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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5경기 4패' 로이 넬슨, 위기의 슈퍼뚱보

오브레임-넬슨.jpg
 알리스타 오브레임(사진 왼쪽)과 로이 넬슨
ⓒ UFC

 UFC 헤비급 파이터 '빅 컨추리(big country)' 로이 넬슨(39·미국)은 핫한 캐릭터다. 기량도 기량이지만 독특한 외모적 특징을 가지고 있어 어느 순간부터 자신만의 확실한 이미지를 굳혔다. 어쩌면 파이팅스타일보다 다른 쪽으로 더 유명하다고 할 수 있다.

국내 팬들 사이에서 '슈퍼뚱보'로도 불리는 넬슨의 가장 큰 특징은 육중한 몸이다. 헤비급 파이터 치고 체구가 크지 않은 선수는 없지만 넬슨의 몸은 다른 거구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UFC 헤비급은 초창기와 달리 웨이트 트레이닝 등 체계적인 훈련으로 인해 테크니션들은 물론 힘을 앞세운 파워형 선수들조차 대부분 울퉁불퉁한 근육질 몸을 갖고 있다. 아무래도 잘 갖춰진 시스템 하에서 운동을 하기 때문에 MMA에 적합한 육체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 적어도 옥타곤에서 경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살이 찌려야 찔 수가 없다. 체중도 맞춰야하고 많은 운동량으로 인해 자연스레 몸이 갖춰진다.

그러나 푸근한 인상에 풍만한 몸을 가진 비만형 넬슨은 이런 것들을 단번에 무시(?)해버린다. 곳곳에 산적해있는 '몸짱'선수들에게 이른바 '몸꽝'의 매력으로 맞선다. 가슴은 축 늘어져있으며 두툼한 뱃살은 움직일 때마다 출렁거린다. UFC 파이터라는 점에서 여느 선수 못지않은 혹독한 훈련을 했을 것이 분명해 보임에도 뚱뚱한 동네 중년 아저씨 같은 몸을 갖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어찌보면 넬슨은 뚱뚱해도 얼마든지 운동을 잘할 수 있고 체력도 좋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고 있다.

UFC 유망주 육성프로그램 TUF(The Ultimate Fighter) '시즌10' 우승자 출신 넬슨은 UFC 무대에서는 제대로 그래플링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커리어 초창기에는 대부분의 승리를 서브미션으로 가져갔을 정도로 출중한 주짓떼로다. 주짓수계의 레전드 중 하나인 헨조 그레이시에게 주짓수 블랙벨트를 받았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물론 최근의 넬슨은 강한 맷집을 앞세워 상대의 타격을 견뎌내며 자신 역시 맞받아치는 터프한 난타전으로 유명하다. 육중한 몸에서 나오는 '오버핸드(Overhand)'성 훅은 맷집 좋은 헤비급 강자들 사이에서도 경계대상이다. 한방의 파괴력이 무시무시한 만큼 대다수 파이터들은 그와 정면에서 치고 받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

넬슨과의 정면 타격전을 절대 원하지 않았던 것은 지난 15일(한국시각) UFC 185대회서 맞붙은 '데몰리션맨' 알리스타 오브레임(35·네덜란드)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브레임은 UFC 입성 이전 '재야의 최강자'로 명성을 떨쳤던 것과 달리 기대에 걸맞는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때문에 넬슨전에 나서는 각오 역시 사뭇 비장해보였다. 워낙 스타일을 구긴지라 더 이상 패배를 추가하게 된다면 빅네임으로서의 명성이 곤두박질 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급하기는 넬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한때 연승행진을 달리며 상당한 상승세를 자랑했지만 오브레임전 이전까지 4경기에서 불과 1승을 거두는데 그치고 있었다. '변형 크로캅'으로 불리는 스티페 미오치치(33·미국)를 비롯 '울버린' 다니엘 코미어(36·미국), '사모아 괴인' 마크 헌트(41·뉴질랜드)에게 패했으며 유일한 1승은 예전의 기량을 완전히 잃어버린 노장 '미노타우르스'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39·브라질)전 뿐이었다. 오브레임전까지 패한다면 퇴출을 걱정해야 되는 입장으로 몰릴 수 있었다.

어찌보면 '상대성'에서는 오브레임이 더 불리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오브레임은 스탠딩-그라운드에서 모두 뛰어난 기량을 갖춘 전천후 테크니션이지만 체력과 맷집에서 심각한 약점을 지적받고 있는 선수다. 반면 넬슨은 패턴은 단순하지만 맷집과 한방파워만큼은 동체급 누구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았다.

예상대로 오브레임은 압박패턴을 완전히 버리고 적극적으로 스탭을 밟으며 옥타곤을 넓게 쓰는 아웃파이팅으로 넬슨을 상대했다. 카운터의 위험이 있는 어설픈 펀치보다는 킥과 무릎공격으로 경기를 풀어나갔으며 서로간 간격이 좁혀져 위험하다 싶으면 등을 돌리고 뛰는 스탭으로 거리를 벌리는 모습도 서슴치 않았다. 그만큼 오브레임에게는 넬슨의 한방이 경계대상이었다.

신장차이도 한참나는 상대가 대놓고 아웃파이팅을 펼치자 넬슨 입장에서는 할 게 없어졌다. 공수패턴도 오브레임이 훨씬 다양하고 스피드나 스탭도 훨씬 좋았다. 그렇다고 넬슨에게 원거리 적을 요격할 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넬슨이 아무리 한방을 갖추고 있다고 하나 누구나 다 아는 단발성 훅만 가지고 잡아내기는 어려웠다.

오브레임은 신중하기까지 했다. 많은 타격을 명중시키며 맷집좋은 넬슨을 움찔거리게 했지만 조금이라도 반격의 틈이 보이면 미련 없이 물러섰다. 그만큼 넬슨을 대하는 오브레임의 태도는 지극히 조심스러웠고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한방이 약한 맷집과 대비되어 경기 내내 긴장감이 흘렀다. 다른 파이터들 같으면 진작에 넉아웃되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오브레임의 니킥, 플라잉니킥, 미들킥 등을 맞아가면서 견딘 넬슨의 맷집은 경이로웠지만 그뿐이었다.

넬슨 입장에서는 가능한 한도 내에서 파이팅 패턴에 변화를 줘야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좋은 내구력과 한방을 갖추고 있다하더라도 모두가 다 아는 한 가지 무기만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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