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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아 - 괴물이 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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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야
작품등록일 :
2020.05.11 22:38
최근연재일 :
2021.07.05 21:55
연재수 :
204 회
조회수 :
8,302
추천수 :
145
글자수 :
1,045,763

작성
21.06.07 23:02
조회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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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난 또 왜 이런 거야

DUMMY

행복이 오래 가길 빌었어. 그건 우리 둘 다 마찬가지였을 거야. 그건 징조였어. 아리아는... 그런 존재니까.





[914년, 2월 1일, 10시 10분, 아르타니아 동부, 마르타, 게르단 사유지, 게르단 대저택, 셰일즈 방(아리아)]


“네가 웬일이냐. 내 방을 먼저 오고.”


셰일즈가 이른 아침부터 으름장을 놓는다. 너는 오늘도 일상을 만끽한다. 아마도 아침 7시쯤부터 일어나 고든 주방장님의 요리 준비를 돕고, 1시간 전 쯤 돌아와서 신문을 보고 있는 것이리라. 오늘 네 방에 온 건 딱히 이유가 없다. 그래서 왜 왔냐는 네 질문에 이유를 말하지 못했다. 그냥 왔어. 그냥. 아무런 이유 없이. 고개를 갸우뚱거려본다.


“뭐야. 귀찮게. 빨리 나가. 할 말 없으면.”


막상 네가 그렇게 말해도 나갈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그냥 네 침대에 눕는다. 정직한 생활 패턴과는 다르게 어질러진 이불. 오늘의 나는 왜 이렇게 행동하는 걸까. 나도 모르겠다. 너는 오죽할까. 얘가 왜 이러지 싶은 얼굴이다. 눈썹이 시옷자다.


“하. 세라한테 안 좋은 버릇만 배웠구만.”


한탄하듯 말하고선 넌 다시 신문에 집중한다. 평온한 일상. 깨지지 않는 일상. 그렇게 생각하니까 뭔가 모르게 마음이 편하다.


“셰일즈. 오늘이 무슨 날인 줄 알아?”


문득 네게 묻는다. 오늘은 2월 1일. 너와 나의 생일이다. 우리가 이 집에 처음 온 기념으로 정한 생일. 너의 답변은...


“2월 1일. 아르타니아 월간지가 발행되는 날.”


그런 식으로 딱딱하게 답한다. 너답다. 너다워서 고맙다. 왜 이런 면에 고마운 걸까. 나는... 뭔가 불안감을 느끼는 걸까. 왜일까. 너무나도 평온한 날들이 계속돼서 그럴까? 지난 1년 간 거의 아무런 일도 없다 보니 이제는 위화감까지 든다. 사건 속에서 지내던 시간들이 엊그제 같은데 잠깐 행복했다고 내가 행복해선 안 될 것 같은...


“너, 또 이상한 생각 하냐?”


셰일즈는 이제 뒤도 안 돌아보고 그렇게 말한다. 고개를 젓는다. 너한텐 보였을까. 신문에 집중하는 너지만 왜인지 내 고개를 돌리는 소리, 끄덕이는 소리까지 구분하는 모양이다. 너는 그렇게 답한다.


“아니긴 개뿔이.”


“봤어?”


그렇게 물어봤더니 네가 피식 웃으면서 답한다.


“안 봐도 뻔하지.”





[같은 날, 11시 40분, 아르타니아 동부, 마르타, 게르단 사유지, 게르단 대저택, 식당(아리아)]


생일이라 그럴까. 오늘 요리들은 평소 먹던 것보다 훨씬 성대한 편이었다. 하지만 마음 속 불안감을 감출 수는 없었던 것 같다. 사건이 안 생겨서 불안하다는 건 내 성격이 이상하단 거겠지만, 이런 평화가 지속될 수 없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계속해서 속을 들끓는다. 그렇다고 세라에게 얘기할 순 없었다. 세라는... 이런 게 오히려 일상이었을 수도 있다. 아니, 내가 너무 모르는 건가?


나와 셰일즈가 식당 앞에 섰을 때, 모두가 우리를 더러 인사를 했다. 그것도 허리를 90도 굽혀서.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분명 봤던 풍경이지만, 그 모든 것에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나도 허리를 90도 굽혀서 인사했다. 셰일즈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였다. 세라가 환영의 의미로 손을 내밀었고, 우리는 3단으로 쌓인 커다란 케이크로 향했다.


정말 맥없이 커팅식을 했다. 셰일즈는 안 하겠다고 했고, 나만이 혼자 칼을 들고 케이크를 썰었다. 제일 위에 있는 걸. 하지만 그 케이크를 칼로 베는 감촉이 영 좋지 않았다. 생일 축하 노래가 끝나고, 작은 폭죽이 식당 내부에서 터진다. 고든 주방장님이 표정을 찡그리는 게 보이지만, 그 폭죽이 세라가 터트린 걸 알고선 별 말 안하신다.


“생일 축하해! 아리아, 그리고... 셰일즈.”


잠깐의 침묵과 함께 셰일즈의 이름까지 나왔다. 셰일즈는 “귀찮게 뭐 이런 걸.”이라고 말하곤 자리에 앉아 묵묵히 식기를 들었다. 나는... 가만히 서 있었다. 이 기분은 뭘까. 세라가 말한 대로 나도 사춘기가 온 걸까? 나는 지금 몇 살이지? 날이 갈수록 멍해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세라도 요즘은 걱정 속에 사는 것 같다. 폭죽을 쏠 때까지만 해도 웃던 세라가 걱정을 한 가득 얼굴에 담고선 내게 다가온다. 그리고 내게 묻는다.


“아리아, 어디 아픈 건 아니지? 응?”


