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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엔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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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ky
작품등록일 :
2018.04.10 17:39
최근연재일 :
2018.04.17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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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8.04.10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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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 탈라스 전투(1)

DUMMY

윤기가 번들거리는 검은 말이 갈기를 휘날리며 선두에서 질주하고 있었다. 그 기세가 마치 바람의 기류를 타고 날아가는 독수리 같았다.


선봉대장 고문세(高門世)가 질주하는 말에 마구 박차를 가하며 외쳤다.


“최고 속도로 달려라. 뒤처지는 놈은 이 칼이 용서치 않을 것이다.”


두두두, 두두두두!


수천을 헤아리는 기마군단의 말발굽 소리가 들판을 가득 메웠다.


둥, 둥, 둥, 둥!


기마군단 뒤에선 대장군 고선지(高仙芝)가 이끄는 당나라 원정군 본대의 북소리가 지축을 뒤들었다.


멀리 탈라스(Talas: 잠블) 성이 아스라하게 시야에 들어왔다. 성벽을 가로막은 강물이 햇살에 반사되어 하얗게 공중으로 튀었다. 그 강물을 끌어들여 해자로 사방을 두른 성이지만, 평지에 우뚝 솟은 성루가 자못 위압감을 주고 있었다.


와, 와, 와!


당나라 기마군단의 외치는 소리가 하늘로 메아리쳤다. 바람도 불지 않는데 말안장 뒤에 매단 기치가 뒤로 휘어지며 요란하게 펄럭였다.


붉은 테두리를 두른 황색 바탕의 천에 ‘당(唐)’ 자를 새겨 넣은 깃발이었다. 그 깃발들의 펄럭임은 마치 고비사막에서 몰아쳐오는 황사의 물결 같았다.


탈라스 성이 보이는 언덕에서부터 기마군단은 점차 진군 속도를 높였다. 고선지 장군이 이끄는 당나라군은 4차에 걸친 원정에서 속전속결로 전쟁을 결판냈다. 이번이 5차 원정이었다.


고선지의 친조카인 선발대장 고문세는 5천의 기마군단을 이끌고 있었다. 그는 20대 중반의 나이지만, 이미 휘하 부장 중 가장 용맹스런 장수로 명성을 떨쳤다.


특히 고문세가 이끄는 기마군단은 고구려 유민 출신 군사들을 향도로 앞세워 당나라 기마병들을 이끌고 있었다. 고구려가 패망하기 전까지만 해도 무수한 전쟁터에서 적들을 경기 들게 한 것이 미늘갑옷으로 무장한 철갑기병들이었다.


고구려 패망 후 포로가 되어 당나라로 끌려온 고선지의 부친 고사계(高舎鶏)는 철갑기병의 전술로 서역의 사진(四鎭)에서 용맹을 날렸다. 그 전술을 아들 고선지가 이어받았고, 조련이 잘 된 기마군단을 조카인 고문세가 이끌었다.


아침 햇살이 눈부시게 퍼부어지면서 탈라스 들판의 안개는 씻은 듯이 사라졌다. 시야가 확 트이면서 고문세가 이끄는 기마군단은 더욱 속력을 높여 탈라스 성을 향해 진격했다.


고문세는 털빛깔이 유난히 검은 말을 타고 새처럼 날아다닌다고 하여 ‘검은새(黑鳥)’로 불렸다. 발음상 이름인 ‘고문세’와 비슷해서, 그 별명은 자타가 공인하는 호칭으로 즐겨 사용되었다. 말 이름도 자신의 별명을 따서 ‘흑조’라고 지었다.


애마 흑조를 향해 고문세가 소리쳤다.


“흑조야! 어서 달려라! 이랴, 이랴, 이럇!”


그 소리에 고문세를 따르던 기마병들도 서로 자신의 말머리를 한 치라도 다른 병사보다 앞세우기 위해 정신없이 채찍을 휘둘러댔다.


이히힝, 이히히힝!


말 울음소리가 들판 위의 하늘로 요동치듯 울려 퍼졌다. 기마병들뿐만 아니라 말들도 전투에 이력이 붙어, 경쟁에서 결코 뒤지려고 하지 않고 앞 다투어 네 발을 놀려댔다.


이슬에 젖은 들풀은 땅바닥에 납작 들러붙었고, 말발굽은 여지없이 그 풀들을 마구 짓뭉개며 달려 나갔다. 말들은 땅에 발굽이 닿을 새 없이 뛰어올라 마치 한 뼘 위의 공중에 떠서 날아가는 것 같았다. 흙덩이들이 먼지와 함께 튀어 오르면서 재게 움직이는 말발굽을 가려주었던 것이다.


때는 751년 7월, 푹푹 찌는 한여름이었다. 탈라스 들판은 거개가 목화밭이었는데, 한창 연분홍색 꽃이 피어나고 있는 목화들이 말발굽에 여지없이 짓밟혔다. 그때마다 공기 중으로 풋풋한 목화 향기가 발산되었다.


