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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절세미녀 로마공주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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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렁컨66
작품등록일 :
2024.07.25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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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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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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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안토니아 공주의 침실

DUMMY

<63>


아나키아 비니키누스, 그는 시리아 총독 코르불로의 사위다.


현재 그는 시리아 속주 군단에 소속되어 있으며 제5군단장을 맡고 있다.


드넓은 사막과 고대 문명이 교차하는 기름진 땅 시리아.


기원전 66년, 폼페이우스는 파르티아와의 국경선을 유프라테스강으로 정한 뒤, 셀레우코스 왕조와 팔레스타인 유대 왕국을 무너뜨린 뒤 그곳에 시리아 속주를 세웠다.


당시 폼페이우스는 아르메니아 또한 속국으로 만들었으나 현재의 아르메니아는 파르티아와 동맹을 형성한 뒤 반로마 전선을 형성하고 있는 중이다.


“총독 각하! 새로운 황제께서 갑자기 아르메니아 진격을 명하셨습니다! 허나 긴 전쟁을 위한 충분한 요새 구축과 파르티아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전략적 방어선 구축이 무척 중요합니다. 때문에 속주군의 아르메니아 진격을 바로 시작할 수 없습니다!”


시리아 속주, 총독 지휘사령부.


조금 전, 군단장 회의를 마친 뒤, 아직 떠나지 않고 남은 비니키누스.


한 손에 투구를 들고, 군인다운 맹렬한 시선을 가진 그는 자신의 장인이자 시리아 총독인 코르불로에게 분노가 가득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갑자기 날아든 황제의 명령장.


이 때문에 생긴 일인데, 황제는 돌연 시리아 속주군의 아르메니아 진격을 전격적으로 명령했다.


그런데 이게 단순한 일이 아니었다.


파르티아 전쟁의 전초 기지가 된 시리아 속주.


그래서 긴 전쟁을 위해 유프라테스강을 따라 요새를 짓고 있었고, 또한 유프라테스강 동쪽 파르티아 국경 지대로 좀 더 다가가 그 일대에 견고한 요새들을 쌓고 있는 중이었다.


그러나 이대로 진격 명령이 내려지면 이 작업들을 중단해야 한다.


이런 작업들은 방어 외에도 진격을 위한 침공지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목적인데, 이대로 성급하게 아르메니아로 들어가게 된다면, 강력한 방어 시설 확보가 무척 어려워지게 된다.


현재 페투스 장군 덕분에 (아르메니아를 돕기 위한) 파르티아군이 좀 더 뒤로 물러나 있고, 따라서 시리아 속주군이 이런 요새 구축에 아주 유리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포기한다고?


기동성이 뛰어난 파르티아, 그들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충분한 방어 시설 없이 전쟁을 시작한다면, 시리아 속주가 오히려 위험해질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


"총독 각하! 그런 전략적인 이유 외에도 저흰 페투스 장군에 대해 불만이 많습니다. 페투스 장군은 아주 교만한 자입니다. 우리 속주군이 후발대로 움직이면, 우리 속주군을 바로 이용하려고 들 것입니다. 그자는 모든 전공을 독차지하려고 할 것입니다."


군단장 비니키누스가 염려하는 바, 솔직히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그거였다.


아르메니아로 이미 진격한 페투스 장군. 그는 자신의 기마병들을 이용해 좀 더 빨리 아르메니아 수도에 도착할 수 있다.


거기다가 시리아 속주군까지 가세한다면, 페투스 장군은 큰 무리 역시 아르메니아를 짓밟게 될 테고, 단독으로 승전보를 울리게 될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시리아 총독인 코르불로가 적당히 페투스 장군을 제어한다면, 승전의 공적을 나눌 수 있겠지만, 아마 페투스는 결코 코르불로의 명령을 들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코르불로가 아무리 시리아 총독이라고 해도 페투스를 함부로 대할 수가 없기 때문.


이것은 8년 전에 있었던, 당시 시리아 속주 총독이었던 콰드라투스와 당시 정벌군 사령관이었던 코르불로의 상황과 비슷한 상황. 당시에도 각 사령부의 수장끼리 총사령관 지위를 놓고서 분란이 많았는데, 지금도 딱 그런 상황. 그 점을 비니키누스는 우려하고 있었다.


