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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선화 님의 서재입니다.

마주 보며 떠나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일반소설

김한나
작품등록일 :
2018.04.10 11:30
최근연재일 :
2018.06.15 08: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6,564
추천수 :
0
글자수 :
157,135

작성
18.05.15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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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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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7 부 유고시집 출간하다 ( 1 )

cc커플로 결혼을 앞두었던 영빈과 하은의 사랑이야기. 하은의 불의의 사고로 영빈은 남은 일생을 홀로 살아간다.




DUMMY

그녀는 갔다. 삶이란 어쩌면 그리 허무한 건지도 모른다. 영빈이가 침대에 누워있는데 도빈이가 문을 두드리며 전화 받으라 했다.

“ 내려간다.”

영빈가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가 수화기를 들었다.

“ 영빈입니다.”

“ 저... 승미예요.”

“ 승미씨?”

“ 예. 자취집 아주머니가 연락이 와서요. 우리들 짐을 정리하라고요.”

“ 예...”

“ 하은 엄마랑 지금 가거든요. 제게 영빈씨랑 시집 만들기로 했다며 시작 노트를 책상 서랍에 넣는 걸 봤거든요.”

“ 맞습니다. 내가 정신이 없어서 미안합니다. 곧 가겠습니다.”

이층으로 후다닥 올라간 영빈은 학생가방을 들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아버지가 지난 해 준 차로 갔다.

익산 자취집에서 만난 하은어머니에게 허리를 굽혀 깊게 인사를 했고 영빈을 보며 하은 어머니가 고개를 돌렸다.

그녀들의 방을 본적은 없어도 영빈이는 두 개의 책상과 작은 옷장과 이불장을 볼 수 있었다.

작은 용달차에 기사아저씨와 함께 싣고 나자 하은어머니는 용달차 앞에 앉아 있었다. 어머니의 눈가에 이슬이 맺히는 걸 영빈은 놓치지 않았다.

승미는 하은이의 시작 노트와 영빈이가 쿄토에서 사와 선물한 실크 스카프를 그의 손에 쥐어주었다.

영빈은 가져 온 가방에 넣고 운전석 옆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용달차에 앉은 어머니에게로 다가갔다.

“ 어머님. 집까지 제가 모시겠습니다.”

“ 아닐세. 자넨 전주 집으로 가게.”

“ 제가 모셔야 마땅합니다. 어머님. 어서 내리세요.”

하은어머니를 용달차에서 내리게 하여 승미랑 뒷좌석에 앉게 하고 영빈은 부안 집을 향해 달려갔다. 차안은 침묵이었다. 용달차는 영빈 차를 뒤따르고 있었다.

그리고 부안 동중리에 내려 집에 들어가 아버지와 예슬이를 만났다. 그들은 모두 초췌했고 영빈이도 그들도 한 마디의 말도 할 수 없었다. 부안 집에서 짐을 다 옮기고 승미랑 조용히 나왔다.

“ 안녕히 가세요.”

“ 승미씨도...”

영빈이는 채석강으로 차를 몰고 달려가고 있었다. 멀리 하은이를 보낸 곳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영빈이는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었다.

“ 하은아! 하은아! 잘 있는 거지.”

영빈은 차의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모두 열어놓았다. 바닷바람이 들어와 넘치고 다시 나갔다.

그녀를 보낸 그곳에 걸어 온 영빈은 무릎을 꿇었다. 그의 완전히 앞으로 고꾸라지고 말았다. 오래도록 그는 일어설 줄 몰랐다.

해가 바다위에서 점점 아래로 내려가는 그 때에야 그는 일어나 눈물을 닦고 차를 타고 채석강을 떠났다.

영빈의 마음을 아는지 갈매기가 ‘끼룩.끼룩.“ 울며 서해하늘로 높이 날아가고 있었다.

집에 도착한 영빈이는 그날 저녁식사를 할 수 없었고 방문을 안에서 잠그고 하은이 시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유월이 오기 전에 함께 선정한 60편의 시들 속에 ‘ 눈부셔라, 금판리 들녘은 ’ 이라는 두 사람이 겨울에 걸었던 그 작품도 있었다.

영빈이는 그날부터 하은이의 시작노트를 가슴에 안고 잠을 청했다.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평안했고 그녀가 곁에서 자신을 지켜보는 거 같았다.


구월이 오고 있었다. 여름방학이었고 지친 영빈을 어머니는 정성껏 보살펴 가을학기에 등록할 수 있었다.

교정에 다시 선 그는 소나무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언제나 긴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기며 기다리던 그녀는 이제 보이지 않았다.

영빈은 다시 기숙사로 돌아가 하은이의 시집뭉치를 들고 소나무 의자에 앉았다.

“ 하은아. 시집을 내야하는데 난 모르잖아. 그래서 국문학과 오 교수님 만나려해. 괜찮치?”

“ ...”

“ 서문도 쓰고 평론가의 비평도 뒤에 실어야하는데 그런데 난 평론은 싣기 싫다.”

“ ...”

“ 내일 오전수업이 없으니 국문학과 오 교수님 만나 상의 하고 시집 만들게.”

“ ...”

강휘가 걸어오다가 영빈이 혼자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발을 멈추었다. 하은이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잘 알고 있기에 그는 뒤돌아 걸어가고 있었다.


다음 날 오교수 교실을 찾아간 영빈이가 정중하게 인사를 하자 자리에 앉으라고 권했다.

“ 처음 뵙겠습니다. 사회학과 임 영빈입니다.”

“ 자네가 올 줄 알았네. 잘 왔네.”

“ 예?”

