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윈드윙 님의 서재입니다.

스포츠 쓴것


[스포츠 쓴것] 호불호 갈리는 서장훈의 '마이웨이'

최근 카카오 스토리에 서장훈에 관한 글이 올라와서 팬들의 주목을 끌었다. 명언이나 모범적인 성공 사례들에 관한 스토리인데 스티브 잡스 등 모두에게 귀감이 되는 인물들이 소개된 바 있다. 농구 관련 스포츠 스타로는 NBA(미 프로농구) 스타 크리스 폴, 스테판 커리 등이 공간을 장식했다. 농구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서장훈의 이야기가 올라온 것은 신기하면서도 재미 있었다.

내용은 이러했다. 선수시절 서장훈의 포지션은 센터였다. 당시에도 지금도 센터에게 팀이나 팬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리바운드, 골밑 몸 싸움 등 포스트사수다. 골밑에서 힘있게 센터가 싸워주면 다른 포지션에 있는 4명이 편해지기 때문이다.

이를 입증하듯 국내외를 통틀어 대부분의 농구 역사에서 포스트가 강한 팀이 강팀으로 군림했다. 스몰볼로 대성공을 거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등 예외도 있지만 이는 극히 일부일 뿐이다.

00.jpg

서장훈은 늘 지도자들과 많은 충돌이 있었지만 자신만의 '마이웨이'를 버리지않았다.ⓒ 전주 KCC


기록은 영원하다! 나만의 마이웨이

카카오 스토리에 서장훈은 편견과 금기를 깬 이른바 역발상의 인물로 소개됐다.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센터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를 바랐지만 서장훈은 달랐다. 신장과 체격 등 외적인 조건만 놓고 보면 궂은일을 잘할 것 같았지만 서장훈은 화려하고 싶었다.

'왜 빅맨은 궂은일만 해야 하나', 이러한 의문을 늘 가슴에 품었고 정확한 슈팅을 통해 경기를 풀어나갔다. 미들슛은 물론 3점슛에도 능한지라 가드나 포워드가 슛을 쏘기 이전에 찬스가 나면 자신이 쏘아버렸다. 지도자 중에는 이러한 방식을 싫어하는 이도 많았다. 여기에 대해 서장훈은 '압도적인 통산 기록이 증명하지 않는가'라고 변호했다.

이같은 내용에 대해 카카오 스토리를 본 대부분 사람들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세상의 편견과 맞서 싸운 위대한 인물이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여기에는 농구팬들도 있었겠지만 대부분 농구선수 서장훈보다는 최근 텔레비전 예능에서 맹활약하는 서장훈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았다. 예능 프로그램에서의 서장훈은 극도로 예민했던 농구선수 시절과 달리 누가 자신을 놀려도 허허 웃고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서장훈 농구스타일의 호불호에 대해 대학 무대에서는 평가가 불가능했다. 국내 대학리그에 기량을 갖춘 빅맨이라는 존재가 워낙 귀했기 때문에 어떤 스타일이건 간에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센터 혹은 파워포워드가 있는 팀은 성적에서 앞서 나갈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오세근의 중앙대, 김종규의 경희대, 이종현, 이승현의 고려대 등이 이를 입증한다.

용병 빅맨이 존재하는 프로무대에서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서장훈은 개인기록은 좋았지만 그가 있는 팀은 많은 우승을 하지 못했다. 골밑에서 몸싸움을 많이 하지 않고 슛을 던지는 게 문제가 아니었다. 대부분 팀은 빅맨들이 골밑을 사수하고 타 포지션 선수들이 외곽에서 슛을 쏘는 게 대부분인데 서장훈이 슈팅 횟수를 많이 가져감에 따라 동료들이 할 수 있는 플레이가 확 줄어버렸다. 그로 인해 서장훈, 용병센터로 구성된 '트윈타워'는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없었다.

'스포츠는 결국 기록이 남는다'라는 말이 있다. 영리한 서장훈은 누구보다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당장은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호불호가 남더라도 통산 득점 등 기록적인 부분에서 압도적일 경우 오랜시간이 지나면 눈으로 보이지 않는 세세한 부분들은 잊혀지기 마련이다.

