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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 - 괴물이 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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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야
작품등록일 :
2020.05.11 22:38
최근연재일 :
2021.07.05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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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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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45,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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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1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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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의외의 장소, 의외의 인물

DUMMY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인물을 만난 날이었어.






[914년, 2월 19일, 11시 37분, 녹스턴, 녹스턴해, 녹스팁 해변(셰일즈)]


나는 정말 오기 싫었다. 녹스턴을 다시 오게 될 줄이야. 세라 녀석이 영감이 안 떠오른다면서 데려온 게 이 꼴도 보기 싫은 겨울 바다다. 아오, 좆같은 비린내가 가득한 바다에 대체 왜 오자고 한 걸까. 애초에 영감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온 것도 웃기는 변명이다. 왜냐고? 애초에 저 녀석이 작곡을 해서 가는 게 아니니까. 그냥 자기가 연주할 곡 몇 개 고르면 되는 거를 왜 우리까지 끌고 와서...


“셰일즈, 왜 그렇게 표정이 안 좋아?”


... 너는 그걸 몰라서 묻냐, 아리아. 요즘은 이 녀석에게 뭐라고 말도 못하겠다. 상태가 워낙에 안 좋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이상한 질문을 하지 않나. 게다가 이 녀석 표정이 점점 더... 뭐라고 해야 하나. 무표정으로 변해간다. 그 표정이 가끔은 공허한 것처럼 섬뜩하게 느껴지곤 해서 요즘은 건드리지 않는다.


“나 원래 바다 안 좋아해서.”


나라면 절대로 안 했을 상냥한 말투로 말해본다. 하지만 너는 그런 내 모습이 적응이 안 되는지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 진짜로.”


그렇게까지 말했지만 표정 변화는 없다. 애초에 내 문제가 아니었던 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뭐. 그래도 멀리서 보는 바다라면 나쁘지 않다. 단지 코를 막고 싶을 뿐이다. 아리아 녀석 따라가려다 물에 젖은 기억만 이곳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 기억들이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아서 그런 걸까. 녹스턴에 오자고 했을 때만 해도 이를 갈면서 싫다고 했는데... 이 망할 집구석에서 내 의사가 닫는 곳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 세라 녀석은 집사놈과 함께 장을 보러갔다. 그래서인지 아리아와 단 둘이 해변에 앉아 있는데, 이 모든 상황이 몇 년 전과 비슷해서 놀랍다. 2년 전이었나. 마지막 날 아리아와 함께 해변에 앉아서 빛나는 바다를 봤었다. 맑아서 에메랄드빛이 아닌, 정말로 에메랄드 색으로 빛나는 바다를.


낮과 밤의 차이, 겨울과 초가을의 차이, 앉은 자리의 미세한 차이 정도를 제외하면 아마 우리는 같은 일을 겪고 있는 것 같다. 그때 나는... 이 녀석에게 묘한 감정을 느꼈었다. 얼굴을 못 마주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지금도 그런가? 아리아 녀석의 얼굴을 본다. 그런데 녀석은 여전히 날 보고 있다. 고개를 홱 돌린다. 그러자 너는 무릎을 굽혀 세우고, 얼굴을 그 안에 파묻는다.


그렇게 한참을 있었다. 여기서 잠자코 기다리고 있으라는 세라 녀석의 말 때문에 어디로 가지도 못하겠다. 아무래도 외지고, 사람 하나 사라지면 찾기 힘든 동네니까. 그러고 보니... 내가 바라보는 방향 어딘가에 조슈아, 그 양반의 아지트가 있었다. 언젠가 신문으로 읽은 내용이 있는데, 그런 내용이 실려 있었다. 녹스턴에서 ‘낚시꾼’이란 조합이 생겼단 거다. 요컨대 녹스턴의 이상한 풍습을 바로잡고자 하는 일종의 단체다. 아무래도 사람이 파도에 휩쓸리면 그걸 운명이라고 받아들이는 건... 사람 목숨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는 거랑 다를 바가 없다. 내가 외지인이라 그런가? 그렇게 느껴진다.


그래서 조슈아 양반이 녹스턴에 그런 조합을 세웠다고 했을 때, 은근히 기분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다. 없어졌으면 했던 것 같다. 신경 쓰고 싶지 않았어도 말이다.






[같은 날, 12시 20분, 녹스턴, 테딩턴 마을(셰일즈)]


“우와, 마을이 이렇게 바뀌었어? 신기하다.”


세라가 감탄사를 연발한다. 눈까지 둥그렇다. 네가 입고 온 그 촌스런 노란색 드레스부터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아리아와 말없이 해변에서 영겁의 시간을 보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는데 집사양반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살았다는 안도감을 느낄 정도로 나는 집사양반이 보고 싶었던... 아니, 이 어색함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도달한 곳은 테딩턴 마을. 예전엔 초가집이 가득한 판자촌에 가까웠는데, 뭔가 많이 변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존의 모습이 남은 게 거의 없다.


“2년 만에 마을이 이렇게까지 변할 수 있는 건가?”


어쨌든 혼잣말이 절로 나올 정도이긴 하다. 뭐랄까. 정말 간단하게 말하자면 이곳이 아르타니아화 되었다. 건물들이 있던 자리는 비슷한데 통나무나 짚단은 사라지고 전부 현대식 건물로 바뀌었다. 전부 벽돌 재질로 바뀌었단 거다. 재미없는 회색 풍경이 기억과 겹치자, 이젠 원래 이곳에 있던 마을이 어떤 모습이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다.


