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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극자의 작은 서재입니다.

천살(天殺) 먹은 노인(路人)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쌍극자
작품등록일 :
2022.05.11 13:02
최근연재일 :
2023.05.21 14:20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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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16
추천수 :
44
글자수 :
148,938

작성
22.05.1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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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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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격돌(激突)

DUMMY

* * *


그러나 의외로 이 순간 혁련창은 곧바로 음흉한 웃음을 되찾으며 진서우에게 말했다.


“흐흐흐. 애초에 마을의 그 놈들이 과연 내 부하 놈들을 모두 처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뭐, 좋다. 일단 그럴 수 있다고 한 번 쳐보지.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 놈들은 내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혹시 너는 그 이유가 무엇인 줄 아느냐?”


“······?”


“설마 네 놈은 여기 온 이들이 은사풍을 쫓는 자들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


“지금 은사풍이 어디에 몸을 숨겼길래 아직까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은사풍은 반드시 우리 손에 죽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오늘 밤 우리를 목격한 그 모든 놈들 또한 은사풍과 마찬가지로 죽음을 맞게 될 것이다.”


마을을 침입한 백의인들 이외에 다른 이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차마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던 진서우는 이 순간 자신도 모르게 머릿속이 새하얘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런 진서우에게 한 발짝 한 발짝 서서히 걸음을 내디뎌오기 시작하는 혁련창.


곧이어 혁련창은 차가운 목소리로 진서우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특히, 반드시 너만큼은 노부를 농락하려고 한 그 죄를 물어 오늘 밤 최대한 고통스럽게 죽여주도록 하마.”


그러자 진서우는 곧바로 다시 정신을 추스르려 노력하며 최대한 냉정한 상태에서 머리를 굴려갔다.


‘인암흑파의 표정을 보아하니 딱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정말로 마을 내의 사람들이 도주하는 것이 힘들어지게 되었다는 말인데······. 휴우, 그러나 어차피 이 순간 내게 변한 것은 없다. 지금 중요한 것은 조금이라도 더 인암흑파의 발을 여기에 묶어두는 일. 더군다나 상대는 나보다 훨씬 상수(上手)인데다, 내가 묵요산장의 소장주인 것 또한 이미 알고 있는 상태이니, 그냥 처음부터 전력을 쏟아붓는 것이 좋겠구나.’


일단 결단을 내리자 그 후에 이어진 진서우의 행동은 마치 물이 흐르듯 빠르고 신속하게 전개되어 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보법을 전개하며 혁련창을 향해 선제공격을 진행해가는 진서우.


이 순간 진서우는 자신이 지닌 빠른 이동속도의 장점을 살려 상대의 빈틈을 신속하게 파고들려 하고 있었고, 이윽고 그는 축섬팔예(蓄贍八藝) 중 지법(指法)에 해당하는 무천화지(霧泉花指), 특히 그 중에서도 상대의 혈도를 공격하는 데 가장 효과적이라는 점엽백화(點葉白畵, 하얀 그림에 꽃잎을 찍어내다)의 초식을 펼치며 혁련창의 옆구리를 노려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러한 진서우의 모습을 혁련창이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리 만무했다.


다음 순간, 혁련창이 검게 물든 자신의 한 손을 앞으로 내밀며 작은 원들을 반복해서 그려나가자 그 각각의 원형수영(圓形手影)들이 서로 고리처럼 엮여가며 하나의 큰 방패 형상이 그 전면에 떠오르기 시작했고, 이내 이 형상은 상대의 공격이 더 이상 접근해오지 못할 정도로 촘촘해지며 결국 진서우의 앞을 가로막았다.


이는 혁련창의 독문무공인 흑야마수(黑夜魔手) 중 흑환철갑(黑環鐵鉀)이라는 이름의 초식으로서 상대의 공격을 방어해내는 데 탁월한 효과를 지니고 있는 기술이었다.


그러자 진서우는 이대로 혁련창의 초식과 정면 충돌을 할 시 내공적으로 뒤처지는 자신이 손해를 보고 말 것이라고 생각한 듯 곧바로 자세를 틀며 혁련창의 옆으로 회피하여 빠져 나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반대쪽 손을 권공(拳功)으로 전환하며 빠르게 수배(手背, 손등부)로 상대의 관자놀이 부근을 후려쳐가는 진서우.


