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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 - 괴물이 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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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야
작품등록일 :
2020.05.11 22:38
최근연재일 :
2021.07.05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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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7.05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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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의 스타일로

DUMMY

[914년, 2월 19일, 13시 44분, 녹스턴, 테딩턴 마을, 할라피뇨 버스터(아리아)]


다시 만난 아스타나샤씨. 그분과 그분의 일행. 그리고 우리 일행은 다 함께 어느 식당으로 향했다. 이름은 할라피뇨 버스터라는, 예전에 녹스턴에 왔을 때 갔던 정겨운 식당과는 이미지가 많이 달랐다. 세련된 신식 건물이었고, 셰일즈의 눈이 반짝였다. 너는 아무래도 먼지 냄새가 나는 식당보다는 새 단장한 건물의 냄새를 좋아하니까. 이곳을 추천한 건 아스타나샤씨다. 그분의 일행은 우리와 함께 하는 것이 불편한 것 같았지만 세라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


셰일즈와 아스타나샤씨는 카페에서 이미 여러 대화를 나눈 것 같다. 셰일즈가 식당 내에서도 턱을 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항상 생각할 때면 어딘지 모를 먼 곳을 바라보면서 생각하는 게 너다. 나와 세라, 오류씨는 아마도 너의 그런 모습을 알기 때문에 건드리지 않는 것이다.


“가장 추천하는 메뉴는 ‘할라피뇨 버스터’예요. 가게 이름을 건 메뉴답게 맛이 좋아요. 아마 셰일즈님이 좋아하지 않을까요?”


아스타나샤씨의 말에 셰일즈는 거리낌 없이 바로 할라피뇨 버스터를 고른다. 나도 딱히 고민할 이유는 없었다. 왜냐하면 메뉴 이름들이 저마다 다른데 설명이 쓰여 있지 않아서다. 고민하고 고른다기엔 아는 메뉴가 없으므로 셰일즈와 같은 걸 시킨다. 그런데 세라와 오류씨도 무슨 이유였는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모두의 메뉴가 통일됐다. 메뉴가 약 10가지 정도 됐는데, 하나의 메뉴로 통일할 줄은 몰랐다.


아스타나샤씨는 생각보다 말주변이 있는 사람이었다. 나와 비슷한 머리 모양을 하고 있으나, 나와는 정반대의 성격이다. 오히려 세라와 가까웠다. 세라는 아스타나샤씨와 금방 친해진다. 음식이 나오기도 전인데, 아까 카페에서 떠들던 것, 지금 떠드는 것. 다 합해서 40분도 채 안 될 거다. 그럼에도 둘은 스스럼없이 얘기를 하고 있다. 서로 외모에 대한 얘기를 하는데, 각자 칭찬하기 바쁠 정도로 많은 얘기를 나눈다.


“그러고 보니 아리아님은 제 머리카락을 보고 그렇게 자르셨다고 들었어요.”


갑자기 아스타나샤씨가 내 얼굴을 보며 말한다. 그저 궁금하셨던 거겠으나, 왜인지 낯선 이와 대화하는 건 두렵다. 아무리 구면이어도 당신과 대화를 나눈 기억은 없기 때문인지 거리감이 느껴진다. 답하기 난감해하니까 옆에 있던 세라가 대신 답해준다.


“아, 네. 아리아가 아스타나샤씨 보고 얼마나 예쁘다고 하던지, 그 즈음부터 머리 모양을 바꿨어요. 원래는 곱슬기 있는 장발이었는데, 바뀌고 나니까 얼마나 귀여운지.”


공식석상에서 게르단씨가 세라를 칭찬할 때의 말투였다. 부모가 자식을 자랑할 때의 말투. 하지만 나는 저 사람보다 빛나지 않는 사람이라 느낀다. 뭐랄까. 분명 외형이나마 닮고 싶었던 것 같은데, 실상은 전혀 다른 모습이니까. 어깨가 축 쳐지게 된다. 그런데 아스타나샤씨가 내게 다시 묻는다.


“아리아님은 지금 헤어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요?”


솔직히... 바꾸고 난 다음에는 한동안 기분이 좋았다. 멋있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그런데 지금은 모르겠다. 오히려 움츠리게 되는 것 같다. 그렇다고 그렇게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아무래도 상대방 특유의 헤어스타일이고, 나는 그걸 빌려서 쓴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마음에 안 든다거나 비슷한 말을 하게 되면 상대방 입장이 난처해질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아스타나샤씨는 내 답을 듣지도 않았음에도 무슨 마음인지 읽으신 것 같다. 투명한 눈으로 내게 말한다.


“괜찮아요. 아리아님 나름대로의 스타일로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해요. 옛날 아리아님의 모습을 미약하게나마 기억해요. 그때보단 조금 더 아름다운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키도 많이 크신 것 같고...”