탈라스 성에는 사방에 4개의 문이 있는데 모두 굳게 닫혀 있는 상태였다. 이 성을 방어하는 병력은 석국(石國: 타슈켄트)과 압바스조 이슬람(大食國: 사라센제국)의 연합군이었다.


석국의 젊은 왕 나구차비시(那俱車鼻施)와 이슬람의 지장(智將) 지야드 이븐 살리흐는 탈라스의 성루에서 아득하게 펼쳐진 들판을 바라보고 있었다. 적의 기마군단이 빠른 속도로 공격해 오는 것을 보고 그들의 얼굴엔 일순 긴장미가 서렸다.


“당황하지 마라! 우리는 목숨을 걸고 성을 사수해야 한다. 아무리 적의 기마군단이 전속력으로 달려오더라도 성벽을 쉽게 넘지는 못할 것이다. 적들은 결국 말을 버리고 각개전투로 성벽을 기어올라야 하는데, 우리는 그때까지 기다렸다 일거에 섬멸하면 된다.”


휘하 장수들과 병사들을 격려하는 젊은 왕 나구차비시의 목소리는 사뭇 격앙되어 있었다. 부왕의 원수를 갚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묻어나는 목소리였다.


탈라스 성 위에서 바라보면 들판을 질주해 달려오는 당나라 기마군단은 마치 폭풍이 불 때 일어나는 격랑과도 같았다. 멀리서 보면 완만한 물결이 굼실거리며 밀려오는 듯하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키를 넘는 거칠고 사나운 물결이 바위 벼랑을 때리듯 자못 위협적이었다.


이슬람 장수 살리흐도 휘하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적들이 강을 건널 때를 기다려 일제히 활을 쏘아라!”


석국-이슬람 연합군은 초승달과 별이 그려진 깃발을 성루 높이 매달고 있었다. 그 사이 사이 이슬람군의 상징인 검은 깃발도 펄럭이고 있었다.


검은 깃발에는 아랍어로 ‘라 일라하 일라 알라, 무함마드 라술룰라’라는 흰 글씨가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알라 이외의 신은 없다. 무함마드는 알라의 사자다’라는 뜻이었다.


이슬람 병사들은 이 간단한 구절을 마음 깊이 아로새겼으며, 실제로 소리 높여 외칠 때 두려움이 사라지고 새로운 용기가 솟아났다. 이 구절은 무슬림들이 생명처럼 여기는 마법과도 같은 일종의 주문(呪文)이었다.


병사들은 각기 방패와 활, 초승달처럼 휘어지고 끝이 날카롭게 선 월도(月刀)나 장창을 휴대하고 있었다. 그들은 자못 살벌한 분위기로 질주해오는 적을 노려보았다.


이슬람 병사들이 무기를 든 두 팔을 하늘 높이 뻗어 올리며 일제히 외쳤다.


“라 일라하 일라 알라, 무함마드 라술룰라!”


당나라 선봉대장 고문세의 귀에도 그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탈라스 강변 가까이 다다르자 일단 말을 멈추고 기마군단을 향해 소리쳤다.


“자, 이제부터 강을 건너야 한다. 속도를 멈추지 말고 그대로 전진하라.”


기마군단이 일제히 강물로 뛰어들자 물방울이 사방으로 튀었다. 강물은 겨우 허리가 잠길 정도였고, 강폭도 조금 큰 하천 수준에 불과했다.


말들은 어렵지 않게 헤엄치듯 물속을 달렸다. 그때마다 튀어 오르는 물방울이 햇살과 부딪쳐 무지갯빛 물보라를 일으켰다.


성벽 위에서 석국-이슬람 연합군 장수들이 휘하 군사들에게 소리쳤다.


“적이 강을 건너고 있다! 제1진부터 일제히 화살을 쏘아라!”


석국왕 나구차비시도 휘하 군사들의 분전을 독려하였다.


“적이 우리의 생명 줄인 목화밭을 짓밟았다. 이제 우린 저들의 생명 줄을 끊어놔야 한다!”


석국-이슬람 연합군은 성벽 위에서 제1진부터 제3진까지 세 겹으로 방어진을 펼쳤다. 그들은 질서정연하게 제1진이 화살을 쏘고 물러나면 제2진이 앞으로 나서며 시위를 당겼다. 그리고 다시 그 다음 제3진이 앞으로 활에 화살을 메겼다.


탈라스 성 위에서 쏜 화살은 까마득히 높은 하늘로 날아올라 포물선을 그리며 강물 가운데로 떨어졌다. 강을 건너는 당나라 기마병들은 머리를 말갈기 가까이에 처박고 정신없이 고삐를 내리쳤다. 재빠르게 도강을 해 성 가까이 접근해야만 화살의 세례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기병이나 말이나 모두 미늘 갑옷으로 무장을 했기 때문에 화살을 맞아도 잘 꽂히지 않고 도리어 튀어나갔다. 말의 눈을 맞히지 않는 한 화살정도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기병은 말과 한 몸이 된 듯 바짝 등에 엎드려 더 안전을 기할 수 있었다.


