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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여자로 살고 있는 하윌라의 공간입니다. 환영합니다(^0^)/

추억을 먹다

웹소설 > 일반연재 > 시·수필, 중·단편

하윌라
작품등록일 :
2023.12.18 17:50
최근연재일 :
2024.01.22 11:0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305
추천수 :
46
글자수 :
15,939

작성
24.01.16 17:00
조회
26
추천
5
글자
6쪽

6화 겨울방학 김치국밥

DUMMY

날씨가 추워지고 뜨끈하고 시원한 국물을 떠올릴 때면, 엄마의 김치국밥이 생각난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시원하게 익은 김치 냄새가 확 코끝을 끼치면 멸치 냄새가 함께 느껴지는 국밥이었다.




겨울방학은 모두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인데, 그런 겨울이 되면 엄마의 시름은 깊어만 갔다. 날이 추워 나가 놀지도 않고, 방에서 뒹굴거리는 꼴을 보기 싫어서 일 것이다.


난 어릴 적에 바깥에서 노는 것 보다 집에서 노는 걸 좋아하던 집순이였고, 그나마 집을 나서면 동네 친구들 집을 돌아다니며 책을 빌려오는 것이 전부였다. 방학은 내게 책을 읽는 기간이었으니까.


그럼 엄마는 한숨을 쉬며, 바깥에 나가 친구들하고 놀라며~ 왜 넌 맨날 집에만 있냐고 그랬었다.


난 친구들하고 노는 것도 좋지만, 친구집에 가선 늘 책꽂이를 관찰하던 아이였고, 못 읽어본 책이 있으면 빌려서 읽었었다. 동네에선 소문난 책벌레였다.


그렇게 빌린 책을 들고 집으로 들어서면 엄만 길고 긴 방학에 밥을 챙기느라 힘들어 하셨다. 맛난 걸 바라고 바랐지만, 특별하게 뭘 근사하게 점심을 준비해 주시진 않았었다.


그래두 밥 때가 되면 늘 한 상 차려놓고 우릴 부르셨는데, 그 중 내가 정말 싫어하던 음식이 있다. 그건 김치 국밥이었다.


초등학생인 내게

김치 국밥은 당기지 않는 메뉴였고,

뜨겁고 매운 음식이었다.

그게 나오는 날이면 동생과 난

적잖이 실망감을 내비쳤고, 그런 우릴

엄만 이핼 못하겠다며~ 얼마나 맛있는데를 연발했다.


뭐가 맛있다는 건지.. 알 수가 없다.

혼자만 맛있는 음식인게지.

그리고 큰 냄비에다 그걸 잔뜩 끓이고

대접에다 퍼다 주면 난 딱 먹기가 싫었다.


어느덧 초등학교를 졸업한 겨울방학,

그날도 난 친구네에서 새로 들어온 전집이 있다고 듣고

새 책을 빌리고 온 터였다.

두 권의 책을 기쁜 맘으로 들고 집에 들어왔는데,

엄만 이미 끊인 김치국밥에

내가 싫어하는 콩나물까지 넣은 뒤였다.

한숨만 나왔다.


“손 씻고 앉어~”


“그것밖에 없어? 다른 건?”


“얘가~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


‘칫 그건 혼자만 맛있는 거다~ 아무도 안 좋아하는 것.’


속에 있는 말을 내비치진 못하고 조용히 앉으면

정말 커다란 대접에 그걸 한 가득 담아주었다.

벌써 시큼한 김치 냄새와 멸치 냄새가 진동한다.

그리고 엄청 뜨겁다.


엄만 뜨거운 걸 정말 잘 드셨는데,

어쩜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입으로 들어갈까를 생각하곤 했다.

동생은 한 국자만 받겠다고 했고, 나도,


“엄마~ 나도 한 국자만~”


“아니~ 이걸 이렇게 많이 했는데~ 넌 더 먹어야지~”


“엄마~! 얜 한 국자만 받아도 괜찮고~

난 더 먹어야 돼? 왜?”


그럼 아무 말도 못하고 내 것만 더 많이 퍼다 주시곤 했다.


큰 대접 가득 받은 나는

‘이걸 언제 다 먹나.’하며 쳐다보다가

뜨거우니 천천히 한 술 뜨고 호호 불어보았다.

