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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 님의 서재입니다.

소환하는 군주님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무협

안형찬
작품등록일 :
2021.11.23 14:56
최근연재일 :
2022.01.01 21:38
연재수 :
37 회
조회수 :
79,323
추천수 :
2,010
글자수 :
194,965

작성
21.12.17 08:58
조회
1,347
추천
49
글자
12쪽

9장. 총호군.

DUMMY

몹시 실망스러운 일이었지만 또한 그간의 의문들이 풀려나가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였던가? 성취를 이룰수록 뿌연 안개 속을 걷고 있다 느낌을 받은 것은.’


아무리 그래도 수백년동안 소성을 이룬 이도 없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이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달리 말하자면 그것만으로도 웬만한 귀족가 비전 못지 않았던 화천심법이 대단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기도 했다.


잠시 동요하였으나 이는 오래 가지 않았다. 침착 특성 덕분이었는데, 이런 나의 모습이 총호군은 흥미 어린 눈빛을 보이다 말을 이었다.


“나 또한 이 사실을 안 뒤, 화천심법들을 찾아다녔지. 그리하여 내 손에 들어온 화천심법이 네 개라네. 나는 그 중 하나를 라유에게 내어 주었을 뿐일세.”


나는 그 내어 준 것이 요 나라 왕실 것을 제외한 가장 질이 뛰어난 것일 것이라 짐작했다.


거기까지 생각하던 나는 문득 떠오른 생각에 헛웃음을 속으로 토해내야 했다.


‘하! 정말 집요한 양반이로군.’


무례할지 모르나 나는 총호군을 그리 평해야 했다.


그도 그럴 게 아무리 총호군이 인자하다지만 이렇게까지 나에게 이야기를 해 줄 필요는 없었다.


한데도 이리 이야기를 해준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그가 노리는 충일과 류에게 탐스러운 먹이를 내 보인 것이다.


보라. 나는 너희 주인이 내어 준 것보다 더 뛰어난 것을 이처럼 내어 줄 수 있다. 그러니 욕심을 부려 나에게 오라. 그러면 라유가 받는 혜택을 너희에게도 베풀어주겠다.


무공의 중요성을 심히 알고 있는 무장으로서는 흔들릴 수밖에 없는 유혹이었다.


이런 속셈이 그 아래 있었으니 나로서는 총호군을 집요하다 평할 수밖에.


‘만약 총호군이 노리는 것이 나의 소환수가 아니었다면, 확실히 한 달 안에 꼬시는 것도 무리가 없었겠군.’


어째서 일천이나 되는 식객들이 한 마음으로 충성을 받치는지 나는 이해 할 수 있었다.


잠시 총호군의 이야기로 소강되었던 시험은 계속 이어져갔으며, 라유는 못다한 설명을 이었다.


“불완전한 화천심법이기에 다른 심법과 함께 일부나마 다룰 수가 있네. 이로 인해 나는 화천심법의 특성을 다룰 수 있게 되었고, 천근추의 위력을 크게 배가 시킬 수 있었지.”


천근추(千斤錘).


내공의 묘용을 통해 마치 가만히 있으려는 성질을 지닌 거대한 바위를 흉내 내는 수법이다. 이론은 그리 어렵지는 않았으나, 실제로 그를 응용하며 저처럼 펼치는 것은 대단히 어려움이 있었다.


나 또한 일시적으로 펼치는 것은 가능했지만, 저처럼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은 큰 어려움이 있었다.


새삼 초일류의 무인이라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지 감탄이 아니 나올 수 없었다.


그런 무인이 화천심법의 특성을 통해 중력(重力)을 다루기까지 하니 류의 기습적인 괴력의 일격에도 그가 잠깐 밀리는 게 고작일 터였다.


그런 대단한 수를 다루는 무인을 앞에 두고 있음에도 류는 여전히 여유로움을 흘리지 않았다.


“천근추. 재미있는 수법이군요.”


