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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헤라

재능이 사기급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판타지

베르헤라
그림/삽화
연재 ; 부정기
작품등록일 :
2021.12.28 10:50
최근연재일 :
2022.01.26 21:1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27,437
추천수 :
693
글자수 :
144,645

작성
22.01.17 19:10
조회
783
추천
25
글자
15쪽

#013 제발 단칼에 떨어져라, 목!

DUMMY

#013 제발 단칼에 떨어져라, 목!


산길로 접어들자 긴장 때문에 숨 쉬는 게 어려워졌다.

이럴 줄 알았다면 집에서 나올 때 도끼도 하나 들고 오는 건데 무기가 될 만한 게 전혀 없다.


'괜찮아. 천하제일의 보법이라는 졸랑보도 조금 할 줄 알고, 나는 호랑이도 찢어 죽이는 괴력의 사나이니까.'


그래도 조금 불안해서, 나는 산길로 올라가며 나무에서 굵은 가지를 하나 부러뜨렸다.

가지를 뜯어내는 모습을 보고 고산신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너, 정말 괴력이구나. 사람 팔뚝만 한 나뭇가지를 무슨 엿가락 끊듯이 뚝 부러뜨리다니. 과연 장애평 아들이다."


혼자 말하며 고개를 끄덕이던 고산신이 문득 걸음을 멈췄다.

자연스럽게 내 다리도 그 자리에 섰다.

주름 투성이 고산신의 얼굴이 조금 일그러졌다.


"소리가."


바람을 타고 비명소리가 들렸다.

희미하지만 아이의 울음소리도 섞여 있었다.

어쩌면 내가 본 번쩍임은 우리를 노린 게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미 도적들은 제물을 선택하고 덮친 거다.

심장이 벌렁벌렁 심하게 뛰었다.

아주 조금 고민했지만, 나는 고산신에게 소리치고 몸을 돌렸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비명이 들려오는 앞을 향해 뛰기 시작한다.


"이놈아! 어딜 가는 게야!"


당황한 고산신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왜인지 모르지만 고산신이 쫓아왔다.


"너, 설마 저 사람들을 도울 생각이냐?"


고산신이 바로 옆에서 달리며 물었다.


"... 잘 모르겠어요."


사람이 사람을 죽인다.

전생에서도 분명히 그런 일은 있었다.

TV나 인터넷만 봐도,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잔인한 일들이 벌어졌다.

하지만 그건 먼 곳의 이야기였을 뿐이다.

내가 사는 주변에서는 절대로 벌어지지 않을,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이곳은 다르다.

나 자신이 그런 폭력적인 세상 속에 살고 있었다.

이곳에는 신고만 하면 몇십 분 내로 달려오는 경찰도, 구급 대원도 없다.

이런 산속에서 사람이 죽어도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아예 죽었다는 사실조차 아무도 모를 것이다.


'그러니까.'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러니까 무서워도 달려가는 것이다.

어른의 비명만 있었다면 모른 체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고산신에게는 모르겠다고 대답했지만, 마음은 이미 굳었다.

할 수 있다면 구해주고 싶었다.

내 힘으로 모두를 구할 수는 없어도, 아이 한 명 정도라면 안고 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나 자신의 걸음도 빠른 편이지만, 고산신의 보법도 몸에 익히고 있다.

그걸 이용하면 아이 한 명 정도는 쉽게 구해 도망칠 수 있지 않을까.

고산신은 조금 곤란한 표정을 했지만, 나를 말리려고는 하지 않았다.

고산신이 과장되게 숨을 쉬더니 중얼거렸다.


"나는 공격을 하지 못해서 큰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뭐, 없는 것보다는 나을 거다."


고산신이 훌쩍 손을 위로 뻗으며 허공을 밟고 뛰었다.

딱 소리가 나도록 내 머리를 때린다.


"이놈아! 고마운 줄 알아. 세상 물정에 어두운 너를 위해서 이 어르신이 함께 붙어가는 거니까."


고산신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작게 들렸다.


