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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수 님의 서재입니다.

개천에서 난 히어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오존수
작품등록일 :
2018.08.30 19:41
최근연재일 :
2020.11.07 01:53
연재수 :
2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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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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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15
글자수 :
1,341,764

작성
19.02.20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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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미팅

DUMMY

"오빠~!"


몇 달 만에 만난 이아영은 이상혁의 품에 덥썩 안기다시피 했고, 이상혁은 이아영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우리 아영이, 못 본 사이에 많이 이뻐졌다?"


그러자 이아영은 새침하게 대답했다.


"흥~ 난 원래 이뻤다구~ 오빠만 인정을 하지 않았을 뿐이야."


"하하.. 알았어. 우리 이쁜 아영이. 인정."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고아원 식구들은 약간은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저건 대체 뭐냐? 원래 현실남매가 저래도 되는거야?"


"그러게. 내가 생각해도 저건 좀 이상해, 형."


정성원과 김현수가 어이없어하자 성하연이 핀잔을 주었다.


"으이그~ 남자들이란. 친남매가 친한게 뭐가 이상해?"


그러나 둘은 굴하지 않고 고개를 빳빳이 세운채 답했다.


"친남매니까."


성하연은 이들의 말에 한마디 하려다가 소용없겠다는 생각에 관두었다.


"몸 건강히 다녀왔다니 다행이구나. 아프가니스탄이 대단히 위험한 지역이라고 하던데 말이다."


"네. 보시다시피 건강합니다."


이상혁은 원장인 이영숙 여사의 말에 일부러 씩씩하게 대답했다. 사실 아프간보다는 다른 임무를 맡을 때가 더 위험하다는 것은 속으로만 삼키고 말이다.


이상혁은 적당히 고아원 식구들 그리고 지서희와 고형식 관장 등 도장 식구들에게도 오랜기간 다녀온 것에 대한 인사를 마쳤다.


그리고는 이들도 역시 이상혁이 한 번씩 휴가를 나올때마다 오버 트레이닝을 통한 근력강화를 시도하기로 했다. 자주는 아니지만 안하는 것보다는 나았고, 나중에 제대 후에 더 자주 해서 몸을 만들어주기로 생각했다.


하지만 당하는 이들의 생각은 고마움보다는 괴로움이 더 컸다.


"으악~ 상혁아 더 이상은 못하겠다 살려줘~"


정성원의 말에 눈도 깜짝하지 않는 이상혁.


"오빠아~ 흑흑.."


눈물까지 흘리며 그만하자는 이아영의 말도 무시해버리는 것이었다.


심상세계 덕분에 자신의 훈련강도가 제일 세다보니 다른 아이들의 말이 엄살로만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이상혁은 여전히 심상세계에서 밤마다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





"상혁아, 그러지말고 좀 도와주라~ 응?"


"아, 싫어.. 요즘같은 시절에 촌스럽게 미팅이 뭐냐?"


"아아아아아잉~~"


"아, 징그러! 알았어, 해줄게!"


대한과학대 동아리방에서는 이상혁을 향한 조민석의 끊임없는 구애가 펼쳐지고 있었다.


오랜만에 들른 이상혁에게 동아리 친구들은 단체미팅의 참석을 요청했고, 조민석의 끈질김에 결국 두 손 두 발 다 들고만 것이었다.


조민석처럼 징그럽게 굴지는 않았지만 박상식이나 정인준 모두 좋아하는 티가 났고, 그 옆에 앉아있던 김수경만이 한심해하고 있었다.


"야, 그렇게 미팅이 하고싶으면 니들끼리 가면 되었지 왜 꼭 이상혁을 끌어들이냐?"


김수경의 핀잔에 박상식이 나섰다.


"야, 수경아, 누군가 한 명은 정말 잘생긴 놈이 필요해. 그래야 걔 얼굴을 보아서라도 미팅이 바로 파토나지를 않거든. 우리중에 이상혁 말고 인물 되는 놈이 어디있냐?


김수경은 박상식의 대답에 딱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 내가 너희들의 마음을 인정한다. 이 자리에 신서연이 없기를 정말 다행이다."


"신서연? 신서연이 왜?"


박상식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묻자, 김수경은 답답해하며 한 마디만 했다.


"몰라도 돼."


"쳇.."


박상식은 김수경의 무시에 작게 툴툴거렸다.






**





"여긴가?"


이상혁은 미팅장소로 정해진 카페에 도착해 카페의 전경을 훑어보았다. 꽃을 주제로 한 카페인듯, 카페의 전체를 화단이 뒤덮고 있는 특이한 카페였다. 심지어 통유리로 된 창문 앞에도 작은 화분 여러개를 놓아 마치 카페가 꽃밭속에 있는듯한 느낌이 드는 카페였다.