-웅!-


그녀는 그리 말하더니 즉시 그를 흉내내어 보았다.


내공이 미약하다보니 그 발현된 천근추의 수준은 조잡했지만, 능히 라유와 총호군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첫 시도에 완벽히 펼쳤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보다 무공이 삼류 수준으로 보이는 그녀가 저처럼 빠르고 자연스럽게 펼칠 줄은 몰랐던 것이다.


환골탈태한 것 이상의 육신을 가진 것을 모르는 그들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류는 자신을 보고 놀라는 그들에 신경 쓰기보다는 잠시 눈을 감고 골똘히 생각하더니 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지금 상태로는 어려울 것 같아요.”


난데없는 물음이었지만 나는 그녀가 뭘 말하는지 알았다. 아무래도 한계 돌파를 사용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화답했고, 이에 류는 만족스러워하며 고개를 돌렸다.


“조심하세요. 이번에는 좀 다를 거에요.”

“....알겠소.”


방심했다고 하지만 그녀의 괴력에 반에 반 발자국을 물려야 했던 라유는 류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 들였다.


-후우우...-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류는 긴 한 숨을 흘리더니 한계 돌파를 사용했고, 그것으로 시험은 끝이 났다.


-퍼어어엉!-


좀 전과는 비교도 안되는 거대한 소리가 터져나왔다. 순간 전각이 뒤흔들리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당연히 그 소리만큼이나 벌어진 일은 충격적이었다.


-쿵..쿵쿵....쿵!-


칠건장의 하나인 라유가 무려 네 걸음이나 뒤로 물러난 것이다. 한 걸음 물러날 때마다 그 안색이 창백해져 가는 것이 아마도 내상을 입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청나군.’


한계 돌파와 괴력의 조합이 대단할 것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설마 이 정도로 대단할지는 몰랐다.


첫 번째 시도와 달리 진각 조차 밟지 않고 낸 결과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후우우. 뻐근하네.”


한계 돌파의 단점인 탈력을 고려했던지 류는 서둘러 한계 돌파를 거두었지만, 역시나 피로감은 도는 모양이다.


엄살을 부리는 그녀와 달리 일대는 침묵에 잠겼다. 생각지도 못한 진정한 괴력이 현신되는 순간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럼에도 류는 긴장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는데, 그런 그녀를 보며 나는 고개를 저으며 손짓으로 조용히 자리로 돌아가라 명했다.


류가 자신의 자리로 돌아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총호군은 눈빛을 더욱 강하게 빛내며 나에게 말했다.


“용만이 아니라 봉(鳳)도 함께 있을 줄이야. 정말 놀랍네.”

“그리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나는 담담하게 그리 답했고, 이에 총호군은 정말 아쉽다는 태도로 말했다.


“좋아. 내기는 자네가 이겼네. 말한대로 원하는 것 하나를 들어주지.”


그 말이 나오기를 기다렸던 터라, 나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대례를 보이며 원하는 것을 이야기했다.


“제가 바라는 것은 다름이 아닙니다. 저와 저의 사람들이 이곳에서 가르침을 받기를 바랍니다.”

“??”


나의 말에 총호군이 조금은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설마 이처럼 바로 원하는 것을 말할 줄 몰랐던대다, 그 바라는 것도 생각했던 것들과는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 시작으로 총호군께서 말씀하셨던대로 한 달을 이곳에서 머물러 가르침을 받고자 합니다.”

“크하하하하!”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총호군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다른 목적이 담긴 웃음이 아닌, 정말 유쾌하여 토해내는 웃음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웃어대던 총호군은 어느 순간 웃음을 뚝 그치더니 강렬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내가 전각에 들어왔을 때부터 그토록 바라던 눈빛이었다.


“자신감이 대단하군. 자네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아는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총호군이 계신 이곳에 저의 사람들을 유학 보내는 것이지요.”.