‘이게 뭐야??’


“엄마 이건 뭐야? 김치 국밥 아니야?

뭘 또 넣었어?”


“아~~ 수제비 조금 만들어서 넣었어~

아빤 수제비를 싫어하니까,

엄만 혼자 해 먹거든~ 먹어 봐~ 맛있어~”


“수제비? 넙쩍한 밀가루??”


“어~ 그거 그냥 수제비도 맛있는데~

오늘 김치국밥에 넣어봤어~

맛있어! 으이그.. 증말!”


난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감자 수제비는 알지... 알고 말고.

그건 너무 맛있지. 그런데..

김치 국밥 안에 왜 수제비를 넣느냐 말이다~

내가 좋아하는 감자 수제비를 해주지~ 왜 그러냐고!!

먹기 싫은 까닭에 나랑 동생은

젓가락으로 깨작깨작 푹푹 찔러가며

눈치만 살폈다.


정말 할 수 없이~ 내가 오늘 먹어준다~

이런 마음으로 한 술 떠서 호호 불어보았다.

여전히 그 뜨거움은 가시질 않았으니...


숟가락 위에 올려진 얇은 수제비 반죽에

김칫 국물이 들어가 매워보였다.

엄마의 말을 믿을까 말까.. 하다가,,

굶을 순 없으니 한 입 먹어보았다.


이게,,, 이상한 게....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김치국밥을 먹는 것과,

이제 중학생이 되면서 먹어본 맛과 느낌은

정말 다른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맵고 뜨겁고 별로인 음식이 아니라~

이건 뭐, 식당에서 팔아야 할

겨울 별미가 되었다.


“엄마~ 이거~ 얇으니까

그냥 호로록하고 넘어가는데? 너무 맛있네~”


내 말 한 마디에, 동생은

나와 엄마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더니,

크게 한 입 떠서 넣는다. 그리고.

안 매운데 하는 표정이다~


대접에 담긴 김치와 콩나물의 시원한 향이 어우려져

감기도 달아날 것 같은 시원하고 얼큰한 맛이다.


거기다 중간에 숨어있는 보물: 수제비의 등장으로

숟가락은 더욱 바빠졌다.

살짝 국물에 불어 통통해진 밥알은

걸쭉한 국물과 어우러져, 보들보들하다.

그 통통한 밥알은 이상하게도 든든하게 느껴진다.


셋 다 후루룩 소리만 가득 난다.

한 냄비 가득 끊여서 이걸 누가 먹나~

싶었지만 어느새 바닥이 보인다.


코를 훌쩍거리며, 호로록 넘어가는

얇다란 수제비와 통통한 밥알,

그리고 푹 익어 시원한 국물 맛을 더해주는 김치와 콩나물까지.

어려서 맛을 몰랐던 거다. 그런 거였다.


그렇게 배부르게 셋의 점심은 끝이나고~

빈 냄비에 그릇을 쌓으며 물었다.


“엄마~ 진짜 맛있다~ 오늘 저녁은 뭐야? 고기야?”


“으이그~ 맨날 고기타령이야~

오늘 저녁은 갈치조림이랑 꽈리고추볶음이야~

그냥 주는 데로 먹어!!”


“힝~ 난 고기가 좋은데~ ㅠ.ㅠ”


작가의말

요즘 같이 날씨가 추워지면 생각나는 음식 중 하나가

김치국밥입니다.

감기 기운이 생길 때도 늘 배달 시키던 죽이 지겨워지면

지금도 생각이 나구요^^


다음 음식은 갈치조림으로 할까~ 미역국으로 할까~ 고민도 되는군요~

맛있게 드시고 가십시오~ 뜨겁습니다. 천천히 드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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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0

  • 작성자
    Lv.13 해품글
    작성일
    24.01.16 19:04
    No. 1

    추운 겨울날에 너무 어울리는 음식이죠.
    저도 많이 먹었던 기억이..ㅋ
    그리고, 그때의 저의 반응도 놀랍도록 똑같습니다.

