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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손진수 연패'... 코리안 파이터에게 UFC의 벽은 너무 높나

(3) 바티스타 손진수.jpg
 마리오 바티스타(사진 왼쪽)와 손진수
ⓒ UFC


  
UFC의 높은 벽이 새삼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21일(한국 시간) 미국 샌안토니오 AT&T 센터에서 열린 'UFC on ESPN 4 밴텀급' 경기에서 손진수는 마리오 바티스타에 3라운드 종료 심판 전원일치 판정패를 당했다. 최근 한국 격투기 팬들 사이에서는 '코리안 파이터'의 수준이 높아진 게 아니라 예전의 몇몇 선수들이 잘했을 뿐이라는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UFC는 자타공인 세계 최고 종합격투기 단체다. 전 세계 단체에서 뚜렷한 성적을 낸 소수의 선수만이 입성할 수 있고, 입성한 이후에도 높은 수준의 파이터간 무한경쟁을 펼쳐야 생존이 가능하다. 한때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넘치는 분위기가 팽배하기도 했다. 수적으로 많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코리안 파이터들의 성적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첫 스타트를 끊었던 '스턴건' 김동현은 특유의 압박형 그래플링을 앞세워 지옥의 체급으로 불리는 웰터급에서 오랜 시간 꾸준히 활약하며 아시아 선수 최다승 2위의 기록을 썼다. '코리안 좀비' 정찬성 또한 연이은 강자들과의 매치업을 통해 인상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페더급 전설 조제 알도와 타이틀매치까지 치른 바 있다.

'슈퍼보이' 최두호같은 경우 현재는 연패에 빠져있지만 데뷔 후 3연속 넉아웃 승리를 거두며 팬들을 흥분시켰다. 이외에도 임현규, 강경호, 함서희, 양동이, 마동현 등도 만족할만한 성적은 거두지 못했으나 종종 승전보를 알렸다. 이들은 이름값 있는 파이터들을 상대로 좋은 경기를 펼치며 코리안 파이터 군단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게 하는 역할을 해냈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상황이 달라졌다. 선배들을 보며 꿈을 키우고 옥타곤에 진출한 최근 젊은 코리안 파이터들의 성적은 다소 실망스러운 수준이 됐다. '더 핸섬' 곽관호(밴텀급), '코리안팔콘' 조성빈(페더급), '스팅' 최승우(페더급)는 성적은 물론, 경기 내용 면에서도 형편없는 모습을 보이며 UFC에서 고전하고 있다.

김동현, 정찬성, 최두호 등 스타 선수들로 인해 높아진 눈높이는 최근 다시금 낮아지고 있다. 최승우가 상대했던 모브사르 에블로예프(25·러시아) 정도를 제외하면, 한국 선수들이 상대한 선수들 역시 그리 강한 전력이 아니었기에 더욱 씁쓸한 분위기다.

21일 UFC on ESPN 4 밴텀급 경기에 나섰던 손진수(26·코리안좀비 MMA) 역시 마찬가지였다. 데뷔전에서 쓴맛을 본 손진수는 옥타곤 첫 승을 향한 의지를 강하게 불태웠다. 상대인 마리오 바티스타(26·미국) 역시 UFC에서 승리가 없었던지라 첫 승 제물로 기대가 컸다.

아쉽게도 손진수는 바티스타의 벽을 넘지 못하고 판정으로 무너지며 역으로 바티스타의 첫 승 제물이 되고 말았다. 손진수는 특유의 맷집과 근성을 앞세워 경기 내내 저돌적으로 승부에 임했다. 초반부터 바티스타와 강하게 타격전을 펼쳤고 테이크다운 역시 두 번이나 성공시켰다.

그러나 힘겹게 넘겨뜨려 놓고도 눌러놓는 데 실패하며 그래플링 압박을 펼치지 못했다. 역으로 무수한 유효타를 얻어맞으며 점수 싸움에서 지고 말았다. 화끈한 경기를 펼친 덕에 두 경기 연속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 보너스의 주인공이 된 것이 그나마 위안거리지만 패배의 아쉬움을 달랠 정도는 아니었다.
 

(2) 에드워즈 안요스.jpg
 ‘록키(Rocky)‘ 리온 에드워즈(사진 왼쪽)와 작은 거인 하파엘 도스 안요스
ⓒ UFC


 
도스 안요스까지 잡아낸 에드워즈, 파죽의 8연승
 
같은 날 7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던 자메이카계 영국파이터 '록키(Rocky)' 리온 에드워즈(27·영국)와 작은 거인 하파엘 도스 안요스(34·브라질)의 충돌도 인상적인 경기였다. 둘 다 미국의 영웅 '카우보이' 도널드 세로니를 잡아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 네임밸류에서는 도스 안요스가 앞서지만 에드워즈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에서 치열한 승부가 예상됐다.