대체로 로마군단의 사령부는 독립 개체이다 보니 서로 간섭할 수가 없다.


따라서 페투스군이 먼저 전쟁을 치른 뒤 승패가 나온다면,


그 상황을 보고서 시리아 속주군이 나선다면, 그건 훨씬 더 나은 상황.


그런데 전쟁 양상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시리아 속주군이 참전하게 된다면, 결과적으로 앞서 나아가는 페투스군을 돕게 되는 꼴이며, 시리아 속주의 군단장들은 결코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


“총독 각하! 돌아가신 황제 폐하께선 시리아 방어만을 명했습니다. 아르메니아 정벌군을 이끄는 것은 당분간 페투스 장군이어야 합니다!”


그러나 어젯밤 로마에서 갑자기 날아온 황제의 극비 명령. 그 명령장 속에선 시리아 속주군의 역할이 많이 달라졌다.


그 때문에 오늘 아침 군단장 회의가 열리게 된 것인데,


갓 등극한 황제의 명령은, 페투스 장군의 경로와 상관없이 새로운 경로로 진격하라는 것이었다.


물론, 그 누구도 황제의 명령을 거부할 수가 없다.


단지 참전 시기에 대한 조율을 건의할 수는 있을 듯한데,


그러나 그러긴 위해선 코르불로 총독의 결단이 반드시 필요했다.


“총독 각하! 페투스의 오만을 잊으셨습니까?”


다시 외치는 비니키누스.


그러고 보면, 몇 달 전, 군단을 이끌고서 시리아 속주로 들어왔던 페투스.


그를 환영하는 만찬에서 그자는 아주 불손한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배후에 있는 포파이아 부인을 믿고서 그는 기고만장했다.


- 코르불로 총독 각하! 폐하께서 저에게 중임을 맡긴 이상, 저는 나약한 아르메니아를 넘어 파르티아까지 정벌하고 돌아오겠습니다. 우리 총독 각하께선 안전한 이 요새에서 조용히 기다리십시오. 핫핫핫, 그사이 아리따운 시녀들 사이에 파묻혀 쾌락을 쫓는 것도 아주 좋은 일이지요. 하하하, 하하하하!


술김에 했다고 하지만, 감히 망언을 했던 페투스.


코르불로가 말리지 않았다면, 비니키누스는 사령관 페투스와 싸울 생각이었다.


사실, 비니키누스가 아는 코르불로는 대단한 용장.


코르불로는 게르마니아군 사령관으로 재직하면서 수시로 라인강을 넘어가며 게르만 반란군들을 짓밟았고,


거의 완벽에 가까운 방어 전략까지 펼치며, 게르마니아 속주를 지켜냈다.


그런 뛰어난 전략을 갖춘 코르불로.


그는 이미 로마를 대표하는 용장이자 전략가다.


그러니 비니키누스는 장인을 소홀히 대하는 페투스에 대해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고, 또한 이번 황제의 명령에 대해서도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저 오만한 페투스의 꽁무니를 쫓아가는 것은 무척 수치스런 일.


하지만 당사자인 코르불로는 별로 말이 없다.


다만, 코르불로는 고개를 돌려 넓게 펼쳐져 있는 전략 지도를 다소 고집스러운 눈으로 내려다보다가, 잠시 후 입을 열었다.


-----


“비니키누스! 내가 폐하를 직접 배알하지 못했으나 폐하의 어릴 적 모습을 나는 잘 알고 있다. 폐하는 아주 총명하신 분이시다. 그런 폐하께서 이 경로에 따라 아르메니아의 도시와 요새를 파괴하라고 하셨다. 내 생각엔 아주 합리적인 명령이다."


낮게 깔린 코르불로의 두 눈. 그리고 슬쩍 고개를 들자, 그의 두 눈에선 서늘한 빛이 번득거린다.


"하지만, 총독 각하! 그 진격 경로는 너무 느립니다. 아르메니아의 수도까지 도착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아까 군단장 회의에선 다른 시선들이 있어 함부로 입을 열지 못했지만, 이렇듯 단둘이 남게 된 이상, 비니키누스는 참을 수가 없다.


그러나 분개하던 비니키누스는 움찔했다.


갑자기 코르불로의 눈빛이 좀 이상해졌기 때문.


