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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선화 님의 서재입니다.

첫사랑, 그리움이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김한나
작품등록일 :
2017.10.17 20:10
최근연재일 :
2017.11.15 08:37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1,663
추천수 :
4
글자수 :
88,221

작성
17.10.18 15:16
조회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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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8쪽

채희의 어린 시절

사랑이란... 그리움. 마주보며 서로를 섬기는 거




DUMMY

여름성경학교가 시작되어서 동네아이들 잔치가 벌어졌는데 반사로 있는 어머니의 손을 잡고 채희는 환하게 웃으며 작은 교회로 들어섰다.

풍금에 맞춰 아이들은 큰 소리로 찬송을 부르고 선생님들의 말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고 그 곁에 있는 커다란 눈깔사탕에 시선이 모여 있었다.

아이들의 마음을 이미 다 알고 있는 선생님들이 서둘러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었다.

그 사탕은 깨물지도 못하게 커서 그냥 입속에 녹여먹는 수밖에 없었다. 한여름 오후에 지훈이는 친구들과 함께 시냇가에서 헤엄을 치며 놀았다.

그러다 다슬기가 보이면 잡아 검정고무신 두 짝에 넘치도록 잡아서 집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럴 때면 지훈 어머니는 된장을 풀고 다슬기를 삶아서 먼저 채희네로 가져갔다.

“ 시원하게 잡수셔요. 지훈이가 멱 감다가 잡아왔구만요.”

“ 고맙습니다.”

“ 아니구만이라.”

사발그릇에 파란 국물이 맛깔스러워보였다.

여름 어느 날 오후 긴 대나무 꼭대기에 거미줄을 뭉쳐서 지훈이는 대나무를 들고 시냇가로 갔다.

거기에는 왕잠자리가 나르고 있었다. 왕잠자리는 수컷과 암컷의 색이 달랐다.

하얀 원피스에 빨강 땡땡이가 꽃핀 원피스를 입은 채희는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마냥 즐거워하며 웃곤 했다.

시냇물 위로 앉아서 꼬리를 물속에 담그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거미줄을 뭉친 대나무를 날개에 갔다 대면 날개에 꼭 붙어서 그대로 잡히고 말았다.

정말 예쁜 잠자리를 한 손으로 나비 날개를 집어 들고 옆에서 배시시 웃는 채희의 손가락 사이에 끼어주었다.

매미가 한 마리가 울자 주위의 모든 매미가 요란스럽게 울기 시작했다. 감나무 꼭대기에서 지훈이는 조심스럽게 올라가서 매미를 잡고 내려왔다.

“ 오빠 천천히 내려와 .”

“ 알았다.”

지훈이가 내려와 마음이 조마조마해서 올려다보는 채희의 손에 들려진 곤충채집 통속에 넣었다.

넓은 마당에 작은 빨강 잠자리 떼도 아름다웠던 그 해 여름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밤이면 마당에 평상에 누워 채희는 별을 바라보았다. 할머니는 모시이불을 가져와 배탈이 난다며 채희를 덮어주었다.

할머니 손에 들려진 춘향이와 이도령이 그려진 부채로 모기가 문다며 쫓아주었다. 어느 때에는 별똥별이 꼬리를 물고 멀리 사라져 갔다. .

달님이 떠오르지 않는 밤에도 은하수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었다. 매캐한 모깃불이 사그라지는 때면 잠이 든 채희를 아버지가 안고 방으로 들어갔다.

가을이면 논배미를 돌아다니며 메뚜기를 잡으러 우르르 아이들이 달려갔다.

날아오르는 메뚜기 떼를 잡으러 벼이삭을 꺾어 거기에 메뚜기목을 꿰어 달렸다.

어린 시절 철없던 때 달려가는 그 들판은 얼마나 아름답던지... 지훈이 뒤만 졸졸 따라다녀도 채희는 즐거웠다.

