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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쓰 님의 서재입니다.

아포칼립스 속 괴물 저격수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오예쓰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2
최근연재일 :
2023.06.0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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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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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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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탈출 (1)

DUMMY

정신을 차리니, 눈 앞에 보이는 건 하얀 허허벌판 뿐이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여기가 어딘지 감이 안 잡혔다.

난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당최 이유를 알 수 없으니, 일단 이곳에 오기 직전까지의 상황부터 더듬어보기로 했다.


‘그러니까···.’


하루만에 올라온 삼백 편짜리 작품을 첫주자로 정주행했다.

결말이 열 받길래 악플을 하나 달았는데,

갑자기 빛이 있으라! 하더니만 내 방이 사라졌다.

그래서 눈 뜨고 보니 여기.

그게 끝이었다.


정리해봐도 여전히 정답은 알 수 없었다.


“그러니까, 도대체 왜?”


혼란스러운 중얼거림에 증거라도 제출하는 것마냥 눈 앞에 창이 떴다.

게임에서나 볼 법한 반투명한 상태창이었다. 창 안에는 캡쳐본이 들어있었다.


바로 이렇게.




요한: S급 크리쳐가 됨. 이벤트 합니다. 댓글을 달아주시면 응모 완료입니다.


ㄴ 애들 살려내라. 등신아. — 6: 66 AM




[S급 크리쳐가 됨. 이벤트에 당첨 되신 걸 축하합니다.]


이벤트가 뭐길래. S급 크리쳐 됨. 이게 이벤트 이름이야?

이것만 보여줘봤자, 뭔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는데.

팔짱을 낀 채로 그리 생각하던 그 때였다.


[‘독자 요한’은 소원권의 요구사항을 충족했습니다.]

[세계의 진상을 제공합니다.]


갑자기 시스템 창이 쫘르륵 무언가를 눈 앞에 띄웠다.

그곳에는 제법 충격적인 사실이 나를 반기고 있었다.


[당신이 방금 읽은 소설은, 실제로 벌어질 일을 담은 ‘계시록’입니다.]


상태창을 읽어내리던 눈이 한 단어에서 멈췄다.


‘계시록'


불량 신도지만 계시록이 뭔지는 안다.

사도 요한인가 하는 예수님 제자가 쓴, 미래에 닥칠 종말에 대한 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헛웃음이 났다.


“이걸 나보고 믿으라고?”


인류가 다 죽는 웹소설. 그게 실은 미래를 그린 예언서라니.

개꿈으로 치부하고 싶다. 그러나 꿈이라기엔 감각이 너무 생생했다.

눈 앞의 홀로그램 창은 계속해서 다음 메시지를 띄웠다.


[‘심판의 날' 이후, 세상은 지옥으로 변모했습니다.]


실제로 소설 속에서는 크리쳐가 나타난 날을 ‘심판의 날’이라고 부르긴 했다. 여전히 꿈이라고 생각하며 뭔 말을 하려나 읽기나 해보는데, 갑자기 괴상한 문장이 창에 덧쓰였다. 그것은, 여기 와서 본 것 중 가장 믿을 수 없는 말이기도 했다.


바로...


[세상의 결말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당신 뿐입니다.]


나만이 그 비극의 구세주라는 것.


“뭐야?”


백번 양보해서, 소설이 미래에 현실이 된다는 건 그렇다 치자.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놈도 있으니, 저 메시지 창도 그런 부류인가 하고 융통성 있게 넘기면 된다.


좀 더 나아가 봤자, 실제로 인류가 다 같이 뒤지는 게 내 무의식이 바라는 건가. 꿈은 무의식을 반영한다니까. 딱 그 정도 생각만 들었다.


그래서 저 문장만큼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무의식으로나마 주인공이 되고 싶은 욕망을 마주한 것 같아 불쾌하기까지 했다. 어차피 못 되는데. 부정적인 생각을 밀어두더라도 말이 안 된다. 왜 하필 나 뿐이란 말인가? 세상에 널린 게 사람인데.


