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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선화 님의 서재입니다.

마주 보며 떠나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일반소설

김한나
작품등록일 :
2018.04.10 11:30
최근연재일 :
2018.06.15 08:00
연재수 :
5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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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0
글자수 :
157,135

작성
18.05.25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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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부 보르도, 와인에 취하다

cc커플로 결혼을 앞두었던 영빈과 하은의 사랑이야기. 하은의 불의의 사고로 영빈은 남은 일생을 홀로 살아간다.




DUMMY

주차장은 이미 많은 차들로 영빈은 정문에서 먼 곳에 차를 세웠다. 강휘가 금으로 된 정문을 보고 놀라워하는 몸짓을 했다.

궁전 안에 들어서니 그 화려함이란... 여기 다 표현 할 수 없다. 궁전을 나와 분수사이로 걸어갔다.

정원을 한 마디로 표현 할 수 없다. 분수대를 지나 서서 바라보니 아득히 숲이었다. 양옆으로 직사각형 나무가 서있고 그 가운데에 직사각형의 긴 호수?가 보였다.

거기에 백조가 유유히 떠다니고 있었는데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고 고개를 똑바로 들고 아주 거만한 자세였다,

그들은 계단을 내려가 호숫가 오른쪽으로 연한 장밋빛으로 아름답고 금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작은 궁전을 보았다.

마리 앙트와네트가 살았던 장미궁전이었다. 그녀가 비록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지만 장밋빛 궁전은 살아남아 이제는 관광명소가 되었다.

그곳을 지나 숲으로 들어갔다. 거기에도 작은 호수가 있었다. 얼마나 정원을 잘 가꾸었는지 부러웠다.

토요일 불꽃놀이를 위해 관광객들이 나가야했다. 영빈과 강휘는 간단한 식사를 하고 다시 들어와 잔디 옆으로 된 곳에 신문을 깔고 앉았다.

잔디에 들어가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수많은 인파가 질서정연하게 잔디를 피해( ? )앉아 어스름이 내리고 분수와 함께 불꽃놀이를 보고 있었다.

공중을 수놓는 화려한 불꽃놀이를 보며 그들은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다음 날 영빈은 강휘와 같이 교회에 갔다. 거기에 처음 본 한국인 여학생이 그들에게 수줍게 인사를 했다.

“ 서울에서 온 유은혜입니다.”

“ 와. 반갑습니다. 불어전공 인가봅니다.”

“ 네. 잘 부탁합니다.”

유은혜가 깍듯이 인사를 했다. 그들이 앉은 자리 곁에 앉더니 노트에 메모를 하면서 말씀을 들었다. 그리고 예배 후에 자연스럽게 셋이 점심을 먹게 되었다.

“ 아버님이 목사시죠?”

“ 네. 어떻게 아세요?”

“ 이름이 은혜 아닙니까?”

“ 그래요. 아빠가 지은 이름이예요.”

은혜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영빈이도 웃어주었다. 강휘가 자리를 뜨더니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 친구가 어디로 갔는지 잠깐 찾아보겠습니다.”

사실 강휘는 맞은 편 찻집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오랜만에 영빈에게 찾아온 그 순간을 놓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어제 밤에 하은이가 ‘ 이제 날 잊어도 좋아요.’ 그 말처럼 아마도 하은이가 보내준 사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이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자 강휘가 서둘러 찻집 앞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영빈의 어깨를 툭 치며 은혜에게 말했다.

“ 우리랑 차타고 갑시다. 은혜씨.”

“ 네. 고맙습니다.”

영빈이가 차의 뒷문을 열어주었다. 은혜가 가서 차에 앉았다.

“ 강휘야. 소르본 대학에 가을학기부터 다닌단다. ”

“ ...”

“ 그래서 집도 구해야하고 부모님들은 서울에서 목회하는데 여름에 교회가 바빠 은혜씨 혼자 왔다네.”

영빈의 말이 끝나자 은혜가 말했다.

“ 오늘은 어차피 집 보러 다니지 못해서 일찍 교회로 왔어요.”

“ 한국유학생들이 졸업하고 귀국하여 빈 방이 있을지 모르니 알아봅시다.”

“ 고맙습니다.”

은혜가 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강휘가 영빈의 옆자리에 앉아서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영빈과 강휘는 파리를 떠나 보르도로 가고 있었다. 어디를 가든 프랑스는 구릉과 들판은 끝없이 펼쳐졌다. 우리나라는 지평선 축제라 하여 전북 김제에 딱 하나이고 산은 아름답다.

“ 영빈아. 하얀 소가 있다.”

“ 프랑스에 와 처음 하얀 소를 보았을 때 놀랐다.”

“ 푸른 들판과 잘 어울리라고 그런가 보다.”

“ 그럴지도 모르지.”

“ 영빈아. 은혜 어떠냐?”

“ 뭐가?”

“ 같은 학교에 같은 한국 사람이잖아.”

“ 아직도 나는 누군가 사랑할 수 없다.”

“ 너 정말 언제까지 그리 살꺼냐?”

“ ...”

“ 내가 챙기라는 큰 수건 가져왔지?”

“ 그럼. 그런데 바다도 가지 않으면서 그걸 왜 챙기라고 했냐?”

“ 가보면 안다.”

그들은 보르도까지 아무 말 없이 앞만 보고 달렸다. 보르도 가는 길가로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리고 오후에 그들은 보르도에 도착했다. 보르도에 들어가 적포도주에 맞는 치즈와 여러 가지 과일을 샀다. 그리고 차안의 물이 다 떨어져 작은 물을 한 박스 사서 트렁크에 싣고 떠났다.

