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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수면제 파이터' 생 피에르, 은퇴 후 '빅마우스'로

전(前) UFC 웰터급 챔피언 조르주 생 피에르(33·캐나다)의 은퇴 후 행보가 흥미롭다. 생 피에르는 2013년을 끝으로 은퇴하며 무기한 활동중단을 선언한 상태, 하지만 이후 행보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모습이다. 경기만 하지 않을 뿐 특유의 입심을 뽐내며 장외에서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생 피에르는 수시로 "UFC에서 철저한 약물검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절대 돌아갈 생각이 없다"는 말을 반복 중이다. 어찌보면 약물로 얼룩져가는 UFC에 대해 경종의 말로 들릴 수도 있지만 상당수 팬들은 "다른 사람도 아닌 생 피에르의 말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며 좋지 않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생 피에르 역시 현역에서 뛰던 시절 약물의혹을 받았을 뿐 아니라 철저한 약물검사라는 기준도 현재 상황에서는 굉장히 애매모호하기 때문이다. "경기는 하기 싫고 잊히기도 싫은 상태에서 괜스레 존재감을 표시하기 위해 그러는 것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오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생 피에르.JPG
@​UFC

화려한 전적, 지루한 경기 스타일

생 피에르는 본인은 정의로운 파이터로 보이고 싶어하지만 실제로는 그러한 캐릭터와는 거리가 멀었다. 아래 체급 파이터인 비제이 펜(37·미국)과의 2차전에서 있었던 바셀린 도포 사건이 대표적이다. 최근 그는 각종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동기부여를 느껴서 복귀하게 되면 다시금 정상에 설 자신이 있다"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내비친 상태다.

생 피에르는 2007년 맷 세라(41·미국)전을 끝으로 더 이상 패배를 추가하지 않고 12연승을 내달렸다. 그럼에도 생 피에르에 대한 팬들의 평가는 극과 극이다. 잘생긴 백인 영웅 이미지로 인해 미국과 자국 캐나다 시장에서의 상품성은 대단했지만 그 외 지역에서는 호불호가 심하게 엇갈린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팬들은 그의 높은 승률은 인정하면서도 에밀리아넨코 표도르-앤더슨 실바 등 역사에 남을 위대한 챔피언들과 같이 이름이 거론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표하고 있다. 존 존스-조제 알도 등 재미있는 경기를 펼치는 챔피언들과 비교해서도 색깔의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생 피에르가 전적에 비해 저평가를 받는 이유는 다름 아닌 지루한 경기 스타일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그는 팬들 사이에서 '수면제 파이터'로 불렸다. 역사상 가장 지루한 파이터라는 혹평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경기 수준은 높지만 팬들을 환호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볼 수 있다. 5라운드를 꽉 채워서 야금야금 포인트를 따나가는 모습은 어지간한 인내력 없이는 지켜보기 어렵다.

물론 생 피에르 말고도 지루한 파이터들은 각 체급별로 존재하지만 생 피에르 같은 경우는 조금 다르다. 그는 뛰어난 레슬러이면서 강력한 타격가다. 거기에 서브미션 결정력까지 갖췄다. 고루 겸비한 수준이 아닌 해당 종목의 스페셜리스트와 정면 승부가 가능할 정도로 밸런스가 좋다. 마음만 먹으면 타격이든 그래플링이든 경기 내내 한 방향으로만 싸우는 것도 가능하다.

그럼에도 생 피에르는 포인트 위주의 싸움방식을 고집한다. 언제 어디서 한방이 터질지 모르는 격투기의 특성상 최소한의 위험부담마저도 용납하지 않으려는 것이 그 이유다. 자신이 한참 위험한 상황에서도 절대 넉아웃 욕심을 내지 않는다. 12연승 기간 중 판정승이 9번이라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서브미션이나 넉아웃으로 잡아낸 3경기 역시 노장 맷 휴즈, 실질적 수준 차이가 크게 나는 맷 세라, 한 체급 아래 파이터 비제이 펜과의 경기였을 뿐이다. 꼼꼼함에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올 정도지만 그러한 패턴이 매력까지 담보하지는 못한다. 그림 같은 장면을 얼마든지 만들어낼 수 있는 기량을 갖추고 있음에도 '안전제일주의'로 일관하는 생 피에르의 경기 스타일은 격투기 역사를 통틀어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마지막 경기였던 '빅 리그(BIG RIGG)' 조니 헨드릭스(32·미국)와의 경기 역시 지금까지도 편파판정 논란이 시끄러울 정도로 사실상 패한 경기라는게 팬들의 중론이다. 워낙 영리했던 생 피에르 인지라 과거 챔피언들과 달리, 체급 내 강자가 갑작스레 늘어나자 슬그머니 은퇴라는 현명한 선택으로 커리어를 지켰다는 의견도 많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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