또한, 그의 입가에선 알 수 없는 미소까지 감돌고 있다.


"하긴,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하겠지. 허나 빨리 가느냐, 늦게 가느냐,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파르티아는 결코 그런 적이 아니다. 오히려 늦게 가는 게 우리한테 더 유리할 수가 있어."


"총독 각하, 그건 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해할 수가 없어 바로 질문을 던진 비니키누스.


그러나 코르불로는 아쉽게도 적당한 답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다른 질문을 던졌다.


"다만, 궁금한 것은 이 전략을 대체 누가 짰을까. 나는 그가 누구인지가 더 궁금하구나."


어리둥절해 하는 비니키누스.


아주 느리게 진격하는 경로가 어쩌면 현명한 전략이라고?


그래서 바로 인상을 썼으나 코르불로의 표정은 무척 진지했다.


"그렇지. 세네카는 아니겠군."


코르불로는 독백하듯 말했다.


사실, 세네카는 정치적 수완이 좋지만, 군사적 재능은 부족한 편.


대학자 세네카에게 군사적 재능까지 있었다면, 그는 각 사령부의 권한을 그렇게 독립적으로 주진 않았을 것이다.


이런 전쟁 상황에서도 지휘 체계가 일원화되지 않았는데,


이것은 8년 전 상황과 다를 바가 없었다.


당시 아르메니아를 공격할 때도 콰드라투스군과 코르불로군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지금은 코르불로군과 페투스군으로 나누어져 있지 않은가.


하지만, 다른 점은 8년 전과 다르게 아주 느린 전략이 튀어나왔다.


그래서 코르불로는 그 설계자가 무척 궁금했으나 지금으로선 알 길이 없다.


“비니키누스! 즉각 준비하라! 앞으로 일주일 뒤, 무조건 유프라테스강을 넘어야 한다! 그리고 폐하께서 명하신 대로 우리는 반드시 아르메니아를 넘어, 파르티아 수도로 진격해야 한다.”


아까 공개된 황제의 명령장.


거기엔 아르메니아 진격 노선 외에도 파르티아 진격 노선까지 포함되어 있다.


티그리스강 너머, 니시비스에서 시작하여 가우가멜라, 아르벨라, 하트라, 크테시폰, 수사, 멘세네, 바빌론, 세레루시아로 이어지는 파르티아 정벌 경로.


여기에 크테시폰은 파르티아의 수도.


새로운 황제는 파르티아와의 전면전을 주문한 것이었다.









<64>


그리고 AD 62년.


어느덧 가을이 막 시작될 무렵.


마침내 내 결혼식이 팔라티눔 황궁에 위치한 아폴로 신전에서 성대하게 거행되었다.


언젠가 어느 철학자는 신을 믿지 않으나 꿈을 믿는다고 했다.


그 꿈이 활짝 펼쳐진 황궁 아폴로 신전.


그 신전에서 열리게 된 내 결혼식.


나는 아폴로 신전의 거대한 동상들을 쳐다보며 비록 아폴로 신에 대한 믿음은 단 1도 없으나 내 앞으로 펼쳐지고 있는 웅장한 식장의 모습과 무려 수만 명에 달하는 하객들의 모습에 뭔가 들뜬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화려하게 차려입은 귀족들. 그리고 로마군 특유의 무장을 한 채 붉은 망토를 흩날리며 서 있는 수많은 근위대 병사들과 로마군단 병사들.


이들은 하객으로서 신전을 가득 채우고 있고, 결혼 예식이 이어지는 동안 중간중간 열화 같은 함성들을 질러댔다.


"우와아아! 폐하 만세!!"

"안토니아 황후 마마 만세!"


또한, 아폴로 신전 각 기둥은 황금빛으로 물든 아칸투스 잎사귀들로 장식되어 있고, 그 거대한 대리석 기둥마다 화려한 옷차림의 귀족들이 모여 있다 보니 그 모습은 마치 형형색색 움직이는 조각 같은 느낌이다.


곧이어 새하얀 튜닉 차림의 궁정 장관 퀸투스는 신전 연단에 올라가 일장 연설을 했다.


이후, 우리 앞으로 다가오더니 그는 무릎을 꿇고서, 궁정 장관으로서가 아니라 원로원을 대표해서 황금 월계관을 안토니아 공주와 나에게 각각 바쳤다.