난 그냥 일개 독자라고. 소설을 처음으로 읽었을 뿐인.


"내가 무슨 작가도 아니고···."


그리 중얼거리던 찰나.

문득, 이곳으로 오기 직전 들었던 메시지가 생각났다.


— '작가 요한'과의 유사도 66%.


그러고보니, 작가 필명이 요한이었지. 나와 같은 세례명의, 작가 요한.

그 단어에 꽂히자 갑자기 말도 안 되는 추측이 떠올랐다.

추측을 확신시켜준 건 이어진 시스템 창의 내용이었다.


[당신은 작가가 맞습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다. 팬픽이야 끄적거린 적 있지만, 장편 소설을 구상한 적은 없었다. ‘지금’까지를 기준으로는, 말이다.

그럼 앞으로는 어떨까.

내 예상이 맞다면, ‘작가 요한’은···.


[10년 후의 당신은, 작가가 맞습니다.]


증거 제출하듯, 또 한번 캡쳐본을 담은 창이 눈 앞을 채웠다.




S급 크리쳐가 됨

작가: 요한


혼돈 (完) — 2030-04-24

···




2030년.

지금보다 훨씬 훗날의 날짜가, 내가 읽었던 마지막화 뒤에 떡하니 붙어있었다. 이제야 앞뒤가 좀 맞았다.


“미래에 내가 그 웹소설의 작가 ‘요한’이라는 거지?”


작가는 자기 소설 속에서는 창조자, 신.

그래서 나만이 결말을 바꿀 수 있다는 거고.

아직도 어떤 이유에서 내가 미래의 소설을 읽을 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그런다 해도 여전히 중요한 의문점이 남았다.


“내가 ‘어떻게’ 결말을 바꿀 수 있는데?”


소설의 배경은 무려 초능력자 세상이다.

그것도 뛰어난 주인공마저 패배하고 죽는, 비극적인 결말의.

정보 좀 안다고 바꿀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거다.

새로운 창이 답을 알려줬다.


[당신은 곧 인간형 크리쳐 ‘유다’에게 빙의하게 됩니다.]


이로써 '어떻게'는 해결이 됐다.

이 세계관에서 크리쳐는 아주 강하니까. 인간보다 훨씬.

크리쳐가 된다면 승산이 있을지도 모르지.


"후...."


짧은 심호흡을 마치고, 침착하게 생각을 정돈해봤다.

이 하얀 공간에 끌려온 뒤로, 내가 본 말들은 전부 터무니가 없었다.


내가 읽은 웹소설이 실은 예언서. 미래는 나 밖에 못바꾼다.

왜냐.

내가 나중에 그 소설을 쓰게 될 작가라서. 작가는 작품의 신이니까. 결말도 작가만이 바꿀 수 있다는 논리인데···.


“대체 뭔 개소리야?”


뭔 말인지는 알겠다. 근데, 여전히 납득이 안 됐다.


“왜 나한테 온 건데?”


작품을 망친 건 10년 후의 작가인 나다.

그럼 상식적으로, ‘작가 요한’보고 바꾸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직접 쓴 애는 걔잖아.

난 고작 망한 결말 한 번 읽은 독자라고. 그것도 누가 올린 걸.


그러나 내가 그러던 말던, 시스템 창은 다시금 새로운 내용을 보여줬다.

이번엔 게임 스킬 설명 같은 것이었다.




<요한의 계시록>


상황을 타개하는 데 필요한 원작의 문장을 바로 떠올릴 수 있다.

* 감정을 제한하는 대신, 세계의 이해도를 높입니다.




검색 스킬 같은 건가?

뒤에 있는 건 침착함을 유지하게 도와준다는 거 같고.

소설은 방금 정독했으니 내용이야 다 알지만, 유용한 요점 정리집까지 손에 넣은 느낌이었다.


— 해당 스킬은 ‘독자 요한’이 ‘작가 요한’과 같은 정보력을 갖도록 돕습니다.