“그 결과는 보통 좋지 못하지. 특히 뛰어난 자일수록 말일세.”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총호군께서는 저의 바람을 수락하지 않을 이유가 없으시겠군요.”

“허어?”


태연스러운 나의 말에 총호군은 마치 참으로 맹랑한 놈을 본다는 듯한 시선을 보였다. 그리고 잠시 나를 바라보다 이후 충일과 류를 바라보던 총호군은 다시 나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짧지 않은 생에 깨달은 것이 있다면,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참으로 종잡을 수 없다는 것이네. 어떨 때는 바늘 한 점 들어가지 않은 듯 견고하면서도, 또 어떨 때는 저 거대한 바다마저도 담을 수 있으니 말일세. 놀라운 것은 이러한 변화가 하루에도 수 십번이나 이른다는 것이지.”


나는 총호군의 말에 공감했다.


오랫동안 마음을 수련한 수행자조차 그 일심(一心)을 하루도 채 넘기기 어려울 지경이다. 한데, 여타 사람들은 어떠하겠는가?


범인이라면 수 십이 아닌 수백 번은 그 심경의 변화에 휘둘려질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총호군의 말에도 나는 속으로 미소를 지을 따름이다.


총호군이 그리 말했다는 것에서부터 그가 나라는 존재를 기대 이상으로 높이 평가했음을 알아 보아서였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젊은 혈기에 어리석은 결정을 하지 말라며 이리 돌려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속으로 크게 기뻐하며 총호군에게 다시금 대례를 보였다.


“참으로 총호군의 위명이 거짓이 아님을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저의 말을 거둘 생각이 없습니다.”


나의 말에 총호군은 참으로 복잡하다는 감정이 담긴 얼굴빛으로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좋네. 정히 그렇다면 받아들여야지. 하지만 애초 이 일 자체가 공평치 못한 것이라, 공평성을 위해 두 가지를 이야기하겠네.”


나는 소환자와 소환체의 관계라는 것을 모르는 총호군으로서는 그리 생각할만 하다 여겼다. 다만, 공평치 못하다며 말하는 두 가지에 대해서는 생각지 못한 것이라 조금은 당황한 기색으로 귀를 기울였다.


“하나는 화천심법에 대한 것이네. 자네의 화천심법을 나에게 내어주면 나 또한 다른 화천심법을 내어 주겠네. 이리 되면 나는 다섯 개의 화천심법을 가지게 되는 것이고, 자네는 두 개의 화천심법을 가지는 것이니 양측 모두 이득이 되네.”


얼핏 공정한 것처럼 들렸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에게 크게 이득인 셈이다.


네 개의 화천심법 중 어느 것과 비교한들 분명 내가 가진 것보다 뛰어난 것일 게 분명할 것이라서다.


이로써 내가 류와 충일에게도 줄 수 있는 것이 커지게 되는 것이라, 나는 새삼 총호군의 위명이 괜히 일어난 게 아님을 깨달았다.


내가 그 속의 뜻을 알고 감사의 뜻을 보이는 것을 본 총호군은 미소를 보이며 남은 또 하나에 대해 이야기했다.


“다른 하나는 내기일세. 두 사람 모두 금복이 그러했던 것처럼 끝내 나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면 나는 자네를 외(外) 식객으로 받아 들이겠네. 대신 자네가 진다면 자네는 나의 식객으로 들어와야 할 것이네. 기간은 한 달로 하지.”


외 식객이 의미하는 바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이 자리에서 그토록 원하고자 했던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랬다.


나는 가능하면 총호군의 위명을 등에 업고자 했다.


다만 종속적 관계인 식객을 바란 것은 아니다. 총호군의 식객들 중 손 꼽히는 이들만이 가지는 독립성을 가지고자 한 것이다.


말하자면 부 세력을 인정 받는 것이다.


이는 나 혼자였다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아니, 여느 식객으로 인정 받는 것부터 어려움이 컸을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백사가 상상이라 인정한 총호군이 탐할만 한 인재들이 있었고, 이들을 이용한다면 가능할 것이라 여겼다.


