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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쓰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속 괴물 저격수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오예쓰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2
최근연재일 :
2023.06.01 21:11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9,518
추천수 :
800
글자수 :
121,544

작성
23.05.20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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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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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탈출 (2)

DUMMY

코어 내구도 +10.

내구도가 0인 내 생명줄을 튼튼하게 해줄 보상이었다.

그러나 퀘스트창에는 보상만 있는 건 아니었다.


—-


<#01 탈출>


방해를 뚫고 탈출하십시오.


-클리어 조건: 연구소 탈출.

-보상: 코어 내구도 + 10.

-실패 패널티: 존재 소멸, ???


*존재 소멸: 죽음과 다름. 존재가 삭제됨.


—-


총탄은 피했지만, 머리가 지끈거렸다.

존재 소멸은 그렇다 치자. 뒤에 물음표는 또 뭔데.


‘튜토리얼 못 깨면 캐삭이라니, 이게 말이 되나.’


그래도 승산은 충분하다.

시스템이 구라 깐 게 아니라면, 이 세상은 계시록이 그려낸 미래.

난 모든 걸 알고 있다. 그러니 해볼만했다.


이곳의 ‘크리쳐’는 공격 방식에 따라 근접계, 저격계, 환각계로 나뉜다. 게임으로 치면 근거리 딜러, 원거리 딜러, 디버퍼.


상태창에서 나는 ‘저격계’로 분류됐다.

즉, 탄을 쏘는 공격 방식의 크리쳐다.


지금 날아오는 저것처럼.


탕!


“으악!”


빗발치는 총탄을 피하자 반대편에 서있던 연구원이 그것을 맞고 쓰러졌다.


총탄이 스친 뺨 위로 뜨거운 통증이 느껴졌다. 피가 흘렀다가, 순식간에 살이 다시 차오르는 것 역시.

이대로 당하지 않으려면, 반격을 해야 한다.


그러고보니,이곳의 이능력자들은 특정한 손 모양을 만들어 능력을 사용했었다. 이 몸이 인간 형태인만큼, 그들과 공격 방식도 닮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 나도 손을 조작해야 하나? 저격에 적합할 손 모양은 뭘까.


“후.”


난 잘게 진동하는 엄지와 검지를 직각이 되게 펴곤, 다른 손가락을 꽉 말아쥐었다. 가위, 총 모양을 상징하는 제스처였다. 다른 쪽 손이 반동을 잡기 위해 아래를 받쳤다.


캉!


“젠장!”

“피해!”


시험 삼아 연구원의 발치에 겨냥하고 발사되는 이미지를 그리자, 곧바로 붉은 탄환이 연구실 바닥에 내다 꽂혔다.


됐다.

손끝에서 무언가가 모여서 발사되는 느낌이 생경했다. 어딘가 홧홧한 작열감까지도. 반동은 예상보다 작았고, 타격감은 상당했다.


“놈이 공격 방식을 터득했습니다!”

“모두 사격을 멈추지 마라, 그리고 넌 가스관을 개방하러 가!”

“예!”


그들이 말하는 가스가 무엇인지는 아직 정확히 모른다.

그러나 저리 찾는 걸 보면, 나에게 치명적일 거라는 건 확실했다.

막는다!

연구실의 게이트를 열고 나가려는 자를 겨냥하던 그 때였다.


띵!


팝업창이 열리며 붉은색의 굵은 경고문이 떴다.


—-


<주의>


타인을 직접 공격해 죽이면 업보 수치가 상승합니다. 지금 당신의 업보 수치는 9,999+로, 1이라도 추가되는 즉시 사망합니다.


—-


뭐야?

난 나름 착하게 살았는데. 저 수치는 말이 안 된다.

그럼, 이것도 악플 건과 마찬가지로 미래의 요한이 쌓은 업보인가.


아재 이성준 이 미친놈···.

뭘 어떻게 살아야 업보가 저리 돼?

풀스탯을 찍은 것에 속에서 천불이 났다.


그래도 반대로 생각하면,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는 거겠지.

급한대로 게이트를 여는 연구원의 손을 겨냥했다.


그러나, 간과한 사실이 하나 있었다.