— 패시브 스킬인만큼 무의식적으로 발동, 제공됩니다.


얼레.

갑자기 텍스트가 뜨던 창이 사라지고, 음성이 들리기 시작했다.

이곳에 오기 직전에 들린 것처럼.

그리고, 세상이 뒤집힌다.


— 다시 한번, 계시록의 내용을 바꾸고 인류를 구원하세요.


습관처럼 중얼거렸다.

아, 죽고싶다.


+


빛이 사라지자 앞은 칠흑같이 까맸다. 암흑 속에서는 귓가에 들리는 목소리만이 선명했다.


— ‘자신을 제외한 크리쳐를 전부 없애고 해피엔딩’이 최종 퀘스트 클리어 조건입니다.


— 따라서 당신은 스토리를 진행하며 당신이 쌓은 업보를 맞고, 해결해나가야 합니다.


업보라니?


— 죄를 씻어낸 자만이 계시록을 바꿀 수 있으므로.


말이 맺어지는 순간 먹먹하던 감각이 내려갔다. 곧 낯선 이와 손을 맞잡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기묘한 감각은 짧았다. 곧 찬물이라도 맞은 것처럼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커헉.”


폐부 저 아래에서부터 무언가 들어차는 기분이 들었다. 본능적인 쿨럭임이 터져나왔다. 다리를 휘젓자 묽은 액체가 움직이는대로 몸을 휘감았다.


억지로 눈을 뜨니, 붉은 섬광이 번뜩이며 눈알을 파고들었다.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중앙의 커다란 모니터였다.

모니터 위로 갈색 머리 소년의 사진이 들어찼다.


사진은 자세히 살피기도 전에 무수히 뜨는 WARNING 이라는 글자에 파묻혔다. 사진 아래에 써진 “유다”라는 굵은 글씨만이 선명했다.


-경보! “유다”의 동면 상태가 해제되었습니다.


웨에에엥!


곧 고막을 찢어놓을 것 같은 사이렌 소리가 들렸다. 유리벽 너머에서 하얀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허둥대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가스가 없습니다!”

“일단 산소 공급부터 차단해!”


연구원들이 소리쳤고, 누군가가 레버를 내렸다. 그와 동시에 호흡기를 통해 전해지던 공기가 뚝 끊겼다. 숨을 쉬기 위해 나는 본능적으로 투명한 벽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쾅!


“가스 언제 도착해!”

“앞으로 30초 뒤입니다!”


유리벽은 치는대로 약하게 금이 갔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생각을 해야한다.


강화유리라면?


“10초 뒤!”


모서리를 부숴야지.


팔로 진득한 액체를 가르며 아래로 나아간 나는, 가장자리를 주먹으로 가격하기 시작했다. 손등이 시큰거렸지만 숨을 쉬기 위해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8!”


쾅!


“5!”


콰앙!


“3초!”


“씨발! 나온다!”

“모두 장전해!”


콰광!!!


유리를 발로 걷어차자, 마침내 나를 가두던 공간이 트였다. 가까이 있던 사람들이 급히 물러났다.


유리관이 무너지며 몸을 감싸던 찐득한 액체가 사방으로 튀었고, 모니터는 순식간에 먹통이 된 게 보였다.


철컥.


홀스터에서 총기를 꺼낸 연구원들이 일제히 나를 겨냥했다.

곧 누군가가 외쳤다.


“코어를 피해서 사격하라!”

“불가능합니다, 유다가 '발악'이라도 하면···”

“하라는 대로 해!”


명령을 끝으로 총탄이 비처럼 쏟아졌다.


“큭.”


어쩌지?

너무 급박한 상황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건 한 발도 제대로 맞지는 않았다는 것일까. 몸이 이상하리만치 가벼웠다. 또한 와본듯이 어딘가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스킬 덕분인지 몰라도 이상할만큼 마음이 침착했다.


뛰던 찰나, 익숙한 음성이 들려왔다.

