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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산토스 눕힌 은가누, UFC 헤비급 공포의 4번타자


(1) 포스터.jpg

 프란시스 은가누와 주니어 도스 산토스의 빅매치는 허무하게 마무리지어졌다.
ⓒ UFC


 
한때 UFC 헤비급을 장기 독식했던 전설의 헤비급 양강 라인이 완전히 파괴됐다. 주도자는 '포식자' 프란시스 은가누(32·카메룬)다. 지난 경기에서 전 헤비급 챔피언이자 '70억분의 1'이라는 엄청난 수식어로 통했던 케인 벨라스케즈를 1라운드 26초 만에 KO로 잡아낸 그는 이어진 주니어 도스 산토스(35·브라질)전에서도 1라운드 1분 11초에 경기를 마무리지어버렸다. 두 전설을 물리치는데 걸린 시간은 합쳐서 1분 37초, 채 2분이 걸리지 않았다.

30일(한국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타겟 센터서 있었던 'UFC on ESPN 3 은가누 vs 도스 산토스'대회 메인이벤트는 펀치 의존도가 높은 선수간 맞 대결이라는 점에서 화끈한 승부가 예상됐다. 한때 헤비급 숫사자, 피콜로 대마왕 등으로 통했던 도스 산토스는 언제부터인가 편안한 인상으로 바뀌며 팬들 사이에서 만화캐릭터 보거스로 불리기도 한다.

타이틀 재도전을 꿈꾸는 도스 산토스는 록키 주제가에 맞춰 비장한 모습으로 옥타곤에 입장했다. 음악을 듣는 도스 산토스 팬들 입장에서는 영화 속 록키 발보아가 전성기가 지난 시점에서도 쟁쟁한 강자들을 상대로 업셋을 일으켰듯 자신들의 영웅 역시도 그리하기를 바랬다.

헤비급에서 가장 많은 넉 아웃승리, 유효타 적중을 자랑하는 도스 산토스 입장에서는 자신이 다시 정상에서 경쟁할 자격이 있다는 것을 야수를 상대로 증명할 필요가 있었다. 로우킥을 슬슬 차주는 은가누에 맞서 산토스가 로우킥을 강하게 돌려줬다. 순간적으로 은가누가 휘청거렸다. 산토스는 스탭을 밟으며 은가누의 바디도 노려줬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은가누는 도스 산토스가 라이트 오버핸드훅을 휘두르는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펀치가 빗나간 후 중심이 무너진 도스 산토스의 안면이 비었고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은가누의 주먹이 연달아 들어갔다. 정통으로 꽂히지는 않았으나 묵직한 펀치가 연달아 적중되자 맷집좋은 도스 산토스도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이어진 은가누의 파운딩 세례에 심판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은가누는 도스 산토스전을 통해 레슬링 등 다른 기술이 함께 들어가지 않는 이상 순수한 타격으로는 당해내기 힘들다는 것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중계방송을 진행하던 SPOTV 김두환 해설 위원은 "UFC 헤비급 공식 4번 타자는 역시 은가누다"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성승헌 캐스터 또한 "일단 맞으면 그랜드슬램이다"는 말로 최고의 거포에 대한 놀라움 섞인 수식어를 마구 쏟아냈다.

도스 산토스전에서도 드러났듯이 은가누는 그야말로 헤비급 역대 최고의 괴물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적인 부분에서는 아직 완전체가 아니다는 평가도 있으나 엄청난 신체능력으로 이를 모두 커버하는 모습이다.

예전 쉐인 카윈의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맷집좋은 하드펀처는 다소 느리다는 약점이 있었지만 은가누는 기동력, 유연성을 겸비했다는 점에서 더욱 무시무시하다고 볼 수 있다. 사이즈와 운동신경을 고루 갖춘 동체급 괴수들 중에서도 독보적인 포스를 과시중이다. 그야말로 'UFC 헤비급판 샤킬 오닐'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2) 로버트 피셀.jpg

 ‘더 프레데터(The Predator)’ 루즈벨트 로버트(사진 왼쪽)와 ‘프롬 헬(From Hell)’ 빈스 피셀
ⓒ UFC


 
전략의 중요성, 2라운드부터 달라진 피셀의 운영
 
'더 프레데터(The Predator)' 루즈벨트 로버트(25·미국)와 '프롬 헬(From Hell)' 빈스 피셀(36·미국)의 라이트급 매치는 갈수록 선수간 수준차가 평준화 되고 있는 MMA무대서 전략 및 수행능력이 왜 중요한지, 세컨이 왜 필요한지를 제대로 알려준 경기였다.

신장(185.42cm)에서 앞서는 로버트는 거리를 벌리기 위해 앞손을 뻗어준 채 잽과 로우킥을 초반부터 적극 활용했다. 피셀(177.8cm)이 가까이 붙었다 싶은 타이밍에서는 니킥도 적극적으로 찼다. 기습적인 플라잉니킥 시도도 피셀을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초반 피셀로서는 경기를 풀어나가는데 어려움이 많은 모습이었다 거리싸움서 난항이 있었던지라 계속적으로 전진 스탭을 밟으며 클린치 싸움을 벌이고 테이크다운을 시도했다. 타격전서 재미를 보지 못하는 상황인지라 근거리 몸싸움이 중요했다. 하지만 외려 첫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킨 것은 로버트였다. 백 포지션을 잡고 초크를 시도하는 등 원하는 데로 경기를 풀어갔다.

