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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수 님의 서재입니다.

개천에서 난 히어로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오존수
작품등록일 :
2018.08.30 19:41
최근연재일 :
2020.11.07 01:53
연재수 :
25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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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169
추천수 :
9,415
글자수 :
1,341,764

작성
19.01.03 21:12
조회
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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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글자
12쪽

사고

DUMMY

이상혁은 현정범을 불러다 레이나 앞에 대령해주었다.


"대체 하고싶은 말이 뭔데?"


현정범이 귀찮다는 표정으로 묻자 레이나가 선망의 눈망울로 쳐다보며 말했다.


"미스터 현! 당신이 싸우는 모습에 반했어! 나랑 사귀어 줘! 믿기 어려울지 모르겠지만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 처음이야.."


이상혁은 레이나의 말에 다시 한 번 충격을 받았다. 레이나가 대놓고 좋아한다고 할 줄이야..


그러나 현정범은 커다란 폭탄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표정을 고수했다.


"네 말대로 못 믿겠어. 여기 이상혁이 너 업고 뛰어다니느라 고생했는데 왜 하필 나야?"


현정범의 말에 이상혁은 또다시 당황했다. 여기서 그 얘기가 왜 나오는가?


"아~ 그 넓은 등?"


레이나는 현정범의 말에 눈빛을 반짝이며 이상혁을 쳐다보았고, 이상혁은 괜시리 얼굴을 붉히며 레이나의 눈을 피했다.


"정말 고마워 상혁아."


레이나는 이상혁을 향해 진심을 담아 고맙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시 현정범을 보며 말했다.


"하지만 고마운건 고마운거고 내가 반한건 미스터 현이야. 정범 나의 사랑을 받아줘."


이 대목에서 다시금 허탈감을 느끼는 이상혁이었다. 그리고 현정범은 여전히 시크한 모습을 보였다.


"흠. 나는 여자랑 사귀네 마네 하며 질질 짜는 스타일이 아니야. 가지고 싶은 여자가 있으면 취하던가 말던가 하는 스타일이지. 그러니까 포기해."


하지만 레이나는 뭐에 콩깍지가 씌었는지 여전히 눈에 하트를 달고 말했다.


"어머~ 정말 멋지다~. 나를 이렇게 대해주는 사람은 처음이야. 좋아!"


이상혁은 레이나의 멘트에 무슨 막장 드라마를 쓰나 싶었다. 그리고 현정범은 그런 레이나의 모습에 기가 차다는 듯 혀를 차고서는 무시하며 돌아섰다. 덕분에 아직 힘이 없어서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레이나는 안타까운 한숨만을 쉬어야 했다.





**




그 날 이후 레이나는 대놓고 현정범에게 감정을 표했다.


"정범, 내가 잘할게~ 응? 우리 사귀자~"


"싫어."


현정범은 이제 계속해서 달라붙는 레이나가 귀찮은지 두글자 단어 외에는 답하는 법이 없었다.


이 사건은 바그람 공군기지 내에서도 명물이 되었다. 레이나가 워낙 대놓고 구애를 했기 때문에 모를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레이나는 정말로 사회적 위치같은건 상관없다는 식으로 적극적으로 대쉬를 했고, 항상 대차게 거절당했다.


그리고 그렇게 거절당하기만 하다가 결국 약속한 시간이 다 되어서 미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이곳은 위험지역이었기 때문에 레이나가 원한다고 마음껏 머물수 있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정범. 다음에 한국으로 찾아갈테니, 그 때까지 몸 건강히 기다려."


"오지마."


그러나 현정범은 마지막까지 매몰차게 대했고, 레이나는 슬픈 표정으로 돌아서야 했다. 그리고 바그람 공군기지의 모두는 레이나의 표정에 가슴을 부여잡고 애간장이 녹는다는 표현의 참뜻을 되새겨야만 했다.




**




- 부우우웅~


이상혁은 팀원 두 명과 SUV 를 타고 산맥을 구불구불 돌아 가로지르는 길을 지나가고 있었다. 장갑 험비는 승차감도 불편하기 때문에 이렇게 먼 길을 떠나 전투임무가 아닌 것을 수행할 때에는 일반 SUV를 타고 움직이고는 했다.


단순한 임무였지만 사람이 직접 해야하는 일인지라 산맥 너머 마을까지 다녀오는 중이었다.


'얼른 기지에 도착해서 시원한 맥주나 한 잔 마시고 침대에서 쉬고싶군.'


즐거운 상상을 하며 입꼬리를 말아올리던 상혁은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위협을 발견했으나, 발견한 이후에는 아무 소용이 없을 정도로 빠른 투사체, 총알이었다.