아무런 답도 하지 않는다. 아픈 건지, 안 아픈 건지 모르겠다. 내가 아픈 건가?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나는 천천히 자리에 앉는다. 식기를 들고, 무슨 맛인지도 모를 고기를 한 점 베어문다. 그런데... 고기 안에서 피가 솟구쳐 나온다.


‘그건 피가 아니라 미오글로빈이란 건데 실제 피는 아니고 그냥 빨간색 단백질 비스무리한...’


셰일즈의 말이 귓가에서 맴돌다 멈춘다. 곧이어 접시를 내려다보는데 왜... 왜 피가 있지? 피를 먹는단 생각에 갑자기 속이 울렁거린다. 한 차례 위 속에서 뭔가가 회전하는 것 같더니 식도로 올라온다. 그리고 구토한다. 속이 쓰리다. 목구멍도 아프다. 내가 토하자, 셰일즈는 흠칫 놀라는 눈치로 나를 쳐다본다.


“아리아! 뭐야. 아리아는 웰던이라고 말했잖아요! 누가 잘못 낸 거예요!”


평소엔 집에서 일하는 분들 모두에게 화 한번 낸 적 없는 세라가 웬일로 화를 낸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괜찮다고 말하고 싶은데 목구멍에 뭐가 끼인 것만 같다. 나... 나 왜 이래? 나는...


갑자기 세상이 기울어진다. 중력이 사라진 것만 같은 기분이다. 몸이 부유하더니 그대로 벽에 기댄다. 아니, 벽이 아니라 바닥이다. 무심코 이물감에 입가를 만졌는데, 손이 피범벅이다. 무슨... 피? 내 피? 피? 피? 피? 피?






[같은 날, 19시 04분, 아르타니아 동부, 마르타, 게르단 사유지, 게르단 대저택, 아리아 방(아리아)]


“그게 몸에 별 이상은 없습니다. 저도 왜 이러는지 잘...”


“당신이 그러고도 마르타 최고의 의사예요? 애가 이러는데 어떻게...”


뭐랄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건지 모르겠다. 창밖을 향해 천천히 시야를 돌린다. 눈알이 굴러가는 소리가 머릿속을 울리는 것 같다. 밤이다. 왜 밤일까. 나는 분명히... 고기를... 피...


다시 생각하니 헛구역질이 나온다. 하지만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나올 게 없는 걸까. 세라가 내 모습을 보더니 이래도 애가 이상이 없는 것 같냐면서 화를 낸다. 정말 괜찮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아까처럼 목소리가 나오질 않는다.


“냅둬. 의사가 잘못 봤을 리도 없잖아.”


옆에서 셰일즈가 말한다. 그러자 세라가 네게 다가가 뺨을 한 차례 때린다. 짝 소리가 울려퍼지자 정적이 흐르고, 셰일즈의 기나긴 앞머리가 네 표정을 모두 감췄다. 너도, 세라도 표정이 어두웠다.


“너는 언제까지 그럴 거야. 너도 나이를 먹었으면 좀 정신 차려. 제발.”


세라가 말한다. 흐느끼듯이. 셰일즈는... 그저 머리를 넘긴다. 그러다 주머니에 손을 넣고 일어난다. 무표정으로 조용히 나간다. 뺨에는 빨간 자국이 선명했다. 세라는 자신의 불거진 손을 내려다보더니 또 한참을 흐느낀다. 내 존재가... 내가 너희들에게 불행인 걸까.


“나는... 난 또 왜 이런 거야.”


세라가 무릎을 굽히고 치마폭으로 얼굴을 감춘다. 그것이 젖어갈 거란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으리라.




작가블로그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blogId=openobserver


작가의말

감사드려요...; 저번주에도 어쩌다보니 마감을 못했네요. 더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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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네가 조금이나마 안심하도록 21.06.09 31 0 7쪽
» 난 또 왜 이런 거야 21.06.07 34 0 8쪽
199 소원은 개뿔이 21.06.02 29 1 7쪽
198 오늘 기도할 걸 정했어 21.05.31 26 0 9쪽
197 듣고 잊든가, 기억하든가. 21.05.26 27 0 8쪽
196 바라는 이야기 -2- 21.05.12 27 0 9쪽
195 바라는 이야기 -1- 21.05.10 33 1 16쪽
194 들어가는 이야기 -9- 21.05.05 28 0 8쪽
193 들어가는 이야기 -8- 21.05.03 32 0 13쪽
192 들어가는 이야기 -7- 21.04.30 29 0 12쪽
191 들어가는 이야기 -6- 21.04.28 33 0 12쪽
190 들어가는 이야기 -5- 21.04.26 41 0 10쪽
189 들어가는 이야기 -4- 21.04.09 34 0 10쪽
188 들어가는 이야기 -3- 21.04.07 32 0 10쪽
187 들어가는 이야기 -2- 21.04.06 37 0 8쪽
186 들어가는 이야기 -1- 21.03.31 40 1 9쪽
185 불씨 이야기 -5- 21.03.29 59 0 9쪽
184 불씨 이야기 -4- 21.03.24 52 0 10쪽
183 불씨 이야기 -3- 21.03.22 44 2 9쪽
182 '빛깔' 이야기 -에필로그- 21.03.17 39 0 8쪽
181 '빛깔' 이야기 -13- 21.03.15 37 0 12쪽
180 '빛깔' 이야기 -12- 21.03.11 44 0 12쪽
179 '빛깔' 이야기 -11- 21.03.08 34 0 12쪽
178 '빛깔' 이야기 -10- 21.03.03 33 1 10쪽
177 '빛깔' 이야기 -9- 21.02.26 48 0 11쪽
176 '빛깔' 이야기 -8- 21.02.24 3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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