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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엔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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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lky
작품등록일 :
2018.04.10 17:39
최근연재일 :
2018.04.17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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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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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17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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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탈라스 전투(6)

DUMMY

탈라스 전투(6)



넷째 날 오전까지도 당나라군과 석국-이슬람 연합군은 카를룩 카간의 군대가 도착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양군이 그들을 기다리는 목적은 자기 군을 도우러 오기를 기대하는 점에서 같았지만, 전략적인 면에서는 전혀 달랐다.


당나라군 대장군 고선지는 카를룩 카간의 지원군이 도착하면 탈라스 성으로 사자를 파견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그동안 세 번에 걸친 전투 결과 성이 너무 견고하고 방어가 철저하여 전투를 오래 끌수록 피아간의 인적·물적 피해만 클 뿐, 양군 모두에게 득이 될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


‘카를룩이 우리 군을 지원한다면 저들은 잔뜩 겁을 먹을 것이다. 병법에도 나와 있지 않은가? 최상의 전투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라고. 사자를 보내 항복을 권유하면 석국-이슬람 연합군도 받아들일 것이다.’


그러나 석국-이슬람 연합군의 작전 사령관이라 할 수 있는 살리흐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이른 아침부터 석국왕 나구차비시와 당나라군을 대상으로 어떤 전략을 펼칠 것인가를 진중하게 논의했다.


“타이룬을 다시 카를룩 카간에게 사자로 보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살리흐가 묘한 웃음을 흘리며 나구차비시를 바라보았다.


“밤새 생각한 좋은 전략이라도 있으십니까?”


“당나라군보다 한 가지 유리한 점이 우리 연합군에게 있습니다. 고선지는 아마도 카를룩 카간이 당나라군을 지원하러 오는 줄로만 알고 있을 것입니다. 적군은 우리가 따로 사자를 파견한 줄 모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당나라 사자가 지원군 요청한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정보 면에서 한 수 앞질러가고 있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유리한 점이란 말씀이군요. 어째서 그러한지요?”


“카를룩 카간은 두 가지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당나라군을 도울 것인가, 우리 연합군을 도울 것인가. 하지만 그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전쟁이란 무조건 이겨서 이득을 취해야만 합니다. 따라서 카를룩 카간은 전쟁에서 유리한 편을 지원해 자신들의 이득을 챙기려고 들 것입니다.”


“음, 딴은 그렇겠군요.”


나구차비시는 살리흐의 논리적인 생각에 한 치의 빈틈도 없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감탄해마지 않았다.


“지난밤에 카를룩 카간이 이 전쟁에서 이득을 챙길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해 보았습니다.”


살리흐는 그러면서 나구차비시를 넌지시 바라보았다. 상대의 눈빛에서 그는 자신의 말을 절대적으로 긍정하고 있다는 느낌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렸다.


“카를룩 카간의 이득이라면······?”


“우리 이슬람과의 거래입니다. 지금 위구르의 주력이 장악하고 있는 지역은 알타이 서쪽과 천산산맥 남서쪽 밀림 지대입니다. 주로 유목이나 사냥으로 생계수단을 삼고 있습니다. 알타이의 황금과 철, 유목이나 밀림에서 사냥하여 얻은 모피 등을 거래해야 하는데, 당나라에서는 위구르로 하여금 조공을 바치라고 압력을 넣고 있습니다. 석국도 슬슬(瑟瑟)·황금·명마 등을 당나라에 조공으로 바치다 끊어버리고 우리 이슬람과 교역을 하는 바람에 이번 전투까지 초래하게 된 것 아닙니까? 조공무역은 아시다시피 당나라에 유리하고 지배를 받은 부용국은 그만큼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그러한 조건은 당나라의 지배를 받고 있는 위구르나 소무구성의 각 소국들 역시 마찬가집니다. 이 전쟁에서 당나라와 이슬람 사이에서 중개무역을 하는 소국들이 연합 세력을 형성해 싸워야하는 당위성이 거기에 있습니다. 이슬람은 그 소국들의 중개무역을 통해 당나라의 비단을 거래하고 싶고, 우리 또한 비잔틴제국(拂菻: 동로마)으로부터 야광벽(夜光璧)·명월주(明月珠)·호박(琥珀)·유리(琉璃) 등등을 가져다 당나라에 팔고 싶습니다. 그 중개무역을 바로 석국을 포함한 소무구성과 위구르세력이 해주어야 합니다. 우리 이슬람군이 석국을 돕기 위해 탈라스 전투에 기꺼이 참여한 것은 공정한 무역의 길을 트려는 데 있습니다. 당나라는 우리 이슬람제국의 동진(東進) 정책에 위협을 느끼기 시작했고, 석국이 조공을 거부하고 우리와 협력을 강화하기 시작하자 그것을 막기 위해 원군을 파견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중개무역을 하는 소국들끼리 공통으로 이득이 되는 길을 여는 것이 이번 전투에서 승리를 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살리흐는 이번 탈라스 전쟁의 원인과 대책과 그 이후의 문제까지 적나라하게 꿰뚫고 있었다.