2라운드에서 피셀의 과제는 거리 싸움에서 일방적으로 당하지 않는 것이었다. 여기서부터 세컨측의 전략 수정 및 선수 본인의 수행능력이 빛났다. 피셀은 1라운드와 달리 거리를 두고 로우킥을 차고 로버트의 긴 앞손을 자신의 앞손을 내밀어 견제해줬다. 의외의 전개에 로버트가 당황했고 기회를 틈탄 피셀이 달라붙어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켰다.

인파이팅만 고집하던 1라운드와 다르게 피셀은 인 아웃파이팅을 고르게 섞어줬다.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느낀 로버트는 적극적으로 테이크다운을 시도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모습이었다. 피셀측의 전략 변화에 로버트 측에서 허를 찔린 라운드였다.

2라운드에서 자신감을 찾은 피셀은 3라운드 들어 킥과 펀치를 더욱 과감하게 찼고 좋은 타이밍에서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켰다. 지속적으로 눌러준 채 길로틴초크까지 시도하며 로버트를 힘들게 했다.

힘겹게 벗어난 로버트를 다시 붙잡은 후 백과 탑 포지션을 오가며 암트라이앵글초크, 리어네이키드초크 시도에 파운딩도 날려줬다. 흐름을 넘겨준 로버트는 종료 공이 울릴 때까지 적절한 대응을 못했고 결국 승부는 피셀의 판정승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3) 마이어 마틴.jpg

 데미안 마이아(사진 왼쪽)와 앤서니 로코 마틴
ⓒ UFC


 
불혹의 주짓수 대마왕, 그라운드는 여전히 내 세상
 
웰터급 주짓수 끝판왕 데미안 마이아(41·브라질)가 여전한 건재를 과시했다. 호저 그레이시, 마르셀로 가르시아, 호나우두 '자카레' 소우자, 싼데 히베이로 등과 함께 세계 주짓수계를 대표하던 거물로 꼽혔던 그는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옥타곤에서 활약 중이다. 한때 3연패에 빠지며 "마이아도 노쇠했다"는 혹평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그에게 패배를 안겨준 선수들은 타이론 우들리, 콜비 코빙턴, 카마루 우스만 등 체급내 정상급 선수들이었다.

이후 연승 모드를 다시 재가동시킨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전히 어지간한 레벨에서는 그를 감당하기 힘들다. 신진급 선수 혹은 복병 라인에서는 마이아의 벽은 여전히 높다. 이날 맞붙었던 앤서니 로코 마틴(29·미국) 입장에서 마이아전은 기회였다. 잘하기는 하지만 아직 이름값이 떨어지는 입장인지라 검증된 강자 마이아를 이길수만 있다면 한번에 지명도를 확 끌어 올리는게 가능했다. 전성기가 지난 노장을 자신의 홈 타운에서 상대한다는 부분도 이점이었다.

마틴은 거리를 둔 채 앞손싸움을 벌이며 뒷손으로 카운터를 노리는 듯 한 모습을 보였다. 마이아가 붙으려하면 원을 그리듯 사이드로 돌며 지속적으로 간격을 뒀다. 하지만 마이아는 마이아였다. 2분이 지난 시점에서 어느새 자연스럽게 거리를 좁혀 마틴을 테이크다운시켰다.

마틴은 필사적으로 벗어나려했으나 다리를 묶어놓고 케이지 구석에서 자물쇠를 채워버리는 마이아의 압박은 단단했다. 좀처럼 탈출하지 못하는 있던 마틴은 40여초를 남긴 상황서 가까스로 벗어난다. 그 역시 주짓수 블랙벨트였지만 두선수간 그라운드 스킬은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 라운드였다.

2라운드에서도 마틴은 거리싸움에 집중했다. 잠시 주춤하던 마이아는 다시금 테이크다운시도에 들어갔는데 집요함이 빛났다. 마틴이 몇 차례 방어해냈음에도 계속된 연속동작으로 끝내 그래플링 공방전을 만들어낸다. 하나의 포지션에 맞추기보다는 상대의 움직임을 따라가서 이어지는 부드러운 연속성이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마틴의 주짓수는 마이아의 장인급 기술 앞에서 제대로 힘을 쓰기 어려웠다.

3라운드 들어서자 방법이 없어진 마틴은 이전 두 라운드보다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했다. 타격도 계속해서 내며 승부를 걸었다. 그대로 경기가 끝날 경우 판정패가 유력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급한 것 없는 마이아는 여유있게 경기를 운영했다. 무리한 테이크다운 시도보다 자신이 사이드로 돌아주며 거리 싸움을 벌였다.

마틴은 가끔씩 시도하는 뒷손 공격과 킥 외에는 변변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마저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지라 큰 의미는 없어보였다. 30여초를 남겨둔 상황에서 마틴이 처음으로 마이아를 상대로 제대로 된 탑포지션을 잡아봤지만 무엇인가를 시도해보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결과 역시 마이아의 만장일치 판정승으로 쉽게 끝났다. 이변은 없었다.
 

- 문피아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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