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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엔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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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ky
작품등록일 :
2018.04.10 17:39
최근연재일 :
2018.04.17 01:07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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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3,345

작성
18.04.1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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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 탈라스 전투(4)

DUMMY

말과 사람 모두 땀을 뒤집어 쓴 채 북쪽을 향해 마구 질주하고 있었다. 석국의 밀사 타이룬은 하루 한낮 동안 쉬지 않고 달려 천산산맥 접경에 이르렀다.


멀리 호수가 보였다. 수심이 깊고 물이 깨끗해 푸르게 보이는 열해(热海: 이식쿨 호수)였다. 멀리 천산의 만년설이 녹아 흘러내리고, 깊은 수심의 밑바닥에서 온천수가 뿜어져 올라와 호수를 가득 채웠다.


온천수 나와 ‘따뜻한 호수’로 통했고, 바다처럼 넓어 ‘열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래서 한겨울에 수심이 낮은 가장자리는 얼음이 얼지만 온천수가 뿜어져 나오는 중심부는 결코 영하로 내려가는 법이 없었다.


“너무 더워 숨통이 막힐 지경이구나! 아무리 급해도 열기 좀 식히고 가야겠다.”


호수 앞에 이르러 말을 멈춘 타이룬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훌쩍 뛰어내려 머리를 처박고 벌컥벌컥 물을 들이켰다. 그의 애마도 첨벙거리며 물속에 들어가 몸을 담근 채 열기를 식혔다.


푸르르르, 푸르르!


말은 물속에 대가리를 담갔다 번쩍 고개를 쳐들며 부르르 몸서리를 치듯 갈기로 물을 뿌렸다. 타이룬도 아예 옷을 입은 채 물 가운데로 뛰어들었다. 멀리 만년설의 천산 봉우리가 시야에 어렴풋이 잡혀왔다.


가끔 육포를 씹었지만 제대로 끼니를 챙긴 적이 없었지만, 타이룬은 물로 배를 채워 다시 힘이 생겼다. 말 역시 몸의 열기를 식히고 나자 생기를 되찾은 듯 뭍으로 걸어 나왔다.


“가자! 더 이상 지체할 수가 없구나!”


타이룬은 말의 고삐를 잡았다.


말과 사람은 열해를 떠나 다시 천산산맥을 지나 카를룩 부족이 사는 알타이 서쪽 자락의 밀림지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마치 말과 사람이 한 몸이 된 듯, 타이룬은 애마의 등에 납작 엎드린 채 거친 들판을 질풍처럼 달렸다.


카를룩 부족이 사는 밀림지대에 도착했을 때는 타이룬도 말도 모두 지쳐버리고 말았다. 말은 금방이라도 비틀거리다가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버릴 것만 같았고, 사람도 말 등에 엎드려 사지가 축 늘어지고 말았다.


“웬 놈이냐?”


밀림지대에서 튀어나온 카를룩 병사 하나가 타이룬의 말고삐를 붙잡아 세우며 소리쳤다.


말 등에서 꾸벅꾸벅 졸다 깨어난 타이룬은 깜짝 놀라 눈을 번쩍 뜨고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여, 여기가 어딥니까?”


“여기가 어디라니? 수상한 놈이로구나. 잔말 말고 말에서 내려라.”


“혹시 여기가 카를룩 부족이 사는······.”


“타지에서 온 놈이 분명한데, 카를룩은 왜 찾는 것이냐?”


“카를룩 카간을 만나러 왔습니다. 여기가 카를룩 부족이 사는 땅이 맞으면 나를 모옌 초르 카간 앞으로 데려다 주시오.”


타이룬이 모옌 초르 카간 이름까지 대자, 병사는 경계의 눈빛을 거두고 무르춤한 자세로 물었다.


“어디에서 온 누구인데 감히 카간을 찾는 것이냐?”


“제대로 찾아온 모양이군! 나는 석국왕이 보낸 사자요. 시각을 다투는 일이니, 어서 카를룩 카간이 계신 곳으로 안내하시오.”


타이룬은 바짝 정신이 들었다.


“잠시 기다리시오.”


석국의 사자라는 말에 딱딱거리던 병사의 말투가 금세 바뀌었다.