"얼굴은 산적보다 험악하지만... 착한 놈이네."


거참, 자꾸만 얼굴 얘기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여린 마음 상처 입는다.


한참 달려가자 무기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굉장히 빠르다.

챙챙챙챙, 쇳소리에 섞여 아이 울음소리와 여자의 비명소리가 울렸다.


"당하는 쪽이 일반인은 아니었던 모양이군. 저렇게 빠른 걸 보면 무공을 익힌 사람이다."


그렇다면 더욱 서둘러야지.

힘이 빠지거나 죽기 전에 협력해야 한다.

내 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도적은 언덕처럼 올라갔다 조금 내려가는 길에 있었다.

그야말로 산적이라는 느낌의 남자들이었다.

도적의 수는 열 명 정도로, 생각보다 적었다.

도적들은 대부분 커다란 칼을 들고, 몇 명은 가죽으로 만든 조끼 같은 걸 입고 있었다.

일반 옷처럼 보이지는 않고, 어쩌면 갑옷 같은 걸지도 모르겠다.

이미 싸움이 한참 진행되었는지, 바닥에는 도적 두 명이 쓰러져 있었다.

한 명은 죽었는지 움직이지 않고, 다른 한 명은 피를 흘리고 있다. 칼에 베였는지 어깨가 크게 벌어져 있었다.

도적과 싸우는 건 약간 호리호리해 보이는 남자로, 상당히 긴 칼을 들고 있었다.

한 번에 세 명의 도적을 상대하면서도 밀리는 기색은 없다.

남자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칼을 휘둘러, 동시에 여기저기서 들어오는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어딘가에 상처를 입었는지도 모른다.

남자의 뺨이나 어깨, 손 등에 피가 묻어 있었다.

남자 뒤에는 지구의 리어카처럼 생긴 수레가 한 개 있었는데, 이불과 냄비 같은 물건과 함께 여자아이가 들어가 앉아있었다.

대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가 엉엉 울면서 엄마를 부른다.

그리고 약간 떨어진 곳에는 아이 엄마인 듯 보이는 젊은 여자가 도적에게 잡혀 있었다.

도적이 여자의 배에 한 팔을 감아 안은 채, 싸우는 남자에게 소리쳤다.


"이 년이 어떻게 돼도 좋은가! 당장 칼을 버려라!"


여자 쪽으로 몇 명의 도적이 가까이 다가갔다.

거칠게 여자의 옷을 찢는다.

한 명이 여자의 다리를 잡아 번쩍 들었다.

여자가 발버둥 치며 비명을 지르고, 수레에 앉아있는 아이의 울음소리가 더 커졌다.

남자는 여자의 위기를 보면서도 수레를 떠나지 못한 채 칼을 휘둘렀다.

남자의 얼굴에서 절망과 고통을 보고, 나는 버럭 소리 질렀다.


"이 빌어먹을 놈드으으을!"


영화에서 보는 비극과 바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범죄는 뇌에 전해지는 충격의 정도가 다르다.

내 일도 아닌데 뇌가 빨갛게 타버릴 것처럼 분노가 일었다.

이놈들, 다 죽여버린다.

나는 짐을 바닥에 던진 뒤, 나뭇가지를 휘두르며 내달렸다.

언덕을 구르는 눈덩이처럼 발 구르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내 등장에 도적들이 깜짝 놀라며 칼을 꼬나잡았다.


"저건 또 웬 놈이야!"

"한 패가 있었나?"


도적들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싸울 준비를 완전히 갖추기 전에, 이미 제일 앞에 있는 놈에게 가까이 다가가 있었다.

커다란 칼을 든 도적이 뒤늦게 팔을 들었다.

하지만 내 움직임이 더 빠르다.

나는 두꺼운 나뭇가지를 크게 휘둘렀다.

웅, 바람 소리와 함께 나뭇가지가 도적의 얼굴을 쳤다.


"컥!"


도적의 얼굴이 옆으로 홱 비틀어지며 허공을 날았다.

마치 얼굴에 몸이 딸려가는 것 같다.

