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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엔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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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ky
작품등록일 :
2018.04.10 17:39
최근연재일 :
2018.04.17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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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17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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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탈라스 전투(7)

DUMMY

탈라스 전투(7)



카를룩 지원군은 당나라군의 본진과 후군 사이에 매복해 있었다. 밤이 깊은 시각에 카간은 각 부족의 군사들을 이끌고 온 장수들을 자신의 막사로 불러 모았다.


“제장들은 검은색과 황색으로 된 두 개의 깃발을 준비하시오. 내일 석국-이슬람 연합군과 당나라군 사이에 전투가 벌어질 것이오. 이때 우리 위구르는 전투 양상을 살펴보다가 이기는 쪽 편에 서야 하오. 그 판단은 본진을 이끄는 나, 카간이 할 것이오. 신호는 깃발의 천 조각을 매단 명적(鳴鏑)을 쏘아 올리는 것으로 하겠소. 만약 검은색 깃발 천 조각을 매단 화살이 올라가면 석국-이슬람 연합군을 도와 당나라군을 치고, 황색 깃발 천 조각을 매단 화살이 올라가면 당나라군을 도와 석국-이슬람 연합군을 치라는 신호임을 제장들은 명심토록 하시오.”


카를룩 카간이 말하는 명적은 ‘우는 화살’이었다. 화살의 끝부분인 깃에 구멍을 뚫어 날아갈 때 바람의 영향을 받아 공기를 가르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도록 만든 것인데, 군대의 작전 신호로 많이 사용되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패기가 넘치는 젊은 군주 카를룩 카간의 말은 나이가 든 각 부족의 제장들에게까지도 절대적인 명령으로 받들어지고 있었다.


한편, 당나라 대장군 고선지는 다음날 탈라스 성을 나와 항복을 하겠다는 석국왕 나구차비시의 답서를 받고 기분이 매우 흡족했다. 카를룩 지원군이 오는 바람에 손 안 대고 코푸는 방법으로 이번 전투를 끝낼 수 있게 되어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동안 공성전투의 실패로 군사를 많이 잃었으므로, 당나라군의 전력이 크게 약화된 것을 고선지는 은근히 걱정하고 있었다. 더 이상 피를 흘리지 않고 전투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이 최상의 전략임을 여러 병서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을 그는 모르지 않았다.


당나라군의 진지는 조용했다. 다음날 석국-이슬람 연합군이 항복을 해올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곧 개선할 생각에 군사들 모두 기분이 들떠 있었다. 따라서 제장들은 그동안의 전투로 피땀을 흘린 군사들에게 술과 고기를 내어 위로해주기까지 했다.


그러나 탈라스 성의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밤늦은 시각에 이슬람 장군 살리흐가 석국왕 나구차비시를 찾아와 말했다.


“군사들에게 새벽밥을 짓게 해 배불리 먹이도록 합시다.”


살리흐는 그러면서 석국왕 나구차비시에게 다음날 인시(寅時: 오전 3~5시), 달이 지고 새벽이 오기 직전 칠흑의 어둠을 틈타 당나라 진영을 기습하자고 제의했다.


“내일 아침이 아니라 새벽에 말입니까? 작전이 바뀐 것입니까?”


나차비시는 갑자기 작전이 바뀐 데 대해 의아한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닙니다. 실은 기밀이 새어나갈 것을 염려하여 밝히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마 내일 낮에 우리 연합군이 성문을 열고 나가 항복을 한다고 하면 당나라군도 대비책을 새워둘 것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이른 새벽에 기습을 해 적진을 마구 짓밟아놓아야 기세가 꺾인 당나라군이 저절로 무너질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카를룩 카간은 우리 연합군 편을 들게 되어 있습니다.”


살리흐의 작전대로 나구차비시는 제장들을 긴급히 불러 군사들에게 새벽밥을 지어 든든히 먹도록 지시했다. 곧 석국-이슬람 연합군은 새벽밥을 먹고 만반의 준비를 갖추었다.


새벽이 오기 직전의 어둠을 깊었다. 서쪽 들녘으로 달이 넘어가고 짙은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 석국-이슬람 연합군은 탈라스 성을 나섰다. 군사와 말 모두 입에 하무를 물도록 해서 최대한 소리를 죽인 후 탈라스 강을 건너 당나라 군진을 기습했다.


당나라 군진을 습격한 석국-이슬람 연합군은 일제히 횃불을 밝혀 군막에 불을 질렀다.


와, 와 와!