“폐하, 이제 신전에서 내려와 시민들을 만나야 하옵니다. 시가지 행진을 시작하시옵소서.”


굳은 표정의 퀸투스는 그렇게 말한 뒤 공손하게 옆으로 물러섰고, 그러자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긴 길이 나타났다.


어느새 좌측, 우측으로 나누어져 있던 하객들.


그들 사이를 지나, 마치 신이 하계에 내려오듯 나는 안토니아 공주와 함께 아폴로 신전에서 걸어 나왔다.


그 길은 동상처럼 우뚝 선 근위병들이 만들어준 길이기도 한데, 이윽고 우리는 신전에서 나온 뒤 여섯 필의 말과 연결되어 있는 화려한 마차에 탑승했다.


곧이어 백마를 탄 근위병들이 황금마차 좌우를 보호했고 일단의 전차병들은 앞뒤로 전차를 이끌며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경호를 펼쳤다.


- 폐하께서 오신다!

- 폐하 만세!

- 안토니아 황후 마마 만세!


마침내 황금마차가 팔라티눔 황궁을 빠져나와 가도를 달리기 시작하자 수많은 로마 시민들이 모여들며 일제히 환호를 보냈다.


다만, 파르티아 암살자들이 나타날까봐 주변 경호는 무척 삼엄하다.


그럼에도 로마 시민들은 격렬한 함성으로써 결혼식을 축복했고


안토니아 공주와 나는 간간이 마차 밖으로 손을 흔들며 로마 시민들에게 화답했다.


그 와중에 시녀들이 타고 있는 마차에선 오색의 향긋한 꽃잎들이 로마 시민들을 향해 뿌려졌다.


일부 마차에선 요란한 소리가 나며 은빛 은화들이 시민들에게 우수수 뿌려졌다.


그러자 난리가 났다.


- 와아아! 폐하 만세! 만세!

- 빨리 주워. 저기도 뿌려진다!


시민들은 축하 은화를 서로 주우려고 큰 소란을 벌였고, 일부 시민들은 욕심에 서로 싸우기도 했다.


그런 크고 작은 소동과 환호의 와중에 황금마차 행렬은 로마 시가지를 빙 돌았고, 마침내 다시 팔라티눔 황궁으로 향했다.


그러나 결혼식이 다 끝난 게 아니었다.


수많은 귀족들이 모여든 신전에서 결혼식 서약을 마쳤으며,

시민들에게도 황제의 결혼을 알렸으며,

이제부터 로마의 축제 대연회가 시작된다.


무려 일주일간 진행될 대연회.


아마 파르티아와의 전쟁이 아니었다면 대략 보름에서 한달간 지속될 연회인데, 전쟁 때문에 이 기한이 대폭 단축된 것.


또한, 이 기간 동안 황궁 대연회에 참석하지 못하는 하급 귀족들과 평민들은 원형 경기장에서 검투사 경기를 즐길 수 있게 된다.


특히, 해방 노예가 된 것과 동시에 황궁 근위대 소속이 된 크릭수스와 세베루스가 특별 경기에 나선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서둘러 원형 경기장으로 달려갔다.


해가 저물 무렵, 붉은 노을이 질 때, 그때 시작하게 되는 야간 검투 경기.


그 경기가 시작되려면 한참 시간이 남았으나, 줄을 먼저 서기 위해 다들 경기장으로 달려갔다.


그렇듯 로마는 때아닌 국가적 축제가 펼쳐지고 있는 중이었다.


-----


‘후우, 포도주를 너무 많이 마셨나?’


약간 머리도 어지럽다.


그러나 최대한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게 노력한 뒤, 화려한 아우레아 궁전으로 들어섰다.


“폐하, 제가 부축하겠사옵니다.”


시종장 데키무스가 슬그머니 내 옆으로 다가와 날 부축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난 손을 저었다.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


다만, 입고 있는 화려한 예복 때문에 이것저것 신경이 많이 쓰였다. 내 뒤로 화려한 황금빛 망토가 바닥을 청소하듯 바닥을 끌고 있는데, 이 망토가 제법 무게가 많이 나간다. 그래서 꽤 무겁기도 하다.


그래서 조금 비틀거리면서도 나는 넓고 호화로운 방으로 당당히 들어섰다.