때문에 서장훈은 자신의 공격횟수에 대해 집착이 강했다. 보통의 센터들은 가드, 포워드가 슛을 쏘려하면 스크린을 걸어주거나 리바운드 싸움을 위해 골밑으로 돌진하지만 서장훈은 자신에게 공을 달라고 소리쳤다. 자신이 슛을 쏴야하기 때문이다.

벤치에서의 서장훈 모습은 현재 예능에서 보여주고 있는 털털남과는 거리가 멀었다. 동료가 슛을 성공시켰다하더라도 자신에게 빈공간이 있었는데 왜 주지 않았냐며 소리치고 나무라기 일쑤였다. 팀은 이기고 있어도 자신의 그날 기록이 좋지 않으면 침울한 표정으로 일관하는 경우가 많아 고참이 될수록 후배들이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서장훈이 있는 팀의 벤치분위기는 타팀과 비교해 활발한 편이 아니었다.

결과적으로 서장훈은 오랜 선수생활에도 불구하고 두 번의 우승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그중에서 서장훈 중심으로 우승한 것은 초창기 SK 시절뿐이었다. 당시 최인선 감독은 철저하게 서장훈을 밀어줬다. 서장훈과 겹치는 현주엽을 트레이드하고 조상현을 데려오는 등 그를 중심으로 팀을 만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서장훈은 마음껏 슛을 쏘고 또 쐈다. 골밑에는 궂은일에 능한 재키 존스가 버티고 있었고 로데릭 하니발 역시 내외곽을 오가며 수비장군으로서의 위용을 뽐냈다.

그러나 모든 팀이 서장훈 중심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삼성 시절 안준호 감독은 팀 플레이를 중시하는 지도자였다. 특정 선수를 배려하기보다는 모두가 함께하는 에너지 넘치는 스타일을 선호했다. 자신 위주로 돌아가지 않으면 참을 수 없는 서장훈과의 충돌은 예견된 결과였다. 그 과정에서 안 감독은 서장훈을 중심으로 하지않고도 우승을 일궈내며 자신의 지도 철학을 관철시켰다.

슛 못지않은 뛰어난 재능 언변, 스스로 이미지를 바꾸다

스포츠계의  또 다른 격언 중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말이 있다. 더 잘될 수 있는 길이 있으면 특정 선수가 자신의 욕심을 버리고 희생하는 플레이를 펼치는 것이 맞다.

그런 점에서 원주 동부를 프로농구 최고 명가 중 하나로 만든 김주성은 여러모로 귀감이 되는 선수다. 현재 어지간한 슈터 못지않게 빼어난 슈팅을 자랑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공격력 또한 리그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대부분 선수생활동안 굳어진 김주성 이미지는 '궂은 일을 잘하는 선수'다. 전면에 나서 공격적인 부분에서 에이스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비 등 팀 플레이에 집중하며 팀 자체의 경쟁력을 강하게 만들었다. 팀이 잘될 수 있는 길이라면 너무도 쉽게 거기에 맞춰버렸다.

때문에 서장훈, 김주성을 보유한 팀에서는 외국인 선수를 선발하는 기준도 각각 달랐다. 서장훈이 있는 팀은 그의 플레이 스타일에 맞춰 용병을 뽑아야했다. 반면 김주성은 어떤 외국인 선수와도 호흡이 잘 맞았던지라 지도자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편할 수밖에 없었다.

이같은 다소 이기적인 성향 탓에 서장훈은 오랜기간 동안 안티 팬들도 굉장히 많았다. 보통 슈퍼스타급 농구선수들은 안티 못지않게 열성팬도 많다. 그러나 서장훈은 이름값에 비해 열성팬이 가장 적은 선수 중 하나였다.

그런 상황에서 서장훈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가 서서히 없어지게 된 계기가 있으니 다름 아닌 본인의 노력(?)이었다. 보통 선수에 대해 비난이 쏟아지면 다른 쪽에서 옹호를 해주기 마련이다. 서장훈은 그런 경우가 적었다. 하지만 또 다른 서장훈의 능력이 있었으니 이른바 뛰어난 언변이었다. 누가 자신을 옹호해주지 않아도 됐다. 본인의 입으로 '내가 왜 이렇게 될 수밖에 없었고, 이러고 있느냐'를 일목요연하게 수시로 설명했다.

