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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이야기] '킹덤' 소년장수 이신, 롤 모델 보며 성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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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 야스히사의 인기장편만화 ‘킹덤(KINGDOM)’은 그러한 롤 모델의 그림이 잘 표현된 작품 중 하나다. ⓒ 킹덤

롤 모델(role model)!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직책이나 임무의 본보기가 되는 혹은 본받고 싶도록 모범이 되는 대상을 말한다. 내가 먼저 나서 가르침을 청하고 싶고 먼발치에서나마 흔적을 쫓고 싶은 존재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롤 모델로 인해 누군가는 꿈을 꾸고 또 누군가는 전에 없던 열정을 불태우기도 한다.

특히, 남들보다 욕심이 많은 이들은 롤 모델을 보며 무한한 답답함을 느끼기 일쑤다. 꿈이 큰 만큼 그들의 롤 모델은 일반인의 범주를 훌쩍 벗어난 거대한 존재인 경우가 많다. 롤 모델을 동경하는 사람이 나중에 어떤 존재가 될지 모르지만 당장은 눈앞의 그가 태산처럼 느껴질 수 밖에 없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며 의지를 불태우는 만큼 롤 모델은 한없이 크고 거대하다.

분명한 것은 그런 롤 모델을 자양분으로 성장하는 사람만이 또 다른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렇게 성장한 이는 훗날 또 다른 누군가의 롤 모델이 되기도 한다.

하라 야스히사의 인기장편만화 ‘킹덤(KINGDOM)’은 그러한 롤 모델의 그림이 잘 표현된 작품 중 하나다.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전국시대 혼란기 속에서 수없이 많은 영웅호걸들이 경쟁하고 또 무수한 기대주들이 뒤에서 그들을 롤 모델로 성장한다. 무력이 강한 장수를 동경하는 이들은 전장 영웅들을 바라보며 꿈을 키우고 병법가를 원하는 이들은 전략·전술에 능한 책사 밑에서 끊임없이 지혜를 갈고 닦는다.

주인공 이신 역시 마찬가지다. 우연한 기회에 숙명처럼 영정(훗날 진시황)이라는 또래 소년과 만나게 되고 여러 고난을 극복하며 절친한 벗이 된다. 당시의 영정은 힘이 없는 무늬만 황제에 불과했다. 대승상 여불위를 비롯해 힘이 센 신하들은 호시탐탐 정의 목숨을 노렸고 이신은 그런 영정을 보호하기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신과 영정은 생사고락을 함께하는 친구이자 훗날 천하통일의 대업을 함께할 동지로서 서로가 꼭 필요했다.

이신은 뭔가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을 싫어했다. 문제가 있으면 정면에서 돌파하고 의견충돌이 나면 서로 목숨을 걸고 '한판 붙어버리자'는 단순파였다. 물론 그러한 성향 뒤에는 약한 자를 괴롭히지 않고 늘 신의를 존중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기에 하료초, 강외, 양단화, 몽념 등 용맹과 지혜를 겸비한 훌륭한 동료들이 함께 할 수 있었다.

평범한 병사에서 시작해 십인장, 백인장, 천인장 등 차분히 단계를 밟아나가며 성장을 거듭하는 이신의 최종 목표는 대장군이다. 어릴 적부터의 꿈이기도 했거니와 영정과 함께 천하통일을 이루려면 꼭 필요한 직책이기도 했다. 처음에는 황당하게만 받아들였던 주변사람들도 나날이 그릇이 커지는 이신을 보며 함께 그 꿈에 동조하게 된다. 이신은 말로만 떠드는 허풍쟁이가 아닌 갈수록 강해지는 검술실력과 함께 가슴속 담대함과 리더십까지 갖춘 사내였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고집불통같이 보이지만 마음은 항상 열려있었다. 상대가 누구든 자신보다 나은 점이 보이면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되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바로 그러한 점 때문에 가파른 성장이 가능했다.

이신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 이는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그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롤 모델로는 왕기 장군과 표공 장군을 들 수 있다. 왕기장군은 작품 속에서 상당한 반전의 매력을 보여주는 캐릭터다. 두꺼운 여자 입술에 다소 느글거리는 말투, 그리고 음흉해 보이는 행보로 인해 비호감 캐릭터로 찍혔다가 이후 감춰졌던 남성다움과 자상함이 드러나면서 독자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게 된다.

왕기 장군은 위엄을 내세우지는 않지만 범접할 수 없는 특유의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어 '천방지축' 이신마저도 그 앞에서는 함부로 굴지 못한다. 이신은 장군 중의 장군으로 보이는 그에게 여러 가지를 배우고 싶어하지만 왕기 장군은 직접적으로 무엇인가를 가르치기보다는 스스로 깨닫는 것을 권고한다.

그런 왕기 장군이 이신에게 직접 가르침을 내린 적이 딱 한 번 있다. 부상을 입고 죽어가는 순간이 바로 그때였다. 그는 자신의 말에 이신을 직접 태우고 장군의 눈으로 전장을 바라보게 해준다. 장군의 말을 타고 전장을 바라보는 이신은 그 순간 신세계를 경험한다. 이전까지는 그저 자신만 강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또 다른 느낌과 시야가 눈앞에 펼쳐지게 된 것이다. 이른바 리더십의 중요성을 배우는 순간이었다.

표공 장군은 손자 뻘되는 이신과 격의 없는 우정을 쌓아가며 마음을 나누게 되는 친근한 캐릭터다. 전장의 호랑이로 불리며 모두를 두려움에 벌벌 떨게 했지만 이신은 이상하게 그가 편하다. 표공 장군 역시 자신만큼이나 단순무식(?)한 이신이 그저 귀엽기만 하다. 가정도 이루지 않고 평생 전장에서 인생을 다 바친 표공 장군의 유일한 낙은 밤하늘을 안주삼아 술 한잔 기울이는 것이었는데 이신은 말년의 그에게 마지막 술벗이 되어준다.

표공 장군은 전장에서 적군에 둘러 쌓여 최후를 맞이하게 된다. 이신은 자신이 지켜야할 병사들 때문에 표공 장군을 구할 수 없었고 비통한 마음으로 먼발치에서 그의 죽음을 지켜본다. 표공 장군을 통해 이신이 배운 것은 장군으로서의 삶과 자세였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처음부터 완성된 사람은 없다. 그들은 늘 배우려는 자세로 열정적인 삶을 살고 그 과정에서 롤 모델이라는 인연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먼 훗날 또 다른 이들에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롤모델이 되어준다. 성장의 선순환인 것이다. 만화 ‘킹덤’은 작품 속에서 독자들에게 묻고 있다. ‘당신의 롤 모델은 누구인가?’라고.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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