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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님의 서재입니다.

소환하는 군주님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무협

안형찬
작품등록일 :
2021.11.23 14:56
최근연재일 :
2022.01.01 21:38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79,325
추천수 :
2,010
글자수 :
194,965

작성
21.12.25 23:45
조회
1,0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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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글자
11쪽

11장. 한신

DUMMY

다음 날, 이른 아침에 병력을 움직였던 우리는 해가 지기도 전에 도적단 세 곳을 정리했다.


그들 모두가 전날 상대했던 도적들에 비해 규모가 작은 곳이라, 병력을 둘로 나누어 운용했기에 가능한 때문이다.


주 사부가 이끄는 보병 위주의 병력이 한 곳이었고, 이 외에 민추가 이끄는 보병 5개 조와 소수의 기병을 직접 이끌어 토벌했다.



-정산된 포인트는 18포인트입니다.-

-정산된 포인트는 15포인트입니다.-

-정산된 포인트는 13포인트입니다.-



그렇게 해서 벌어들인 포인트는 모두 46포인트에 달했다.


목표치를 한참 넘긴 것이었고, 이후 나는 더는 생각할 것 없다는 모습으로 병력을 거두어들였다.


이후 주 사부에게 융으로 돌아가라 명한 뒤, 나는 바로 총호군으로 길을 잡았다.


홀로 총호군으로 길을 떠나게 된 것이었으나, 주 사부를 비롯해 누구도 걱정하지 않았다. 이미 지난 전장에서의 달라진 나의 무용(武勇)을 알렸기 때문이다.


충일처럼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장수로서의 가능성은 보였기 때문이다.


웬만한 장수 하나가 정병 스무 명을 쉬이 상대할 수 있음을 생각하면, 홀로 길을 떠나는 것에 걱정하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지난 이틀 간 숨 가쁘게 토벌을 하였던 것은 사실이니, 주 사부는 그 점에 염려를 보였다.


이에 민추가 자신이 보좌하겠다고 나서려 했으나, 나는 괜찮다며 몇 번이고 그를 물렸다.


낙심하는 민추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어쩌면 큰 분기점을 만들 수 있는 인재를 소환하려 하는 나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생각보다 일찍 토벌을 마쳤다. 이만하면 바쁘게 움직이지 않아도 총호군과 내기 약속 날까지 도착할 수 있겠어.”


내가 무리하면서까지 이리 움직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앞으로 총호군과의 관계를 생각하려면 그 정도는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였다.


물론 주목적은 어디까지나 소환할 군사를 백사에게 맡기는 것에 있었다.



그렇게 주 사부 등과 헤어진 지 반 나절이 채 되지 않아, 맞이한 적막한 평야에서 나는 소환 의식을 치루었다.


-띠링! 직업 ‘무사’이 부여되었습니다.-


소환체의 직업으로는 충일과 같은 무사가 나왔다. 이미 겪은 바 세 손가락 안에 들 직업군이 떴지만 나는 서슴지 않고 직업 변경을 요구했다.


-직업 변경으로 100포인트가 소모됩니다.-

-요청한 직업 ‘군사(軍師)’가 부여되었습니다.-


그렇게 예상한 대로 군사 부여로 인해 소모된 100포인트를 제외한 포인트는 이제 233포인트였다.


나는 이걸 어떻게 사용할까? 잠시 망설이다 곧 결정을 내렸다.


지능, 학습률, 충성심을 모두 5단계로 올려 186포인트를 소모했고, 남은 47포인트로 중 힘에 14포인트를 투자해 3단계로 올렸으며, 민첩에 30포인트를 투자해 4단계로 끌어 올렸다.


그렇게 해서 금보다 더 귀했던 포인트는 이제 겨우 3포인트밖에 남지 않았다.


본래라면 각기 6포인트씩 12포인트로 힘과 민첩을 2단계에 올리려 했으나, 제법 포인트가 넉넉해지자 나는 욕심을 부려 이같이 생각을 바꾸었다.


-우우웅!-


곧, 소환이 시작되었고 그렇게 등장한 이는 충일과 비슷한 나이대의 어린 사내였다.


무장이 아닌 군사의 직업을 지녔음에도 내가 욕심을 부려서인지 소환된 어린 사내의 체구는 상당했다.


충일만큼은 아니지만 나보다도 머리 반개는 더 큰 거구인 셈이다.


사실상 무인으로 키워낸다고 해도 충분할 인재였다. 그러나 당연히도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한 대륙의 역사를 바꾸어 놓은 병법의 천재가 있었다. 아니 인류사의 역사를 뒤흔들었던 자라고 해도 다르지 않은 이다. 그가 없었다면 한 이라는 그 거대한 나라는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며, 이에 중국이라는 그 기괴한 나라는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서방의 국가들처럼 전국시대를 따라 여전히 여러 나라로 나누어졌겠지.”


