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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수선화 님의 서재입니다.

첫사랑, 그리움이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로맨스

김한나
작품등록일 :
2017.10.17 20:10
최근연재일 :
2017.11.15 08:37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1,662
추천수 :
4
글자수 :
88,221

작성
17.10.17 20:26
조회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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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찣겨진 마음

사랑이란... 그리움. 마주보며 서로를 섬기는 거




DUMMY

화랑 안은 그리그의 ' 솔베지 송'이 흐르고 있었다. 박지훈의 귀국개인전이 끝나는 마지막 날 오후였다.

채희는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 속으로 모자를 더 깊숙이 눌러쓰며 화랑 한가운데에 있는 그림 앞으로 걸어갔다.

일간지 문화면 사진에서 본 한 소녀가 감꽃목걸이를 한 채 환히 웃고 있었다. 이때 윤정이가 달려와 그녀를 제치며 칼로 북북 그 그림을 찢어 버렸다.

관람객들이 아 하는 탄식 소리가 들려왔고 채희는 얼굴을 감싸며 황급히 화랑을 뛰쳐나오고 말았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던 지훈이가 뛰어와 윤정이 뺨을 세차게 때리고 그림을 가슴에 안아들었다.

그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지고 있었다. 윤정이가 그를 쏘아보다가 그대로 화랑 문을 밀치며 뛰쳐나가고 말았다.

채희와의 약속시간에 늦은 순화가 시계를 보며 화랑 골목을 돌아가는데 채희의 차가 골목길을 나오고 있었다.

" 만나기로 하구선... 무슨 일이야?"

순화는 혼잣말을 하며 화랑 안으로 들어갔다. 문화면에 나왔던 그림이 있는 곳이 텅 비어있었다.

이층으로 올라간 지훈이는 다른 그림을 가지고 천천히 내려와 빈 공간에 그림을 걸고 있었다.

그림 속에는 빗속에서 빨강 가방을 멘 소녀를 업고 시냇물을 건너가는 그림이었다. 순화는 그 그림 속에서 채희와 지훈이를 만날 수 있었다.

오랜 시간이 흘렀어도 그의 마음속에 살아있는 채희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었다.

순화는 지훈에게 다가가서 말을 건네었다.

" 지훈 오빠."

그가 순화를 돌아보며 낮은 신음소리를 내었다.

" 순화?"

" 네. 정말 오랜만이네요. 채희랑 여기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보셨어요?"

" 아니"

" 내가 들어올 때 채희가 차를 몰고 나가던걸요?"

" 채희가?"

지훈은 칼로 찢겨진 그 작품을 보고 뛰쳐나가던 관람객이 채희인 것을 알 수 있었다. 꿈에서라도 만나고자 했던 그녀를 눈앞에서 놓쳐버리고 말았다.


" 이층으로 올라가자."

" 그냥 여기서 이야기해요."

이제 곧 문을 닫아야하는 화랑 안에는 지훈 친구들이 모여 들고 있었다. 월간지 여기자도 취재를 하려고 지훈에게 인사를 하며 다가왔다.

그가 목례를 하며 그녀에게 조금만 기다리라며 양해를 구했다. 순화가 가려하자 지훈이가 명함을 꺼내 주며 말했다.

“ 채희에게 전화 꼭 해달라고 전해줘요.”

“ 전하긴 할게요. 그만 가겠습니다.”

순화는 그에게 인사를 하며 화랑을 나오고 있었다. 어둠이 내리는 인사동에 많은 사람들이 골목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시각이었다.

순화도 그 인파속에서 천천히 지하철역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여의나루 역에 내려 집에 도착하자마자 옷도 벗지 않은 채 의자에 앉아서 전화를 하였다.

" 채희야. 나 기다리지 않고 갔니?"

" 응. 내 얼굴이 망가지더라... 그래서"

" 그랬어? 난 그것도 모르고 감꽃목걸이 그림은 없고 대신 소나기속에서 너를 업고 건너던 그림이 걸리더라. 지훈 오빠랑 너였다."

" ... "

" 오늘 마지막 날이잖아. 많은 사람들이 오니까 명함 주더라. 꼭 전화하라고 그러면서"

" ... "

" 너 듣고 있는 거니?"

" ... "

순화는 말없는 채희가 안타까웠다. 두 사람의 오랜 첫사랑을 알고 있어서 더 안타까웠다. 말없이 채희는 스마트 폰 통화종료를 눌렀다. 순화도 착잡한 마음을 어찌할 수 없었다.

채희는 언론사 문화면에 크게 나온 지훈 오빠의 사진을 스크랩하여 자신의 방 이젤 앞에 놓고 스케치를 시작하였다. 정말 중후하게 늙어간 모습에서 지난 날 그 모습을 찾기 어려웠다.

물론 자신도 늙어가고 있음을 거울을 보며 느낄 수 있었다.

지훈 오빠의 어릴 적 시절 모습이 지나가고 중학교 때 모습이 지나가고 그리고 고등학교 때 교복과 모자를 쓴 모습이 지나가고 고등학교 졸업 때 모습이 지나가고 있었다.