보르도에서 조금 떨어진 포도밭에 둘러있는 포도농가에 도착했다. 포도농가의 농부가 동양인 두 남자를 유심히 보았다.

그들은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영빈의 능숙한 불어가 농부의 마음을 움직여 선한 웃음으로 하룻밤 묵는 것을 허락했다. 그들은 한 쪽에 허름하지만 정갈한 방에서 하룻밤을 묵기로 했다.

농부는 그들의 포도주가 숙성되어 가는 지하실을 보여주었다. 거기에 포도주가오크통에서 익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저녁 식사자리에 중년부부는 그들과 함께 유쾌하고 맛있는 식사를 함께 했다.

물론 그들의 집에서 만든 적포도주를 내놓으며 치즈와 신선한 고기스튜도 함께 내놓았다.

영빈과 강휘는 식사 후 아직도 대낮같은 포도밭에 앉아 와인을 그 날 밤에 만취가 되도록 마셨다.

영빈이가 이리 취하도록 마신 건 생전 처음이었다. 하늘에 별이 총총 빛나기 시작했다.

개신교 교인이 되고나서 프랑스에 오면 누구나 마시는 와인까지도 철저하게 마시지 않았다.

그런 그가 작정한 듯 와인을 잔에다 품위 있게 마시는 게 아니라 아예 병 나팔을 불고 말았다.

강휘도 말릴 생각이 없었다. ‘ 그래. 오늘 한번 실컷 취해봐.’ 그들만의 포도밭과 오랜만에 보는 은하수와 함께 밤은 깊어만 가고 있었다.

영빈이의 혀가 완전히 꼬부라져 제대로 된 발음도 아니지만 그가 말했다.

“ 하은아. 이제 널 잊을 거야.”

“ 잊어도 된다.”

“ 강휘야. 나 그래도 되는 거지?”

“ 그럼. 요즘 세상에 너 같은 사람 없다.”

“ 하은이가 너무 불쌍하다.”

“ 네가 그리 사랑하니 불쌍하긴... 난 부럽다.”

“ 아냐. 하은이 맑은 눈동자가 생각이나.”

“ 그래. 오늘은 무슨 말을 하던 다 들어준다.”

“ 하은아. 하은아.”

영빈의 애끓는 목소리가 조용한 작은 마을 커다란 포도밭을 지나가는 바람소리에 묻혀버렸다.

그렇게 영빈은 별빛 쏟아지는 한 여름 밤에 그만 와인에 취한 채 쓰러져버렸다. 새벽에 장 닭이 홰치는 소리가 들려올 때 까지 그들은 포도밭에서 잠들어 있었다.

잠에서 깨어난 그들은 농가의 숙소로 들어가 침대에 누었다. 농부가 그들의 방에 들어와 다시 나가는 것도 모른 채 일어나지 않았다.

한낮이 지나고 그들은 일어나 우선 물부터 실컷 마신 후 정성스레 차려진 식탁에 앉아 식사를 하고 포도밭을 떠났다.




겨울 눈보라 치는 채석강가에서 하은을 그리워하며 무릎을 꿇는 영빈의 등위로 눈은 쌓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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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부 채석강, 노을은 붉다 +2 18.06.15 127 0 7쪽
49 49 부 어머니와 마지막 여행 18.06.14 309 0 7쪽
48 48 전주, 교환교수로 오다 18.06.13 107 0 7쪽
47 47부 그리운 아버지 18.06.12 113 0 7쪽
46 46 부 도빈, 도예전 열다 18.06.11 126 0 7쪽
45 45 대학교수 되다 18.06.07 132 0 7쪽
44 44 부 영빈 박사학위 받다 18.06.07 234 0 7쪽
43 43 부 강휘, 신혼여행 18.06.06 120 0 7쪽
42 42부 쪽빛 바다, 눈부시다 18.06.05 116 0 7쪽
41 41부 별빛, 아득한 그리움 18.06.04 136 0 7쪽
40 40 부 은혜, 꿈꾸다 18.06.01 105 0 7쪽
39 39 부 샹제리제, 그 화려함 18.05.31 135 0 7쪽
38 38 부 늦가을, 하늘은 푸르고 18.05.30 127 0 7쪽
37 37부 액자, 돌려 주다 18.05.29 116 0 7쪽
36 36 부 강휘, 돌아가다 18.05.28 117 0 7쪽
» 35 부 보르도, 와인에 취하다 18.05.25 118 0 7쪽
34 34부 앵발리드를 보다 18.05.24 254 0 8쪽
33 33 부 여행을 즐기다 18.05.23 117 0 7쪽
32 32 부 강휘, 파리에 오다 18.05.22 109 0 7쪽
31 31 부 파리로 떠나다 18.05.21 118 0 7쪽
30 30 부 시화전, 그녀 시 낭송되다 18.05.18 106 0 7쪽
29 29부 유고시집 출간하다 ( 3 ) 18.05.17 97 0 7쪽
28 28부 유고시집 출간하다 ( 2 ) 18.05.16 136 0 7쪽
27 27 부 유고시집 출간하다 ( 1 ) 18.05.15 98 0 7쪽
26 26 부 채석강, 하은 안아 주다 ( 2 ) 18.05.14 100 0 7쪽
25 25 부 채석강, 하은 안아주다 ( 1 ) 18.05.11 127 0 7쪽
24 24 부 유월, 덩굴장미 피어나다 ( 2 ) 18.05.10 119 0 7쪽
23 23 부 유월, 덩굴 장미 피어나다 ( 1 ) 18.05.09 137 0 7쪽
22 22 부 축제 끝나다 ( 2 ) 18.05.08 122 0 7쪽
21 21부 축제 끝나다 ( 1 ) 18.05.07 109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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