“ 하은이랑 올 겨울에 결혼식 날까지 잡은 것 알고 있었네.”

“ 예. 죄송합니다.”

“ 정말 아까운 시인 하은이를 잃었지. 기대가 큰 인재였는데...”

“ 졸업 전에 시집내자며 함께 선정한 작품 가져왔습니다.”

“ 오. 그래? 어디보자.”

오교수는 빼앗듯이 영빈에게 건네받았다. 그는 하은이 작품을 보며 말없이 작품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다 본 후에 영빈을 바라보았다.

“ 하은이 시집 서문은 내가 쓰는 게 맞겠지? 내가 지도교수였다네.”

“ 예. 무척 좋아할 겁니다. 고맙습니다.”

“ 뒤에 평론을 싣지 않으려 하네. 하은이 작품을 이 때 누가 논하겠는가?”

“ 예. 교수님 출판사는 어디로 하면 좋겠습니까?”

“ 내가 집이 서울이야. 후배가 경영하는 출판사에 의뢰하겠네. 어떤가?”

“ 정말 고맙습니다. 교수님.”

“ 아닐세. 내가 아끼던 제자의 시집 만드는 거 내가 도와야지.”

“...”

“ 녀석이 하늘나라에서 만나면 그 해맑은 미소 내게 보여주지 않겠나.”

오교수의 말끝이 흐려지고 그는 아쉬운 듯 하은이의 작품을 오래도록 만지고 있었다.

“ 고맙네. 내게 작품을 맡겨줘서...”

“ 아닙니다. 시집 출간하는 비용은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교수님.”

“ 자네가 하은이를 얼마나 아꼈는지 이제야 알 것 같네.”

“ 교수님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부탁합니다.”

“ 차 마시는 것도 잊고 다음에 맛있는 커피 같이 마시자.”

영빈이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오 교수 교실을 나왔다. 국문학과 건물을 복도

를 걸어가다 승미와 마주 쳤다.

“ 영빈씨. 저희 건물에 오시고 아. 아. 하은이 시집.”

“ 맞습니다. 오 교수님에게 작품 맡겼습니다. 흔쾌히 맡아 출간하신답니다.”

“ 잘 됐네요. 하은이에게 넌 큰 시인이 될 꺼다. 늘 말씀하셨는데...”

“ ...”

“ 갈게요. 시집 나오면 주세요.”

승미가 영빈에게 눈인사를 하고 자리를 피하고 그도 승미와 말할 수 없었다. 그는

하은이와 만났던 그 자리로 걸어가고 있었다.

" 하은아. 하늘나라에서 보고 있었지? 오교수님한테 시집 부탁했다."

영빈은 하은이의 빈자리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사무치게 그리움에 감정이 북받쳐 오랐다 .


노을이 물드는 하늘 위로 그는 시선을 던지고 그렇게 오래도록 서 있었다.




겨울 눈보라 치는 채석강가에서 하은을 그리워하며 무릎을 꿇는 영빈의 등위로 눈은 쌓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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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부 채석강, 노을은 붉다 +2 18.06.15 127 0 7쪽
49 49 부 어머니와 마지막 여행 18.06.14 309 0 7쪽
48 48 전주, 교환교수로 오다 18.06.13 107 0 7쪽
47 47부 그리운 아버지 18.06.12 113 0 7쪽
46 46 부 도빈, 도예전 열다 18.06.11 126 0 7쪽
45 45 대학교수 되다 18.06.07 132 0 7쪽
44 44 부 영빈 박사학위 받다 18.06.07 234 0 7쪽
43 43 부 강휘, 신혼여행 18.06.06 120 0 7쪽
42 42부 쪽빛 바다, 눈부시다 18.06.05 116 0 7쪽
41 41부 별빛, 아득한 그리움 18.06.04 136 0 7쪽
40 40 부 은혜, 꿈꾸다 18.06.01 105 0 7쪽
39 39 부 샹제리제, 그 화려함 18.05.31 135 0 7쪽
38 38 부 늦가을, 하늘은 푸르고 18.05.30 127 0 7쪽
37 37부 액자, 돌려 주다 18.05.29 116 0 7쪽
36 36 부 강휘, 돌아가다 18.05.28 117 0 7쪽
35 35 부 보르도, 와인에 취하다 18.05.25 118 0 7쪽
34 34부 앵발리드를 보다 18.05.24 254 0 8쪽
33 33 부 여행을 즐기다 18.05.23 117 0 7쪽
32 32 부 강휘, 파리에 오다 18.05.22 109 0 7쪽
31 31 부 파리로 떠나다 18.05.21 118 0 7쪽
30 30 부 시화전, 그녀 시 낭송되다 18.05.18 106 0 7쪽
29 29부 유고시집 출간하다 ( 3 ) 18.05.17 97 0 7쪽
28 28부 유고시집 출간하다 ( 2 ) 18.05.16 136 0 7쪽
» 27 부 유고시집 출간하다 ( 1 ) 18.05.15 99 0 7쪽
26 26 부 채석강, 하은 안아 주다 ( 2 ) 18.05.14 100 0 7쪽
25 25 부 채석강, 하은 안아주다 ( 1 ) 18.05.11 127 0 7쪽
24 24 부 유월, 덩굴장미 피어나다 ( 2 ) 18.05.10 119 0 7쪽
23 23 부 유월, 덩굴 장미 피어나다 ( 1 ) 18.05.09 137 0 7쪽
22 22 부 축제 끝나다 ( 2 ) 18.05.08 122 0 7쪽
21 21부 축제 끝나다 ( 1 ) 18.05.07 109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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