"흠. 나름대로 신경써서 골랐군."


이상혁은 자신만의 감흥을 내뱉으며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상혁아! 여기!"


조민석이 이상혁을 알아보고 소리를 쳤다.


"얌마, 쪽팔리게 왜 소리를 지르고 그러냐?"


이상혁이 자리에 앉으며 틱틱거리자 조민석은 머리를 긁적이며 헤헤거렸다.


"아, 그러냐? 그건 생각 못했네. 헤헤.."


"그나저나 너희들 나름대로 신경 많이 썼다?"


이상혁의 눈에 들어온 세 명의 옷차림은 평소와는 달랐다. 다들 여자 만나러 온다고 어느 정도씩 신경을 쓰고 온 것이었다. 하지만 그래봐야 공부밖에 모르던 공부벌레들. 이들이 제대로 멋을 내고 왔을리가 없었다. 박상식이나 되니까 깔끔한 재킷이라도 하나 걸치고 왔지, 조민석이나 정인준은 옷차림의 컨셉을 이해할 수가 없는 수준이었다.


"그치? 멋지지?"


이상혁은 조민석이 신이나서 말하는 것을 들으며 한마디 했다.


"그래도 상식이가 좀 더 챙기지 그랬냐. 네들 딴에는 신경은 썼는데, 남들이 보기에는 엉망이야."


그러자 조민석의 표정이 금방 시무룩해졌고, 정인준도 입을 꽉 다문채 조용해졌다.


"야야, 됐어. 그런거 그만 신경쓰고 오늘 올 여자애들 한테나 신경써. 쓸데없는데 신경쓸만큼 수준낮은 애들 아니야. 무려 지성여대라고, 지성여대! 어차피 온거 확실하게 어필하고 가야지. 언제까지 솔로부대에 속해있을래?"


지성여자대학교. 대전권에서는 그 지성을 알아주는 여대로, 남자들에게 폐쇄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아직까지 남자의 입학을 허용하지는 않는 여자대학교였다. 덕분에 연애를 하고 싶어하는 여학생들이 근처의 다른 학교와 조인하여 미팅이나 소개팅을 많이 하는 편이었다.


박상식의 지성여대 발언에 정인준과 조민석의 분위기가 살짝 바뀌었으나 여전히 역부족으로 침울함을 벗어나지 못했다.


"힘내! 설마 이런식으로 아무것도 못 해보고 끝날건 아니지? 오늘이 그 기회야!"


이상혁은 자신이 망가뜨린 친구들의 기분을 살리기 위해 애를 썼으나 이것 역시 통하지 않았다. 덕분에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할 무렵 박상식의 전화기가 울렸다.


"어, 왔다."


박상식은 전화번호를 보고는 조용히 하라는 손짓을 하며 전화를 받았다.


"아, 네. 아~ 이쪽으로 오세요."


박상식은 카페 문 앞에 서있는 네 명의 여자들에게 손짓을 하며 반갑게 맞이 해주었고, 그녀들을 본 조민석과 정인준의 입이 귀에 걸렸다. 그만큼 여자들은 하나같이 괜찮았고, 그 중에 한 명은 머리에 염색을 했는지 검정색이면서도 푸른빛이 은은하게 들어가 있었고, 숏커트가 어울리는 오밀조밀한 이목구비의 소유자로 넷 중에서도 돋보이는 미모의 소유자였다.


이상혁은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해결되지 않던 분위기가, 여자들이 등장하자마자 풀리는 것을 보고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겼다. 만약 친구들의 소개팅 분위기를 망쳐놓았으면 어쩔뻔 했는가..







윤소희는 친구들의 성화에 못이겨 미팅 장소에 나왔지만 딱히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친구들도 한인물 하기는 하지만, 윤소희 정도 되면 수도없이 많은 남자들의 구애를 받기 마련이었다. 그 중에서 맘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몇 번 만나보고 아니다 싶으면 차버리면 되는데, 굳이 단체미팅 같은 것을 나갈 이유는 전혀 없었다. 오늘은 순전히 평소에 같이 지내는 친구들이 똑똑하다고 소문난 대한과학대의 학생들과 미팅을 해보고 싶다고 극구 부탁해서 나온 것이었다.


'이 지지배들이 하다하다 못해 이젠 공부쟁이들까지 만나려고 하네. 뭔 남자에 그렇게 관심이 많은지 원..'


