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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선화 님의 서재입니다.

마주 보며 떠나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일반소설

김한나
작품등록일 :
2018.04.10 11:30
최근연재일 :
2018.06.15 08:00
연재수 :
50 회
조회수 :
6,562
추천수 :
0
글자수 :
157,135

작성
18.05.17 07:08
조회
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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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29부 유고시집 출간하다 ( 3 )

cc커플로 결혼을 앞두었던 영빈과 하은의 사랑이야기. 하은의 불의의 사고로 영빈은 남은 일생을 홀로 살아간다.




DUMMY

토요일 오후에 전주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에게 하은의 시집을 나누었다.

그녀의 시집 첫 장을 열며 보던 어머니가 하은이 얼굴을 쓰다듬으며 혼잣말을 했다.

“ 이리 젊고 예쁜 하은이를 ...”

아버지도 도빈이도 아무 말 없이 그냥 시집을 보고 있었다. 영빈이가 이층으로 올라가 바바리를 걸치고 시집을 들고 어머니에게 말했다.

“ 어머니. 부안 집에 가서 시집 드리고 오겠습니다.”

“ 그래. 안부전해라.”

그렇게 영빈이는 차를 몰고 김제를 지나 백산을 지나며 차의 속도를 줄이며 하은이가 좋아하는 금판리 들녘을 바라보았다.

널따란 들은 황금빛으로 물든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천천히 가면서 그녀의 해맑은 미소를 생각했다.

“ 하은아. 잘 있는 거지?”

영빈은 혼잣말을 하며 부안읍내로 그리고 동중리 골목으로 접어들었다. 영빈이가 꽃다발을 들고 하은이네 집에 갔다. 이젠 예슬이도 전주교육대생이 되었고 토요일이라 집에 있었다.

“ 어머님 접니다.”

영빈이의 목소리에 가족 모두 놀라 문을 열고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밖으로 나가 영빈이와 함께 들어왔다.

“ 절 받으십시오.”

“ 절은 무슨 ... 그냥 앉게나.”

“ 아닙니다.”

영빈이는 가방을 내려놓고 절을 하고 무릎 꿇자 아버지가 말했다.

“ 편안히 앉게나. 그래 무슨 일인가?”

“ 예. 하은이 시집 나왔습니다.”

“ 하은이 시집이라고?”

“ 예. 봄에 같이 선정한 작품 승미씨가 집 정리할 때 건네 줬습니다.”

“ 그래서 익산에 왔었구만. 난 알지 못했는데...”

“ 여기 받으십시오. 하은이 시집입니다.

영빈은 가방을 열고 세 권의 시집을 건네었다. 어머니가 빨리 첫 장을 열고

하은이의 사진을 보고 어머니가 눈가를 훔치며 말을 흐렸다.

“ 그 들판을 하은이는 늘 말했었지. 아름답다고.”

손으로 천천히 어루만지듯 하은이 얼굴을 만지고 있었다.

“ 예. 지난겨울에 같이 걸었습니다.”

“ 그랬구나...”

“ 저는 만나야할 사람이 있어 일어나겠습니다.”

“ 그래. 어서 가보게.”

하은 어머니는 영빈이가 차에 올라 떠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가 인사를 다시 하더니 차를 몰고 떠났다.

영빈이가 찾아간 곳은 채석강이었다. 늦가을의 서해는 쓸쓸해 그의 마음을 더 아프게 만들었다.

바바리를 입은 영빈이는 하은이 시집을 가슴에 안고 그녀가 떠난 자리에 우뚝 섰다. 바다를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그가 고꾸라지며 무릎을 꿇고 말았다.

“ 하은아! 하은아! 보고 싶다.”

영빈은 시집을 안고 바닷가 모래 위에서 뒹굴고 말았다. 어둠이 내리고 밤공기도 찬데 하늘에는 별들이 총총히 빛나기 시작했다.

그 별이 빛나는 채석강 밤바다로 영빈은 하은이 시집을 무릎을 꿇으며 보내고 있었다.

“ 하은아. 불문학으로 전공을 바꾼다. 고등학생 시절 문학반에서 활동한 경험을 살려 그리고 네가 나 때문에 그리 된 것을 이제 그만하고 싶다.”

“ ...”

“ 그래. 마침 전북대학교에 불문학과도 있으니 토요일에 집에 가서 불어 개인지도를 받겠어.”

“ ...”

“ 어차피 이번에 수업일수가 모자라 졸업도 못하니 코스모스 졸업까지는 시간도 있어.”

“ ...”

“ 프랑스에서 불문학교수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네가 없는 한국엔 돌아오지 않겠다.”

“ ...”

“ 천국 강가에서 지금도 시 짓고 있어?”

“ ...”

“ 너랑 만날 때 까지 잊지 않을게. 하은아. 사랑해.”

“ ...”

그렇게 하은이가 떠난 바닷가에서 혼잣말을 하며 누워있었다. 그가 한기를 느끼고 일어나 차로 변산반도를 끼고 국도를 달리고 있었다.

전주로 돌아가는 영빈이 차 뒤꽁무니에 낯선 늦가을 달빛이 함께 달려가고 있었다.


전주 집에 이르고 어머니는 영빈을 맞아주었다.

“ 늦었구나?”

“ 주무시지 않고...”

“ 니 마음이 어떨지 아는데 잠은... 밥 먹자.”

“ 생각 없습니다.”

“ 얼굴에 쓰여 있구나. 이제 너도 살아야지.”

“ ...”

“ 니 마음을 몰라서가 아니다. 그래도 니 삶에 충실해지자.”

“...”

“ 자 어서 앉자.”

어머니는 영빈의 손을 잡고 식탁으로 같이 가 위자에 앉혔다.

