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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파파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 살아보니, 은행장 되기 참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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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파파
작품등록일 :
2024.05.19 10:20
최근연재일 :
2024.07.02 17:20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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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글자수 :
162,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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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9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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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백투백홈런

DUMMY

백투백 홈런이라는 야구용어가 있다.


앞선 타자가 홈런을 치고, 다음 타자도 역시 홈런.

공격하는 팀이야 당연히 축제 분위기이지만.

두들겨 맞은 투수입장에서는 기분이 어떨까?


윤필수가 그런 상황이 되었다.


“췌장암입니다. 길어야 6개월입니다. 가족분들은 있으시죠?”


의사의 말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영화나 드라마처럼 조용히 집안거실에서 마누라의 손을 살며시 잡고.

’여보 미안해‘라고 이야기하고 싶지만, 현재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 참. 인생 참 재미없군. 코인이 개박살 나더니, 이제는 숨 쉴 날이 길어야 6개월이라니, 오선녀가 이 소식을 들으면 뭐라 할까? 통곡하며 슬퍼할까? 아니면 잔소릴 퍼부을까?‘


하루 종일 핸드폰을 만지작 만지작 거렸다.

전화를 할까 말까.


그런데 갑자기 핸드폰이 벨이 울렸다.

“삐리링. 삐리링”

발신자는 와이프 오선녀.


순간 숨이 턱 막혔다.

’헉! 알았나?‘


“여보! 요즘 밥 잘 먹고 건강히 잘 계세요?”

“그냥. 그냥. 그렇지”

다행히 모르는 듯했다.


“기쁜 소식을 빨리 전해야 할 것 같아서요. 다름이 아니라 세라가 결혼을 해요.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요.”

“아니! 나하고 아무런 상의 없이 결정하고 그래? 나는 아직 그분들하고 대면한 적도 없잖아? 어떤 집안인지도 모르는데”


윤세라는 참하게 성장했다.

엄마를 닮아서 늘씬했고, 누구를 닮았는지? 착하고 배려심도 많았다.

공부까지 열심히 한 덕택에 글로벌 제약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으니, 남자들은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고, 교포 부모들은 장래의 며느리감 최고 순위에 올려놓았다.


괜찮은 놈 하나와 사귄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세라가 요즘 연애를 해요. 회계사로 일하는 아이인데 부모가 빵빵해요.”

“사람을 봐야지. 사람을. 조건 너무 따지지 말라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윤필수는 뛸 듯이 기뻤다.


’그래, 내가 세라를 어떻게 키웠는데. 무조건 부자한테 시집가야 한다고.‘


상대방 집안은 대단한 가문이었다.

한국 굴지의 대기업 방계 일족이었으며, 장관까지도 배출한 집안이었다.

남자의 부모는 일찍 캐나다로 건너가 물류업으로 큰 부를 일구었다.


“화 내지 마시고 제말 좀 들어보세요. 이유가 있다고요. 시아버지 되실 분이 얼마 전에 암판정을 받았어요. 대장암 4기래요. 본인 살아있을 때 꼭 며느리를 보고 싶다고 해서요.”


“젠장! 췌장암이 대장암보다 더 일찍 죽는다고. 남의 걱정을 다하고 그래.”


“무슨 엉뚱한 이야기예요?”

“응 그게. 요즘엔 대장암 말기라도 수술해서 완쾌한 경우가 꽤 있더라는 이야기지”


전화를 끊고 나서.

나도 췌장암이야. 나는 길어야 6개월이야.

내가 더 일찍 죽는다고, 왜 이야기를 하지 못했나 후회했다.


상대방 집안에서는 캐나다와 한국에서 결혼식을 두 번 올리자고 제안했다.


“결혼해서 살 집은 이미 그분들이 마련했어요.”

“그래? 캐나다 집값도 만만치 않을 건데 우리도 조금 보태야 하는 것 아닌가?”

“저도 이야기했는데 놔두래요. 그럴만하니까 그랬겠죠. 여기 결혼식장도 자기들이 책임진다고 합디다. 근데 한국에서 예식장만큼은 리츠칼튼으로 해야 한대요.”

“거기 6성급 이상 아닌가?”


사돈 될 양반은 한국 S그룹의 방계혈족이었다.

현재 그룹의 총수와 남자아이의 아버지가 6촌간이니 꽤 가까웠다.

아무래도 친지들에게 레벨에 맞는 호화로운 결혼식을 보여주고 싶을 것이었다.


“한국 예식장 비용도 자기들이 다 부담할 수 있대요. 아유 참, 집 사는데도 하나도 안보태주었는데. 민망하네요.”