- 피피피피핑~


총알이 차량을 두들겨댔고, 운전을 하고있던 팀 동료가 당황하여 핸들을 강하게 꺾었다. 그리고 불행하게도 핸들이 옆으로 돌아가 측면으로 관성이 몰리는 상태에서 돌뿌리를 밟았고, 차량은 그 바람에 공중으로 튀어올랐다가 바닥에 떨어졌다.


- 쾅, 콰당, 콰광~


SUV가 바닥을 구르다가 나무를 들이받고 멈추었고, 상혁은 계속적인 충격에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애를 써야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주변의 동료들의 모습은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운전을 하던 팀원은 목이 꺾인채 절명했고, 조수석의 팀원은 총알이 관통했는지 가슴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일단 몸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손가락도 까딱거려 보고, 발가락도 꿈지럭거려 보았다. 천만다행하게도 여기저기 타격감은 있었지만 어디 한군데 완전히 고장난 곳은 없어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정상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아니었다. 차가 구를때 충격이 심했는지 몸에 힘이 잘 들어가질 않았다. 그리고 왼쪽 어깨가 심하게 부었는지 통증과 함께 움직임이 뻑뻑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자신의 몸상태를 확인한 상혁이 조금 더 자세히 주변 관찰을 하니 동공이 이미 풀린것이 조수석의 동료도 사망상태였다. 그리고 동료의 죽음에 슬퍼할 새도 없이 위험이 다가오고 있었다.


"살아있는 놈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조심해."


"설마.. 차가 이렇게 심하게 굴렀는데 살아있으면 그게 사람이야?"


공격자들이 자신들끼리 떠들면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이들의 말대로 이상혁이니까 살아남았지, 다른 동료들은 모두 버티지 못했다.


상혁은 어떻게든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지금은 차가 뒤집혀있기 때문에 상혁이 살아있다는 것을 적들이 몰랐다. 하지만 가까이 와서 보게되면 알 수 밖에 없다.


'죽은 척이라도 해볼까?'


어쩌면 전부 죽었다고 판단하고 그냥 갈지도 모른다.


"혹시 모르니까 확실하게 확인하고 불질러. 괜히 한 놈이라도 살아 돌아가면 골치 아프다고."


그러나 이상혁의 생각은 곧이어 들려온 한 적병의 말소리에 바로 취소해야만 했다. 이 놈들은 적당히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젠장.'


속으로 욕을 한바탕 퍼부은 이상혁은 최대한 적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하며 몸을 웅크렸다. 그리고 방향을 틀어 양발을 문쪽에 가져다 대고, 어깨를 의자에 기댄채 양팔을 들어 어깨넘어로 의자를 짚었다. 양손을 머리위로 밀며 발을 쭉 뻗으면 몸이 일직선으로 펴지며 힘을 줄 수 있는 자세였다. 그 후 그 자세로 응축된 힘을 모은채 적이 접근하기를 기다렸다.


"아, 정말, 이런 사고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게 누가 있다고.."


무척이나 불만이 많은지 투덜투덜 거리던 적병의 말소리가 차에 거의 근접했고, 이상혁의 긴장감은 배가되었다.


한 번에 성공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뒤를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포기할수는 없었다.


살아남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로 다시 한 번 다짐했다.


- 저벅, 저벅..


적병의 발걸음 소리가 계속해서 다가왔고, 이상혁은 숨을 죽이고 단 한 번의 타이밍을 기다렸다.


- 저벅, 저벅, 턱..


드디어 발소리가 멈추고 차창 밖으로 적병의 다리가 보였다. 그리고 적병이 뒤집힌 차 안의 상황을 살피기 위해 몸을 숙이는 것을 보고 마지막 타이밍을 쟀다.


차창 밖으로 적병의 얼굴이 나타났다. 적병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사망한 이상혁의 동료들을 살펴보다가 이상혁과 눈이 마주쳤다.


"무..!!"


적병은 너무 놀라서 소리를 치려 했으나 이상혁이 한 발 빨랐다.


- 콰앙~!


이상혁의 온몸이 쭉 펴지며 그대로 차 문을 밀어찼고, 차 문짝은 폭탄터지는 소리를 내며 튕겨나가 차 안을 살피던 적병을 곤죽을 만들어 버렸다.


그리고 힘을 주던 그대로 몸을 튕겨 차 밖으로 빠져나온 이상혁은 얼빠진 얼굴로 쳐다보는 적병들을 일별한 후 그대로 숲으로 뛰어들었다.


