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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쓰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속 괴물 저격수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오예쓰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2
최근연재일 :
2023.06.01 21:11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9,543
추천수 :
800
글자수 :
121,544

작성
23.05.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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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6
추천
24
글자
16쪽

단합 (1)

DUMMY

쩡!!


익숙한 소리가 귀를 파고들었다.

코어가 깨졌나보다.


그런데, 누구의 코어가?

의문은 짧았다.

몸의 중심이 기울고 있었다.


“걸작 사살 완료.”


아.


내 코어가 깨진 거였다.

다리에 힘이 확 풀리며 몸은 완전히 무너졌다.

두런거리는 목소리가 한없이 멀게 느껴졌다.


“···챙기시죠.”

“됐군. 역시 희생시킨 보람이···”


정신이 아득했다.


‘일어나야, 하는데.’


몸에 힘이 안 들어갔다.

구멍 난 가슴팍에서는 검은 연기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딱딱하고 차가운 바닥의 감촉마저 희미해져 갔다.


— 코어 내구도 -5.

— 현재 코어 내구도 0.


원래라면 괜찮은 수치다.

하지만 지금 내 상태는···.


— 재생력 F.

— 재생력 A 이하의 크리쳐는, 코어 내구도가 0이 되면 1분 내로 사망합니다.


꿰뚫린 심장이, 제대로 재생되지 않았다.

쓰러진 자리 아래로 피웅덩이가 고였다.


“이 놈 잡자고 ‘세라피스’를 얼마나 푼 건지···.”


누군가가 내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질질 끌고 가는 손길이 거칠었다.


“소장님, 걸작을 그리 다루셔도 괜찮습니까?”

“어차피 시체야.”

“그래도, ‘사도’를 다시는···.”

“유다는 애초에 그릇부터가 달랐어. 예외로 봐야지···.”


시야가 뿌옇게 흐렸다.

몸이 어딘가로 밀어 넣어졌다.

까끌한 질감이 포대자루 같았다. 절그럭거리며 사슬을 묶는 소리가 들렸다.


-지익.


아래에서 위로 닫히는 지퍼.

빛이 사라지고 있었다.


“어쩌겠나. 아류작의 재료로라도 쓰자고.”

“예.”


캄캄한 어둠 속.

나도 모르는 사이 카운트 다운은 진행 중이었다.


— 소멸까지 남은 시간: 10초.


죽는다.

정말 죽는구나.


툭.


죽고싶다는 말을 버릇처럼 달고 살던 나였다.

눈이 조각나는 고통에도 울지 않았는데.

왜 고작 저 문구 하나에 눈물이 나는지.


— 소멸까지 남은 시간: 8초.


무너지는 마음을 다잡으며 생각했다.

그래, 어차피 죽는 목숨이라면.

마지막은 내가 선택할 수는 있는 게 아닌가.


— 소멸까지 남은 시간: 5초.


고작 나 하나 죽이겠다고.

크리쳐를 풀고, 망설임 없이 총을 쏴대는.

사람을 해치는 선택을 아무렇지 않게 한 너희.


네놈들은 반드시 죽이고 죽는다.

폭발을 일으켜서.


— 소멸까지 남은 시간: 3초.


지퍼는 이미 끝까지 닫혔다.

따라서 놈들의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


그래도, 확실한 건 하나 있다.

적어도 나는 여기 있으니까.


— 소멸까지 남은 시간: 1초.


나 자신이 폭발의 방아쇠가 되면 돼.


개X끼들아.

지옥까지 같이 가보자고.


— 특이 사고 감지.

— <파괴자>의 조각이 적립됩니다.


— 소멸까지 ···


필사적으로 만든 총모양 손의 끝이, 괴물의 심장을 겨눴다.

그리고.


발사.


타아아앙!!


탄환이 살을 가르는 그 순간.


새로운 시스템 창이 떴다.


— 퀘스트 달성!


몸이 심장께부터 찢겨나간다.


— 총 100마리 사살 완료.

— 남은 크리쳐 수: 0마리.


[‘유다’는 12구역의 각 사도를 본따 만든 크리쳐다.]

