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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론다 로우지 '마의 공식' 없다...완전체 위한 예방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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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139 론다 로우지가 홀리 홈에게 완패, 전략을 짜야할 시점에 직면했다. ⓒ 게티이미지
‘천하무적’으로 꼽히던 UFC 여성 밴텀급 챔피언 '암바 여제' 론다 로우지(28·미국)가 주저앉는 이변이 일어났다.

로우지는 15일(한국시각) 호주 멜버른 알이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UFC 193-로우지 vs 홈' 여성 밴텀급(60.7kg이하) 타이틀전에서 도전자 홀리 홈(33·미국)에게 충격의 KO패를 당했다.

로우지는 세계 여성 MMA를 상징하는 대표 아이콘이다. 현 시대는 물론 여성격투기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모든 기간 통틀어 최고라 할만하다. 크리스 '사이보그’ 산토스(30·브라질), 여성적 매력과 인기 캐릭터 면에서는 지나 카라노(33·미국)가 있었지만 로우지 위력에는 미치지 못한다. UFC에서 여성부가 그나마 관심을 받았던 것도 로우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로우지는 그야말로 승승장구 그 자체였다. 12번을 싸워하는 동안 한 번도 패배가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판정 승부까지 버틴 상대도 없었다. 단 한번을 빼고는 모두 1라운드에 끝냈다. 파이팅 스타일이 단순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누구도 깨지 못했다. 대항마 찾기도 어려웠다. 그만큼 로우지란 존재는 다른 여성파이터들에게 넘지 못할 커다란 벽이었다.

방심이 길었던 탓일까. 상대는 이전까지 9전 전승을 달리던 복싱 세계챔피언 출신의 뛰어난 스트라이커였지만 로우지 머릿속에 홈은 들어있지 않았다. 경기는 당연히 이기는 것이고 영화촬영 등 이후의 스케줄에만 관심이 있었을 뿐이다. 다른 선수 같았으면 크게 우려할만한 상황이었지만 로우지라 이해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그만큼 로우지가 종합무대에서 보여준 것은 너무도 압도적이었다.

홈은 이제껏 로우지가 만났던 상대 중 타격과 스텝이 뛰어난 선수다. 정반대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꼼꼼한 준비가 필요했지만 로우지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웬만한 타격은 맞아주면서 달라붙어 그래플링으로 끝낼 생각이었다. 내구력과 파워에 의존한 다소 무식한(?) 패턴이었지만 이제껏 누구도 깨뜨리지 못했기에 로우지에게는 자신감을 넘어 자만심까지 찼다.

반면 홈은 로우지를 상대하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아끼지 않았다. 영혼의 파트너 마이크 윙클존, MMA 최고의 지략가 그렉 잭슨, 레슬링 코치 이지 마르티네즈 등 쟁쟁한 코치진의 지도를 받으며 훈련을 마친 홈은 격투기 역사에 길이 남을 멋진 내용으로 전 세계 팬들을 흥분시켰다.

로우지는 자신의 베이스인 유도 외에 다른 부분에서는 기술적으로 뛰어나지 않다. 하지만 초반부터 무섭게 상대를 압박해 거리를 좁힌 다음 유도식 테이크다운으로 넘기고 서브미션으로 끝내는 패턴은 알면서도 막지 못하는 ‘마의 공식’이었다. 이는 완력과 내구력에서 다른 여자선수들보다 월등하기에 가능했다.

자신감이 붙은 로우지는 점차 타격에도 재미를 붙이며 스탠딩에서도 상당한 포스를 뿜어냈다. 로우지의 테이크다운이 두려운 상대 선수들은 로우지가 돌진하면 대부분 주춤하다가 제대로 타격을 하지 못했다. 그 틈을 타 로우지는 가까이 붙어서 난타전을 주로 벌였는데 근접거리에서 힘 대 힘으로 난타전이 자주 벌어져 부족한 타격 테크닉은 큰 의미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맷집과 파워가 앞서 선수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로우지는 언제나 그랬듯 공이 울리기 무섭게 우직하게 홈에게 달려들었다. 다른 선수들과 달리 홈은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자세를 잡은 상태에서 사이드 스텝으로 로우지의 돌진을 흘려냈다. 사우스포인 홈은 오른손을 쭉 뻗어 로우지의 접근을 견제한 다음 부지런히 스텝을 밟으며 거리를 유지했다.

종합격투가 이전에 뛰어난 복서 겸 킥복서답게 로우지가 크게 휘두르는 궤적 큰 펀치를 가볍게 피하고 짧고 정확한 타격을 계속 맞췄다. 타격을 내면서도 발은 쉬지 않고 움직여줬고 로우지의 다음 동선을 정확히 파악해 일정거리를 유지했다.

로우지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었다.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어느 정도 타격전을 벌이다 밀릴 것 같으면 가까이 붙어서 클린치 싸움을 걸어야하는데 냉정한 홈은 거리를 주지 않았다. 오히려 묵직한 펀치만 연이어 얻어맞자 약이 오른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미꾸라지 같은 홈은 잡히지 않았다.

예상외로 홈의 힘도 만만치 않았다. 어렵지 않게 뿌리쳤고 로우지와 그라운드에서 엉키는 상황에서 암바에 걸릴 위기도 힘과 기술로 빠져나왔다. 심지어 로우지의 방심을 틈타 역으로 테이크다운을 성공시키기도 했다.

로우지 입장에서는 홈의 발을 묶으려면 하체에 압박을 가하는 게 맞았다. 킥 공격을 통해 스텝에 지장을 주고 하단태클을 섞어 공격했으면 클린치 상황도 더 많이 연출할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우직한 유도가인 로우지에게는 그러한 테크닉이 없었다. 굳이 그런 기술을 쓰지 않아도 무패행진을 달렸기에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것이 이유였다.

자신의 내구력을 맹신한 나머지 가드에 취약한 것도 하나의 패인이었다. 로우지는 스탠딩에서 머리나 어깨를 잘 흔들지도 못하고 가드도 탄탄하지 않다. 돌진할 때는 어느 정도 가드를 하지만 타격 거리에 들어가면 자신의 내구력을 믿고 때리는데 집중하느라 완전히 안면이 열리고 만다. 홈 입장에서는 때리기 좋은 샌드백일 수밖에 없었다.

홈은 경기 내내 굉장히 냉정했다. 자신의 펀치에 로우지가 데미지를 입자 흥분해서 돌진해 들어갈 만도 했지만 차분하게 움직임을 읽고 킥 자세를 잡은 다음 정확한 타이밍에서 하이킥을 작렬했다. 전략 못지않게 멘탈 부분에서도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대목이다.

UFC 데이나 화이트 회장은 로우지가 홈까지 꺾게 되면 장외 라이벌 산토스와의 ‘슈퍼매치’까지 준비 중에 있었다. 하지만 의외의 상황에서 로우지가 발목이 잡혀 일단은 향후 여러 가지 행보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됐다. 로우지 자신은 물론 화이트 회장조차 홈이 챔피언에 오를 것으로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로우지는 현재 중요한 기로에 서있다. 불의의 큰 패배를 당하고 속절없이 무너져버린 과거 챔피언들의 전철을 밟을 수는 없다. 이번 패배를 예방주사로 여기고 절치부심해 더한 완전체 강자로 군림할 수도 있다. 더 이상 과거의 단순한 패턴만 고집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만큼은 확실하다. 여제에게도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피아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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