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오예쓰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속 괴물 저격수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오예쓰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2
최근연재일 :
2023.06.01 21:11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9,519
추천수 :
800
글자수 :
121,544

작성
23.05.21 18:00
조회
432
추천
26
글자
11쪽

게임 체인저 (1)

DUMMY

서정우의 지시를 기다리듯, 총을 든 둘의 시선이 한 데로 쏠렸다.


서정우는 고집이 있지만 막무가내는 아니다.

정예진의 말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고.

이어질 선택을 아는 나는 더욱 바짝 몸에 힘을 줬다. 피한다.

서정우는 자세를 유지한 채로, 조금 천천히 운을 뗐다.


“... 알겠어. 가자.”


결정이 떨어졌다.


탕!


탕!


그말만을 기다렸다는 듯 탄환이 날아들었다.


푸슉.


나란히 가까워지던 서정우의 손이 풀리고, 압축된 공기가 해제되며 단번에 숨통이 탁 트였다.


‘젠장.’


그러나 셋의 팀워크는 너무도 절묘했다. 이미 두 탄환은 각각 머리와 심장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완전히는 못 피한다. 그만큼 민첩 디버프가 컸다. 깃털같이 가볍던 몸이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워졌다. 머리는 숙여서 피한다 쳐도, 심장이 문제였다.


‘그래도 할만해.’


재생력을 감안하면, 약간만 빗겨 맞아도 된다. 코어는 심장의 정중앙이니까. 이길 수 있다.


몸을 낮추던 그 때였다.


<업보 복기> (2/2)


X발. 이제 알겠다.

저 뒤에 붙는 숫자, 그게 업보가 돌아오는 양인가보다.


—-


주변인물들은 하는 일이 뭔가요? 할 줄 아는 것도 없이 짐만 되면서 주인공 치켜세우는 걸로 옆에서 꿀 빠는 거 꼬움 ㅋㅋ


보다보니 작가님은 인물들을 못 살리시는 거 같네요. 친구가 없으셔서 그런가?


—-


— 당신이 남긴 이 댓글이 지금 상황에 적용됩니다.


눈 깜짝할 사이 탄환의 궤도가 아래로 휘었다.


쩡!!


뒤늦게 발사된 백도영의 탄환이 심장의 정중앙을 꿰뚫고 지나갔다. 쏜 당사자조차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


“뭐···”


파앗!


“눈 감아!”


서정우의 외침과 동시에, 플래시를 터뜨린 것처럼 번쩍이는 빛이 몸 한가운데에서 뿜어져나왔다.


아찔한 통증이 몸을 뒤흔들었다.


— 코어 내구도 -30. 현 내구도는 ‘0’입니다.


내구도는 원점.

한 발만 관통 당해도 죽는다.

코어의 위치는 이미 노출 된 것이나 다름 없고.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저쪽이 무르게 굴 이유가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인간형 크리쳐 중 코어에서 빛이 나는 건, 완전히 크리쳐화가 된 상태일 때 뿐이다.]


“분명해. 돌이킬 수 없어.”

정예진이 한마디로 정리했다.

돌이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서정우의 말. 그 가설은 틀렸다고.

크리쳐로 확실히 판명났다. 그러니 상황은 바뀔 게 분명하다.


눈을 가늘게 뜬 정예진은 손 마디가 새하얗게 질릴만큼 총을 꽉 움켜쥐었다.


찰칵.


가벼운 철 마찰음이 게이트를 울렸다.


“아오···.”


허둥대는 백도영 쪽 역시 탄이 더는 남지 않은 눈치였다. 장전이야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당장은. 마지막 기회다.


그리 생각하며 서정우를 봤다. 그의 코에서는 어느새 쌍코피가 터져 턱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


[출혈은 흔히 겪는 ‘통제’ 사용 후의 후유증 중 하나다.]


“정우야!”


그러나, 소년의 총구만큼은 흔들림 없이 이쪽을 향했다. 애타게 부르는 정예진의 목소리가 무색할 만치 똑바로.


철컥.


녀석도 이제 안 거겠지. 결정해야 한다는 것을.

방아쇠에 끼운 손가락이 굳셌다.

녀석만큼은 장전된 작열탄이 남아 있던 거다.


— <지도자>의 강점, 집단 보호 시행.


‘빌어먹을.’


눈동자에 스몄던 망설임이 거두어지고, 결의에 찬 채로 바라보는 모습이 마치 다른 종족인 양 빛이 났다.

잠깐이나마 내가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군 게 낯뜨거워질만큼.


돌파구는 있었다.

그러나, 손 들어 겨냥하는 순간 저쪽이 날 쏜다는 게 문제.

민첩이 깎여 탄환을 못 피한다.


‘포기할까.’


계산이 끝나자 마음이 공허했다.

악과 깡으로 버텼는데. 안 되는 건 안 되는 건가.