[해당 크리쳐의 코어는 A급 크리쳐 12종의 조각을 합성한 것으로, 13 마리의 A급 크리쳐로 ‘감지’된다. 또, 코어 내구도가 매우 낮았다.]


— '요한의 계시록'은 '작가 요한'이 가진 정보를 모두 제공합니다.

— 이는 원작에 등장하지 않은 정보까지 포함합니다.


역시. ‘유다’는 원작에 등장하지 않았다.

그러나, 렌즈에 담지 않았다 해서 그 존재가 세상에 없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못 받아도 존재했던 이성준처럼.

‘유다’는 렌즈 바깥에 선 존재였다.


정보를 생각할 뇌마저 사라지기 직전.

생각에 속도가 붙는다.


중요한 건 이거다.

남은 13마리.


‘그게 나였어.’


깨달았다.

그리고, 돌파구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 1급 크리쳐 40마리 처치 보상.


— 유다 lv.4 -> lv.5

— 코어 내구도 + 10

— 현재 코어 내구도: 10


— 레벨 업으로 인한 적용 디버프 약화.

— 현 재생력 A.


부서진 중심부에서 무언가 꿈틀대기 시작했다.

무너진 것이 빠르게 다시 쌓아지는 이 느낌.

찢어진 몸이 원상태로 짜맞춰진다.


— [우울감] 특성 완전 해제.


고통이 몸을 들쑤셨다. 다만 정신만큼은 맑았다.

내리던 비가 완전히 걷히고, 해가 뜬 푸른 하늘처럼.


— 스킬 레벨업이 ‘2회’ 가능합니다.


— 발악 lv. 2 -> lv. 4


— <발악> 후 코어 내구도 감소 수치 변경. (-25 -> -10)

— 다음 발동부터 적용됩니다.


이곳에 빙의되기 직전에 봤던 하얀 허허벌판이 떠올랐다.

그 백색 공간에서, 나는 죽고 싶다 말했다.

그런데 어둠에 갇히고 나니 알겠더라.


나를 내 손으로 죽여야만 했을 때.

나는 살고싶었다.


그러니, ‘죽고 싶다’는 사람의 세계는 깨진다.

그리고, ‘살고 싶다’는 사람의 세계가 나를 부르고 있었다.

주위를 감싼 어둠이 걷히고, 끝내 찬란한 빛이 눈에 담기기 시작했다.


— #03 퀘스트 클리어.

— 챕터의 진명이 공개됩니다.

— #-- 그 때 크리쳐 무리가 나타났다.

-> #03 단합


“크아아아악!!”


폭발로 인해 소장의 등은 피범벅이었다.

사람 살 타는 냄새가 역했다.

지독한 열기에 그제서야 몸이 따가웠다.


“소장님!”


먼발치에 넘어진 연구원이 총을 겨눴다.


“비키십쇼!!”


타앙!


“으아아아악!!”


의리 없는 부하가 피하기도 전에 소장의 다리를 쐈다.

소장이 다리를 붙잡고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윽.’


그러나 탄환은 강력했다.

다리를 뚫고, 탄환이 내 심장 근처로 날아들었다.


— 코어 내구도 -5.

— 현재 코어 내구도: 5.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다. 이대로 날려선 안돼.

본능처럼 손을 총모양으로 다잡던 그 때였다.


—-


<주의>


타인을 직접 공격해 죽이면 업보 수치가 상승합니다. 지금 당신의 업보 수치는 9,999+로, 1이라도 추가되는 즉시 사망합니다.


—-


아 맞다. 업보.

여전히 사람을 향해서 함부로 총을 쏠 수는 없었다.

소모전은 불리하다. 그러나 도망칠 수도 없었다.

또 빗나가게 쏘는 수 밖에.


결국 총모양이 된 손을 들어 상대를 겨냥했다.

심장께에선 피가 흐른다. 지혈할 틈도 없이 울컥 흘러나와서, 머리가 핑 돌았다. 발을 고쳐 딛은 그 때였다.

시선이 다시금 기울었다.

왜지?


‘아.’


핏물이 고인 바닥.

그 위로 발이 미끄러졌다.