이제 입에 물었던 하무를 떼어버린 석국-이슬람 연합군은 당나라군 군막 사이를 오가며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자다 말고 놀란 당나라 군사들은 갑옷조차 차려 입지도 못한 채 불을 피해 뛰쳐나오다 창칼에 맞아 쓰러지는 자가 부지기수였다.


“아차, 내가 속았구나!”


적군의 함성 소리에 화들짝 깨어난 고선지는 얼떨결에 갑옷을 챙겨 입고 칼을 든 채 군막 밖으로 뛰어나갔다. 이미 석국-이슬람 연합군은 그의 군막 가까이까지 와서 불을 지르려고 했다.


고선지는 어른거리는 횃불의 그림자 속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적군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회오리바람에 낙엽이 쓸리듯 그 기세는 실로 무서워서 적들이 함부로 접근하기를 꺼려했다.


“장군! 일단 후퇴를 하고 보아야겠습니다. 여기서 우물쭈물하다가는 전멸하기 십상입니다. 어서 오르십시오.”


어디서 나타났는지 고선지 휘하의 호위무사가 말을 끌고 왔다.


고선지는 말 위에 훌쩍 올라타고 불이 붙은 군막 사이를 이동하면서 외쳤다.


“일단 후퇴하라! 후일을 도모하자!”


휘하 장수들이 고선지를 호위해 진지를 벗어나면서 군사들을 향해 외쳤다.


군사들의 숫자로 보면 당나라군 7만과 석국-이슬람 연합군 4만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군사의 수가 많은 당나라군은 기습을 당한 입장이라 전세가 매우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어둠이 물러가고 새벽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고선지의 뒤를 따르는 당나라 군사들을 고작 기천에 불과했다. 나머지 군사들은 사방을 뿔뿔이 흩어져 생사를 알 길이 없었다.


완벽한 패배였다. 후군에 머물렀던 고문세가 뒤늦게 본진이 기습을 당한 것을 알고 전투에 가세하기 위해 달려올 때였다. 당나라군의 본진과 후군 사이의 구릉에 매복해 있던 카를룩 군대에서 새벽하늘로 명적이 날아올랐다.


검은 깃발이 펄럭이는 명적은 석국-이슬람 연합군을 도와 당나라군을 공격하라는 신호였다. 카를룩 군대의 제장들은 깃대에 모두 검은 천의 깃발을 달고 본진을 돕기 위해 달려오는 고문세의 당나라 후군을 향해 달려들었다.


“사정두지 말고 당나라군을 짓밟아라!”


카를룩 카간이 칼을 높이 빼어들고 소리쳤다.


이미 날이 환히 밝아 피아의 모습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아니, 우린 당나라 후군이오. 본진을 돕기 위해 달려온 것인데, 카간은 왜 우리 군사를 치는 것이오?”


말 위에서 군사들을 지휘하는 카를룩 카간을 발견한 고문세가 소리쳤다.


“네가 고선지의 조카 고문세로구나. 과연 듣던 대로 검은말을 타고 있군. 이 검은 깃발들을 보면 우리가 석국-이슬람 연합군 편임을 알 것이 아니냐? 피아도 구분 못하는 멍청한 자들아, 겁먹지 말고 덤벼라!”


카를룩 카간은 고문세를 향해 말을 달렸다.


이미 전세는 카를룩 군대에게 기울어져 있었다. 아군이라 생각하고 그 군대를 반갑게 맞았던 고문세는, 순간적으로 당황하여 말머리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


“카를룩 군대가 우리를 배반했다! 모두 후퇴하라!”


고문세는 자신이 이끌고 있는 후군을 향해 외쳤다.


“당나라군이 후퇴한다! 전속력으로 달려 적군을 격추하라!”


카간이 검은 깃발을 든 카를룩 군대에게 명령을 내렸다.


고문세는 북동쪽을 향해 말을 달리면서도 본진이 걱정되었다. 석국-이슬람 연합군의 기습에 당나라군은 산산이 흩어졌을 것이고, 그 와중에 대장군 고선지도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후군인 자신조차 카를룩 군대에 추격당하는 신세가 되어버렸으니 도무지 앞길이 보이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참 쫓겨 달아나는데 느닷없이 동북방에서 강국의 군대가 나타나 앞을 가로막았다.


“어디로 가느냐? 고문세야! 우리 강국의 땅을 한 치라도 밟을 경우 당나라 군사들은 단 한 놈도 살아남지 못하리라.”


강국의 장수가 소리쳤다.


고문세는 일순, 당황했다. 평소 우군으로 생각하고 있는 강국으로 가면 도움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인데, 실오라기 같은 희망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다시 말머리를 돌려 갈사국 쪽으로 향하자, 이번에는 또 다른 군대가 앞길을 막았다.