도적의 입에서 부러진 이와 함께 피가 튀어나왔다.


"이 천하의 몹쓸 놈들! 밥벌레 새X들! 죽여버린다!"


나는 소리치면서 다시 발을 굴렀다.

몸이 위로 붕 뜨자, 나는 재빨리 발로 허공을 밟았다.

고산신의 졸랑보를 땅이 아닌 허공에서 펼친 것이다.

가능할지 조금은 걱정이었지만, 확실히 졸랑보는 물건이었다.

발놀림이 기묘하다.

마치 몸이 허공에 둥둥 떠 날아다니는 느낌이 들었다.

내 몸은 순식간에 허공을 날아, 다음 도적을 향해 쏘아졌다.


"나도 못하는 재주를! 저 빌어먹을 놈의 천재 녀석."


고산신이 화내듯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그 소리가 끝날 무렵, 고산신은 이미 수레에 있는 아이를 덥석 안고 있었다.


"내가 아이를 맡을 테니, 자네는 부인을 구하게."


고산신은 남자에게 그렇게 말한 뒤, 아이를 안고 냅다 달렸다.

도적을 피해 우리가 왔던 언덕으로 뛰어 올라간다.

그 행동이 너무 빨라서 도적은 고산신을 잡을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천하제일의 도둑이라는 자랑이 빈말은 아닌 모양이다.

화살보다 빠른 것처럼 보였다.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부담이 없어지자, 남자는 곧바로 여자를 향해 달려갔다.

남자의 칼이, 여자를 잡고 있는 도적의 반대편 팔을 비스듬히 베어냈다.

도적의 팔이 칼을 쥔 채로 바닥에 떨어지자, 남자는 재빨리 여자를 당겼다.

깨끗하게 잘라진 팔의 단면에서 피가 왈칵 쏟아져 나온다.

잘은 모르겠지만 이 남자, 왠지 대단한 것 같다.

하지만 동시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에 뵈는 게 없었지만, 지금에야 깨달은 거야.

아무리 울퉁불퉁한 근육으로 뒤덮여 있어도, 내 몸은 도적의 저 팔과 마찬가지다.

뼈와 살로 되어 있었다.

칼에 베이면 내 팔도 떨어진다.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전신에 소름이 쫘악 돌았다.


'내가 미쳤지. 나뭇가지 하나 들고 뭐 하는 짓이야.'


아무리 굵은 나무도 막대기에 불과하고, 쇠는 나무보다 강한 법이다.

칼과 부딪치면 싹둑 잘리는 건 나뭇가지 일 거다.

쇠가 나무보다 강한 것, 그게 세상의 이치였다.

나는 나뭇가지를 내던지면서 미끄러지는 것처럼 몸을 옆으로 뉘었다.

졸랑보가 자연스럽게 펼쳐지고 몸이 바닥으로 내려갔다.

도적이 아직 우왕좌왕하는 동안, 나는 쓰러진 도적 옆에서 나뒹구는 칼을 집어 들었다.

단단한 쇠의 감촉이 손안에 느껴지자 겨우 마음이 놓였다.

이제 무기가 싹둑 잘릴 염려는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칼을 다뤄본 적이 없다는 게 문제였다.

지금까지는 칼 휘두르는 사람을 본 적도 없다.

집에 큰 칼이 있었던 걸 보면 어머니도 사용하기는 했을 테지만, 내가 눈으로 본 적은 없었다.

게다가 더 큰 문제가 있다.

내게 사람을 죽일 각오는 있었지만, 몸을 싹둑 자르는 것까지는 아직 마음이 미치지 못했다.

그래, 살아있는 사람의 몸을 가르는 건 억만 년은 이르다.


"...."


겁쟁이라서가 아니다.

전생에서 트라우마가 있었기 때문이다.

진짜야.

방학 때마다 내려가 머물렀던 할아버지 집은 바닷가와 가까운 곳이라, 오일장이 서면 생선을 팔러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장사꾼이 파는 게 아니라 근처 마을 사람들이 잡은 생선이다.