그런데 거긴 주위를 둘러봐도 신부 안토니아 공주가 전혀 보이질 않는다.


'후우, 그나마 좀 살 것 같네.'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귀족들에게 둘러싸여 있다가 이제야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 기분.


'우선, 망토부터 벗자.'


데키무스가 그걸 도와줬고, 시종들이 그 화려한 망토를 챙겨서 나갔다.


그 때문에 어깨가 가벼워졌고, 옷도 갈아입었다.


아주 얇은 천으로 된, 훨씬 편한 차림.


그리고 그사이 포도주 때문에 머리가 분명 아픈데 그럼에도 별의별 잡념들이 계속 머릿속으로 몰려왔다.


정략에 의한 결혼.


어쩔 수 없는 결혼.


그래도 어쨌든 난 결혼을 하게 된 것인데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여간 어색한 게 아니었다.


물론, 신전 결혼식 때는 예식에 집중하느라, 시가지 행진 때는 시민들의 반응에 화답하느라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그러나 오후부터 시작된 대연회에선 이것저것 당혹스러움들이 생겨나고 말았다.


점점 더 현실감이 더 커진 탓.


뭔가 기분이 이상하기도 했고.


그래서 나는 아까 대연회장에서 포도주를 잔뜩 마시고 말았다.


분명 나는 한국인 김동호.


그리고 주민센터 공무원인데


로마에 온 이후 여러 번 이질감을 맛본 적은 있으나 이번엔 제대로 현타를 맞은 것 같다.


그러나 솔직히 내 얼굴은 김동호의 얼굴이 아니지 않은가.


청동 거울에 비친 모습,


분명 황제 카리우스의 모습이다.


그래서 난 분명 다른 사람인데


그러나 내 머릿속 생각은 절대 그렇지 않다.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래서 이럴 땐 혼돈 그 자체가 되어 버리기 일쑤였다.


-----


“폐하. 그럼 저흰 물러가 있겠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여긴 조선시대가 아니라 로마라는 것.


내 프라이버시를 최대한 지켜준다는 게 아주 중요했다.


시종장 데키무스 등이 문을 열고서 밖으로 나가자 근위병들도 따라나가며 문을 닫았다.


그들이 그렇게 모두 나가자 주변이 갑자기 조용해진다.


그제야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린 뒤,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도대체 안토니아 공주는 어디에 있을까.


아무런 기척이 없는 공주.


신부는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그러나 난 지금 무척 피곤했다.


더는 찾고 싶은 마음이 없어질 정도.


그래서 한쪽 의자에 그냥 털썩 주저앉았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어디선가 기척이 느껴졌다.


눈을 감고 있던 나는 바로 눈을 뜬 뒤 고개를 돌렸고,


이때 흐릿한 모습들이 내 시야에 들어왔다.


안쪽, 또 다른 문.


거기가 열려 있고 거기서 누군가 걸어 나온 것이다.


이때 뭔가 알 수 없는 향긋한 향기가 사방으로 퍼지고 있었고


나는 그쪽을 뚫어져랴 쳐다보던 중, 갑자기 얼어붙었다.


분명, 갑자기 나타난 사람은 누가 봐도 안토니아 공주.


그런데 내가 돌연 화들짝 놀란 이유는 바로 안토니아 공주의 모습 때문.


물기에 젖은 듯, 그러나 긴 머리카락을 치렁치렁 내린 안토니아 공주.


그녀는 샛별 같이 반짝이는 눈으로 날 쳐다보며 걸어오고 있는데


문제는 몸에 실오라기 하나 없는 상태라는 것.


공주의 옆에서 공주의 발 밑에 꽃잎을 뿌려주는 시녀들 역시 똑같은 모습.


그래서 내가 바로 얼어붙는 사이, 공주의 발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아차!


내가 너무 빤히 쳐다봤나.


나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고,


그사이 안토니아 공주는 침대 이불 속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얼핏 본 게 공주의 붉게 달아오른 두 볼.


순간, 나도 모르게 손으로 내 이마를 감쌌다가 다시금 침대 쪽을 쳐다봤다.


그사이 시녀들은 사라졌고,


단둘이 남게 된 침실.


이게 바로 황제의 첫날 밤인가.


하! 맙소사, 이제 어떡하지.