“그렇다면 카를룩 카간으로 하여금 당나라가 아닌 우리 연합군을 지원토록 하는 확실한 미끼를 던져주어야 하겠군요.”


“맞습니다. 미끼가 필요합니다. 원래 지원군의 입장에선 애써 자국 군대의 피를 흘리면서까지 전투를 하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최대한 피를 흘리지 않고 크게 이득을 얻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요. 따라서 타이룬에게 카를룩 카간의 구미를 당길만한 미끼를 주어 사자로 보내자는 것입니다.”


“허면, 어떤 미끼를 주어 보내면 되겠습니까?”


“석국이 우리 이슬람과 위구르의 교역을 보장한다는 친서를 써서 주십시오. 그리고 타이룬으로 하여금 카를룩 지원군이 오는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친서를 전한 후 다시 갈사국과 강국으로 가서 카를룩 카간이 당나라 군대가 아닌 석국-연합군을 지원키로 했으니 측면 지원을 요청한다고 부탁하도록 하십시오.”


“지난 번 갈사국과 강국에 사자를 보냈을 때도 그들은 우리를 선뜻 도와주겠다고 나서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사자를 보낸다고 저들이 우리의 요청을 들어줄지 모르겠습니다.”


“카를룩 카간이 우리를 돕는다는 확실한 보장만 해준다면 갈사국과 강국도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들 또한 위구르세력이 점점 커지는데 두려움을 느낄 수 있을 테니, 카를룩과 가까워지길 원할 것입니다.”


살리흐의 말에 나구차비시는 타이룬을 불러 친서를 전달했다.


“반드시 카를룩 카간을 설득시켜 위구르 군사들이 우리를 지원토록 해야 한다. 알겠느냐? 또한 갈사국과 강국 역시 마찬가지고.”


타이룬은 곧 카를룩 카간에게 보내는 친서를 품속 깊이 갈무리한 채 탈라스 성을 떠나 북쪽을 향해 말을 달렸다.


한편 당나라 대장군 고선지는 카를룩 카간이 지원군을 이끌고 오기를 노심초사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따라서 그날 오전은 그저 관망하는 자세로 전날과 다름없이 보병으로 하여금 작전상 석국-이슬람 연합군을 성 밖으로 끌어내기 위한 유도작전으로 공격과 후퇴를 거듭하는 전략을 고수했다.


마침내 고선지는 오후 신시(申時: 오후 3~5시) 가까운 시각에 후군으로부터 카를룩 카간의 지원군이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카를룩의 군대가 후군과 본진 사이에 일단 진을 치고 있습니다. 대장군께서 탈라스 성의 적군을 성 밖으로 끌어내면 적절한 때를 기다렸다 기습을 하겠다며 군사들을 매복시켜 놓았습니다.”


후군을 이끄는 장군 고문세가 보낸 전령병의 보고였다.


“음, 마침 잘 되었다. 적군이 성문을 열고 나와 공격을 해온다면 일단 우리 선봉과 중군은 싸우는 척하면서 후퇴를 거듭할 것이다. 그때 매복해 있던 카를룩의 군대가 적군을 향해 돌진하는 것을 기다려 후군도 이를 도와 진격토록 하라.”


고선지는 전령병에게 이 같은 전략을 지시해 돌려보냈다.


그러는 한편으로 고선지는 자신이 세운 전략대로 항복을 권유하는 문서를 작성해 사자로 하여금 탈라스 성의 석국왕 나구차비시에게 전달토록 했다.


당나라 사자는 말을 타고 흰 깃발을 흔들며 탈라스 성을 행해 달려갔다.


“저 흰색 깃발은 무엇일까?”


성루에서 나구차비시가 단신으로 들판을 달려오는 당나라 군사를 보고 혼잣소리로 중얼거렸다.