무쪼록 우리는 카페를 가기로 했다. 집사양반의 답사에 의하면, 이 마을에 꽤 전망 괜찮은 카페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그 중 하나를 들어가기로 한다. 이름은 카페 녹스티노. 정말 녹스턴, 이 동네에 하나쯤 있을 법한 카페 이름이라 놀랍진 않다.


카페에 들어가고, 바로 3층까지 올라간다. 녹스턴에 3층 건물이 있다는 것도 웃기지만, 3층엔 베란다 밖으로 테라스가 있다. 말끔하게 지어졌고, 심지어 아르타니아 건물처럼 같은 재질이더라도 노후 된 건 아니라 더 깔끔했다. 냄새에서 짙은 도시향이 느껴질 정도다.


일단 의자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본다. 막상 건물 안으로 들어오니 깔끔한 배경 때문인지 마음이 놓인다. 물론 색감에서 오는 안정감보단 차가움이 강해졌지만 결론적으로 내 취향이긴 하다.


“셰일즈님은 그... 연유티 맞으시죠?”


연유티라니. 누굴 애로... 아니, 연유티가 낫겠다. 달달하니까. 쓴 맛을 즐기는 건 너무 상식 밖의 행동이다. 매운 걸 먹는 거랑 비슷한 이치라고 해야 하나. 고통을 참고 굳이 먹는 게 비상식적인 행동이란 뜻이다.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시간은 또다시 흐르고, 아리아와 세라는 테라스 끝에 가서 바깥 경치를 구경한다. 저 녀석들 기준에선 해가 쨍쨍한 맑은 날이었으면 더 좋았겠다. 물론 나는 아니다. 햇빛을 별로 안 좋아하니까.


“저기...”


그런데 시간만 흐르고 즐기다 끝날 줄 알았던 이야기 속, 의외의 인물이 난입한다. 얼굴을 보자마자 그 특징적인 모습 덕에 기억이 바로 나는 사람이었다. 물론 이름은 헷갈리지만 나는 분명 당신을 만난 적이 있다.


“그 이화진회...”


구름처럼 하얀색 머리카락, 아리아의 지금 머리카락 스타일에 모티브가 된 인간. 그리고 내가 과일을 못 먹을 수도 있단 사실을 처음으로 알려준 사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분명 당신도 같은 알레르기를 갖고 있고. 게다가... 방금 말한 ‘저기’ 이 두 글자부터 수줍음이 느껴지는 사람. 아마... 아나스타샤였나?


“아스타나샤 리디샤예요. 역시 셰일즈씨가 맞으셨구나.”


살면서 여러 가지 인연은 있었다. 스쳐지나가겠지 할고 마는 인연이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장소에서 의외의 인물을 만날 줄은 몰랐다. 당신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다. 옷은... 그때 봤던 옷처럼 살랑살랑거리고 소매 폭이 넓은 옷이다.


“그... 네. 오랜만입니다.”




작가블로그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blogId=openobserver


작가의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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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이해할 수 없는데 존중하라고? 21.07.02 24 0 10쪽
» 의외의 장소, 의외의 인물 21.06.11 26 0 7쪽
201 네가 조금이나마 안심하도록 21.06.09 31 0 7쪽
200 난 또 왜 이런 거야 21.06.07 33 0 8쪽
199 소원은 개뿔이 21.06.02 29 1 7쪽
198 오늘 기도할 걸 정했어 21.05.31 26 0 9쪽
197 듣고 잊든가, 기억하든가. 21.05.26 27 0 8쪽
196 바라는 이야기 -2- 21.05.12 27 0 9쪽
195 바라는 이야기 -1- 21.05.10 33 1 16쪽
194 들어가는 이야기 -9- 21.05.05 28 0 8쪽
193 들어가는 이야기 -8- 21.05.03 32 0 13쪽
192 들어가는 이야기 -7- 21.04.30 29 0 12쪽
191 들어가는 이야기 -6- 21.04.28 33 0 12쪽
190 들어가는 이야기 -5- 21.04.26 41 0 10쪽
189 들어가는 이야기 -4- 21.04.09 34 0 10쪽
188 들어가는 이야기 -3- 21.04.07 32 0 10쪽
187 들어가는 이야기 -2- 21.04.06 37 0 8쪽
186 들어가는 이야기 -1- 21.03.31 40 1 9쪽
185 불씨 이야기 -5- 21.03.29 59 0 9쪽
184 불씨 이야기 -4- 21.03.24 52 0 10쪽
183 불씨 이야기 -3- 21.03.22 44 2 9쪽
182 '빛깔' 이야기 -에필로그- 21.03.17 39 0 8쪽
181 '빛깔' 이야기 -13- 21.03.15 37 0 12쪽
180 '빛깔' 이야기 -12- 21.03.11 44 0 12쪽
179 '빛깔' 이야기 -11- 21.03.08 34 0 12쪽
178 '빛깔' 이야기 -10- 21.03.03 33 1 10쪽
177 '빛깔' 이야기 -9- 21.02.26 48 0 11쪽
176 '빛깔' 이야기 -8- 21.02.24 3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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