“당나라군은 우리 갈사국의 대왕을 볼모로 잡아간 원수다. 인정사정 두지 말고 적들을 짓밟아라!”


갈사국 장수가 소리쳤다.


뒤에서는 카를룩 군대가 추격해오고, 앞에서는 강국과 갈사국 군대가 막아서고 있었다. 당나라 후군을 이끄는 고문세는 당장 오갈 데가 없어지고 말았다.


진퇴양란에 빠진 고문세는 오른편의 앞길을 막고 있는 강국의 군사들 쪽으로 무조건 말을 몰았다. 갈사국은 부왕의 원수를 갚기 위해 분기탱천해 있었으므로 아무래도 평소 당나라와 우호관계에 있던 강국 쪽이 위기를 탈출하기에는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강국 군사들이 완강하게 버티었으므로 고문세는 애마 흑조에 올라타고 닥치는 대로 적병들을 베어 넘겼다.


“검은새가 간다. 길을 비켜라! 앞에서 얼쩡대는 놈들은 가차 없이 목을 베겠다!”


고문세는 발악을 하듯 소리쳤다. 피로 물든 그의 얼굴은 야차와도 같았다.


“장군! 소장이 앞서 길을 뚫겠습니다.”


어디선가 동료 장수 두환이 월도를 휘두르며 나타났다. 그는 고문세의 앞길로 나서며 자루가 긴 월도를 마치 빗자루로 가랑잎을 쓸 듯 휘두르며 강국 군사들의 목을 쳐대고 있었다.


그러자 어느 정도 길이 뚫렸다.


두환과 고문세는 강국 본진의 정중앙을 뚫고 나갔다. 그러자 적들이 잔뜩 겁을 집어먹고 양쪽으로 갈라지며 그들에게 길을 열어주었다.


“저 두 놈의 적장을 추격하라! 밧줄을 던져 반드시 사로잡아라! 저놈들을 포획하는 자에겐 후한 상을 내리겠다.”


강국의 장수가 소리치며 겁먹고 흩어지려는 군사들에게 호통을 쳐댔다.


그때 강국의 군사들 속에서 담이 큰 자 하나가 두환을 향해 밧줄로 된 올가미를 날렸다. 앞뒤 좌우로 몸을 돌리며 월도를 휘두르던 그는 말 머리가 올가미에 걸리는 바람에 졸지에 땅바닥으로 나뒹굴었다.


“아앗! 두환 장군!”


뒤늦게 두환이 사로잡힌 것을 발견한 고문세는 당황했다.


“장군! 나를 버려두고 어서 이곳을 빠져나가시오.”


두환이 소리쳤다.


“두환 장군! 장군!”


고문세는 뒤를 돌아보며 안타깝게 불러댔지만, 애마 흑조가 앞을 향해 마구 달리는 바람에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었다.


“저놈이 도망친다. 저 한 놈까지도 끝까지 추격해 잡아라!”


강국 기병들이 고문세의 뒤를 쫓아왔다.


이때 고문세는 말고삐를 잡아채 흑조를 돌려세웠다.


“두환 장군을 구해야 한다. 흑조야, 적진을 뚫고 달려라!”


고문세는 양 발을 끼운 등자로 흑조의 뱃구레를 힘껏 걷어찼다.


추격해오던 강국의 기병들은 주춤하고 말을 세웠다. 도망치던 고문세가 자신들을 향해 칼을 휘두르며 달려오는데, 그 기세가 자못 살기등등했기 때문이다.


“물러서지 마라! 저놈이 미쳤나보다. 적장을 죽이지 말고 사로잡아라.”


강국의 기병대장이 소리쳤다.


흑조는 강국의 기병들 사이를 뚫고 달렸다. 고문세가 칼을 어지럽게 휘두르자 막아섰던 적들도 좌우로 갈라졌다.


“두환 장군이 저기 있구나! 이럇!”


고문세는 밧줄 올가미에 걸려 몸이 감긴 채 말 뒤에 끌려가는 두환을 보고 흑조에게 다시 한 번 박차를 가했다.


그러나 어느 사이 뒤따라온 강국의 기병이 고문세를 향해 밧줄로 된 올가미를 던졌다. 그 역시 두환처럼 몸이 올가미에 걸려 땅바닥으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죽으면 안 된다. 생명의 줄을 결코 놓아서는 안 된다. 끝까지 버텨야 한다.’


고문세는 마음속으로 자신을 향해 외치고 또 외쳤다. 그는 의식을 잃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의식은 생각의 끈과도 같은 것, 끊임없이 생각하면서 실타래를 엮듯이 이어가지 않으면 곧 죽음이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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