구름 한 점 없는 높은 하늘과 널따란 논에 참새들은 떼 지어 날아들고 큰 아이들은 ‘ 훠이 훠이 ’ 소리 높여 참새들을 내 쫓았다. 우르르 날아가는 참새 떼.


그 누런 들판을 보며 아이들은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가을의 노랑주홍빛 노을 속을 달리곤 했다.

그 무렵이면 앞산 산중턱에는 단풍이 들기 시작했다. 노란색으로 갈색으로 붉은색으로 온 천지가 아름다운 가을이 올 때면 과일들도 향긋하게 익어갔다.

지훈이는 산으로 가서 다래랑 으름이랑 채희가 좋아하는 산과일들을 따와 수줍게 내밀곤 하였다.

채희네 집에는 많은 사람들이 추석 오래전부터 여러 가지 음식들을 하려고 붐비기 시작했다.

그럴 때면 지훈 어머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것저것들을 시키곤 했다. 추석이 되기 전날 따로 보관하게 한 것을 빼고 다 차려진 음식들을 골고루 나눠 모두 돌아가게 했다.

만석꾼의 부요함을 혼자서 누리지 않고 기쁜 마음으로 나누며 명절을 보냈다. 그리고 첫서리가 내리고 이내 추운 겨울이 다가왔다.

추수가 다 끝나고 농한기에는 꽁꽁 언 시냇가에서 지훈이는 자기가 만든 썰매에 채희를앉히고 신나게 달렸다.

두 볼이 겨울바람에 빨갛게 되어도 겨울은 어린애들에게 다른 즐거움을 주곤 했다.

그 겨울 들판에서 지훈이와 친구들은 집에서 가져 온 고구마를 불타는 곳에 던져 넣어 한참을 놀고 와 잘 익은 고구마를 입가에 까만 검댕이 묻어도 킬킬거리며 먹었다.

그 곁에서 채희는 지훈이와 함께 입이 검댕이가 되어도 웃으며 따라다녔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교회에 다니지 않았던 동네아이들도 아이들의 찬송과 무용을 보면서 학예회를 보는 듯이 즐거웠다.

그거보다 더 좋은 건 집으로 가는 길에 구호물자와 작은 선물꾸러미가 그들의 손에 들려진 것이었다.


채희는 아직도 초등학생이었지만 그 시절엔 등교시간이 비슷하여서 지훈이는 중학교 졸업 때까지 늘 학교 앞까지 데려다 주었다.

지훈이는 중학교에서 공부도 늘 상위권이었지만 그림에 특별한 재능을 나타내었다. 미대를 갓 졸업한 미술선생님이 담임선생님이 되어서 지훈이의 남다른 재능에 관심을 보였다.

선생님에게 그림을 개인지도 받았던 지훈이의 집안 사정을 안 선생님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중학교 3학년 때 도내학생미술대전에서 금상을 받았다.

모두 부러워하며 좋아했지만 지훈 아버지는 그림이 다 뭐냐고 중학교만 졸업하고 농사일이나 배우라면서 호통을 치곤했다.

그러나 미술선생님은 재능을 그리 묻히면 어쩌나 안타까워했다.

선생님은 집까지 찾아와 지훈 아버지와 어머니를 설득하여 전주로 고등학교에 갈 수 있었다.


지훈이는 전주에 있는 고등학교에 합격하자 채희 어머니가 그때도 사랑으로 모든 것을 베풀어서 다니게 되었다.

지훈이가 집을 떠나서 자취를 한 그때부터 새벽에는 신문을 돌리고 방과 후에는 오직 그림을 그리는데 시간을 쏟았다.

이내 미술선생님의 배려로 다시 개인지도를 받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 때 미술선생님도 지훈이의 재능을 높이 사 개인지도를 해주었다.

토요일에는 기차를 타고 내려와 채희네 집에서 그리고 아버지의 일을 힘껏 도왔다.