경기가 끝나고 자신에 대한 주변의 분위기를 빠르게 살피고 좋지 않은 말이 나오면 즉시 언론을 통해 해명했다. 이같은 노력은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계속됐고 결국 언론과 팬들이 모두 설득당하는 수준에까지 이른다. 국내는 물론 세계 스포츠사를 통틀어도 이러한 캐릭터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은퇴할 즈음의 서장훈에 대한 이미지는 통산기록과 더불어 굉장히 좋아질 수밖에 없었고 현재의 예능 캐릭터까지 합쳐져 '친근하고 소탈한 서장훈'으로 굳어지게 됐다.

어찌보면 이것은 대단한 능력이다. 팬들과 언론을 설득할 만큼 엄청난 언변을 갖춘 선수도 많지 않거니와 오랜시간 꾸준히 지속하는 노력도 쉽지 않다. 어찌보면 서장훈이기에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보통 비난에 시달리거나 안티가 많은 스타들은 이를 의식해 스타일에 변화를 주거나 극심한 심적 고통을 겪기도 한다. 하지만 서장훈은 시종일관 자신만의 '마이웨이'를 추구했고 예민한 성격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닥친 어려움을 언변이라는 최고의 재능으로 극복해냈다. 진정으로 그가 대단한 점은 바로 이런 부분이 아닐까 싶다.



댓글 0

  •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297 스포츠 쓴것 | KCC 이현민, 무관심 설움 털어내고 '히든 카드' 될까 16-08-31
296 스포츠 쓴것 | 임창용 위협구 논란, 팬들은 더 큰 상처를 받았다 16-08-31
295 스포츠 쓴것 | 라이온스 가세한 KCC, '포웰의 악몽' 씻을까 16-08-29
294 스포츠 쓴것 | '명가' 원주 동부, 4세대 간판스타는 누구? 16-08-28
293 스포츠 쓴것 | ‘30대들’ 한화, 다이너마이트 버금가는 지뢰밭 타선의 한계 16-08-26
292 스포츠 쓴것 | 독특한 KIA 외야, 키워 쓰는 외인부대? 16-08-24
291 스포츠 쓴것 | 김연경 폭발이 일으킨 시너지 ‘양효진↑사오리↓ 16-08-07
290 스포츠 쓴것 | ‘인파이터’ KIA, 한화 침몰시킨 결정적 요인 16-08-03
289 스포츠 쓴것 | ‘유창식?’ KIA 쓰린 속 달랠 언더카드 급부상 16-08-02
288 스포츠 쓴것 | 에밋 활약 KCC, 양궁 부대 완성할까? 16-07-24
287 스포츠 쓴것 | 호불호 갈리는 라이온스, KCC의 '마지막 퍼즐'될까? 16-07-23
286 스포츠 쓴것 | 장신빅맨 부재 KCC, 찰스 로드 품에 안을 수 있을까? 16-07-18
285 스포츠 쓴것 | 신데렐라 김상현 '음란행위' 한 방에 훅 16-07-14
284 스포츠 쓴것 | 손 내민 KIA, 타오르는 ‘불혹의 필승조’ 16-07-07
» 스포츠 쓴것 | 호불호 갈리는 서장훈의 '마이웨이' 16-07-05
282 스포츠 쓴것 | ‘KBO 1차지명’ 이종범·이정후 한국판 그리피 부자 될까 16-06-28
281 스포츠 쓴것 | KIA 믿는 구석, 꽃보다 이범호-김주찬 16-06-25
280 스포츠 쓴것 | 트레이드 김태술, 삼성의 ‘매직키드’로 부활할까 16-06-11
279 스포츠 쓴것 | '전 경기' KIA 김주찬, 강화 유리로 변신? 16-06-07
278 스포츠 쓴것 | KIA 강한울 한 줄기 빛, 김선빈 돌아와도... 16-05-21

비밀번호 입력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