콰아아앙!!!


“아아악!!!”


내가 너무 쎄다는 것.


“아, 아··· 소, 소장님!”


얼마나 쎄냐고?

일부러 손가락 끝을 조준했는데, 상대 손이 통째로 날아갔다.

그 뿐인가, 손 뒤의 벽에도 큰 구멍이 났다.


아까 바닥에 쐈을 땐 분명 보통 탄환 같았는데. 사람한테 쓰니 폭탄처럼 터졌다. 왜지? 그러나 사색에 잠길 시간은 없었다.


내 앞에 있던 연구원이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소장님, 더는 무리입니다!”

“이젠 어쩔 수 없다. 코어 사격도 허용한다!”


중년 남자가 소리치자 연구원들이 일제히 권총들을 다잡았다.


“전원 코어 조준!”


지금까지의 사격들은 모두 상대 쪽에서 일부러 코어를 빗나가게 맞혔다.

사살 명령이 떨어진 이상, 내 목숨은 바람 앞의 촛불.


“발사!”


젠장.

공격할 수가 없다. 잘못 쐇다간 폭발로 인해 쟤네도 죽고, 업보로 나도 죽는다. 코어에 맞으면 즉사인 물몸이라, 몸빵을 하면서 튈 수도 없는 상황.


이걸 어쩐다.

쏟아지는 총알 세례에 도저히 돌파구를 찾을 수 없는 그 때였다.


—-


<S 급 클리어 관련 안내>


S급 클리어 조건: 0명 처치, 10분 안에 연구소 탈출.

S급 달성 시 추가 보상: 코어 위치 파악, 코어 내구도 수치 +30 강화.


—-


코어 위치 파악. 그 단어가 있던 부근 너머에서 무언가가 빛났다.

도망치는 연구원의 목 뒤에 동그랗게 박힌 것.


칩이었다.


여기는 중앙집권 국가주의 세상. 칩은 사람들을 감시하는 도구다.

따라서 칩을 부수면 군인이자 경찰 역할을 하는 ‘추격관’이 올 것이다.


칩을 부순다. 부숴서 대신 제압할 원군을 부르자.

다만, 몇 발이나 필요하지?

타이밍 좋게 ‘요한의 계시록’ 스킬이 정보를 알려줬다.


[칩 내구도는 권총 한 발.]


좋아, 딱 맞네.


손이 날아간 연구원이 떠올랐지만, 문제될 건 없었다.

직접 부수는 게 힘들다면? 도구를 쓰면 그만.


철컥.


맞은편 아군에게 총 맞고 쓰러져 있던 연구원.

그의 손에 들린 총을 빼앗았다. 장전음이 상쾌했다.


— 연구소의 걸작, ‘명중도: 100 (MAX)’ 작용.


타앙!


“아악!”


총탄이 날아가 칩 한가운데에 박혔다.

연구원의 목을 꿰뚫지 않았지만, 칩을 두동강 내놓기엔 충분했다.


“망할! 다들 피해!”


피격 당사자를 비롯한 모든 이들이 창백하게 질렸다. 그렇게 혼비백산해진 이들 사이로, 손가락은 몇 번이고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탄환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날아가 칩을 박살냈다.

그리고 마침내 저 멀리서 지금 울리는 것보다 더 큰 사이렌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웨에에에에엥!


승리의 희열이 입꼬리를 간질였다.


“젠장, 일단 모두 대피해!”

“하지만 소장님, 총수님께 자료를 전달해야···”


게임 오버.

곧 제압 명령을 받은 추격관이 이리로 온다.

그들 중엔 크리쳐를 감지하는 능력자가 있겠지.


근데, 난 크리쳐다.

따지고 보면 걔넨 크리쳐 사냥꾼.


‘그럼 완벽한 아군은 아니지.’


상황 판단 완료. 입꼬리가 뚝 떨어졌다.

X발. 나도 얼른 튀어야 되는 거 아냐?


쿵!


기잉-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마자, 열려있던 게이트가 굉음을 내며 닫히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가둬! 시체만이라도 가져가야한다!”

잡혀주겠냐?


매섭게 발사되는 총탄들을 피하며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쾅!