나는 멍하니 쳐다보다가


할 수 없이 조용히 침대로 다가갔다.


미세한 진동.


안토니아 공주의 숨소리.


그리고 이때 내 심장은 폭발하듯 요란하게 뛰기 시작했다.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 작성자
    Lv.95 Afecto
    작성일
    24.09.17 15:17
    No. 1

    아 뭐에요 왜 여기서 끊어?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5 一場春夢
    작성일
    24.09.17 16:21
    No. 2

    순순히 다음편을 올린다면 유혈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증오하는자
    작성일
    24.09.17 17:10
    No. 3

    제3 갈리카 군단과 제4 스키티카 군단, 제5 마케도니아 군단, 제6 페라타 군단, 제12 풀미타나 군단등이 참가한 파르티아 전쟁이 곧 시작이 되겠네요. 여기에 제1,2,3 파르티카 군단도 참전할지 모르지만 과연 카르헤 전투 치욕을 씻을까요?

    이 전투에서 유대왕국과 예수의 운명도 어찌될지 궁금해지지만 마사다는 꼭 먹어야죠. 하여간 기병 육성에서 등자와 편자도 나오고 워울프도 선보여질지가 무척이나 궁금해지는 1인입니다!

    Ps. 허허허... 드디어 기나긴 밤이 시작되는것 같네요. 다음회차에서는 어찌될지 모르겠다만 그거에 따라서 로마시민(독자)들의 여론이 어찌될지! 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7 No45클로소
    작성일
    24.09.17 20:09
    No. 4

    강호의 도리가 무너졌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참좋은아침
    작성일
    24.09.18 00:08
    No.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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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절세미녀 로마공주와 결혼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0 학살자는 충성을 원한다 NEW 6시간 전 315 12 11쪽
29 누군가는 황제가 되고 누군가는 신이 되었다 +4 24.09.18 610 19 7쪽
» 안토니아 공주의 침실 +5 24.09.17 736 24 18쪽
27 첫날 밤, 그리고 태동 (2) +2 24.09.16 813 24 7쪽
26 첫날 밤, 그리고 태동 (1) +4 24.09.14 926 20 18쪽
25 수부라의 현인 +4 24.09.12 980 26 31쪽
24 안토니아 공주와의 첫날 밤 (2) +5 24.09.10 1,180 18 25쪽
23 안토니아 공주와의 첫날 밤 (1) +4 24.09.07 1,412 29 23쪽
22 카리우스 네로 카이사르 아우구스투스 게르마니쿠스 +5 24.09.05 1,348 33 25쪽
21 황제가 되다 (2) +3 24.09.03 1,369 30 30쪽
20 황제가 되다 (1) +3 24.08.31 1,514 30 14쪽
19 쿨라의 결단, 새로운 로마황제 +5 24.08.30 1,502 35 23쪽
18 우연히 시작된 로마 혁명 +2 24.08.28 1,546 41 29쪽
17 로마의 흑막이 되다 +7 24.08.24 1,663 44 23쪽
16 로마 식기 마트 +3 24.08.22 1,611 41 16쪽
15 로마를 바꾸자 +2 24.08.20 1,749 49 21쪽
14 강철의 주인 +4 24.08.18 1,868 57 24쪽
13 안타까운 이혼 공주 +3 24.08.15 2,002 52 21쪽
12 안토니아 공주 +3 24.08.13 2,004 57 21쪽
11 황금 궤짝 +2 24.08.11 2,046 53 24쪽
10 돈이 넘친다 +4 24.08.09 2,179 53 28쪽
9 영웅 (2) +5 24.08.07 2,160 52 23쪽
8 영웅 (1) +4 24.08.06 2,202 48 17쪽
7 내가 유명해지다 (3) +4 24.08.05 2,284 47 24쪽
6 내가 유명해지다 (2) +3 24.08.02 2,335 54 28쪽
5 내가 유명해지다 (1) +5 24.08.01 2,463 61 20쪽
4 출세의 길이 보인다 +9 24.07.30 2,574 65 22쪽
3 향락의 밤, 벌거벗은 무희들 +4 24.07.28 2,727 60 20쪽
2 특별한 능력 +4 24.07.27 2,888 61 22쪽
1 욕실의 여자 노예 +2 24.07.25 3,460 65 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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