아, 말도 안돼.


무너진 자세로 인해 쏜 탄환이 상대를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갔다.

그리고 상대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타앙!


느리게, 그러나 분명히 이리로 날아들고 있었다.

심장을 향해서. 목적지는 정중앙.

코어가 깨진다.

반드시.

죽는다!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푹.


그러나, 죽지 않았다.

누군가의 손이 가슴팍을 막아선 덕이다.

천천히 눈을 뜨니, 팝업창이 떠있었다. 탄환이 박힌 손등 또한 보였다.


— #02 발악의 <S급 클리어> (이하 사살 퀘스트) 미수행.

— 추가 가능 보상 ?? 획득.


팅.


재생되는 손의 살갗이 탄을 튕겨냈다.

탄환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가 날카로웠다.


“뭐,뭣···”

“당신은···”


연구원들은 새파랗게 질려서 뒷걸음질을 쳤다.

등 뒤의 인물. 그가무너질 뻔 한 내 등 뒤를 지탱해줬다.


“A-1, 불법 연구 시설 재진입.”


지지하는 힘을 빌려 몸을 바로 세웠다. 고개를 돌리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이제 누군지는 알겠다. 그런데, 네가 왜?


[누군가를 곧게 돕고 싶었던 사람.]


“구출 대상자 및 반역자 조우,”


내 어깨 너머로 뻗은 총구.

등에서 울리는 음성이 올곧았다.


“즉결 처분을 요청합니다.”

— 사격 허가. 단, 생포를 우선시 해라.


<선업 복기> (3/3)




ㅇㅇ: 주인공의 성취에만 너무 집중한 것 같아요. 동료를 등장시키는 게 어떨까요? 결국 이야기를 길게 이끌고 감동을 주는 건 강함도 있지만, 동료와의 교류가 더 크거든요.


그 외의 부분은 나름 괜찮아요. 많이 읽고, 계속 써보세요 ㅎㅎ.




— 당신이 남긴 이 댓글이 지금 상황에 적용됩니다.


“지금까지 잘 싸웠다, 정말로.”


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추격관을 부르고 도망치는 게 맞다.

그러나 그러지 못하는 부류가 있다.


“인정하기 어렵지만, 네가 많은 사람을 구했어.”


멍청한 놈.

그렇기에 남을 구하러 오는 놈.


“여긴 내가 맡을 테니까.”


손으로 총탄을 막아낼 수 있는 ‘섞인’ 놈.

무너지듯 쓰러지는 날 받아낸 것은,


“넌, 지금부터 물러나 있어.”


— #02 발악의 <S급 클리어> (이하 사살 퀘스트) 미수행.

— 추가 보상은, ‘동료’입니다.


다름 아닌 서정우였다.


— 공간 제약 해제.

— 스토리라인이 변화합니다. 흥미도 + 300.




<#03 단합.>

바깥에서 ‘안내자’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함께라면 저항 가능합니다.


-클리어 조건: ‘안내자’의 행동 저지.

-보상: 정신력 60 -> 70으로 상승.

-추가 가능 보상: ???

-실패 패널티: 서정우 사망.




다리가 후들거리고,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어지러웠다.

헛웃음조차 안 나온다. 이 상황에서 새로운 퀘스트를 깨라고?


그렇다고 혼자 튈 수도 없다. 내 목숨을 구해준데다, 주인공인 놈이 죽게 생겼다. 도망쳐봤자 얘 없이는 이 망할 세상을 못 구한다.

결국 난 텁텁한 혀뿌리를 쥐어짜냈다.


“야.”

“이야기 할 시간 없···”

“묻는 것만 대답해. 왜 왔지?”


친구들과 자신을 공격한 놈이다.

게다가 생긴 게 아이라고 해도, 종족은 크리쳐.

보호적인 태도는 이상하다.


“너에 대한 신원 조회를 마쳤어.”

“신원 조회?”

“···자세한 건 나중에 알려줄게.”


신원이 조회될 수 있었다는 건, ‘유다’의 그릇은 인간이었다는 거다.


“외관도 실종 직전과 같고, 눈 색이 특이해서 알아볼 수 있···”

“됐고, 싸우는 건 어떻게 알았어?”