학비를 벌기위해서 지훈 어머니는 송아지를 사다가 기르기 시작했다.

아들이 고등학교로 만족할 것 같지 않고 더 배우는 것에 대비했다.

미리 학비를 마련하려고 돈이 모아지는 데로 송아지를 사서 들판에 풀어놓고 키웠다.

어머니의 마음을 안 지훈이도 토요일마다 내려와 이제는 다섯 마리로 늘어 난 소들을 끌고 풀을 찾아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돌보았다.

초등학교에 다니는 채희를 보기 위해 열심히 교회에 갔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같은 교회 안이지만 장소는 달라 먼발치에서 채희를 보고 반가운 마음을 표현하지도 못하는 지훈이의 첫사랑이었다.

중 고등부예배를 마치고 오후에 기차를 타고 전주로 돌아가곤 했다.

채희도 훌쩍 커버려서 초등학교 상급생이 되었고 여전히 지훈이를 잘 따랐다.

초등학교 졸업반이 되었을 때에 이모가 있는 전주로 중학교를 보내기로 결정한 아버지랑 어머니도 채희를 데리고 시험을 보러 전주로 갔다.

경기전에서 가까운 학교에 무난히 합격하자 채희는 기뻐하며 좋아했다.

‘ 뭐가 그리 좋을까?’

어머니는 채희의 들뜬 모습을 보며 웃어버렸다. 학기말 방학으로 집에 온 지훈이는 채희가 전주에 있는 학교에 합격한 사실을 알고 좋아했다.

자주는 만나지 못하겠지만 같은 도시에 산다는 것으로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기분이었다.

지훈이는 가난한 고등학생으로 아르바이트를 했지만 어렵게 장미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채희의 입학식이 끝나고 교문을 나서는데 헐레벌떡 지훈이는 장미 한 송이를 들고 뛰어오고 있었다. 채희와 아버지 어머니도 모두 놀라 그 자리에 서있었다.


그 장미 한 송이가 채희에게 준 첫 마음의 선물이었다.




두 사람은 어린시절의 좋은 감정을 넘어 이제는 성숙한 사랑을 키워나가는 길로 들어섰다.


작가의말

월요일부터 올려야하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해 급하게 오늘 3 화 까지 올립니다. 내일부터 정상적으로  올리겠습니다. 늘 평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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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그리움이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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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사랑, 그 아름다움 17.11.15 80 1 8쪽
22 그들은 다시 만나고 +2 17.11.14 84 1 9쪽
21 채희, 파리에 빠지다 +2 17.11.13 73 1 9쪽
20 지훈, 방황하다 17.11.10 54 0 9쪽
19 지훈부부 헤어지다 17.11.09 68 0 9쪽
18 채희 파리로 가다 17.11.08 64 0 8쪽
17 그리운 어머니 17.11.07 67 0 7쪽
16 채희는 아프다 17.11.06 54 0 8쪽
15 어머니의 귀향 17.11.03 65 0 9쪽
14 지훈부부, 파리로 가다 17.11.02 54 0 11쪽
13 거짓말, 그 무서운 음모 17.11.01 74 0 7쪽
12 지훈, 꿈을 이루다 17.10.31 62 0 9쪽
11 고향, 늘 그리운 곳이다 17.10.30 60 1 10쪽
10 달밝은 밤에 17.10.27 57 0 9쪽
9 덕소 강가에서 17.10.26 49 0 9쪽
8 사랑은 이별이다 17.10.25 65 0 8쪽
7 사랑, 처절한 아픔 17.10.24 90 0 8쪽
6 채희, 만나다 17.10.23 83 0 8쪽
5 고향에 가다 17.10.20 72 0 10쪽
4 청매 향기 17.10.19 69 0 8쪽
» 채희의 어린 시절 17.10.18 70 0 8쪽
2 감꽃 목걸이 17.10.18 75 0 10쪽
1 찣겨진 마음 17.10.17 17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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