그 말에 소환된 군사는 눈을 빛내었다. 마치 자신에게 어떤 이름을 줄지 예상이라도 한 모양새다.


“그래, 나는 너에게 한신이라는 이름을 줄 것이다. 부디 너는 그 자와 같은 업적을 이루길 바란다.”



-소환체에게 이름‘한신’을 부여했습니다.-

-‘한신’의 고유 특성 ‘행운’이 개방됩니다.-



“행운?”


이름과 함께 주어진 한신의 고유 특성을 본 나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전생에서도 본 적이 없던 행운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풀이하자면 좋은 운수 또는 행복한 운수를 말하는 것인데, 이것이 과연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희귀도로 친다면 아마 한계 돌파와 같은 유니크 급 수준일 것이다.


다만 희귀하다고 해서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에 쉬이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한신은 잠시 그에 시선을 가던 나를 조용히 일깨웠다.


“한신이 주공을 뵙습니다.”


그는 충일과 크게 다르지 않은 공손한 태도로 크게 예를 갖추었고, 그런 그를 나는 기꺼이 여겼다.


“앞으로 잘 부탁하지.”

“주공께서 하사받은 이름에 맞도록 노력하겠나이다.”


전생을 포함해 복금과 같이 새로운 직업군을 소환한 것은 처음이었기에, 그를 알고자 나는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비유가 아니라 실제로 나누었던 대화의 양은 대단했다.


총호군으로 가는 이틀 동안 밤낮을 가리지 않고 대화를 한 것으로, 평소 내가 그리 말이 많지 않음에도 그러했다.


어쩔 수 없는 것이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오히려 갈증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무슨 말인고라면 한신의 식견은 감히 내가 살필 수 없을 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이제 막 소환된 한신이었으니 그가 나보다 더 많은 지식(知識)을 쌓았을리는 없었다. 나에게서 일어난 것이었으니 지식만 따지면 나와 동일하였다.


그러나 단순히 아는 것과 깨우친 것은 엄연히 다른 법이었고, 그런 점에서 한신은 나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지혜를 이룬 자였다.


그는 한정된 정보만으로도 천하의 지세를 읽었으며, 내가 보고도 알지 못한 그 속의 숨겨진 역사를 말하곤 했다.


나는 그의 식견에 감탄하고 또 감탄하다, 뒤늦게나마 앞으로 내가 어떻게 걸어가야 할 지에 대해 물었다.


그리고 앞서 나눈 이야기처럼 세밀하면서 적지 않은 가르침을 내려 줄 것이라 예상했으나, 의외로 한신은 생각지 못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것은 충일과 류에게 이야기하면 될 것입니다.”

“충일과 류?”


내가 잘못 들은 것인가? 싶어 다시 묻는 나에 한신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내가 잘못 들은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슨 말인지 좀 더 풀어주겠는가?”


그 말에 한신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하기 시작했다.


“만약 주공께서 총호군을 만나러 가시기 전에 저를 먼저 소환하셨다면 저는 이리 답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이득이 가는 쪽으로 길을 제시하였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그 말에 나는 그제야 그가 무엇 때문에 대계를 말하지 않은지를 알 수 있었다.


“설마, 백사 때문인가?”

“그렇습니다. 그분이라면 충일과 류에게 가르침을 내렸다면 분명 주공에 대한 대계에 대한 것도 있을 것입니다. 저로서는 섣불리 입을 올려 그분이 그린 그림을 일그러트리고 싶지 않습니다.”


예상에 불과했지만, 한신은 확신에 가까운 태도를 보였다. 아마 자신이라면 분명 그리 행했을 것이기에 보이는 태도일 것이다.


그러니 자연 다른 궁금증이 일 수밖에 없었다.


“자네가 보는 백사는 어떤가?”


이에 한신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더니 말했다.


“직접 대한 것이 아니기에 명확하게 답할 수는 없겠으나, 지금 제가 본 정보로만 판단한다면 그는 오만하며 야심이 넘치는 자입니다. 능히 요 나라와 같은 나라 한 둘은 패망케 하거나 일으킬 수 있는 이이며, 동대륙에 한해서라면 운이 닿는다면 패권을 쥘 수 있을 재주를 지녔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거기까지라고 하지만 사실 한신이 말한 것만으로도 믿기 힘들만큼 대단한 것이었다. 요 나라와 같은 큰 나라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주도할 수 있는 자라니 이 얼마나 놀라운가? 거기에 운이 닿는다는 조건이 붙지만 동대륙의 패권을 쥘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었다.