“X-반 친구가 시스템을··· 아니, 아니다. 다 방법이 있어.”


X-반은 정월사관학교의 특별반이다. 장비 조종, 해킹을 할 줄 아는 파일럿 양성 기술반.

그제야 저 멀리 천장에 달린 CCTV가 보였다.

싸우는 거 다 보고 있었다, 이거지?


서정우는 연구원들에게 총을 겨눈 채로 말을 이었다.

“네가 애들과 나눈 대화도 전해 들었고.”


가스는 높은 등급의 크리쳐일수록 더 치명적이다.

1급 크리쳐와 섞인 놈이니, 나보다는 디버프 회복이 빨랐을 거다.

그럼에도 뒤늦게 온 이유는 다친 동료들을 이송해주고 와서일까.


대화하는 틈에 연구원이 약간 움직였다.

그러나 서정우가 더 빨랐다.


철컥.


“당장 무기 버리고 손 들어.”


나지막한 명령.

게이트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추격관 명령이다. 3초 안에 안 버리면 즉시 사살한다.”


결국 연구원이 총기를 떨궜다.

소장은 기절한 듯 바닥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이 전투에도 끝이 보이고 있었다.

오고 있는 ‘안내자’란 놈이 문제지.


“수고 많았어. 그러니까···”

“일단 저 놈들부터 제압하자. 수갑은 있지?”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


서정우가 총으로 연구원들을 경계하는 동안, 내가 수갑을 꺼냈다.


“나한테 했던 거처럼 가둬놔. 공기 빼서 기절시킬 순 있겠어?”

“지금은 좀.”


녀석이 목소리를 조금 낮췄다.

확실히 눈 아래가 퀭하긴 했다.

가스 후유증이 아직 남은 건가.


“너 혼자 왔냐?”

“...한 명은 본부로 갔고, 다른 한 명은 곧 올 거야. 파일럿은,”

“파일럿 빼고 다 오지 말라고 전해.”

“그게, 개인 무전이 어려워.”

“뭐?”

“이 건물 내부에 파장 방해기가 있는 것 같아. 송신탑 명령에도 잡음이 생길 수준이니.”


어쩐지. 저 연구원 새끼가 묘하게 뻐팅기더라. 다 믿는 구석이 있어서였다. 정예진이 무전이 어쩌고 하면서 급하게 튄 것도 이것 때문인 듯 했다. 안에서 무전이 안 통하니, 나가서 전달하는 수 밖에.


어쨌든, 정예진이나 백도영 중 하나는 이리로 오는 건가? 더 지키면서 싸우긴 힘들 것 같은데.


그나저나 이 새끼도 참 대책이 없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좀 늦어도 정비가 되고 오지 않나? 그 무모함 덕분에 살긴 했다만···.


“파일럿이랑은 연결 돼?”

“도영이보다는 근처에 있는데, 그래도 좀 끊겨. 기체 통신에서 하는 게 이 정도다보니···.”


그러고 보니 원작에서도 전투기 같은 걸 타고 다니긴 했다.


“뭐 타고 온 거 있냐?”

“플라이어. 기억 나?”


기억 나냐고? 그게 과거의 유다와 관련이 있는 건가. 플라이어. 딱 봐도 전투기 이름인 건 알겠다.


“조종하는 애 하나만 기체랑 오라고 해.”

“내부로 진입하기는 어렵대. 방해 파장에 방향 감지 시스템이 타격 입을 수도 있다고 했어.”


그래도 탈출선 데려 올 생각은 했다 이거군.

내부 진입이 어렵다라. 파장이라면, 공간의 문제다.


“여기 몇 층인진 아냐?”

“1층. 바깥에서도 1층 밖에 안 보여.”

단층 건물인가.


내부로 못 온다면, 이곳을 외부로 만들면 그만.

파장 때문에 근처에 접근한 기체는 없겠지.

손가락 끝이 천장을 향했다.


생명체가 아니기에 폭발력이 없다. 연사가 빠르다.

그리고, 내 연사는 lv. 6.


연사든 기본이든, 항상 힘을 조절해왔다.