둥근 고무 대야에 숭어, 새우, 굴 같은 걸 물과 함께 담아 팔고 있었다.

그날은 할아버지와 함께 장에 놀러 갔다, 커다란 숭어를 보았다.

주름이 얼굴은 물론 손등까지 빼곡하게 들어찬 할머니가 팔고 있었다.

새벽에 잡아온 거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세 마리니, 오천 원만 받겠다고 해서 할아버지를 졸라 사 왔다.

굉장히 큰 생선인데 오천 원에 세 마리라니, 엄청난 이득이라고 생각했다.

살 때는 약하게 숨을 쉬고 있었지만 집에 왔을 때 숭어는 이미 움직이지 않았다.

오후가 되었을 때, 숭어는 완전히 죽어 있었다.

건드려도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진짜로 죽었다고 생각했다.

할아버지가 토막을 치려고 할 때, 내가 해보겠다고 나섰다.

재미있어 보였던 거다.

의욕 만만이었다.

날이 시커먼 칼을 들고 생선을 향해 힘차게 내리쳤는데....

그 당시의 감촉이 손에서 되살아나자 소름이 돌았다.

이미 죽어서 움직이지도 않던 생선이 갑자기 몸을 펄떡거리며 움직였다.

그때 얼마나 놀랐던지.

한 손으로는 펄떡펄떡 뛰는 생선을 잡고, 다른 손에는 칼을 든 채 엄청난 비명을 질러댔다.

아마 할아버지는 더 놀랐을 것이다.

손자가 칼을 든 채 발을 동동 구르며, 숭어가 펄떡 뛰는 걸 놓지 못한 채 잡고 있었으니까.

거기에 비명까지 지르면서.


"...."


하아. 지금 생각해도 끔찍한 경험이었다.

나는 전생의 트라우마를 생각하느라, 칼을 잡은 채 굳어 있었던 것 같다.

뭔가 이상한 걸 느끼고 눈을 깜박이자, 근처에 있던 도적이 칼을 휘두르며 덤벼오는 것이 보였다.


"!"


대체 언제 온 거야!

도적이 날린 칼이 이마를 향해 비스듬히 내려왔다.

거친 바람이 머리카락을 스쳤다.


"젠장! 나를 죽일 셈이냐!"


나도 모르게 소리쳤지만, 당연히 이놈들은 나를 죽이려고 하겠지. 바보 같은 말이었다.

나는 생각할 틈도 없이 고산신의 졸랑보를 펼쳤다.

기름칠을 한 것처럼 몸이 부드럽게 뒤로 움직였다.

이 졸랑보, 정말 좋다.

발을 조금만 움직여도 몸이 미묘한 방향으로 어긋나며 상대방의 공격을 무마한다.

졸랑보가 없었다면 도적들을 여유롭게 상대하는 건 조금 힘들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 한두 명이었다면 몰라도, 이렇게 많은 인원수를 상대로 여유 부리는 일은 하지 못했을 거다.

앞에서 덮치는 놈을 피하는 순간, 다른 도적이 뒤에서 덤비고 있었다.

나는 가볍게 발의 위치를 바꾸었다.

몸이 약간 비틀어지면서 뒤에 있던 도적의 칼이 앞 놈을 덮쳤다.

이런 걸 자중지란이라고 하는 건가. 아니면 소가 뒷발질하다 우연히 쥐를 밟아 죽인 셈인가.

거친 비명이 바로 옆에서 터졌다.

칼이 도적의 머리통에 박히면서 피가 솟구쳐 올랐다.

주위에 있는 도적들의 눈 색깔이 바뀌는 것처럼 보였다. 아마 눈이 뒤집어졌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걸 거다.

그 순간 알았다.

이제 피할 수 없다. 죽여야 할 순간이다.

순간적으로 손 안에서 펄떡거리던 숭어의 느낌이 되살아났다.


'여기서 망설이면 내가 숭어가 되는 거다!'


그렇게 결단을 내리면 그다음은 순식간이었다.