호기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런 불편한 자리를 감수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애초에 미팅이라니. 유치하기 짝이 없었다. 윤소희에게 남자란 자신의 매력에 반해 이끌려온 것을 불쌍하게 여기어 만나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그렇게 나간 미팅장소에서 만난 남자들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자신들 같은 A급 여신들이 찾아왔는데도 불구하고 남자들은 옷차림부터 문제가 있었다. 그나마 봐줄 만하게 차려입은 것은 통통해보이는 남자 하나 뿐이고, 각진 얼굴의 소유자는 무슨 아저씨처럼 정장에 기지바지를 입고 나왔고, 얼굴에 여드름까지 있는 어려보이는 놈은 어린애한테 어른 옷을 입혀놓은 것처럼 무척이나 어색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쓸만해보이는 남자는 면티에 청바지를 입고 나와서는 심드렁한 표정을 짓고있을 뿐이었다. 반팔 아래로 보이는 다부진 근육과 잘생긴 얼굴이 눈에 들어오기는 했으나 그뿐이었다. 애초에 모든 곳에서 주인공이어야 직성이 풀리는 윤소희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정신없이 쳐다보는 다른 남자들보다 자신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잘생긴 남자 때문에 불쾌감이 치솟고 있었다.


"케이크라도 하나 더 시켜드릴까요?"


그나마 정상적으로 반응하던 통통한 체격의 남자가 또다시 먹을것을 권한다. 이놈은 무슨 먹지 못해 죽은 귀신이 들렸나. 아무리 관심의 표현이라지만 계속해서 뭘 먹으라고 한다. 이 몸매가 그렇게 쉽게 유지되는줄 아나..


"아뇨. 지금까지 먹은 것 만으로도 충분하네요. 감사해요."


통통한 남자, 박상식은 천상의 목소리로 느껴지는 윤소희의 대답에 그저 헤벌쭉 웃었다. 자신의 말에 저렇게 상냥하게 대답하다니. 신서연 이후로 처음으로 느끼는 흥분감이었다.


하지만 이상혁이 보기에는 예의를 지켰을 뿐 상당히 쌀쌀맞은 윤소희의 대답이었다.


'어이구, 이놈도 완전히 맛이 갔구만.'


"그럼 소희씨는 무엇을 좋아하세요?"


"공부해야죠."


이번에도 퍽이나 차가운 대답이었으나, 질문을 한 조민석은 그저 좋다고 헤벌레 하고있다.


'어잇, 친구들아. 너희들 정말 왜그래.'


이상혁은 모태솔로에 여자에 대한 면역이 전혀 없는 이들의 반응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 진중한 정인준마저 얼굴을 붉히며 윤소희를 보고있는 대목에서는 뒷골이 당길 정도였다.


'내가 이 놈들의 이런 모습을 어디서 봤더라...'


이상혁이 가만히 생각해보니 신서연을 처음 대면했을때 이런 모습들을 보여주었던 것이 생각났다. 신서연도 역시 윤소희와 종류는 다르지만 압도적인 미모의 소유자였고, 그 충격이 가실 때까지는 한동안 멍청한 모습들을 많이 보여주었던 친구들이었다.


'그래도 동아리에 여자가 없는 것도 아닌데 니들 정말 너무하는 것 아니더냐?'


이상혁은 실없는 생각을 하며 피식 웃다가 갑자기 디아나 생각이 났다.


'...'


이상혁이 반했던 디아나의 맑은 눈동자. 그리고 웃음. 조심스러운 몸짓 하나하나까지.. 첫사랑이라 할 수 있는 디아나를 잊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듯 싶었다.


'뭐지?'


윤소희는 친구들을 보며 미소를 짓다가 갑자기 슬픈 표정을 짓는 이상혁의 표정 변화를 보고 순간 묘한 기분을 느꼈다.


분명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유있는 이상혁의 모습이 괘씸했었다. 이런 작은 미팅 자리에서 자신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 남자라니.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상혁은 계속해서 윤소희에게 큰 관심을 주지 않았고, 덕분에 윤소희의 기분은 계속해서 바닥이었다. 그리고 윤소희는 관심없는 척 하며 지속적으로 이상혁의 반응을 지켜보고 있었다. 언제쯤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이상혁이 갑자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아니 단순히 슬프다는 말로는 표현되지 않는 그리움. 겉으로 드러내려 하지 않지만 숨기지 못하고 흘러나오는 아쉬움. 그런 것들이 적절하게 믹스되어서 윤소희의 모성을 건드렸고, 자신도 모르게 거기에 반응하는 것을 알지 못했다. 아니, 아무런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 감정에 빠져들었다는 것이 맞으리라. 모성애라는 감정은 윤소희에게도 무척이나 생소한 감정이었던 것이다. 그 낯선 감정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윤소희는 자신의 상태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부터 주 3회 연재 복귀합니다.

저에게 일용할 양식(댓글)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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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사고(2) 19.01.06 3,191 4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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