병사가 밀림 속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말을 타고 투구를 쓴 장수와 함께 나타났다.


“그대가 석국왕이 보낸 사자인가?”


“그러하오. 급한 일이니, 어서 카간을 알현할 수 있도록 해주시오.”


“따라 오시오.”


장수가 말했다.


“잠깐! 이 말에 마초를 좀 주시오. 하루하고도 한나절 동안 아무 것도 먹이지 못하고 줄곧 여기까지 달려왔소.”


타이룬은 자신이 허기진 것보다 애마가 더 걱정되었다. 되돌아가려면 말을 든든하게 먹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장수는 졸개에게 말을 마구간으로 끌고 가라 이르고, 타이룬을 곧 카를룩 카간 앞으로 안내했다. 장수의 보고를 받은 카간은 호피의자 위에 높이 앉아 호령했다.


“그대가 석국왕이 보낸 사자 맞는가?”


카를룩 카간의 목소리는 호랑이의 포효처럼 우렁찼다. 두 눈썹이 짙은 그는 체격이 우람하고 앉은키가 거의 선 사람에 버금갈 정도로 컸다. 특히 두 팔이 길어 의자의 팔걸이 아래로 늘어뜨리고 있었다. 그는 활을 잘 쏘아 위구르제국 최고의 명궁으로 소문이 자자했다.


“네, 소신은 석국의 나구차비시 대왕이 보낸 사자입니다.”


“네놈을 어찌 믿겠는가? 혹여 당나라 고선지 대장군이 보낸 사자가 아니더냐?”


카를룩 카간이 짐짓 이렇게 물은 것은 불과 이틀 전에 고선지의 사신이 원군 요청 밀서를 전하고 간 바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당나라의 요청을 들어 군사를 내겠다고 약속하고 군사를 출동시키려고 하던 차에 석국에서 사신이 온 것이었다.


“여러 갈래로 갈라진 돌궐 세력의 부족들을 모아 다시 나라를 세운 우리 위구르제국은, 지금 당나라와 선린(善隣) 관계에 있다. 헌데 석국은 당나라 대장군 고선지의 군대와 전투 중이라 들었다. 어찌하여 당나라의 적인 석국 사자가 이곳까지 달려왔단 말이더냐?”


“카간! 지금 석국은 풍전등화의 위험에 처해 있나이다. 고선지는 우리 석국의 차비시 대왕을 볼모로 붙잡아 당나라 장안으로 가서 훙거(薨去)하게 만든 장본입니다. 함께 장안에 끌려갔던 나구차비시 왕자가 감옥에서 탈출해 돌아와 이슬람제국에 원군을 요청, 탈라스 성에서 석국-이슬람 연합군이 당나라 원군과 한창 전투를 벌이고 있사옵니다. 우리 연합군은 4만, 당나라군은 7만입니다. 중과부적이므로 우리 석국의 대왕께서 카를룩 카간께 밀서를 보냈사옵니다.”


타이룬은 품에서 밀서가 든 가죽주머니를 꺼냈다. 그를 안내한 장수가 밀서를 받아 전하려고 하자, 카간이 손을 들어 저지했다.


“잠깐! 네놈의 말만 가지고 어찌 석국의 사지인지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이틀 전에 고선지의 밀서를 건네고 떠난 당나라 사신에 대해서도 카간은 아직까지 의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 밀서의 내용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 탈라스 전투가 벌어지는 것을 기회로 혹시 카를룩이 당나라를 공격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어찌 나오는지 떠보려고 사신을 보냈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가 없었다.


그때 카간은 고선지의 지원군 요청을 거절하거나 혹은 그렇지 않을 경우에 대한 카를룩의 이해득실을 놓고 마음이 흔들렸었다. 지원군 요청을 거절할 경우 당나라군이 탈라스 전투에 승리하고 나서 곧바로 카를룩을 공격할지도 몰랐다. 설사 지원군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석국-이슬람 연합군과 적대 관계에 놓이게 되므로 실리적으로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당장 가까이 있는 세력은 당나라였다. 카를룩 카간은 이해득실을 따져 두 가지 다 손해라면 우선은 고선지의 지원군 요청을 들어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카간은 고선지의 사신이 떠날 때 빠른 시일 내에 군사들을 모아 지원군을 출동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고 나서 이틀 후에 석국의 사신이라고 자처하는 자가 나타났으니 의심부터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때 석국 사자 타이룬이 허리춤에 숨겨두었던 장도를 빼어들었다.