“고선지가 보내는 사자인 모양입니다. 카를룩 카간의 지원군이 도착했으니 우리에게 항복을 권유하는 문서를 가지고 오는 사자일 겁니다.”


살리흐가 회심을 미소를 지었다.


“뭐요? 항복 문서?”


“두 번의 전투에서 크게 당한 고선지도 이제 더 이상 피를 보고 싶은 생각은 없어졌을 것입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을 강구하고자 한 것이겠지요.”


사자가 와서 성문을 열어달라고 하자, 나구차비시는 기꺼이 허락했다.


“너는 무슨 일로 왔느냐? 당나라군이 우리에게 항복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당나라군의 사자를 맞은 나구차비시가 짐짓 소리를 높여 꾸짖었다.


“우리 대장군께서 보내신 항복을 권유하는 문서입니다.”


“무엇이라? 어디 그 문서를 좀 보자.”


당나라군 사자는 허리에 차고 있던 주머니에서 종이에 쓴 문서를 꺼냈다. 그때 석국의 졸개 하나가 그것을 받아 석국왕에게 전달했다. 종이 문서는 양피지보다 훨씬 가볍고 글씨도 더 선명했다.


나구차비시는 고선지의 항복 권유 문서를 읽은 후 옆에 있는 살리흐에게 건넸다.


“흐음, 이건 우리가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살리흐는 당나라 사자가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말했다.


“뭐요? 우리 보고 무조건 항복을 하라는 것이오?”


나구차비시는 살리흐를 바라보며 벌컥 화를 냈다.


“카를룩의 지원군 3만이 왔다면 우리는 중과부적으로 결국 패하고 맙니다. 지는 전투에 고집을 세울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 항복을 하되 당나라와의 협상을 통해 자구책을 마련할 길이 따로 있지 않겠습니까?”


“이제까지 잘 버텨왔는데, 지금 항복을 한다면 너무 억울합니다. 장군! 우리 끝까지 한 번 버텨봅시다.”


“당나라의 고선지 대장군은 우리에게 항복을 권유하고 있지만, 양군이 피를 흘리지 않고 명분을 쌓는다면 이는 무조건적인 항복이라기보다는 협상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협상은 양군에 공히 이득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나구차비시와 살리흐의 오가는 말을 당나라군 사자는 유심히 듣고 있었다.


“그렇다면 당나라군 사자는 이 자리에서 물러나 조금 기다리도록 하시오. 곧 결론을 내려 답서를 작성하겠소.”


나구차비시는 당나라군 사자를 일단 밖으로 내보냈다.


“임기응변에 능하시군요? 잘 하셨습니다.”


살리흐가 의미 있는 웃음을 지으며 나구차비시를 쳐다보았다.


“장군! 이제 어찌하면 좋겠소?”


“아직 사자로 떠난 타이룬이 돌아오지 않아 단안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카를룩 카간은 분명히 우리 연합군과 당나라군이 접전을 벌여 우세한 쪽에 힘을 실어줄 것입니다. 어느 쪽이든 전세가 기우는 쪽을 공격하게 되어 있습니다. 결국 누구든 이기는 싸움을 하는 것이 전투의 최종 목표니까요.”


“허면 지금부터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항복 문서를 작성하십시오.”


“진짜로 말입니까?”


나구차비시는 정색을 하며 문득 의심이 가는 눈초리로 살리흐를 쳐다보았다.


“아닙니다. 가짜 문서를 작성하여 적을 속이는 겁니다. 항복하여 보병들을 이끌고 성문을 열고 나가되, 그 뒤에 가마부대를 숨겨두는 것입니다. 당나라군 가까이 갔을 때 신호를 보내 보병이 두 갈래로 갈라지면, 그때 기마부대가 전속력을 달려가 방심하고 있는 당나라군을 짓밟아야 합니다. 당나라군이 당혹하여 후퇴를 거듭하게 되면, 이때 카를룩 카간의 군대가 아군을 지원하게 될 것입니다. 아까 소장이 말씀드렸지만, 카를룩 군대는 전투에서 유리한 쪽 편을 들게 되어 있으니까요.”


“그것 참 기발한 계략입니다. 기꺼이 항복 문서를 작성토록 하지요.”


나구차비시는 곧 양피지를 꺼내 놓고 간단한 문구로 당나라 대장군 고선지에게 보내는 항복 문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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