- 타타타탕~


정신을 차린 적병들이 쏜 눈 먼 총알이 이상혁의 다리를 관통했다.


"큭.."


상혁은 신음을 흘리며 고통을 참고 한쪽 다리를 절며 자리를 벗어나려 했다. 만약 몸 상태가 괜찮고 충분한 장비가 주어졌다면 게릴라전이라도 해보련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몸은 비명을 지르고 무기라고는 허리춤의 권총밖에 없었다.


적들이 쫓아오기 전에 더 달아나야 했다.


다리의 통증을 참으며 땅을 박차고 뛰었다. 총상을 입은 다리는 힘을 줄 때마다 울컥거리며 피를 토해냈고, 반대편 다리로 겨우 속력을 유지했으나 멀쩡한 두 다리로 뛰어오는 적병들의 손에서 벗어나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결국 적병들에게 따라잡힌 상혁은 막다른 곳에 몰려있었다. 적병들은 상혁의 상태를 알고나서 장난치듯이 한쪽 방향으로 몰았고, 이 상황을 빠져나갈 방법이 없었던 상혁은 적병들이 몰아가는대로 쫓겨서 절벽을 등지고 포위되어 버린 것이었다.


먹잇감을 몰아넣고 흉흉한 눈빛을 빛내는 적병들의 모습을 보던 상혁은 이들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느니 실낱같은 희망에 모험을 걸기로 하고는 뒤로 돌아 스스로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엇.."


상혁이 스스로 뛰어내릴 줄은 몰랐던 적병들은 잠시 당황하며 절벽으로 와서 밑을 보았으나, 흐르는 물이 삼켜버렸는지 상혁의 모습은 이미 보이질 않았다.


"가자. 그 상처를 입고 살기는 힘들거야."


"그러게. 그 상태로 살아나면 그게 사람이냐, 괴물이지."


이들은 그렇게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리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





바그람 공군기지에 비상이 걸렸다. 임무를 수행하고 돌아오던 한국군 세 명의 연락이 두절된 것이었다.


- 애애애애앵~


비상 사이렌 소리와 함께 병력이 소집되었고, 곧이어 대대적인 수색이 시작되었다. 아군의 실종사건이 간간이 벌어지기는 하고, 그 때마다 이런식으로 비상이 발령되어 수색에 나서는 것이 기본이었다. 다만, 시체라도 건지는 경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는데, 노력은 한 번 해본다는 부분이 더 컸다. 아프가니스탄의 전 지역을 완벽하게 장악하지 못하는 연합군의 한계였다.


이번 수색은 다행스럽게도 실종자들이 타고 나갔던 차량을 빠르게 찾아 그 실마리가 쉽게 풀리는 듯 했다. 하지만, 시체가 두 구만 있을뿐 이상혁의 존재를 어디에서도 확인하지 못한 채 수색이 종결되었다.


이상혁은 당분간 실종자 명단에 올라있다가, 한 달이 지나면 공식적으로 사망자 명단에 올릴 예정이었다.





**





바닥으로 침잠되었던 정신이 서서히 돌아오면서 본능적으로 눈을 떴다.


"..."


눈을 깜박거리며 인지 부조화를 되돌리기 위한 노력을 해보았다.


잠시 그러고 있자 흐릿하던 정신이 조금씩 맑아지며 시야가 또렷해졌다.


'여긴 어디일까?'


이상혁은 눈만 도록도록 굴리며 주변의 정보를 얻으려 노력했다. 주변에 어떤 위험이 있는지 알 수가 없으니 눈에 뜨이는 움직임은 최대한 자제해야 했다.


일단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천장이다. 언뜻 보아서는 흙으로 빚은 이곳 전통 방식의 천장이다.


'천장? 건물 안에 들어와있는 건가?'


이상혁은 잠시 생각하다가, 지금 상태로는 천장밖에 보이는 것이 없기에 기감을 살폈다.


기감에 잡히는 것은 벽 건너편에 한 명 빼고는 없었다.


상혁은 그제야 마음놓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 안에는 별로 갖춘 것이 없었다. 자신이 누워있는 이불을 빼고, 작은 농처럼 생긴 가구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어떤 사람이 살길래 이렇게 가진 것이 없어..?'


이상혁은 주민들이 사는 집에 들어가본적은 없었기에 신기해하며 방안을 살폈다.


그렇게 잠시 구경에 정신이 팔린 사이 벽 너머의 인기척이 방문 쪽으로 다가왔다.


이상혁은 얼른 눈을 감고 정신을 차리지 못한척 가만히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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