당나라 기마군단은 제1진부터 제5진까지 전열을 갖추었는데, 이미 제1진은 성벽 밑까지 바짝 들러붙어 있었다. 말갈기에서는 더운 김이 나며 땀으로 번질거렸다. 애마 위에서 고문세가 기마군단 제1진 병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말안장 위에 올라가 갈고리를 던져라. 그리고 줄을 붙잡고 바짝 성벽에 매달려라!”


고문세는 자신이 먼저 시범을 보이듯 말안장 위에 두 발을 딛고 올라섰다. 그리고 곧 밧줄이 달린 쇠갈고리를 빙빙 돌려 성벽 위로 던졌다. 다른 기마병들도 그를 따라 쇠갈고리를 성벽에 걸고 밧줄에 매달렸다.


“돌덩이를 굴려라!”


“성벽을 기어오르는 적군의 머리 위에 끓는 기름을 들이부어라!”


성벽 위에서 석국왕 나구차비시와 휘하 장수들이 소리쳤다. 그들은 햇빛에 번쩍이는 월도를 빼어들고 군사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와아, 와아아!


우우우우, 히이히힝!


피아를 구분할 수 없는 병사들의 함성과 말들의 울음소리가 뒤섞여, 탈라스 성 안팎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성루에서 석국-이슬람 연합군은 목이 터져라 함성을 질렀고, 당나라 기병들이 성벽 위로 기어오르면서 주인을 잃은 말들은 성벽 둘레를 이리저리 떠돌며 울어댔다.


선봉대장 고문세가 가장 먼저 성벽을 넘었다.


“자, 다들 서둘러라!”


고문세는 그의 뒤를 따라 성벽을 기어오르는 병사들에게 길을 터주려고 성을 방어하는 석국-이슬람 연합군 병사들을 향해 가차 없이 칼을 휘둘러댔다. 워낙 동작이 빨라서 그의 칼끝은 잘 보이지 않았다. 예리한 칼날이 공기를 가를 때마다 여기저기서 비명소리와 함께 적병의 목이 수수목 잘리듯 떨어져 나갔다.


이때를 틈타 고구려 유민 출신 향도들도 성루에 올라와 달려드는 석국-이슬람 연합군과 백병전을 벌였다. 성루의 방어병력을 물리쳐 어느 정도 공간이 확보되자 당나라 기병들이 차례차례 성벽을 넘어와 육박전을 감행했다.


그러나 석국-이슬람 연합군의 방어는 물 샐 틈이 없을 정도로 질서정연하고 강고했다. 당나라 기병들의 육박전으로 제1진 방어병력이 무너지면 제2진 방어병력이 쇄도해왔다. 성루의 방어벽이 뚫리면 연쇄적으로 다른 병력이 투입되어 새로운 방어진을 펼쳐다.


석국왕 나구차비시가 잔뜩 이를 갈아붙이며 소리쳤다.


“성내로 들어온 적들은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이슬람 장수 살리흐도 월도를 빼어들고 한꺼번에 두세 명씩 쓰러뜨리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절대로 뒤로 물러서지 마라! 적은 수효가 적고 아군은 많다! 겁먹지 말고 적을 도륙하라!”


고문세도 나는 새처럼 가볍게 몸을 놀리며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 이리 치받고 저리 달리면서 적의 목을 베어 넘겼다.


“검은새의 칼을 받아라!”


선봉대장 고문세가 들이닥치는 곳에선 적의 시체들이 바람에 쓸리는 낙엽처럼 땅바닥에 나뒹굴었다.


그러나 성을 방어하는 석국-이슬람 연합군의 세력에 비하면 성벽을 타고 넘어온 당나라 기병들의 숫자는 너무 적었다. 제1진 다음에 차례로 제2진과 제3진이 따라붙었지만, 그 중에서 성벽을 넘어오는 병력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당나라 기병 중 절반 이상이 성벽에 매달렸다 떨어졌다. 석국-이슬람 연합군의 뜨거운 기름과 돌의 세례를 받아 줄을 놓쳐 떨어져 죽거나 부상을 당하기 일쑤였다.


더구나 고문세를 당황케 한 것은 탈라스 성의 내부 구조였다. 이 성은 외성과 내성으로 되어 있는데, 그 두 성 사이에 세 개의 나무 장벽이 설치되어 있었다.


이 나무 장벽들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었다. 수직으로 막아선 나무 장벽이라 다리를 통과하지 않고는 내성으로 접근할 길이 없었다. 힘들여 외성을 넘어온 당나라 선봉부대는 내성으로 들어가는 1차 나무 장벽 앞에서 금세 석국-이슬람 연합군에게 포위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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