그러자 한참을 멍하니 있던 셰일즈가 갑자기 입을 연다.


“아름답긴 무슨, 나잇살만 먹어 가는데요. 뭐.”


그러자 세라가 셰일즈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이제 고작 11살인데 무슨 나잇살이냐고 뭐라 한다. 아스타나샤씨는 수줍게 웃으시고, 오류씨는 한숨을 쉰다. 나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모르겠다.


일련의 대화 이후 식사가 나왔다. 할라피뇨 버스터. 왜 버스터라는 단어가 들어갔는지 모르겠다. 할라피뇨라는 단어는 아무래도 생소하고, 요리의 한 종류인가 싶은데 버스터라는 단어는 대체 왜 들어갔을까. 이유는 모르겠지만 음식 색은 갈색... 아니, 붉은 기운이 도는 적갈색에 가까웠다. 이런 모습일지 몰랐는데, 막상 보니 구미가 당기는 색은 아니다. 게다가 음식도 아마... 고기 종류인 것 같은데, 도무지 무슨 고기인지 감이 안 잡힌다.


옆에 있던 셰일즈가 고개를 숙여 음식에 코를 갔다댄다. 몇 번 킁킁거리더니 인상을 찌푸리면서 말한다.


“뭐야. 양고기네. 양고기에 할라피뇨라니.”


냄새를 맡았는데 양고기인 건 어떻게 안 걸까. 게다가 너는 할라피뇨가 뭔지도 아는 모양이다. 역시 박식한 셰일즈. 게다가 세라는 이 미지의 음식을 벌써부터 먹기 시작한다. 그러다 혀를 내밀고 손으로 부채질을 한다. 얼굴이 빨개지고, 강아지처럼 헥헥거리기까지 한다. 매운... 거겠지?


“아리아... 조심해. 이거 끔찍하게 매워. 너 매운 거 못 먹잖아.”


그게... 잘 못 먹긴 하지. 고개를 끄덕인다. 세라는 미지에 도전하는 용기가 있고, 셰일즈는 미지 자체를 분석할 수 있는 지식이 있다. 가운데 앉은 내겐 뭐가 있을까. 그냥 따라서 먹기 정도일까.


“어... 맵나요? 매운 걸 못 먹을 줄 알았으면 다른 거라도 시키는 건데 죄송하네요. 아리아님.”


그래도 입에 대는 게 먼저가 아닐까. 아스타나샤씨가 먹는 모습을 주의 깊게 관찰해보자. 음... 먼저 고추를 잘라낸 것처럼 생긴 걸 포크로 찍고, 그 다음 토막 난 고기 조각을 집는다. 함께 집은 채로 적갈색 소스에 듬뿍 적신 후에 입에 넣는다. 그럼 따라하면 되겠다. 당신과 마찬가지로 행동하고, 포크에 꽂힌 음식들을 입에 넣는다. 맛은... 뭐랄까. 산뜻하면서도 개운하다. 처음엔 그렇다. 고기 기름이 느끼하게 느껴질 정도인데, 그것을 이 고추 비슷한 게 잡아주는 것 같다. 생각보다 외관에 비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어서 놀랐다. 그런데... 점점 매운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확 매운 것이 아닌, 뒤늦은 후폭풍처럼 몰아친다. 눈물이 나고, 세라는 안절부절 못하면서 손을 덜덜 떠는 내게 물을 건네준다.


“뭘 이런 거 하나 먹었다고 호들갑이야.”


물을 마시는 와중에 셰일즈가 한 말이다. 갑자기 서러워서 너를 못된 눈빛으로 쳐다보려는데, 네 손에 뭔가가 들려 있다.


“매운 거 잘못 먹으면 침 질질 흘린다. 칠칠맞게 흘리지 말고 닦아.”


나는 화를 내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네가 건넨 수건 하나에 마음이 풀린다. 조심히 입을 닦는다. 그러면서도 소스가 입술 전체로 퍼지지 않도록 한다. 아스타나샤씨는 난처했는지 음식은 자신이 모두 사겠다고 한다. 게다가 양젖을 발효시킨 요구르트를 추가로 주문한다. 더해서 ‘버스터 볶음밥’이라는 해괴한 이름의 메뉴도...


“그런데 셰일즈님은 매운 걸 잘 드시나요?”


아스타나샤씨가 셰일즈, 네게 묻는다. 그런데... 네 접시를 보니 얼마 안 먹은 게 눈에 띌 정도로 양이 그대로다. 생각해보니 셰일즈는...


“저는 매운 음식 자체를 안 좋아해요. 그냥 외지 음식이라길래 맛만 보려고 시킨 거죠. 할라피뇨가 뭔지 몰랐던 것도 아니고.”


그러자 세라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셰일즈에게 따지듯이 묻는다.