나는 바로 근처에서 아내를 구하려고 싸우는 남자의 모습을 찾았다.

남자는 여자를 등 뒤에 숨긴 채, 다른 도적과 싸우고 있었다.

여자 근처에 도적이 두 명 쓰러져 있었다.

내가 잠시 머뭇거리는 동안 남자는 이미 도적을 두 명이나 더 죽이고 있었다.

아이를 고산신이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고 인질로 잡았던 여자까지 안전해지자, 지금까지 수세에 몰려 있던 남자는 물 만난 고기처럼 활발해진 것 같다.

나는 남자의 동작을 흉내 내 칼을 휘둘렀다.

서걱, 하는 느낌과 함께 도적의 팔이 떨어졌다.

뼈를 자르는 감각은 그대로 칼을 통해 전해져 왔다.


"으아악! 내 팔! 내 팔이!"


도적이 휘청하며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그거 알아? 피 색깔은 말이야, 아주 빨갛지 않고 조금 가짜 같은 선홍색이다. 뼈는 무지하게 하얗고.

으, 토할 것 같다.

조금 전까지 질겅거리며 먹었던 육포가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다.

안 돼, 안 돼, 지금 토하느라 주위를 보지 못하면 그야말로 대형 참사다. 내 목이 그 위에서 구르게 될 거야.

나는 혀뿌리에 닿을 만큼 올라온 걸 꿀꺽꿀꺽 삼켰다.

도적들은 이제 필사적이다.

하얗게 부릅뜬 눈을 하고 나와 남자를 향해 덤비고 있었다.

도적들의 뺨이 움푹하게 들어가 있다.

며칠은 굶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는지 눈도 퀭하다.

꼭 살아있는 좀비들 같다.

나는 여러 번 졸랑보로 도적을 피하면서 숨을 크게 쉬었다.

칼 쥔 손에 힘을 준다.

나는 각오를 다지고 이를 꽉 물었다.

칼을 들고 훌쩍 뒤로 뛰어, 덤비는 도적에게서 약간의 거리를 잡았다.


'목이다, 목이다, 목이다, 목을 노려라.'


몸통이 표적으로 치면 가장 크니 맞추기는 쉬울 것이다.

하지만 대신 여러 번 쳐야 한다.

추측이기는 하지만 단번에 죽이지는 못할 거다.

반면에 인간의 몸 중에서 가장 가느다란 부위는 목이다.

몸통이나 팔, 혹은 머리통을 노리는 것보다는 훨씬 쉽게 죽일 수 있을 거다.

숭어가 펄떡이던 그 감각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손에서 펄떡거리던 물고기의 몸뚱이를 생각하고, 나는 숨을 멈췄다.

그 감각은 정말 싫다.

팔을 자를때 느껴지던 그 서걱거림도 싫어.


'그러니까 정답은 목이다.'


눈으로 도적의 몸과 앞으로 휘두를 칼의 궤적을 가늠해 본 뒤, 나는 크게 팔을 휘둘렀다.


"이야아아아아아압!"


제발 단칼에 떨어져라, 목!

아니,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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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017 약혼녀의 향기 +4 22.01.21 710 2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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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015 그녀의 웃음소리뿐 +2 22.01.19 745 25 15쪽
14 #014 약혼녀 집 앞에서 +3 22.01.18 760 23 14쪽
» #013 제발 단칼에 떨어져라, 목! +2 22.01.17 784 25 15쪽
12 #012 세계 최강이 되면 되지 +3 22.01.16 867 26 19쪽
11 #011 백려안의 딸 얘기냐 +2 22.01.15 981 2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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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005 도망가야겠다 +4 22.01.09 1,618 34 13쪽
4 #004 소설의 강제력 +3 22.01.08 1,834 42 16쪽
3 #003 나는 살기 위해 밀고자가 되었다 +5 22.01.07 2,167 43 14쪽
2 #002 어머니를 닮았다 +7 22.01.06 2,781 49 13쪽
1 #001 천하제일인의 아들로 환생했다 +11 22.01.05 4,013 6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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