“무슨 소리. 자존심 상하게. 처음부터 그러면 세라가 얼마나 기가 죽겠어? 한국 비용은 우리가 부담한다고 해.”

“정말요? 가능하겠어요?”

“걱정마. 내가 해결한다고.”


윤필수는 마지막 남은 재산.

퇴직금을 자연스럽게 머리에 떠올렸다.


’퇴직금 중간 정산해서 돈을 마련하면 된다고.‘


은퇴하면 공인중개사 사무실이라도 열어야 입에 풀칠할 것이니, 아무리 생활이 궁핍해도, 코인에 투자할 금액이 부족해서 답답할 때도, 이것만은 손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삶이 6개월밖에 남지 않았으니, 세라를 위해서 쓰는 건 당연했다.


와이프에게 재산을 남겨주지 못하는 건 미안하지만, 딸아이가 엄마를 잘 챙기리라 믿었다.


서둘러 리츠칼튼과 계약서를 작성했고, 은행 인사부에 퇴직금을 신청했다.


하지만 점심을 먹으며 TV뉴스를 보던 중, 밥이 목에 걸려서 캑캑거렸다.


앵커의 목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뉴스 속보입니다. 안산시 거액 전세금 사기 사건 주범. **건설 대표 박철홍이 검거되었습니다.]


’아니 ! 박사장이 왜?‘

[경찰에 따르면 피의자 박철홍은 공인중개사와 짜고 전세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150여명의 입주자에게 피해를 입혔으며...]

’이런! 사기꾼이라고?‘

[한편 대출과정에서 규정위반은 없었는지, 은행직원 공모는 없었는지, 면밀히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서둘러 은행으로 복귀해보니 검사실 직원이 이미 지점장실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윤과장님! 검사부 ***검사역입니다.”

“네? 무슨 일로?”

“**건설 대출 건을 자세히 봐야겠습니다. 아직 뉴스 못 보셨나요? 박철홍 사장과 거래한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안산지점 있을 때부터 거래했으니까 6년 정도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이자연체 한번 없이 잘 거래했어요.”

“원래 그런 사람들이 사고 치면 무섭죠. 아시잖아요?. 채권서류 일체를 주세요. 심사보고서와 감정평가서 포함해서요.”


’아~ 모든 게 절단났다.‘

윤필수는 종말이 닥쳐왔음을 인지했다.


검사역이 감정평가서를 검토해보면 통상적인 시가보다 많이 부풀렸음을 알아차릴 것이다.

거기에 신용한도까지 많이 부여했으니 징계를 피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제일 걱정되는 것은 박사장에게서 코인투자를 위해 돈을 빌린 사실이다.


고객과의 금전대차는 엄격히 금지되어있다. 걸리면 파면이다.


’퇴직금 중간정산 하면, 돈이 다음 주에 나올 거니까, 바로 박사장 계좌로 쏴주어야지‘


하지만 인생은 뜻대로 안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인사부직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과장님! 퇴직금 중간정산 불가합니다. 현재 **건설 관련으로 검사를 받고 있지 않습니까? 직원변상 가능성이 있어요.”


누군가 이야기 했었다.

권투선수가 링위에 올라가기 전.

모두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펀치를 맞는 순간부터 모든 것이 일그러진다.


’방금 결혼식장 예약을 했는데 사건이 터지다니. 퇴직금을 날리게 생겼네. 돈을 어디에서 구하지? 마누라에게는 큰소리쳤는데. 세라의 창창한 앞길에 방해물만 되고 있어. 나 같은 건 없어져 버려야 해.‘


윤필수는 밖으로 뛰쳐나왔다.

하늘에 떠다니는 뭉게구름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나도 구름처럼 하늘을 떠다니면 좋겠다.‘


“삐리링 삐리링”

핸드폰이 울렸다.


“한미은행 윤필수 과장이시죠? 서울지검 ***검사입니다. **건설 박철홍사장님 잘 아시죠?”

“네. 잘 안다기보다는 고객일 뿐이죠.”

“안산 오피스텔 전세 사기 사건 참고인으로 협조를 좀 하셔야겠습니다. 담주 수요일 시간 되시면 오시길 바랍니다.”


’박사장이 나한테 돈 준 사실을 이미 불었나? 은행 파면을 걱정할 때가 아니군. 징역살이를 준비해야 하나? 말기 암환자도 감옥에 가나?‘


불행은 종합과자 선물셋트처럼 줄줄이 찾아온다 생각했다.


“삐리링 삐리링”

핸드폰 전화가 다시 울렸다.


’또 검찰인가?‘ 움칫 놀라며 핸드폰 발신자의 이름을 확인했다.