건조한 절망감이 마음을 갉아먹었다.


그냥, 난 한 순간도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운명인 거다.

미래의 내가 쓴 소설에서마저도.


“쏴야 돼!”


정예진이 악을 썼다.


그 때였다.


— 업보 청산 완료.

— 요한의 계시 전달.


그러고 보니, 이렇게 악 쓰는 것을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다.

아니, 내가 악을 썼다. 외부에서 주입시키듯 기억이 밀려들었다.


‘아, 씨··· 아줌마 나 알아?’

생선 가게 하시는 게 부끄러워서 엄마에게 그딴 말을 지껄였다.

옆의 일진 무리에게 집안 사정을 들키는 게 싫었기에.


‘미안, 학생! 아줌마가 눈이 어두워서···. 사람을 잘못 봤네.’


기억 속 엄마는 내게 거듭 고개 숙여 사과했다. 잘못한 게 없는데도.

나는 엄마에게 사과했을까?

안 했겠지. 지금껏 적당히 잊고 지냈는데.

이제서야, 죽음이 닥쳐서야 후회하는데.


— 10년 후, 당신의 어머니는 ‘사망’ 상태입니다.

— 원인은 당신의 업보.

— 이것이 그 결과입니다.


순간 창백하게 질린 엄마의 시체가 뇌리를 강타하고 지나갔다.

절망 속에서 머리가 하얗게 물들었다.

침착하던 마음이, 한없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엄마가 죽는다. 10년 후라도 젊은 나이일 우리 엄마가.

도대체 왜.


— 계시록이 변경되지 않을 경우, 어머니의 죽음은 확정됩니다.


불합리한 패배는 익숙하다. 언제나 혼자였고.

그러나, 이번만큼은 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시록이 안 바뀌면 엄마가 죽는다니.

고작 그딴 것 따위로 소중한 사람을 잃을 수 없다.


잘못하면 영영 말할 수가 없어.

엄마, 그때 죄송했어요. 그 사과를 전하고 싶었다.

전해야 마땅하다.


포기하면 안돼. 포기하면 끝이다. 난 여기서 소멸할 수 없다.

나만 죽는 게 아니었다. 가족을 살릴 기회를 놓치게 된다.

그리고 사실,


‘한번도 진짜로 뒤지고 싶었던 적은 없었으니까.’


찌질하게 살기 싫었을 뿐.


타앙!


마침내 서정우가 방아쇠를 당겼다.

빛나는 탄이 날아오는 시간이 마치 영원 같았다.


— 복구된 기억의 감각이 전이됩니다.


부순 게이트 너머로부터 서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누군가의 남겨진 옷자락처럼 차가운 바람이.


살고 싶다.

살아야겠다.

그 생각을 하자 신기하게도 살 길이 보였다.



쿵!



쩌적.


탄환이 심장에 닿자마자 반으로 갈라졌다.


툭.


두동강난 탄이 바닥에 떨어지자, 모두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저거, 진짜 뭐냐고!”

“아, 어··· ··· 어떻게.”


새파랗게 질린 백도영이 두어걸음 뒷걸음질 쳤고, 정예진의 작은 입술이 몇 번이고 말을 뱉어내지 못한 채 달싹였다.


“...”


그 침착한 서정우조차 얼이 빠진 얼굴로 방금 벌어진 일을 납득하지 못하고 있었다.


— <발악> 상태 돌입.

— '요한의 계시'를 받은 후, 코어 내구도가 0이 될 때 발현됩니다.


저편에서부터 무언가 끓어오르는 느낌.


— <발악> 시 1시간 동안 코어의 내구도 90으로 고정.


살고 싶다,가 아니었다.


— S급 크리쳐에 해당하는 내구도입니다.


반드시 살아남는다. 이것만큼은 해낸다. 해내야만한다.


— 디버프 특성인 [우울감]이 잠시 해제됩니다. 판단 속도가 2배 향상됩니다.




<#02 발악>

기억하세요.

당신은 세계관 최강의 크리쳐입니다.


살기 위해 날뛰세요.


-클리어 조건: 0명 처치, 2명 이상에게 중상의 타격.

-보상: [우울감] 디버프 약화. 성공 경험으로 인한 [희망] 특성 추가.

-실패 패널티: 존재 소멸.




실패 패널티, 존재 소멸. 이제 더는 그것이 눈길을 잡아세우지 못했다.

대신 눈에 들어온 구절은 이것이었다.


‘당신은 세계관 최강의 크리쳐입니다.’


어느새 재생된 심장이 강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서정우!”

“알고 있어.”


난 크리쳐다.

그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고자 하는 게 서정우의 신념이고.

그러니 놈은 더 이상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건 나도 마찬가지거든.


“내기 하나 할까?”


원래의 내 것보다 좀 더 높은 음역대의 목소리가 목울대를 울렸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짧은 정적이 흘렀다.