“카간! 이 장도를 보면 모르시겠습니까? 위구르제국을 창건하신 빌게 퀼 카간과 우리 석국의 차비시 대왕께서 의형제를 맺고, 서로 혈맹관계의 증표로 나누어 가지신 장도라 들었사옵니다.”


타이룬은 자신을 안내한 장수에게 장도를 들려 카를룩 카간에게 전달해달라고 부탁했다. 곧 장도는 카간의 손에 쥐어졌다.


“이것으로 무엇을 증명한단 말인가? 이 장도는 이곳 알타이에선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다.”


카간은 대략 장도를 살펴보는 척하다 타이룬에게 휙 집어던졌다.


“그래도 카간께선 소신을 믿지 못하시는 모양입니다. 아직도 카간께선 소신을 고선지의 첩자로 의심하시는 모양인데······. 좋습니다. 그렇다면 죽음으로써 소신이 석국의 사자임을 증명토록 하겠나이다.”


타이룬은 자신의 곁에 떨어진 장도를 집어 들었다. 그의 손이 조금씩 떨려오기 시작했다. 거의 이틀 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채 물로 배를 채운 바람에 그의 몸은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그러나 타이룬은 장도를 움켜쥔 채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두 손으로 장도를 받쳐 들고 눈을 감은 채 하늘을 향해 기도를 올렸다.


카를룩 카간은 그런 타이룬에게 깊은 시선을 박아둔 채 묘하게 입술을 비틀며 웃었다. 상대가 어찌 하는지 두고 볼 심산인 듯했다.


이때 당황한 것은 타이룬을 안내한 장수였다. 그는 바로 곁에 있었으나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래서 석국 사자와 카를룩 카간을 번갈아 바라보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을 따름이었다.


드디어 타이룬은 칼집에서 장도를 빼어들었다. 새파랗게 날이 선 칼날이 선뜩하게 빛났고, 칼자루를 든 그의 오른손 팔뚝에선 근육이 불뚝 일어서며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타이룬은 왼손으로 자신의 외투 앞자락을 걷어 올렸다. 뱃살이 허옇게 드러났다. 그의 장도를 쥔 오른손에 잔뜩 힘이 들어가자, 곁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는 사람에게도 미세한 떨림이 느껴질 정도였다.


호흡을 한 번 가다듬은 후 타이룬이 자신의 배를 막 찌르려는 순간이었다.


“동작을 멈춰라! 나의 선친이신 빌게 퀼 카간의 피가 묻은 칼인데, 감히 네놈의 더러운 피를 묻히려 하느냐?”


하늘에서 천둥이 치는 듯, 높이 올라앉은 카를룩 카간에게서 호통이 떨어졌다.


장도를 든 오른손을 치켜들던 타이룬이 문득 동작을 멈추었다.


“카간!”


타이룬 옆에 섰던 장수가 카를룩 카간을 쳐다보았다.


“당장 저놈으로부터 장도를 빼앗아 이리 가져 오거라!”


카간의 호령에 장수가 타이룬의 손에서 장도를 빼앗아다 무릎을 꿇고 바쳤다.


장도를 받아든 카간은 자신의 품속에서 다른 장도를 꺼내 서로 비교해 보았다. 똑같았다. 알타이에서 철을 잘 다루는 장인이 만든 작품임에 틀림이 없었다. 특히 금박의 칼자루에 새긴 두 마리의 황새 무늬가 똑같았다.


카간은 장수에게 일러 타이룬으로부터 밀서를 받아 가져오게 했다.


“먼 길을 달려오느라 석국 사자가 지친 것 같구나. 배불리 먹을 것을 주고 술과 안주도 내려 푸짐히 대접하도록 하라!”


카를룩 카간은 그러면서 두 손으로 석국왕이 보낸 양피지로 된 밀서를 쫙 펼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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