하지만 그리 답하는 한신의 얼굴은 어째 그리 마땅치 않아 보이는 터라, 나는 그것이 의아해 물었다.


“내가 본 게 틀리지 않다면 자네는 백사를 그리 높이 평가하지 않는 것 같군.”


그 말에 한신은 서슴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아마 그가 말하는 하늘의 제재가 아니었다고 해도 그는 자신의 야심을 크게 펼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어째서인가?”

“앞서 말대로 그는 오만하면서 야심이 넘치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자신을 과시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런 자는 능력이 뛰어날수록 사람들을 두렵게 할 지언정 진정으로 따르게 할 수 없습니다.”

“그는 이미 동대륙의 혼란을 빠르게 종식시킨 바가 있네.”


나의 반론에 한신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 볼 수 있겠지만 사실 주체는 그가 아닙니다. 그 짧은 시간에 그 같은 대계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총호군이 중심을 잡았기 때문입니다. 주공께서는 화려한 꽃을 지향하지 마십시오. 군주는 화려함보다는 투박하여 보이지 않는 뿌리가 되어야 합니다.”


화려함을 지양하라는 한신의 말에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말이 귀에 거슬려서가 아니라, 다시 한번 나의 부족함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자네의 말이 옳네. 나도 모르게 그 화려함에 시선이 빼앗겼군.”


나의 태도에 한신은 매우 기꺼워했다.


“자신의 과오를 이리 쉬이 깨우치기란 범인은 할 수 없는 행동입니다. 이것만 해도 주군께서는 크게 성장할 수 있으니 스스로에 믿음을 잊지 마십시오.”

“그러겠네.”


한신과의 대화는 대부분 이런 식이었다.


대화의 그 끝에는 내가 깨우쳐야 하거나 혹은 방향을 잘못 잡고 있는 것을 새로이 잡아 주었다.


‘어째서 총호군이 식솔인 삼사를 스승으로 삼았는지 새삼 이해가 되는구나.’


단순히 크게 대하기 위함이 아니다. 이처럼 스승으로 삼아도 부족함이 없는 이이기 때문이다.


하기에 나 또한 한신을 마음 속으로나마 스승으로 삼으며 그 가르침을 청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게 이틀이라는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 어느새 우리는 총호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날짜는 총호군과 내기의 마지막 날이었다.




그렇게 총호군의 장원에 도착한 나는 당일 날 바로 총호군을 뵐 수 있었다.


늦은 밤이었음에도 여전히 수백 개의 등불이 밝혀진 총호군의 사저(私邸)는 환했다.


나는 지난 번과 달리 여유롭게 그 주변을 살피고 즐겼다. 사실상 내기는 내가 이긴 것이나 다름 없었던데다, 무엇보다 그 가는 길에 한신도 함께 하였기 때문이다.


고작 사흘을 함께 하였을 뿐이지만, 그에 대한 나의 믿음은 태산과도 같았다.




이번 작품도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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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장. 한신 +3 21.12.25 1,077 41 11쪽
32 11장. 한신 +5 21.12.23 1,138 4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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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10장. 화천심법 +6 21.12.19 1,393 49 11쪽
29 10장. 화천심법 +5 21.12.18 1,352 50 12쪽
28 9장. 총호군. +3 21.12.17 1,348 49 12쪽
27 9장. 총호군. +2 21.12.16 1,358 40 13쪽
26 9장. 총호군. +1 21.12.15 1,404 43 12쪽
25 9장. 총호군. +1 21.12.14 1,477 44 14쪽
24 8장. 백사(白蛇) +3 21.12.13 1,506 48 12쪽
23 8장. 백사(白蛇) +3 21.12.12 1,570 46 12쪽
22 8장. 백사(白蛇) +1 21.12.11 1,650 44 13쪽
21 7장. 류(瑜) +4 21.12.10 1,630 49 12쪽
20 7장. 류(瑜) +7 21.12.09 1,666 44 13쪽
19 7장. 류(瑜) +1 21.12.08 1,719 50 11쪽
18 6장. 토벌 +2 21.12.07 1,733 56 12쪽
17 6장. 토벌 +3 21.12.06 1,723 48 12쪽
16 6장. 토벌 +2 21.12.05 1,795 51 11쪽
15 5장. 출정 +2 21.12.04 1,828 50 11쪽
14 5장. 출정 +1 21.12.03 1,918 46 12쪽
13 5장. 출정 +1 21.12.02 2,127 48 12쪽
12 4장. 창설(創設) +2 21.12.01 2,291 52 12쪽
11 4장. 창설(創設) +1 21.11.30 2,376 56 11쪽
10 3장. 금복 +4 21.11.29 2,394 5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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