지면서 붉은색 혈선이 걸쭉하게 늘어졌다.

시체가 양옆으로 벌어지자 혈선은 끊어져 바닥으로 피가 쏟아 내렸다.


“쓸만하군.”


라이언은 착착 감기는 손맛에 흡족했다.

손도끼 날도 잘 벼려져 있다.


“이건 내가 잘 쓰도록 하지.”


죽은 놈에게는 더 이상 필요 없는 무기였다.

라이언은 양손에 손도끼를 하나씩 쥐고 마구잡이로 움직였다.

휘두르고, 찍어버리고, 깨부쉈다.

고블린들은 압도적인 힘 앞에서 무력하게 쓸려 나갔다.

대항하던 놈들은 무기와 함께 두 동강이 나버렸다.


후웅- 후웅!


손도끼가 궤적을 그리고 지나간 자리에는 바람이 뒤따랐다.

바람이 스쳐 지나갈 때마다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크하하하!”


한 주먹 거리도 안되는 놈들.

변수는 없었다.

라이언은 고블린들을 학살했다.

얼굴과 손에 놈들의 피가 튀었다.

비명 소리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잘려 나가는 고블린의 신체.

괜한 힘을 쓸 필요도 없었다.

귓가에 잉잉거리는 날파리를 내쫓는 듯, 손도끼가 휘둘러진다.


“키릭?”


운 좋게 도끼를 피한 고블린이 살아남은 동료들을 찾았다.


“뭘 그렇게 두리번거려?”


있을 리가.

모두 사이좋게 황천길로 보내줬으니까.

고블린의 눈동자에 서서히 공포가 자리 잡았다.

놈은 이제 포식자가 아니었다.

진정한 포식자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어랍쇼?’


라이언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부리나케 줄행랑치는 고블린의 등을 지켜봤다.

눈에 광기를 머금고 덤벼들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무기까지 내팽개치고 도망가는 놈들의 말로야 뻔했다.


라이언의 어깨가 두어 번 원을 그렸다.

놈은 어둠 속으로 몸을 숨기기 바로 직전이었다.

그렇게는 안 되지.

누가 살려준다고 약속이라도 했나?

덤빌 때는 언제고 도망치는 것까지 아주 자기들 마음대로다.


“흐읍!”


원심력이 더해진 손도끼가 일직선으로 뻗어 나갔다.


콰득!


짧은 비명소리.

고블린이 손도끼와 함께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라이언은 놈이 죽었다는 걸 확신했다.

놈의 머리통이 터져 나가는 걸 두 눈으로 정확히 목격했다.

만약 뒤를 확인할 여유가 있었다면 놈은 살았을 지도 모르지.


‘그럼 살 확률은 올라갔을 텐데 말이야.’


어둠 속에서 놈을 찾는 것은 쉬운 게 아니니까.

라이언이 손을 뻗자 손도끼가 부메랑처럼 돌아왔다.

언제 봐도 편리한 능력이었다.

직접 손도끼를 찾으러 갈 수고를 덜었으니 말이다.


“대충 끝났군.”


별거 아닌 놈들이었다.

눈을 시뻘겋게 뜨고 달려들길래 뭔가 있는 줄 알았더니 착각이었다.

밤의 마력을 받은 몬스터는 강해지지만, 고블린이 강해봐야 얼마나 강해지겠는가.

강해졌더라도 라이언의 손에 썰려 나갔을 것이다.

그는 손을 탈탈 털어 손도끼들을 옆구리에 꽂아 넣었다.

여기저기 고블린들의 토막 난 시체가 굴러다녔다.


‘그러고 보니 나 혼자 있는 게 아니지.’


소녀는 바이킹 족이 아니었다.

바이킹 족이라면 죽은 시체들을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구경했을 터.

이 참혹한 광경에 발작을 일으킬지도 몰랐다.

그는 소녀를 찾아 아까 홀로 남겨진 고블린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흐, 흐끕! 주, 죽어!”

“키에엑!”


괜한 걱정이었다.

소녀는 고블린의 몸에 단검을 꽂아 넣고 있었다.


“나쁜 녀석들! 너희들이 우리 부모님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던 고블린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체, 소녀의 분노를 감당해야 했다.

고블린이 반응을 안 하자 그제서야 소녀가 손에 들린 단검을 떨어뜨렸다.