“ 에미도 너랑 같이 먹으려고 기다렸다.”

상위에 상보를 걷자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음식들이 놓여있었다. 그랬다.

그가 의대를 포기했을 때도 어머니는 아들편이 되었다.

아버지의 불같은 화를 영빈 앞에서 막아서며 무마시켰던 어머니였다. 그가 좋아하는 꽃게탕을 떠서 영빈 앞에 놓으며 말했다.

“ 니가 좋아하는 꽃게탕 끓였다. 어서 먹자.”

“ 고맙습니다 어머니.”

“ 그게 무슨 말이야?”

“ 고맙다니 원 별소릴 다 듣는다.”

“ 잘 먹겠습니다.”

영빈이가 맛있게 밥 한 그릇을 다 비우자 어머니가 만족스런 얼굴로 아들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 늦었다. 씻고 어서 올라가 자라.”

“ 예.”

아들이 가방을 들고 올라가자 어머니는 식탁을 정리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침대의 초록 작은 불이 켜져 있었다.

“ 영빈이 괜찮아 보입디까?”

“ 옷에 모래가 묻어있는 거 보니 채석강 갔다 온 거 같아요.”

“ 그리 쉽게 잊겠소.”

“ 얼마나...”

“ 우리는 그저 지켜볼 수밖에. 그만 잡시다.”

“ 영빈이 불쌍해서 어떡해요.”

“ 시간이 필요하겠지.”

“ ...”

“ 이제 유학을 결심했으니 두고 봅시다.”

어머니가 아버지 곁에 눕자 안아주며 등을 도닥여 주었다.

잠옷차림의 영빈이가 달빛이 들어오게 창문을 열어놓았다. 이 가을밤에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오고 담에 있는 감나무 잎 새에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도 들려왔다.

한국에서 마지막 가을이 가고 있구나. 함께 파리로 가자던 하은을 보내고 그는 모두가 잠든 가을밤에 혼자 물끄러미 귀뚜라미 소리가 들려오는 담장 아래를 바라보았다.

영빈은 잠옷 위에 바바리를 걸치고 조용히 이층을 걸어 내려가고 있었다. 현관문을 밀치고 꽃밭으로 다가가서 메말라가는 장미 몇 송이를 어루만지고 구절초가 하얗게 핀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담 곁에 있는 대봉 감나무아래에 서서 올려다보았다. 달빛이 쏟아지는 대봉감이 주홍빛을 빛내고 있었다.

그는 집안의 담장 아래로 고개를 숙이고 천천히 돌 때에 달빛이 온전히 감싸주었다.


얼마나 그 담 곁에서 서성였을까? 한기를 느끼고 영빈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와 이층 방으로 천천히 올라갔다.

이층으로 올라가는 아들의 발걸음 소리에 어머니는 아버지의 품으로 안기면서 중얼거렸다.

" 내 아들이 언제까지 저리 마음아프며 살아갈까요."

" ..."

아버지가 아무 말없이 어머니를 꼭 안아주었다.




겨울 눈보라 치는 채석강가에서 하은을 그리워하며 무릎을 꿇는 영빈의 등위로 눈은 쌓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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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50부 채석강, 노을은 붉다 +2 18.06.15 127 0 7쪽
49 49 부 어머니와 마지막 여행 18.06.14 309 0 7쪽
48 48 전주, 교환교수로 오다 18.06.13 107 0 7쪽
47 47부 그리운 아버지 18.06.12 113 0 7쪽
46 46 부 도빈, 도예전 열다 18.06.11 126 0 7쪽
45 45 대학교수 되다 18.06.07 132 0 7쪽
44 44 부 영빈 박사학위 받다 18.06.07 234 0 7쪽
43 43 부 강휘, 신혼여행 18.06.06 120 0 7쪽
42 42부 쪽빛 바다, 눈부시다 18.06.05 116 0 7쪽
41 41부 별빛, 아득한 그리움 18.06.04 136 0 7쪽
40 40 부 은혜, 꿈꾸다 18.06.01 105 0 7쪽
39 39 부 샹제리제, 그 화려함 18.05.31 135 0 7쪽
38 38 부 늦가을, 하늘은 푸르고 18.05.30 127 0 7쪽
37 37부 액자, 돌려 주다 18.05.29 116 0 7쪽
36 36 부 강휘, 돌아가다 18.05.28 117 0 7쪽
35 35 부 보르도, 와인에 취하다 18.05.25 117 0 7쪽
34 34부 앵발리드를 보다 18.05.24 254 0 8쪽
33 33 부 여행을 즐기다 18.05.23 117 0 7쪽
32 32 부 강휘, 파리에 오다 18.05.22 109 0 7쪽
31 31 부 파리로 떠나다 18.05.21 118 0 7쪽
30 30 부 시화전, 그녀 시 낭송되다 18.05.18 106 0 7쪽
» 29부 유고시집 출간하다 ( 3 ) 18.05.17 97 0 7쪽
28 28부 유고시집 출간하다 ( 2 ) 18.05.16 136 0 7쪽
27 27 부 유고시집 출간하다 ( 1 ) 18.05.15 98 0 7쪽
26 26 부 채석강, 하은 안아 주다 ( 2 ) 18.05.14 100 0 7쪽
25 25 부 채석강, 하은 안아주다 ( 1 ) 18.05.11 127 0 7쪽
24 24 부 유월, 덩굴장미 피어나다 ( 2 ) 18.05.10 119 0 7쪽
23 23 부 유월, 덩굴 장미 피어나다 ( 1 ) 18.05.09 137 0 7쪽
22 22 부 축제 끝나다 ( 2 ) 18.05.08 122 0 7쪽
21 21부 축제 끝나다 ( 1 ) 18.05.07 109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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