-1게이트 봉쇄.


아니러니하게도, 게이트는 내 등 바로 뒤에서 닫히며 연구원들로부터 나를 지켜주었다.


멈추지 않고 바닥을 박차고 뛰었다. 차갑고 단단한 연구실 바닥의 감촉이 맨발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2게이트 봉쇄해!”


천장의 스피커에서 들리는 쇳소리에 설핏 웃음이 나왔다.


아, 저쪽이라고?


닫히는 쪽의 게이트로 내달렸다.

이정표 역할까지 다 해주고, 절이라도 해야할 판이다.


쿵!


기잉-


이번에도 닫히는 속도보다 내가 더 빨랐다. 숨이 좀 가쁜 것만 제외하면, 완벽했다.


그 때였다.


비어있는 복도 벽에서 균열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잉.


철컥.


-목표물 포착.

-발사 준비 완료.


틈 사이로 나타난 기관총은, 자동 조준 시스템을 이용해 총신을 겨눴다.


탕!

탕!

탕탕!!


그러나 탄은 단 한 발도 내게 닿지 못하고 벽과 바닥에 꽂혔다.


몸은 날아갈 것처럼 가뿐했다. 생기가 꽉 들어찬 느낌이 무척이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이게 바로 S급 크리쳐의 신체 능력인가.


도망친 것인지, 스피커에서는 이제 어떤 목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꺾인 복도를 넘자, 마침내 긴 여정의 끝이 보였다.

저 게이트만 넘으면,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다.


쿵.


눈 앞에서 닫힌 게이트 문에도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안내 사항으로 봤을 때, 업보는 생명을 앗아갈 때 쌓이는 것이다.


‘게이트 문은 생명이 아니고.’


손이 문을 겨누던 그 때였다.


—-


— 기본 스킬 안내.


— ‘기본 사격’ Lv. -


기본 공격. 생명체에 닿으면 폭발이 생깁니다.


— ‘연사’ Lv.1


‘연사’는 탄환의 타격력을 줄이고 폭발 효과를 없애는 대신, 연속 사격을 가능하게 합니다.


—-


이래서 연구원에게 쐈을 때 더 효력이 컸던 건가.


문은 생명체가 아니므로, 어차피 기본으로 발사해도 폭발 효과는 없다. 따라서 연사를 택하는 게 더 빨랐다. 손끝에서부터 빠르게 총탄이 튀어나가는 느낌을 떠올리자, 상상은 그대로 현실이 되었다.


콰가가가각!


붉은 탄환이 쉬지 않고 손 끝에서 발사됐다. 총알의 흔적이 반원으로 끊김 없이 남았다.


쿵!


발로 중앙을 걷어차자, 벽은 힘없이 밀려나며 큰 구멍을 만들었다.


— S급 클리어! 보상이 주어집니다.


심장 안에서 무언가가 단단하게 차오르는 게 느껴졌다. 호흡 역시 전보다 안정되고 있었다.


아. 확실히 보상이 좋긴 좋다. 천천히 숨을 들이키니 공기가 상쾌하게 폐를 간질였다. 새로 태어난 것처럼 밝은 기운이 생겨났다. 몸이 건강해지니 조급함도 줄었고. 나는 차분히 새로 뜬 창의 내역을 훑었다.


—-


코어의 위치: 심장 정중앙

코어 내구도 + 30

현 코어 내구도: 30


코어 내구도의 MAX 수치는 100이며, 30은 B급 크리쳐의 평균 내구도입니다.


—-


그러다가, 문득 위화감이 들었다.

보상 내역을 담은 팝업창 너머로 인간의 형상이 보인 것이었다.


‘...어.’


구멍 반대편에 서있는, 검은색 군복을 입은 이들의 눈이 일제히 나를 향하고 있었다.


“... A-1팀 크리쳐와 조우.”


역광으로 인해 순간적으로 읽히지 않던 얼굴들이 차츰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앳된 느낌들, 어쩐지 익숙한 분위기의 인상.

학생 파견 실습용 군복.

크리쳐 사냥꾼 쪽 인물들.


“인간형, 입니다.”


아무래도, 원작의 주인공 무리와 조우한 것 같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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