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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파파 님의 서재입니다.

다시 살아보니, 은행장 되기 참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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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파파
작품등록일 :
2024.05.19 10:20
최근연재일 :
2024.07.02 17:20
연재수 :
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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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2
추천수 :
42
글자수 :
162,921

작성
24.05.19 10:31
조회
158
추천
3
글자
10쪽

죽음

DUMMY

윤필수는 어디론가 맹렬히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워터파크에서 몇 번 타보았던, 사방이 터널로 되어있는 미끄럼틀을 타고 가는 기분이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아래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하늘로 치솟고 있다는 것.


문득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을 떠올렸다.


우주를 빛보다 더 빠른 속도로 여행하면 이런 느낌일까?

그의 몸, 손가락이 휘어져 고무처럼 늘어졌다.

머리카락과 눈알이 얼굴에서 분해되어 공중에 둥둥 떠다니었다.


공포에 질려 “아~악” 비명을 질러보았다.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이미 입도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통이 전혀 없었다.

이상했다. 꿈인가?


이제야 자기의 상황을 알아차렸다.


‘차 안에 있었는데? 언덕 위의 트럭은 내려오고 있었고.’

최대한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휴~ 죽었구나. 맙소사! 영혼이 존재하고, 사후세계가 있다는 건 사실이었어. 이럴 줄 알았으면 착하게 살걸. 교회에도 나가고 말이야. 나는 당연히 지옥행이겠지.’


살인이나, 사기, 조폭처럼 범죄를 저지르지는 않았으나, 비열한 행위를 일삼았다는 것은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젠장! 흙수저로 태어나봐.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고.’

스스로 자기 합리화를 했지만, 양심은 있었다.


윤필수는 출근길에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평소 그 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도움이 되지 않으면 남의 일에는 개입하지 않는 그가 왜 그랬을까?


‘조심했어야 했어. 좋지 않은 사건이 계속 터졌잖아?’

하지만 처지를 망각하고 있음을 깨닫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조심하다니 무슨 헛소리야. 오히려 감사해야지. 사고로 죽었으니 확실히 보험금이 나온다고. 꼬인 일들이 완벽히 해결되었잖아. 퇴직금도 압류 당한 판에, 수억 들어가는 6성급 호텔 결혼식 비용을 내가 어디서 어떻게 구하겠어?’


며칠 전 변호사와 상의한 후 머릿속을 어느 정도 정리했었다.

“김변호사님! 확실한 거죠? 자살의 경우에도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말씀이?”

윤필수는 원하는 대답을 들었다는 듯이 목소리 톤이 올라갔다.


“소송으로 이긴 사례도 있다는 말씀입니다. 대부분 불리해요. 윤과장님은 정신과 상담 기록이 있으니, 가능성이 조금 있다는 거죠.”

“네. 그러니까요. 워낙 케이스가 다양해서..”

윤필수는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근데 혹시 엉뚱한 생각을..? 이상한 상상 하지 마세요.”

“에이~ 당연하지요. 신문기사에 있길래 물어본 겁니다.”


변호사 사무실을 나오며 윤필수는 결심을 굳혔다.

‘일단 하는 거야. 방법이 없잖아? 소송은 변호사가 하는 거고.’


그는 한밤중에 강원도 강릉 근처로 가고 있었다.

복부를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

식은땀이 흘러 운전대를 잡기도 힘들었다.

서서히 여명은 밝아오고 있었고 표지판을 발견했다.


[도솔봉 주차장]


‘드디어 도착했군. 봉우리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라고 했지?’

가장 눈에 잘 띄는 중간자리에 차를 세웠다.


‘다음에 헤매지 않으려면 동선을 잘 기록해야겠어.’

차 실내등을 키고 수첩을 꺼내었다.

백밀러에 비친 그의 얼굴.

움푹 팬 볼살, 눈 흰자위가 노랗다.


차에서 내려 주위를 빙 둘러보았다.

인터넷에서 얻은 정보대로 여러 개의 CCTV가 보였다.

예상한 대로 자신의 행적을 기록하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 자리에서 소주 서너병 나발 부는 장면이 찍히면 변호사에게 도움이 되겠지’


윤필수는 [올라가는 길] 화살표를 따라 걸었다.


구불구불한 계단이 S자 커브를 틀면서 모습을 드러내었다.

동트기 직전이었다.

희뿌연 새벽안개가 세찬 바람에 흩날렸다.

하늘로 뻗쳐있는 계단이 천국으로 가는 길목처럼 보였다.


‘오늘은 대략 동선을 어떻게 할지 파악하는 거야.’


계단을 걸어서 올라가니 탁 트인 전경이 조금씩 시야에 들어왔다.

‘저 너머 절벽 아래에는 시퍼런 바다가 입을 벌리고 있겠지.’


앞으로 구경하게 될 장면을 상상하며 발걸음을 내딛던 그가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랐다.


‘앗!’


어떤 젊은 여인이 검은 옷을 입고 물끄러미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깜짝이야. 귀신인 줄 알았네. 이 꼭두새벽에?’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잠시 소름이 돋았다.


“아악~”

여자도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비명을 지르고 순식간에 몸이 얼어붙은 듯 동작을 멈추었다.


윤필수는 미안했고, 어색한 변명거리를 생각해냈다.


“그쪽도 일출 사진 찍으러 오셨나 봐요?”

“아! 네. 아저씨도 그런가요?”

이제야 여자는 조금씩 안정을 찾는 듯했다.


때마침 구름을 가르며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한 장 찍어드릴까요? 핸드폰 줘 보세요.”


사진이라면 자신 있었다.