나를 이곳으로 떨어뜨린 바로 그 목소리였다.


— 업보를 청산할 수록 미래의 기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시야는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회색으로 변했다. 마치 게임에서 일시정지 버튼을 누른 것처럼. 무채색 세상 위로, 새로운 창이 떴다.


<업보 복기> (1/1)


—-


ㅇㅇ: 작가님 ㅋㅋ 이따구로 쓰면 아무도 안봐요··· 주인공 안 그래도 개찌질한데 능력도 먼치킨이 아니면 누가 보겠어요?


ㅇㅇ: 먼치킨이어도 약점이 있어야지··· 무작정 짱 세다고 우기는 게 딱 투명드래곤 수준.


—-


— 당신이 남긴 이 댓글이 지금 상황에 적용됩니다.


내가 남겼다고?

난 저런 말을 쓴 기억이 없다.

그 순간, 뇌리에 한 장면이 스쳤다. 직접 겪지 않은 미래였다.


— 업보 청산 완료.

— 요한의 계시 일부 전달.


__


[신작에 악플 선동하는 퇴물 작가 ‘요한’ 등장 ㄷㄷ;;]


댓글 (239)

ㄴ <S급 크리쳐 됨> 작가 맞음? 아이고 요한아···.

ㄴ 얘 지 작품에 악플 달려서 힘들다고 글접었더만 ㅋㅋ 이러고 있었네.


__


아아···. 작가 요한, 이 미친새끼야.

단박에 상황파악이 됐다.

계시록씩이나 썼다길래, 뭐 대단한 놈인 줄 알았더니.

가오 상하게 악플러 짓이나 하고 다녔다고.


그나저나, 저것들이 어떻게 적용된다는 거지?

확인이 끝나자, 이번엔 스탯창이 떴다.


—-


<연구소의 걸작>


종족: 크리쳐

형태: 인간형

분류: 저격계, ????계

등급: S


공격력: 100 (MAX)

명중도: 100 (MAX)

코어 내구도: 0

재생력: S


—-


— 스토리가 진행 되면 열람 가능 특성이 추가, 해금됩니다.



빠르게 스탯을 훑던 나는 눈이 커다래졌다. 인간형이지만 종족은 크리쳐라는 것, 거의 모든 수치가 최고치라는 것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이 하나 있었다.


“코어는 절대로 피해서 조준해!”


바로 코어 내구도 0이라는 수치.


“아직 호흡이 불안정한 상태다! 말단부에 집중해서 모든 총탄을 부어!”

젠장. 시간은 다시 흐르고 있었다. 총탄을 피해 달리며 머리를 굴렸다.


그래. 소설의 설정 상, 크리쳐는 ‘코어’라는 약점 구슬을 갖고 있댔지.

시스템 창은 여기가 픽션 속이 아닌 실제 미래라고 했지만, 아무튼 당장 내 알 바는 아니고.


중요한 건 딱 하나다.

난 크리쳐.

내 코어 내구도는 0. 약점이 하필 아주 약하다. 다시 말해,


'한 발이라도 잘못 맞으면 X된다.'

코어가 어디에 있는진 모르겠지만, 일단 거기 맞으면 재생이고 나발이고 끝장이었다. 내게 드리운 죽음의 그림자에 등골이 섬짓해졌다.

그리고 그러한 자각이 들기를 기다렸다는 듯, 음성이 다시금 이어졌다.


— 시스템 사용법을 익히기 위한 기본적인 튜토리얼을 안내드립니다.

— 튜토리얼에서 부여되는 모든 퀘스트는 거절이 불가합니다.


어느새 눈 앞에는 새로운 창이 떠 있었다.


—-


<#01 탈출>


방해를 뚫고 탈출하십시오.


-클리어 조건: 연구소 탈출.

-보상: 코어 내구도 + 10.

-실패 패널티: 존재 소멸, ???


*존재 소멸: 죽음과 다름. 존재가 삭제됨.


—-


코어 내구도 + 10.

살고 싶다면 움직일 때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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