라이언은 소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느껴지는 인기척에 안젤리카가 머리를 들었다.


“히, 히끕.”


라이언과 눈빛이 마주친 안젤리카는 몸이 바짝 굳는 경험을 맛보게 되었다.

야성미 넘치는 눈빛이었다.

갈색 눈동자는 짐승의 그것과 비슷해서 저절로 몸을 긴장시키게 만들었다.

북부 대륙의 야만인들의 눈빛이 이러했다.

안젤리카는 라이언의 거침없는 말투나 행동거지를 보며 야만인이라고 확신했다.

고블린들을 학살하면서 웃는 광경이 떠올라 신비성을 더한다.


“도, 도와주신 건 감사한데 저, 저는 맛이 없어요. 제, 제발 살려주세요.”


야만인들 중에는 사람까지 잡아먹는 자들도 있었다.

안젤리카는 그가 잡아먹을 것처럼 노려보자 그렇게 생각했다.

라이언은 그냥 쳐다보는 거에 불과했지만.


“뭔 소리야?”

“저 정말 맛없어요. 야만인 아저씨. 흑, 흐아아앙!”


기어코 안젤리카가 울음을 터뜨렸다.

라이언은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래도 무슨 오해가 있는 거 같은데.

그녀가 울음을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라이언은 난감했다.

어린아이를 어떤 식으로 달래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거친 바다를 모험하던 전사였지, 아이들과는 크게 어울리지 않았다.

상념에 빠져 얼굴을 굳히자 안젤리카가 목청이 터져 나가라 울었다.


“이건 또 무슨 일이래.”


기다리다 지쳐 라이언을 찾아 나선 비비앙이 눈앞의 광경을 보며 눈을 끔벅거렸다.

우는 아이 앞에 서서 도깨비 표정을 하고 있는 사내는 참으로 가관이었다.


**


비비앙은 라이언과 달리 아이를 다루는데 능숙했다.


“괜찮니. 아가?”

“이제 괜찮아요.”


라이언은 멀찍이 떨어져 나무에 등을 기댔다.

비비앙이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그래서 이름이 안젤리카라고? 예쁜 이름이네.”

“예쁜 언니는 이름이 뭐예요?”

“예쁜 언니? 혹시 나 말하는 거니?”

“네.”


비비앙의 광대가 승천할 지경으로 올라갔다.


“예쁜 언니는 무슨, 늙은 할망구지.”

“달링. 그거 나보고 들으라고 한 말이지?”


마녀가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째려보자 라이언은 어쩌라는 식으로 맞대응했다.


“내가 틀린 말 했나?”

“에휴. 당신은 여자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하네. 그러니 아이가 겁을 먹지.”

“내 탓이 아니다.”

“그래, 그래.”


비비앙은 바이킹 전사의 말을 한 귀로 흘러 넘겼다.


“내 이름은 비비앙이란다. 그리고 저 사람의 이름은 라이언이고.”

“···언니도 북부 대륙의 사람이에요?”

“응? 왜 그렇게 생각하니?”


안젤리카가 말없이 라이언을 지목했다.

그녀는 눈이 마주치자 얼른 비비앙의 뒤로 숨어버렸다.


“아하? 믿기지 않겠지만 저 사람은 북부 대륙의 사람이 아니란다. 물론 언니도 마찬가지고.”

“진짜로요?”

“그럼. 물론이지.”


안젤리카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 저 야만인 아저씨가 잡아먹을 줄 알고 무서웠어요. 야만인이 아니라니 다행이네요.”

“야만인 아저씨? 저 사람 말이야?”

“네. 북부 대륙의 야만인처럼 너무 험상궂게 생기셔서···”

“꺄하하하. 하긴. 달링이 그렇게 생기기는 했지.”


비비앙은 배꼽을 부여잡고 웃었다.

아주 좋아 죽는군.

라이언은 짧게 불만을 토로했다.


“혹시 이 근처에 마을이 있니?”

“네. 있어요.”

“정말? 혹시 괜찮다면 우리를 거기에 안내해 줄 수 있을까?”


안젤리카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무슨 일이 있나 보네.

눈치가 빠른 비비앙은 그렇게 어림짐작했다.


“사실은···”


안젤리카가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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