직장 사진반에서 몇 년간 활동한 적이 있었고, 전문가에게서 수업도 들었다.

일출 사진은 자신의 특기였다.


“네? 그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그녀는 마음이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목을 길게 늘어뜨린 여자의 모습.

머릿속 고민이 꽤 무거워 보인다.

사진 속 주인공이 되는 것을 아주 부담스럽게 여겼다.

처음 몇 컷은 쑥스러운 듯 정면을 바라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윤필수는 상대방을 자기 페이스로 엮는 능력이 탁월했다.


‘부끄러움을 꽤 많이 타는군. 옆 모습 위주로 시작해야겠어.’


“저기요. 저를 보지 마시고 고개를 살짝 돌려보세요. 모자는 벗고요. 그래야 실루엣이 잘..

그렇죠. 자! 하나둘셋.”


능숙한 솜씨로 주저 없이 연속해서 버튼을 눌러댔다.


“왼쪽으로 다섯 발자국만 옮겨 보세요. 그만~ 멈추시고. 해를 가리키며 팔을 올려보세요,”

“네? 아. 예.”

여자는 귀찮은 듯 건성으로 하는 시늉만 내었다.


“찰칵 찰칵”

거침없이 수십 번 셔터를 눌러 댔다.

“맘에 드시면 좋겠네요. 한 번 보시겠어요?”


여자는 휑하니 초점 없는 눈으로 사진을 보았다.

하나. 둘 넘겨보더니 갑자기 돌변했다.

손가락을 튕기며 사진을 보더니 목소리가 달라졌다.


“와 이게 정말 저인가요? 다시 한번 찍어주세요”

핸드폰에 자기의 헤어스타일을 비추어 보았다.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메 만지고 대담한 포즈를 잡기 시작했다.


그녀의 초점 없던 눈동자가 led등 빛처럼 초롱초롱해졌다.

서글프게 들렸던 힘없는 목소리가 위풍당당 행진곡처럼 거침없이 흘러나왔다.


“여기 서요. 이런 포즈 하면 어떨까요?”

발레리나처럼 하늘을 향해 도약을 했다.

타이밍에 맞추어 윤필수는 멋진 장면을 잡아주었다.


그녀가 원하는 대로 사진을 찍은 후 작별인사를 하였다.


그는 주차장에 거의 다 왔을 때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혹시. 이 여자 새벽부터 여기 온 이유가?’


황급히 방향을 돌려 정상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헉 헉”

몸이 약해질 대로 약해져 목에서 칼칼한 피 냄새가 났다.


‘안돼. 딸아이보다 몇 살 더 많은 것 같은데.’


급히 달려가 도착한 정상.

그 여자는 자신을 주인공으로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윤필수가 옆에 있는 줄도 모르고, 괴성을 지르며 방방 뛰었다녔다.


어디로 전화를 거는 그녀.

“엄마 나 이제 집에 갈 거야. 사진 많이 찍었어. 꼭 봐야 해. 내가 이렇게 멋진 줄 미처 몰랐어. 맛있는 김치국 끓여놔.“


’괜한 걱정을 했네.‘

윤필수는 주차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


윤필수는 하늘 위로 빨려 올라가더니 어떤 공간에 도착했다.

그곳은 우주에 떠 있는 거대한 컨테이너 박스와 흡사했다.

먼저 도착한 여러 사람들.

아니 여러 영혼들이 창문으로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도 창문으로 다가가 밖을 보았다.


암흑 속에서 찬란히 빛나고 있는 지구는 아름다웠다.

하늘 위에서 지구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경외감이 느껴졌다.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지구여. 안녕~ 앞으로 다시는 땅을 밟을 일은 없겠지.‘

아쉬웠지만, 지구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다시 태어나고 싶지도 않았다.

발버둥 쳐 보았지만 거기서 거기였다.


윤필수는 다른 영혼들의 모습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몸체는 투명한 유리와 비슷했고, 어찌 보면 물처럼 흐물흐물했다.

다만 각자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을 바라보았다.

몸의 윤곽은 그대로였으나 세포들이 다 사라졌다.

’그래도 아직 감각은 살아 있는 것 같아. 착각인가?‘

팔을 휘둘러보니 투명한 물결이 흐르는 것처럼 무언가 왔다 갔다 했다.


여러 차례 몸을 더듬다가 심장부분에 박혀있는, 이질적인 작은 물체를 발견했다.

교복에 박혀있는 명찰 모양과 비슷했고, 색깔은 검은색이었다


계속 “슝 슝” 소리 함께 영혼들이 지구에서 계속 올라왔다.


영혼도 가지가지였다. 주로 슬프게 우는 영혼이 대부분이었다.

’사랑스러운 가족들과 부귀영화에 미련이 있나 보네‘

그런가 하면.

미소 지으며 다른 영혼을 달래주는 모습도 보였다.

’저 미소는 어떤 의미인가? 자기가 천국에 갈 수 있다는 건가?‘


어떤 할아버지 영혼이 윤필수를 물끄러미 보더니 넌지시 말을 던졌다.


“저 같은 늙은이야 별 미련이 없지만, 댁은 아직 그럴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교통사고로 그만.”


마지막 순간 사고현장의 어린이집 아이들을 떠올렸다.


’아이들은 괜찮은가? 여기에는 안 보이는 것 같은데. 휴~ 다행이야.‘



작가의말

작년에 이어 다시 시작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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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판결 24.05.20 98 2 10쪽
3 백투백홈런 24.05.19 107 2 12쪽
2 실패한 은행원 24.05.19 118 3 10쪽
» 죽음 24.05.19 159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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