이것은 묵요산장의 기본 권공인 퇴귀각령권(退鬼覺靈拳), 특히 그 중에서도 지골(指骨)이 아닌 수배를 활용하여 상대를 제압하는 수배오압귀(手背五壓鬼)의 다섯 초식 중 하나였다.


한편, 워낙 지척에서 전개된 까닭에 사실상 그 공격을 피해내는 것이 무척이나 어려워 보이던 바로 그 때, 놀랍게도 혁련창은 진서우의 공격을 이미 예상했다는 듯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그것을 간단히 흘려 보냈다.


이후 그는 진서우의 자세에 생긴 순간의 허점을 노려 곧바로 그 가슴팍을 강하게 타격하였고, 결국 이로 인해 진서우는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한 채 뒤로 멀찍이 날아가 바닥에 나뒹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곧이어 혁련창은 진서우를 향해 비웃듯 입을 열었다.


“상대를 공격할 때 제대로 통제되지 않는 근육들 하며, 명문 문파의 후손 치곤 너무나도 부족한 내공까지······. 심지어 언제, 어떤 순간에, 어떤 경로로 공격을 해올지 알려주는 듯 쓸데없는 잔움직임들까지 많더군. 그 동안 네 놈이 묵요산장 역사상 최악의 재능이란 소문이 있길래 왜인지 궁금했었는데, 지금의 그 수준을 보니 이제야 그 이유가 납득이 되는구나. 흐흐흐, 범부가 호랑이의 무공을 익혔으니 오히려 그 능력을 감당하지 못해 도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


그러나 이 같은 말에도 진서우는 아무런 대꾸조차 하지 않은 채, 천천히 입가의 선혈을 닦으며 매서운 눈빛으로 혁련창을 노려보았다.


현재 진서우는 아까 전 마을에서 입었던 내상에다 지금 충돌의 여파까지 겹쳐, 마치 온 몸의 내장이 끊어지는 것만 같은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이대로 그냥 포기해버리기엔 백의인들의 습격 당시 마을에서 목격했던 사람들의 그 공포 어린 표정이 차마 그의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다.


'목숨을 걸어서라도 반드시 인암흑파의 팔 한 쪽 정도는 함께 가지고 가야 한다. 만약 그것조차 불가능하다면, 적어도 한동안은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의 심한 상처라도 인암흑파에게 남겨야 해.'


그리고 다음 순간, 진서우는 자신의 모든 내공을 끌어올려 오른손 검지와 중지에 집중시킨 다음, 다시 한번 혁련창을 향해 신형을 날려갔다.


‘아까 전 인암흑파와의 정면충돌을 두려워하여 순간적으로 자세를 여러 번 바꾸고 말았던 것이 패인이었다. 이번에는 동귀어진까지 각오한 상태에서 내 모든 기운을 일순간에 발산해야 하리라.’


피가 흐를 정도로 입술을 꽈악 깨물며 전력으로 보법을 전개하던 진서우는 혁련창의 지근거리에 이르자 갑자기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갈고리 형태로 꺾으며 대각선 방향으로 빠르게 휘둘러갔다.


축섬팔예(蓄贍八藝) 무천화지(霧泉花指) 중 현재 진서우가 익힌 가장 패도적인 초식인 비랑파철(備螂破轍, 준비된 사마귀는 수레바퀴를 부순다).


이것은 과거 진서우의 아버지인 진명(震銘)이 강호십대거마(江湖十大巨魔) 중 하나인 토충마(吐忡魔) 목인겸(睦刃蒹)을 갈갈이 찢어버렸을 때 사용한 것으로 유명해진 초식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순간 이 비랑파철의 초식이 진서우의 손에 의해-비록 그 당시 진명이 보여준 위력에 비하면 차마 비교조차 하기 힘들 정도로 보잘것없었지만- 다시금 재현되며 혁련창의 목을 향해 전개되자, 그 주변의 공기층이 강하게 쪼개어지며 소름 끼치는 파공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러던 그 때, 불현듯 혁련창이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분노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격하게 양손을 번갈아 앞으로 내뻗었다.