“그러면 너는 미리 언질이라도 해주지 그랬어. 너 때문에 몇 명이 개고생하는 거야.”


하지만 세라 말에 진 적이 없는 셰일즈다. 바로 반박을 시작한다. 늘 그랬듯이 은근히 맞게 들리는 말로.


“아서라, 애초에 이 가게로 오게 한 건 우리 앞에 계신 이화진회 높으신 분이잖냐. 왜 나한테 뭐라 그래. 애초에 선택도 지들이 해놓고.”


그래도 다시 흘러가는 일상들 속. 솔직히 이곳에 있는 사람들이 어느 얘기를 어떻게 했는지 다는 모르겠지만... 옛날 레스토랑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묵묵히 있던 이화진회의 동방인께선 백교의 싹을 말려야 한다고 험악하게 말씀하신다. 아스타나샤씨는 종교엔 자유가 있다고 의외의 말씀을 하시고, 셰일즈는 그때 자신의 상황판단과 무용담에 대한 이야기를, 세라는 식당에서의 에피소드가 꽤나 웃겼다고 얘기한다. 그러다가 문득 세라가 자신의 연주회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지금까지 어떤 연주회가 있었고, 다음이 어떤 연주회이며, 그 연주회에서 무엇을 연주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아스타나샤씨는 콧소리를 내며 잠시 생각하시다가, 뭔가 아이디어가 번뜩인 듯 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말한다.


“아, 그건 어떨까요? 잔향의 진혼곡이요. 그때 레스토랑에서 연주자들이 연주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게 바이올린 독주로도 음색이 나올 수 있다고 알고 있거든요.”


셰일즈는 귀찮았던 걸까. 영혼 하나 없는 목소리로 그래. 그거나 해.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 당사자인 세라는 그 제안이 무척이나 솔깃했는지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겠다고 한다. 잔향의 진혼곡. 죽은 이들의 영혼이 잔향처럼 남아서, 그 남은 잔향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는 진혼곡이라고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애초에 세라가 연주한 적이 없는 음악도 아니고 말이다. 다만... 난이도가 무척이나 어렵다고 했다.


“세라, 어려운 건데 할 수 있겠어?”


내가 묻는다. 그러자 세라는 어쩌면 너답게, 자신감에 가득 찬 목소리로 답한다. 구름 가득한 오늘, 햇살 가득한 미소를 머금고.


“당연하지! 유명해져서 아리아랑 오래오래 같이 살 거라고!”




작가블로그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blogId=openobser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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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하루 휴재해요. 몸이 굉장히 안 좋아서요... 21.07.07 37 0 -
» 나름대로의 스타일로 21.07.05 31 0 10쪽
203 이해할 수 없는데 존중하라고? 21.07.02 25 0 10쪽
202 의외의 장소, 의외의 인물 21.06.11 27 0 7쪽
201 네가 조금이나마 안심하도록 21.06.09 32 0 7쪽
200 난 또 왜 이런 거야 21.06.07 34 0 8쪽
199 소원은 개뿔이 21.06.02 29 1 7쪽
198 오늘 기도할 걸 정했어 21.05.31 27 0 9쪽
197 듣고 잊든가, 기억하든가. 21.05.26 27 0 8쪽
196 바라는 이야기 -2- 21.05.12 27 0 9쪽
195 바라는 이야기 -1- 21.05.10 33 1 16쪽
194 들어가는 이야기 -9- 21.05.05 28 0 8쪽
193 들어가는 이야기 -8- 21.05.03 32 0 13쪽
192 들어가는 이야기 -7- 21.04.30 29 0 12쪽
191 들어가는 이야기 -6- 21.04.28 33 0 12쪽
190 들어가는 이야기 -5- 21.04.26 41 0 10쪽
189 들어가는 이야기 -4- 21.04.09 35 0 10쪽
188 들어가는 이야기 -3- 21.04.07 33 0 10쪽
187 들어가는 이야기 -2- 21.04.06 38 0 8쪽
186 들어가는 이야기 -1- 21.03.31 40 1 9쪽
185 불씨 이야기 -5- 21.03.29 59 0 9쪽
184 불씨 이야기 -4- 21.03.24 52 0 10쪽
183 불씨 이야기 -3- 21.03.22 46 2 9쪽
182 '빛깔' 이야기 -에필로그- 21.03.17 40 0 8쪽
181 '빛깔' 이야기 -13- 21.03.15 37 0 12쪽
180 '빛깔' 이야기 -12- 21.03.11 45 0 12쪽
179 '빛깔' 이야기 -11- 21.03.08 35 0 12쪽
178 '빛깔' 이야기 -10- 21.03.03 33 1 10쪽
177 '빛깔' 이야기 -9- 21.02.26 48 0 11쪽
176 '빛깔' 이야기 -8- 21.02.24 3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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