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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쓴것] KCC 김지후, 빈 공간 파고드는 저격 본능

김지후.jpg

@전주 KCC

 

 

'스나이퍼' 김지후(23·고려대 졸)는 프로농구 전주 KCC의 올 시즌 유일한 수확이다. 그의 소속팀 KCC는 여러 가지 악재가 겹치며 서울 삼성과 함께 공동 꼴찌(승률 0.224)로 주저앉은 상태다. 이를 입증하듯 팀득점-팀어시스트 등에서 리그 최하위에 머물고 있다.

2014 프로농구 국내 신인드래프트서 전체 4순위로 KCC에 입단한 루키 김지후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평균 1.5개의 3점슛을 작렬시키며 7.15득점, 1.2어시스트, 1.6리바운드를 기록 중이다. 팀이 안팎으로 어수선점을 감안했을 때 충분히 준수한 성적이라 할 수 있다.

가장 최근 경기였던 20일 삼성전에서도 비록 팀 패배로 빛이 바래기는 했으나 승부처마다 고감도 외곽슛을 작렬시키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14득점(3점슛 4개), 2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겉으로 드러난 성적만을 놓고 봤을 때 높아 보이지 않지만 3점슛 성공률 50%, 야투성공률 55.6%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슛을 적게 던지면서도 대단한 정확성을 발휘했다. 팀원들의 야투성공률이 전체적으로 매우 낮은 경기였음을 고려할 때 김지후에게 찬스가 적게 간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어려운 팀 상황 속에서 거칠게 성장하다!

올 시즌 KCC는 팀창단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주포 김민구(24·191cm)의 이탈로 시작된 악재는 프랜차이즈 스타 강병현-장민국을 넘겨주고 받은 김태술(31·180cm)의 부진까지 겹치며 팀전력이 한꺼번에 모래성처럼 무너지고 말았다.

하승진(30·221cm), 신명호(32·183cm) 등이 분전하고 있지만 그나마 포워드진에서 제 몫을 해주던 정민수(27·192㎝) 마저 부상으로 빠지는 등 없는 살림마저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있다.

타일러 윌커슨(27·202cm)-드션 심스(27·203cm)로 구성된 외국인선수 조합마저 10개 구단 최악으로 평가된다. 윌커슨은 팀플레이를 무시한 채 개인성적 올리기에 급급한 상황이며 심스는 어지간한 국내선수도 못 당해내는 기량으로 '무늬만 용병'으로 불리고 있다.

이래저래 올시즌 KCC는 타팀들과 비교해 경쟁력을 발휘할 부분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김지후의 분투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성장함을 보여주고 있는 증거인지라 더욱 값질 수밖에 없다.

김지후가 당초 4순위로 입단할 때까지만 해도 그를 둘러싸고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쏟아졌다. 빅3로 평가받던 이승현-김준일-정효근이 예상대로 지명됐던 가운데 나머지 한자리를 놓고 허웅-김기윤 등이 강력한 4순위 후보로 꼽혔다.

김지후가 3점슛에 능하기는 하지만 그러한 유형의 선수가 성공한 사례가 워낙 적었기 때문에 기대치가 낮았다. 신체조건이 좋은 것도 아니었고 경쟁력 있는 스피드-운동신경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패싱 능력 등 다른 면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정래-정선규-신동한-전정규-전성현 등의 예를 들어 외곽슛 하나로 프로에서 성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혹평도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빈공간 활용 능력 뛰어난 당찬 새내기 슈터

슈터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 문경은(190cm), 김성철(194cm), 양희승(195㎝)은 당시 기준으로 상당한 장신슈터들이었다. 180cm대 슈터들이 대부분이던 상황에서 그들의 신장은 엄청난 무기가 됐다. 방성윤(195cm)은 단지 키만 큰 게 아닌 체격까지 우람했던지라 피지컬 슈터의 끝판왕으로 불렸다. 양경민(193cm)같은 경우 빼어난 외곽슛은 물론 뛰어난 수비력까지 겸하는 플레이로 자신의 가치를 높였다.

조성원(180cm)은 김지후가 롤모델로 삼을 만한 슈터다. 조성원은 신장은 작았지만 폭발적인 외곽슛을 바탕으로 KCC 주포로 활약했다. 공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도 끊임없이 빈 공간을 찾아 움직이며 상대 수비진을 괴롭혔고 슛 타이밍이 워낙 빨라 공을 잡는 순간 림을 가르기 일쑤였다.

왼발을 앞에 놓고도 슛을 성공시키는 일명 '짝발스텝'은 물론 속공 시에도 쉬운 레이업슛 대신 3점슛으로 마무리 짓는 등 상황을 가리지 않고 외곽을 성공시키는 전천후 슈터였다. 여기에 빠른 발과 높은 탄력으로 조금의 틈만 있으면 골밑으로 파고들어 속공 레이업슛이나 더블 클러치를 성공시켰다. 수비 선수들이 조성원의 작은 움직임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김지후는 조성원만큼 엄청난 스피드와 탄력은 갖추지 못했지만 상대적으로 신체조건(187cm)이 뛰어나고 클러치상황에서 자신 있게 3점을 날릴 수 있는 '강심장 슈터'라는 점에서 궤를 같이한다.

노마크 찬스에서의 정확도는 정평이 나있고 수비수를 달고 쏘는 터프샷에서도 두려움이 없다. 센스도 상당한 편으로 외곽찬스가 나지 않으면 좀 더 치고 들어가 미들슛을 날리는가하면 기습적인 레이업슛이나 플루터도 곧잘 성공시킨다.

슈터는 단순히 슛만 정확해서는 안 된다. 현대 프로농구는 갈수록 수비전술이 강력해지고 있는데 그로인해 어중간한 슈터는 슛찬스 조차 잡기 어려워지고 있다. 슈터로서 슛을 쏘기 위해서는 어느 위치에서든 자신의 슛 폼과 슛 타이밍을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자신의 마크맨 한 명 정도는 따돌릴 수 있어야 한다. 기술로 돌파하던 힘으로 밀어내던 거리를 만들어내서 뿌리치든 그것은 슈터 각자의 능력이다.

김지후는 빈공간을 파고드는 능력이 뛰어나다. 외곽슈터치고도 슛 거리가 상당히 긴지라 코트 이곳저곳을 넓게 누비고 다니면서 슛 기회를 잡는데 능하다. 그러한 재주가 좋다보니 기술적 돌파는 어렵더라도 빈공간을 비집고 들어가 드라이브인을 성공시키는 것은 물론 외곽의 다른 동료 찬스를 봐주는 등 자신만의 장기도 계속 만들어가고 있다.

김지후는 특정한 장점에 특화된 선수인지라 김민구-강병현같은 전천후 에이스 스타일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잘 만들어진 팀에서 더욱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형이다. 김지후의 위력을 제대로 뽑아 쓰기 위해서는 KCC역시 제대로 된 전력 구성이 필요하다. 어려움 속에서 성장중인 기대주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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