“흑암토풍(黑暗吐風, 까만 어둠이 바람을 토해낸다)!”


그 말과 동시에 혁련창이 자신의 손을 통해 순간적으로 강한 내공을 발출하자, 진서우와, 혁련창, 두 사람 사이의 어둠이 심하게 어그러지며 강한 기풍이 진서우의 복부 부근에서 형성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돌풍과 충돌함과 동시에 자신이 보법을 전개해오던 속도에 비례하여 더욱 더 강하게 뒤로 튕겨나며 공중에서 피를 토하는 진서우.


곧이어 진서우는 처참한 모습으로 바닥에 떨어져 벌레처럼 힘겹게 꿈틀꿈틀 몸을 움직였다.


그러자 혁련창이 그런 진서우를 바라보며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렸다.


“감히 노부에게 다시는 떠올리기 싫은 기억을 떠오르게 하다니······.”


그와 동시에 문득 혁련창의 뇌리에서 생생히 되살아나기 시작하는 세 사람의 모습.


이십 년 전 혁련창의 목에 큰 상처를 남김으로써 결국 본래의 그 부드러운 목소리까지 앗아 가버렸던 그 가증스런 상록삼협(常綠三俠)의 얼굴들이 떠오르자, 혁련창은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을 꽈악 말아 쥐며 이를 부드득 갈기 시작했다.


곧이어 혁련창은 마치 시체처럼 바닥에 엎드려 이젠 힘겹게 겨우 숨만 몰아 쉬고 있는 진서우를 향해 살기 어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젠 생각이 바뀌었다. 네 놈을 아예 형체조차 남지 않게 갈갈이 찢어버려야만 지금 노부의 화가 가라앉을 것 같구나.”


그 말과 동시에 이 순간 혁련창은 어둠처럼 까맣게 물든 자신의 오른손을 하늘 높이 치켜들며 드디어 진서우에게 마지막 공격을 가할 준비를 취해가고 있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다음 7화에는 드디어 매우 중요한 ‘한 인물’이 등장할 예정입니다~ 기대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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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독신패령검법(毒神覇靈劍法) 23.05.21 26 0 10쪽
33 경고(警告) 23.05.13 33 0 10쪽
32 해가령(瀣葭泠) 23.05.03 55 0 9쪽
31 심마(心魔) 23.05.01 54 1 9쪽
30 섭인활독마공(攝人活毒魔功) 23.04.30 62 1 10쪽
29 독망무괴(毒蟒楙怪) 23.04.29 59 1 10쪽
28 훼방(毁謗) 23.04.28 67 1 10쪽
27 희생(犧牲) 23.04.27 77 1 10쪽
26 함정(陷穽) 23.04.26 74 2 9쪽
25 구약촌(具藥村) 23.04.25 68 1 11쪽
24 동행(同行) 23.04.24 77 1 12쪽
23 수검(銹劍) 23.04.19 95 1 9쪽
22 악몽(惡夢) 23.04.18 87 0 9쪽
21 자제(自制) 23.04.17 87 0 8쪽
20 도살(屠殺) 23.04.16 92 0 10쪽
19 십염수라해(十閻修羅海) 23.04.15 102 0 9쪽
18 농락(籠絡) 23.04.14 99 0 10쪽
17 재등장(再登場) 23.04.13 105 0 10쪽
16 결투(決鬪) 23.04.13 111 0 9쪽
15 청룡표국(靑龍鏢局) 22.07.17 139 0 10쪽
14 격돌(激突) 22.07.09 149 0 9쪽
13 황금산(黃金山) 22.07.05 157 1 11쪽
12 밀담(密談) 22.07.03 182 1 10쪽
11 흉수(凶手) 22.05.28 197 1 9쪽
10 비사풍(飛沙風) 22.05.21 192 2 10쪽
9 동귀어진(同歸於盡) 22.05.19 206 3 10쪽
8 암전(暗戰) 22.05.18 204 1 9쪽
7 등장(登場) 22.05.17 223 2 10쪽
» 격돌(激突) 22.05.16 239 1 10쪽
5 인암흑파(湮暗黑波) +2 22.05.15 247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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