기선 제압은 신장에서 앞선 에드워즈가 먼저 잡았다. 날카롭게 원투를 내는 듯 하더니 득달같이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켰다. 이어 도스 안요스를 케이지 구석에 몰아놓고 상위 압박을 펼쳤다. 도스 안요스는 에드워즈의 하체를 잡아낸 채 하위에서 잔파운딩을 치며 저항했다.

에드워즈는 끈질겼다. 힘겹게 도스 안요스가 몸을 일으키자 백을 잡아내며 클린치 싸움으로 끈적하게 괴롭혔다. 도스 안요스가 로우킥에 안면 바디로 이어지는 원투로 반격에 나섰지만 에드워즈는 계속적으로 달라붙어 클린치 싸움을 지속했다. 레슬링적인 부분서 우위를 점하자 자신감이 붙은 모습이었다.

2라운드에 들어서자 도스 안요스는 적극적으로 스탠딩 압박에 나섰다. 에드워드의 긴 리치서 나오는 펀치도 날카로웠으나 로우킥, 미들킥 공격에 안면, 바디를 고르게 노려주는 도스안요스의 타격은 여전히 위협적이었다. 특히 꾸준하게 차주던 로우킥은 곧 효과를 봤다.

제대로 들어간 로우킥에 에드워즈가 중심을 잃고 넘어졌고 도스 안요스가 탑 포지션을 빼앗았다. 하지만 레슬링이 좋은 에드워즈는 금세 뿌리치고 일어나버렸다. 2라운드가 끝난 시점에서 도스 안요스에게 문제가 생겼다. 오른쪽 눈가가 크게 찢어지며 출혈이 심하게 일어났다. 에드워즈의 계속된 팔꿈치 공격의 후폭풍이었다.

3라운드에서도 양 선수는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타격전이 오가는 듯 싶더니 도스 안요스 쪽에서 테이크다운을 시도했다. 하지만 에드워즈의 방어에 막혀 별 소득은 없었다. 에드워즈는 클린치상황서 연신 팔꿈치를 휘둘러대며 도스 안요스를 위협했다. 레슬링 싸움서 우위에 있었던지라 클린치 상황이 되면 다양한 컨트롤 선택지가 많아지는 쪽은 에드워드였다.

자신감이 생긴 에드워즈는 4라운드에서도 기복 없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차분히 앞손 잽을 내다가 도스 안요스가 들어오는 타이밍에서 카운터를 노렸다. 도스 안요스가 자랑하는 원투콤비네이션은 첫 공격이 들어갔을 때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제대로 된 위력이 나온다.

에드워즈와의 경기에서는 계속 앞손에 걸리는지라 평소의 효과가 전혀 나오지 않았다. 안되겠다 싶은 도스 안요스는 1분여를 남겨놓은 시점에서 플라잉니킥을 시도했다. 하지만 에드워즈는 짐작했다는 듯 방어 후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켰다. 전체적 흐름이 에드워즈 쪽으로 확실히 기우는 순간이었다.

5라운드에 접어들자 도스 안요스는 더욱 적극적으로 공격에 임했다. 점수에서 밀리고 있는 상황서 넉아웃 혹은 서브미션 승리 밖에 방법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도스 안요스가 경기를 잘 풀어나갈 때는 근거리, 원거리 어느 한쪽에서 우위를 잡을 때다. 에드워즈에게는 양쪽에서 다 밀렸다.

어설픈 중거리가 해법일 수도 있었겠으나 영리한 에드워즈는 팔꿈치 공격으로 그마저도 자신의 영역으로 만들어버렸다. 에드워즈는 경기 막판 클린치 싸움과 테이크다운을 통해 도스 안요스의 손발을 묶어버리며 완벽하게 점수를 굳혀버렸다. 백전노장 도스 안요스가 전 방위로 무너진 경기였다. 승부는 만장일치 판정승으로 에드워즈가 가져갔다. 
     

(1) 헤르난데스 트리날도.jpg
 ‘더 그레이트(The Great)‘ 알렉산더 헤르난데스(사진 왼쪽)와 ‘마사린두바(MASSARANDUBA)‘ 프란시스코 트리날도
ⓒ UFC


 
경기 내내 아웃 파이팅, 헤르난데스의 찝찝한 판정승
 
'마사린두바(MASSARANDUBA)' 프란시스코 트리날도(40·브라질)는 라이트급 대표적 베테랑 선수 중 한명이다. 상위권에서 정상 경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불혹을 넘긴 나이까지 UFC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충분히 존경받을 만하다는 평가다. 2012년 옥타곤 무대를 밟은 그는 이날 경기 전까지 18번 경기에 나섰으며 13승 5패의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두고 있었다.