[삼산생명 이명호]


’아이씨~ 안그래도 머릿속이 복잡한데.‘

전화수신 거절 버튼을 눌렀다.


윤필수가 은행에서 모셨던 선배직원이었다.

퇴직한 후 보험설계사로 재취업을 했고, 몇 년 전에 그를 찾아왔었다.

찾아온 이유야 뻔하지 않은가?

당연히 보험가입을 권유하러 온 것이다.


윤필수가 보험을 가입한 것은 정말 의외였다.


지점의 방카슈랑스 담당자가 실적이 모자란다고, 끈질기게 매달려도 꿈적도 하지 않았던 그였다.

만일 그때 못 이긴 척하고 암보험이라도 들어 놓았다면, 지금쯤 요긴하게 쓰였을 텐데.


선배 이명호는 지점에서 일어난 금전사고의 책임을 지고 비자발적으로 은행을 퇴직했다.

전적인 책임은 윤필수에게 있었으나, 비열한 행동으로 자기는 벗어나고, 이명호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웠다.

물론 이명호는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


과거의 일이 항상 마음에 걸렸던 그는 보험을 들어주고 어느 정도 짐을 덜게 되었다.


하지만 최근 팍팍한 자금사정과 복잡한 심경으로 몇 달째 보험료 납입이 연체가 되었다.

그대로 두면 보험이 해지 된다.

그래서 그가 계속 전화를 하는 것이었다.


’선배님! 죄송하지만 이제 돈도 없고,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아서 보험도 필요 없어요.‘

마음속으로 미안해 하며 통화 거절 버튼을 눌렀다.


다시 하늘을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머리에 무언가 스쳐 지나갔다.


’가만있자. 보험이라고? 생명보험금은 죽으면 나오는 거잖아?‘


사무실로 복귀하여 어디엔가 쳐박혀 있는 보험증권을 찾기 시작했다.

’여기 있군. 보장내용을 한번 보자. 사망보장금액 3억. 그래 이거야. 당장 밀린 보험료를 넣어야겠어.‘


즉시 이명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조금 전에는 회의가 있어서요. 그렇지 않아도 전화드리려고 했어요. 이제야 여유가 생겨서 입금할게요.”

“윤과장! 고마우이. 중도해지되면 패널티가 있어서.”

“제가 고맙죠. 선배님!”


’역시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속담이 괜히 나오지 않았구나. 길은 찾아보면 있어.‘

안도의 한숨을 쉬던 윤필수는 자신의 처량한 신세에 피식 웃고 말았다.


’코미디군. 가만히 있으면 죽을 사람이,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죽을 길을 찾고 있다니.‘


인터넷을 열심히 뒤지기 시작했다.

[차 안에서 번개탄 피우는 법, 밧 줄 올가미 매는 순서. 고통이 가장 적은 방법은?]


마음이 착잡했다.

어릴 적 잠시 다녔던 교회에서 목사님이 자주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자살은 안됩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삶과 죽음을 결정지을 수 있습니다. 그것을 어기는 경우 지옥에 떨어집니다.”

무서워서 갈등을 일으킨 건 아니었다.


신을 부정했다.

지금 세상 다음의 딴 세상은 철저히 부정했다.


’지옥은 무슨. 신도 없어. 만일 있다면 매우 고약한 존재야. 그렇지 않고 서야, 이렇게 차별을 하냐고. 잘 사는 사람은 항상 잘살고, 때깔도 좋고 머리까지 좋아요. 여유가 있으니 헬스, 골프, 신체도 건강해.‘


억울했다.

열심히 산다고 노력도 해봤다.

출세를 위해서 사귀던 여자를 차 버리고 오선녀와 결혼했다.

돌아온 건, 장인의 사업실패로 거액의 연대보증채무 책임만 져야 했다.


’곧 죽을 사람이 딸 결혼식장에도 못 가는 신세가 되었네. 꼭 간다면 갈 수야 있겠지? 아니야. 아니야. 그전에 검찰청에 불려갔다가 잡혀갈지도 모르지. TV방송에서 전세사기범 공모자 은행직원 윤모씨라고 떠들어봐. 순식간에 소문이 쫙 퍼질 거야. 결혼식장에서 나를 알아보고 수군수군 대겠지. 그러면 세라의 창창한 앞 날을 망치는 거라고.‘


[죽음의 자기결정권]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세상에 태어났지만, 떠날 때는 내가 판단한다.

’그래. 결정했어. 여러모로 내가 일찍 없어지는 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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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판결 24.05.20 98 2 10쪽
» 백투백홈런 24.05.19 108 2 12쪽
2 실패한 은행원 24.05.19 118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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