    전 아직 저녁을 먹지 못했는데, 적잖이 고문입니다.
    벌써 김치국향이 코끝을 맴도는 것 같은데...
    그래도, 마음은 윌라님과 한그릇 후딱 먹고난 든든함이 느껴지네요.
    잘 먹었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2 하윌라
    작성일
    24.01.16 19:24
    No. 2

    요즘 딱 좋죠^^ 얼큰한 게 먹고싶을 때 생각나구요^^
    전 끓일 때, 고추씨를 아주 살짝 넣어 더욱 얼얼하게 만들어요. 그리고, 총각무 국물을 한국자 넣어
    시원한 맛을 더하죠^^
    또 생각나네요~ 맛저하세용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9ps
    작성일
    24.01.16 22:07
    No. 3

    초등학교 졸업 무렵인데, 그 무렵 사내아이들보다 어른스러웠네요. 김치 냄새에 버무려진 멸치 냄새, 어린 시절 엄마, 마시는 제 술맛이 진해지는 글이네요. 따스한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2 하윌라
    작성일
    24.01.16 22:43
    No. 4

    한 뚝배기 하고 가시죠^^ 저도 야식으로 후루룩 해보게요^^
    요즘은 가끔 생각이 납니다~ 날이 추워서일까. 아니면 맛을 알아서일까^^
    그래봅니다~ 작가님 글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곧 뵈어요^^
    기대하며 기다립니다~~ 두둥~~~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7 생사람
    작성일
    24.01.17 21:01
    No. 5

    한 편의 동화같아요.
    그리고 글 속에서 음식 냄새가 솔솔 솟아나는 것 같아요.
    ㅎㅎ
    저 역시 김치국밥 어지간히 싫어했었는데, 지금은 먹고 싶어도 쉬이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되었네요.

    지금 우리 아이들한테 끓여 주어도 같은 반응이겠죠?ㅎㅎ
    갑자기 궁금해 집니다.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2 하윌라
    작성일
    24.01.17 21:14
    No. 6

    에공 애기들 나이가... 어떤가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요? ㅎㅎ
    싫어하는 것 같으면 수제비나 국수소면을 조금 넣어주셔도 그거라도 건져 먹죠^^

    요즘 같을 때 감기기운 느껴지면 딱 좋을 음식이고, 별미잖아요^^
    내일은 장칼국수 해먹으려고 하는데~ 글도 올릴까봐요^^

    쉬십시오~~ 요즘 피곤하신 거 같던데^^ 건강이 최곱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8 이무치치
    작성일
    24.01.21 15:38
    No. 7

    아련한 기억들을 잘 정리해 쓰셨네요. 역시 수필에서도 돋보이는 작가님의 재능입니다. 저는 이제 다시 돌아와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습니다. 조아라에도 '소원성취'를 올리고 있습니다. 조아라에서 이벤트가 있다고 참여하라고 메일이 왔더라구요. 그래서 함 또 올려보고 있습니다. 건강하게 밝게 그리고 힘차게 또 전진하시는 한 주 되세요.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2 하윌라
    작성일
    24.01.21 17:37
    No. 8

    와 돌아오셨군요~~ 조아라에도 올리시군요~~ 좋은 결과 있으시길 기대합니다.
    전, 오늘 유튜브 영상이 올라갔어요~ 아직 미약합니다.
    그리고 다른 작가님의 글도 리뷰하고, 추천도 하는 라디오채널로 갈 방향입니다.
    자주 와 주세효^_^
    https://youtu.be/sz7UwS1h5zw링크 주소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0 오직한사람
    작성일
    24.01.24 10:53
    No. 9

    하하하 저랑 똑같은 상황이...
    저도 어렸을 적에 김치국밥을 내어놓으면 그렇게 싫어지요. 커가면서 그 맛을 조금 이해하고 주면 주는대로 잘 먹게 된 케이스입니다. 고기는 아직도 좋아하고요~~~ 네네.
    어느 옛날 밤 아궁이에 불 때고 방 아랫목에 이불 덮고 앉아 이야기 듣는 기분이 들어요. 좋습니다, 추억 담긴 이야기~^^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22 하윌라
    작성일
    24.01.24 11:17
    No. 10

    ㅋㅋㅋ 맞아요^_^
    지금은 가끔 생각이 날 정도로 좋아요^^
    나이가 든 걸까요? ㅋㅋㅋ

    오늘 쉬는 날인데~ 김치국밥이나 해볼까요?
    귀한 걸음에,, 늘 감동임미닷. 정말 고마워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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