이에 맞서는 '더 그레이트(The Great)' 알렉산더 헤르난데스(26·미국)는 젊은 신예로 트리날도와는 무려 14살의 나이 차이가 났다. 무엇보다 경기가 열리는 텍사스 출신이라는 점에서 홈 관중들의 열렬한 응원이 쏟아졌다. 11승 2패로 성적 또한 준수했다.

이날 경기에서 헤르난데스는 스텝을 살려 아웃파이팅을 펼치는 가운데 트리날도가 옥타곤 중앙을 선점한 채 성큼성큼 전진압박을 펄치며 기회를 노렸다. 헤르난데스는 미들킥, 하이킥 등을 시도하며 원거리 타격전을 시도했고 트리날도는 펀치를 칠 사정거리를 잡기위해 눈빛을 빛냈다.

헤르난데스는 회피 위주의 아웃파이팅을 펼치다 순간적으로 거리를 좁히며 스위치 동작과 함께 들어가는 콤비네이션 공격이 일품이다. 하지만 1라운드에서는 트리날도의 펀치를 지나치게 경계하느라 매우 조심스럽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이 역력했다. 불혹을 맞아 몸을 사리는 느낌까지 들었다.

헤르난데스의 아웃파이팅은 2라운드에서도 계속됐다. 헤르난데스가 앞차기를 내자 트리날도도 미들킥을 차며 반격에 나섰다. 신중하게 경기 운영을 펼치던 헤르난데스는 2라운드 2분여가 지난 시점에서 기습적으로 거리를 좁혔다. 과감히 타격전을 시도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트리날도의 뒤를 잡고 클린치 싸움후 테이크다운을 노렸다.

하지만 트리날도는 힘으로 뜯어냈고 이에 헤르난데스는 미련 없이 다시 물러섰다. 철저한 안전제일주의 방식의 운영이었다. 지루한 경기 양상에 참다못한 관중들 사이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헤르난데스는 젊은 선수답지 않게 불혹 노장과의 화력 대결을 극단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별다르게 인상적인 장면이 없었던지라 양선수다 3라운드에서는 조금 더 적극성이 필요해보였다. 헤르난데스는 트리날도를 케이지 구석으로 밀어붙인 후 또다시 테이크다운을 시도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기습적인 시도가 막힌다 싶으면 미련 없이 외곽을 빙빙 도는 패턴을 반복했다.

경기 내내 헤르난데스는 포인트형 아웃파이팅으로 일관하고 트리날도는 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경기 막판 헤르난데스가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며 잠깐 양선수가 불타오르는 듯 싶었으나 전체적 내용은 지루한 편이었다. 물론 그러한 경기 내용은 젊은 헤르난데스가 주도했다.

이날 두 선수의 경기는 판정 결과를 예상하기 힘들었다. 유효타 자체에서는 헤르난데스가 근소하게 앞섰으나 공격적으로 나선 쪽은 트리날도였기 때문이다. 결국 승부는 경기 내내 도망다니며 포인트 싸움을 펼친 헤르난데스의 만장일치 판정승으로 끝났다.

트리날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어보였으나 텍사스 홈관중들은 형편없는 경기력에도 불구하고 열렬한 박수갈채를 통해 지역 출신 파이터 헤르난데스를 축하해줬다.

두 번의 삼보 대회에서 우승한 경력을 자랑하는 그래플러 '보아뱀' 알렉세이 올리닉(42·러시아)과 헤비급 흑풍 열풍을 이끌어가는 선수 중 한 명인 ´더 빅 티켓(THE BIG TICKET)´ 월트 헤리스(36·미국)의 맞대결에서는 헤리스가 웃었다. 힘좋은 동구권 백인 선수와 탄력 넘치는 흑인 파이터의 충돌이라는 점에서 헤비급 특유의 묵직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매치업이었다.

전형적인 타격가와 그래플러의 대결이었지만 승부는 허망하게 끝났다. 공이 울리기 무섭게 헤리스가 펀치를 내며 성큼성큼 압박했다. 올리닉 역시 기세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듯 펀치로 맞대응하려는 순간 헤리스의 플라잉니킥이 터졌다.

가드에 걸리며 제대로 맞지는 않았지만 깜짝 놀란 올리닉의 밸런스가 순간적으로 깨졌다. 헤리스는 중심을 잃은 올리닉의 안면에 왼손 스트레이트를 정확하게 꽂아 넣었고 승부는 거기서 끝났다. 헤비급답지 않은 날렵함과 탄력 그리고 균형 감각이 돋보인 헤리스의 1라운드 12초 넉아웃 승리였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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