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메기 매운탕
내가 중학생 시절, 동생은 캠프를 떠났고, 난 엄마 아빠를 따라 밀양 얼음골로 여행을 갔다.
당시는 얼음골이 나름 사람들이 많이 오고 가는 곳이어서, 인기도 있었고, 여름이면 사람들이 계곡을 찾아 떠나던 곳 중 하나이다.
사실 난 어릴 적부터 아빠랑 캠핑을 무지허게 많이 다녀서 지금도 캠핑에 대한 마음은 그저 그런데, 방학을 맞이해 가는 캠핑은 엄마랑 가니까~ 나름 기대가 됐었다.
왜냐 하면 아빠랑 늘 주말에 낚시를 갔었는데, 엄마는 아빠가 낚시가는 걸 아주 싫어했고, 급기야 싸우기까지 했다.
그런 아빠가 어린 나이의 내가 보기엔 애처로와 보였고, 집에 붙어있기 힘들 것이라 예상하게 됐었다. 그래서 내가 매번 아빠의 낚시를 따라다녔었는데,,, 정말 재미가 없었다.
(아빠의 낚시 이야기는 삼양라면과 건빵, 그리고 새우깡을 이야기 할 때 하겠다.)
그런데, 이번엔 아빠 친구네랑 같이 간다고 했다. 드디어 함께 놀 친구가 생긴 것이다. 이야기 할 사람이 있다는 거지. 아빠랑 낚시를 가면, 늘 책을 읽거나, 어두워지면 아빤 나보고 잠이나 자라고 했다.(--);;;
그렇게 기대를 하고 떠났지만, 그 집 애들은 초등학생이었고, 인형을 갖고 노는 애기들일 뿐이었다. 역시... 그저 혼자 노는 캠핑이다.
엄마는 그 집 아줌마랑 수다 떠느라 바빴고, 난 그 자갈 밭에서 조그마한 돌을 골라내어 혼자 공기놀이를 했다. 심심했다.
그러다 주변이 아주 조용한 느낌이 들었다.
아주... 조용한 느낌, 분명 사람들이 내 옆에 있고,
그대로 물놀이를 하고~
또 옆에 있던 꼬맹이들은
인형놀이가 한창인데,
아주 조용한 느낌이 들었다.
공기놀이를 하다가 멈추고
계곡물을 바라 보았는데,
(난 수영을 못한다.)
흐르던 물길의 중간쯤
어떤 여자가 날 보며 손짓을 하고 있었다.
‘얘야, 이리 와~ 여기로 와~’
너무도 심심했는데,
누군가 날 보며 오라고 손짓도 하고,
그 언니가 애기도 아니고
아가씨처럼 보여서,
나랑 놀아줄 모양인가 보다 싶어
천천히 그 자리를 향해 걸어갔다.
자갈 돌에 발이 아픈 줄도 모르고,
자갈 돌에 발바닥이 뜨거운 줄도 모르고,
그리고 계곡 물이 그렇게 차가운 줄도 모르고,
천천히 천천히 다가갔다.
다가갈수록 그 언니는
저어기 먼 곳에 있는 듯 했다.
내가 바라보던 곳보다 더 먼 곳 말이다.
물이 발목에서 무릎까지 찼다.
자갈 밭의 짜릿하게 내리꽂는 태양에
머리털이 다 타버릴 듯한 날씨였지만
계곡물은 아주 차가웠고,
무릎까지 찼을 때 더위는 이미 없어졌다.
그러다 허리까지 물이 차오고,
주변에 어린아이들이 노는 걸 보았다.
옆에서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노니는데,
그 소리도 모두 작게 들렸다.
더 가까이로 오라는 손짓이 보였고,
이번엔 웃는 모습까지 보았다.
그리고 한 발 내디뎠을 때
그 여자의 모습은 없어졌다.
그러자, 무언가 모르게
내 다릴 쭉 잡아 내리는 느낌이 들었고,
난 그대로 물 속에 잠겨버렸다.
물속에서 눈을 떴다.
난 바닥으로 바닥으로 천천히 내려가고 있었고,
고개를 들어보니,
저어기 위에 사람들의 다리만 보였다.
튜브를 낀 그늘도 보이고....
그렇게 계곡 깊숙한 바닥까지 발이 닿았고,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살아야 해. 난 수영도 못하는데,
살아야지.’하는 생각만 들었고,
그리고 바닥에 발이 닿았을 때
발에 힘을 주고 점프를 했다.
팔을 휘저었다.
살기 위해 어푸어푸했다.
죽기 싫었다.
그러나 숨은 쉬기 힘들었고,
수영을 못해 허우적 거리기만 했으며,
눈은 따갑고, 코는 매웠다.
누군가 손을 잡아 주었다.
어떤 아저씨였다.
( 대한민국의 아저씨들,,, 대단하다.
내 목숨을 참 많이 살려주었다.-이 얘긴 다음에 또 하겠다)
그 아저씨의 손을 잡고 물에서 겨우 살아돌아왔다.
그 계곡물이 허리에서 무릎으로
그리고 발목으로, 또 달아오른 자갈돌로,,,
그걸 딛고 엄마아빠에게 갔을 때,,,
아빠는 메기가 잡혀서 좋다며 신이 나 있었고,
엄마는 그 아줌마랑 좀 있다 더 이야기 하자며,
아직도 못다한 이야기가 있다는 듯
아쉬워하며 날 맞았다.
“어휴~ 넌 어디갔다가 이제와~
애들 라면 다 먹고,,
넌 이따 밥이나 먹어.
오늘 저녁은 매운탕이야.”
벌벌 떨면서 죽을 고비를 넘긴
딸을 맞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저, 혼자 신나게 물놀이를 한 것으로 아는 것이다.
어두워지고,
아빠가 그렇게 잡고 싶어하던 메기를
매운탕으로 만들어 식사를 했다.
내가 살아 돌아와서 먹은 첫 끼였다.
정말.... 꼴도 보기 싫었지만,
(마음이 상했음)
배가 고팠는지,
맛이 있었고,
그 뜨겁고 얼큰한 국물에 한 공기를 더 먹었다.
이상하다. 배가 차니,
기분도 풀리는 걸..
하지만, 아직도 난 캠핑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메기 매운탕은 두 번 다시 먹지 않는다.
- 작가의말
밀양 얼음골에는 전설이 있습니다.
해마다 한 명씩 빠져 죽는다는 전설요.
제가 방문했을 때, 그 전 날도 어떤 남자가 빠졌었대요.
그러나 살아 돌아왔고, 저도 살아서 나갔죠.
하지만 아직도 전설처럼 이야기가 떠돈답니다.
밀양 얼음골...
주변에 매운탕 집들이 아직도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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