“말을, 하잖아?”

“... 그러게.”


사뭇 놀라워하는 백도영의 목소리에, 비로소 지금껏 입을 열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대꾸하는 서정우의 눈이 지금까지 중 가장 크게 흔들렸다.


어라. 이제 말이 나오잖아? 총을 쥔 자세를 풀지 않은 채로, 힐긋 목울대를 내려다봤다. 더는 목에 통증이 들지 않았다. 다 나은 건가.


그러나 이제 한가하게 대화 할 여지는 없다.

말을 못하는 사이 총알이 앞섰으니.

사실 지금도 발화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나는 최대한 대상을 곁눈질하며 각도를 계산했다.


기회는 단 한 번.


“목숨을 건 내기 말이야.”


그리곤, 방심한 틈을 타 서정우의 어깨로 총탄을 날렸다.


“윽!”


서정우는 즉각 몸을 수그려 피했지만, 탄환은 그를 노린 것이 아니었다.


캉!


총탄이 길고 얇은 가스관을 뚫었다.

구멍 사이로는 가스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연구원들이 그토록 찾던, 바로 그 가스였다.


게임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눈 앞에선 새로운 창이 떴다.


— 무기 정보.




[크리쳐 호흡 능력 약화 가스] : 크리쳐의 호흡에 디버프를 주는 초록색 가스. 인간에게는 해가 없고, 크리쳐에 한해 유독 가스로 여겨진다.




퍼지는 가스로 인해 녀석들은 허둥대기 시작했다.


“야, 앞이···”

“정우야, 얼른 치워줘!”


백도영이 팔을 휘휘 저었고, 정예진은 필사적으로 서정우를 찾았다.

안개로 인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 셋은 서로의 위치를 분간하기 어려워졌다. 이제 총탄을 섣불리 쏠 수도 없을 것이다.


“서정우, 뭐해!”

이상한 낌새를 느낀 건지, 백도영도 다급히 외쳤다.

저 안개는 원래의 서정우라면 쉽게 치울 수 있었다.


‘근데, 그게 안 되겠지.’


이 가스는 분명 인간의 신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모두 침,착... 일단, 움직이지···”


그러나, 이곳의 주인공은 평범한 인간이 아니다.

‘크리쳐와 섞인 인간’이지.


— 크리쳐와 인간이 ‘섞인’ 존재는 디버프 효과를 가진 가스에 2배의 타격을 받습니다.


연구원들이 그리 애타게 찾은 이유가 있던 거다.


큽.


어디선가 숨 참는 소리가 들렸다.


‘늦었어. 멍청아.’


쿵!


곧이어 사람이 쓰러지는 소리가 났다.


“정우야? 서정우!”

예진의 떨리는 목소리가 애타게 주인공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가스는 당연히 나에게도 영향이 있다.

당연히 대비책은 있었고. 그러니까, 안 들이마시면 그만 아닌가?


— <무호흡> 상태로 돌입.

— 해당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최장 시간은 ‘5분’입니다.


판을 뒤엎을 시간이었다.


— 스토리라인이 변화합니다.

— 흥미도 + 100.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8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포칼립스 속 괴물 저격수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안녕하세요, 오예쓰입니다. +4 23.06.03 182 0 -
공지 연재 관련 공지 23.06.02 58 0 -
공지 연재 시간 변경 공지 23.06.01 24 0 -
공지 고봉밥한개님, 후원 감사합니다. 23.05.28 61 0 -
20 재판 (3) 23.06.01 115 11 15쪽
19 재판 (2) +1 23.05.31 114 11 12쪽
18 재판 (1) +2 23.05.30 129 12 10쪽
17 탈피 (4) +3 23.05.29 151 13 15쪽
16 탈피 (3) +2 23.05.28 155 12 15쪽
15 탈피 (2) +2 23.05.27 175 14 17쪽
14 탈피 (1) +1 23.05.26 185 17 13쪽
13 추락 (3) +2 23.05.25 225 16 14쪽
12 추락 (2) +3 23.05.25 243 18 14쪽
11 추락 (1) +4 23.05.24 249 21 11쪽
10 단합 (3) +7 23.05.24 272 22 17쪽
9 단합 (2) +3 23.05.23 273 23 11쪽
8 단합 (1) +4 23.05.23 306 24 16쪽
7 게임 체인저 (3) +6 23.05.22 344 28 15쪽
6 게임 체인저 (2) +3 23.05.22 362 25 13쪽
» 게임 체인저 (1) +8 23.05.21 433 26 11쪽
4 탈출 (3) +8 23.05.21 495 26 14쪽
3 탈출 (2) +6 23.05.20 534 34 10쪽
2 탈출 (1) +4 23.05.19 807 32 13쪽
1 666 +3 23.05.18 1,154 3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