‘일이 잘 풀린다고 해도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기껏해야 이곳에서의 가르침을 받는 자유도가 높아지는 정도가 목적으로 둔 나로서는 생각지 못한 횡재를 한 셈이다.


물론 내기에서 이겨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지만, 그 내기의 결과는 너무도 뻔한 것이었다.


그러나 총호군이 그런 내기를 한 것은 그만큼 자신이 있었다는 것인터라, 나는 속마음을 가까스레 숨기는 데 심력을 다해야 했다.



전각을 나선 뒤에야 나는 새어 나오는 기쁨을 슬며시 표출해냈다.


여전히 몇몇의 식객들이 주목하고 있던 터라, 나는 달빛마저 흐려지는 늦은 밤인 게 정말 다행이라 생각하며 가벼운 걸음을 옮겨댔다.




이번 작품도 잘 부탁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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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3

  • 작성자
    Lv.60 나무그늘속
    작성일
    21.12.17 23:23
    No. 1

    흠 소재도 내용전개도 다 재미있는데 요즘 유행이 아니어서 관심이 적은걸까요.
    다만 28화에 걸쳐 나오는 내용에 비해 주인공 독백과 현재흐름이랑 다른 곁가지 내용 때문에 템포가 느려보이는 느낌이 있네요. 마치 삼국지 시뮬레이션 게임을 성장시키듯 흥미진진하게 보고있는데 이전작들에서 항상 아쉬움이 느껴졌던것처럼 독백과 세계관 설명을 조금만 축약하시면 주류독자들에게 훨씬 가독성이 높을것 같아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6 풍광
    작성일
    21.12.18 07:15
    No. 2

    케릭터가 어정쩡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치킨이면 확실한 먼치킨이지 이것도 저것도 아닌 느낌이에요.
    군단이나 사단을 소환한다던지 그런 느낌인줄 알았는데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물빛여운
    작성일
    21.12.26 23:06
    No. 3

    재미있게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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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11장. 한신 +5 21.12.26 1,105 44 11쪽
33 11장. 한신 +3 21.12.25 1,076 41 11쪽
32 11장. 한신 +5 21.12.23 1,138 42 12쪽
31 10장. 화천심법 +5 21.12.22 1,179 43 13쪽
30 10장. 화천심법 +6 21.12.19 1,393 49 11쪽
29 10장. 화천심법 +5 21.12.18 1,352 50 12쪽
» 9장. 총호군. +3 21.12.17 1,348 49 12쪽
27 9장. 총호군. +2 21.12.16 1,358 40 13쪽
26 9장. 총호군. +1 21.12.15 1,404 43 12쪽
25 9장. 총호군. +1 21.12.14 1,477 44 14쪽
24 8장. 백사(白蛇) +3 21.12.13 1,506 48 12쪽
23 8장. 백사(白蛇) +3 21.12.12 1,570 46 12쪽
22 8장. 백사(白蛇) +1 21.12.11 1,650 44 13쪽
21 7장. 류(瑜) +4 21.12.10 1,630 49 12쪽
20 7장. 류(瑜) +7 21.12.09 1,666 44 13쪽
19 7장. 류(瑜) +1 21.12.08 1,719 50 11쪽
18 6장. 토벌 +2 21.12.07 1,733 56 12쪽
17 6장. 토벌 +3 21.12.06 1,723 48 12쪽
16 6장. 토벌 +2 21.12.05 1,795 51 11쪽
15 5장. 출정 +2 21.12.04 1,828 50 11쪽
14 5장. 출정 +1 21.12.03 1,917 46 12쪽
13 5장. 출정 +1 21.12.02 2,127 48 12쪽
12 4장. 창설(創設) +2 21.12.01 2,291 52 12쪽
11 4장. 창설(創設) +1 21.11.30 2,376 56 11쪽
10 3장. 금복 +4 21.11.29 2,394 5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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