공격력 100은 업보나 코어 찾기에 있어서는 독이었으니.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들만하다.

최대 출력으로 쏘면 어떻게 될까?

이제 그 답을 알 시간이다.


“후.”

깊게 심호흡을 했다.

필사적으로, 주먹을 내지를 때 힘 주듯이.

손이 떨릴만큼 모아서.

위를 향해.


잠시간은 조용했다.

뭔가 잘못됐나 싶을 정도로.


그리고,


콰아아아아앙!!!!!!!


딛은 땅이 추락하듯 공기가 미친듯이 치솟았다.

풍압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비현실적이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위로 빨려들듯 상승한다.

머리카락 한올마저 전부 허공에서 넘실거렸다.

태풍이 올 때 문을 열면 이런 느낌일까?


한 발.

딱 한 발에 천장이 날아갔다.

뻥 뚫린 구멍에서 바람이 불어왔다.

뺨을 훑는 차가운 감촉에 겨우 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지지대가 없어져도, 무너질 천장이나 윗층이 없다.

그렇다면 마음 놓고 쏠 수 있다.


“야, 귀 막아.”

경고가 끝나고, 손가락이 빠르게 방향을 틀었다.


오른쪽.


콰아아아아앙!!!!!!!


왼쪽.


콰아아아아앙!!!!!!!


야수가 울부짖듯이 엄청난 굉음이 고막을 찢었다.

크기를 알고 있다지만, 귀가 먹먹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바람에 휘청이는 몸을 애써 가누며 주변을 살폈다. 서정우 말대로 연구소는 단층이었다. 낮은 높이의 풍경을 둘러보다가, 이상한 소리의 근원지로 시선을 돌렸다.


“으, 으··· 아.”


총을 버린 연구원은 어느새 제자리에서 넘어져있었다.

귀신을 보기라도 한 것처럼 완전히 말을 잃은 얼굴.

검은 바지의 사타구니 부근이 유독 짙은 색으로 번져있었다.


···

힘조절을 너무 안 했나?


서정우를 슬쩍 올려다보니, 놈도 입을 벌리고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놀람이나 감탄을 넘어서, 순수한 공포에 젖은 얼굴이었다.


“얼 타고 있을 시간 없어. 크리쳔지 뭔지 또 오고 있다고.”

“어? 어··· 어··· 으, 응.”


이제 내부는 외부가 됐다.

파장도 통할테지.


“파일럿한테 무전 쳐봐. 공간을 완전히 텄으니, 방해 파장도 약화됐을 거다.”

“... 그래.”


나는 연구원에게로 다가가 수갑을 채웠다.


“...”


저항하면 어쩌지 싶었는데, 떨어뜨린 총도 집어들 생각을 못하고 순순히 굴었다. 식은땀에 푹 젖어서 덜덜 떠는 모양새가 낯설기까지 했다.

둘일 땐 그렇게 기세등등하더니. 기선제압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압도적인 공격력이 두려웠을까?

정작 업보 탓에 상대한테 직접은 못 쓰는데.

홀로 발버둥 칠 때는 힘들었는데, 조력자가 있으니 일이 아주 쉬워졌다.


제압을 마치는 사이, 서정우는 누군가와 통신을 하고 있었다.


— 여기는 A-1 서정우, 들리나. 오바.

— 여기는 A-1 남우석. 8-3 구역 F-0 기체와 대기. 라저.

— 방해 파장기 약화 성공. 천장에 구멍을 만들었다. 탈출하려 하니 그 위로 운전 바람, 오바.

— 가겠다. 아웃.

— 무전은 스탠바이.

— 카피.


기다린지 딱 삼 분.


생각 많은 청춘 이성준, 의문이 들었다.

플라이어의 성능은 얼마나 될까.

아니, X-반 조종사의 조종실력은 어느정도일까.


확실한 건,


부아아아앙!!!!!


냅다 바닥에 꽂힐 각도로 돌진해오는 저 기체.

저 기체의 조종사가 우리 팀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 여기는 남우석! 서정우 X발새끼야, 방해 파장 해제 안됐잖아, 이 미친새끼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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