미대에 합격했다며 청년이 되어 채희의 집에 인사 온 것을 본 게 마지막 모습이었다. 비록 옷은 남루했지만 그의 당당한 모습이 얼마나 부러웠던지...

그리고 이제 파리에서 화가로 살며 그의 조국 서울에서 개인전을 처음으로 열며 언론사에서 붙인 ‘ 화려한 청년 화가 박지훈 ’이라는 타이틀에 채희는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다.


지숙언니가 자신에게 들려준 말 ‘ 지훈이 결혼했다.’그 말이 거짓이었음을 거의

삼십 여년이 지나서야 알았다.

사소한 거짓말이 채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던 걸 이제야 알았다. 바보같이 확인하지도 않고 그 충격으로 일본대학교로 유학을 떠났던 자신이 그리고 그 곳에서 방황하였던 시절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도 축하해요. 지훈 오빠 ’

채희는 스케치를 하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수채화를 좋아하는 채희의 이젤 위에 지훈 오빠가 조심스러운 붓놀림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었다.

흐르는 눈물이 떨어져 얼굴이 번지고 말았다. 채희가 붓을 놓고 그만 침대에 엎드리고 시간은 그렇게 흘러 어둠이 방안에 가득차고 있었다.

동미가 방을 두드리고 저녁식사를 하자 불렀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일주일이 지난 후에 순화는 지훈에게 전화를 하였다. 전화속의 목소리에서 반가워하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 순화야. 인사동 아는데 말하면 내가 찾아갈게."

" 개인전한 그곳에 찻집도 있는 것 알죠? 내일 오후 두시에 갈게요."

그날 밤 지훈은 오래도록 누나 집 아파트 베란다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팔순 노모가 그를 보면서 거기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 우리나라 오니께 왜 잠이 안 온 다냐? 장가갈 날이 오니께 그런다냐?"

" 어머니. 고향에 갔다 올랍니다."

" 뭣 땜시 간다냐? 넌 지긋지긋 허지도 않냐이. 낸 싫드만..."

" 오랜만에 와서요. 그냥 가보고 싶습니다."

" 그랴. 가고 싶으믄 가야제. 낸 먼저 잘란다. 너도 어여자."

" 네. 먼저 들어가세요."

팔순 노모의 주름진 얼굴에서 지훈은 고향에서 지난 세월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하늘을 올려다보고 그는 방으로 들어왔다.


오래 전에 한국을 떠나 이제는 파리에서 화가로써의 삶을 사는 지훈은 서울에 있는

동안 누나 지숙의 집에서 잠시 머물기로 하였다.

그리고 미뤄온 결혼식도 서울에서 하기로 하였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아들의 결혼

을 반가워하였다.

누나 박지숙은 채희를 잊고 이제는 그만 결혼하라고 채근하였다. 파리에서 만난 윤정은 가난한 화가 지훈을 센강 가에서 만났다.

그가 파리에서 장래가 밝은 화가라는 것을 듣고 어린 마음에 더 사랑하게 되었다.

그러나 지훈이는 마음속에 늘 살아 움직이는 채희를 잊을 수 없었다. 고향의 풍경이 떠오르고 사무치게 채희가 그리울 때면 화구를 들고 센강 가 인적이 드문 곳에서 기억속의 채희를 그리고 있었다.

‘ 채희야.’

이름만 불러도 마음속 깊이에서 배시시 웃으며 다가오는 그녀가 그리워 어느 때는 센강 윤슬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하였다.

그 화려한 예술의 도시 파리. 지독한 가난을 안고 살면서도 그는 오베르 공동묘지의 반 고흐 무덤 앞에서 동생 테오랑 나란히 누워있는 곳에 초록 밀을 한단 올려놓고 하였다.

초록 밀밭이 끝없이 펼쳐진 곳에서 비 오는 날에 그린 그 밀밭에서 지훈이는 비를

맞으며 서 있었다.

밀이 다 익어갈 무렵 ‘ 까마귀 나르는 밀밭 ’ 이라는 그림 속의 그곳에서 그 그림이 있는 광활한 밀밭에서도 고향의 종달새 나르는 보리밭을 생각하였다.

반 고흐의 작은 방 그의 침대 아래로 쌓여 갔던 오베르의 풍경화 그 사후에 고가에 팔려나갔던 가난한 화가 반 고흐 그 방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그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였다.

반 고흐의 하숙집아래 레스토랑에서 그가 즐겨마시던 독한 압생트를 마시며 괴로워하였다.

너무 독한 술이어서 잔이 따로 나오고 그 위에 숟가락을 놓고 설탕을 한 덩이 올려놓아 녹여 마시던 술을 기독교인이면서도 그는 한 잔씩 마시곤 하였다.

겨울이면 루브르의 명화 앞에서 유명한 그림을 그리면서 그의 그림은 또 다른 그림으로 태어나고 있었다.


다음 날 찻집에서 지훈 오빠를 만난 순화는 다짜고짜 격앙된 목소리로 말하였다.

" 지훈 오빤 뭐가 그리 급해서 결혼을 했어요?"

" 누가 결혼을 했다는 거야? 그게 무슨 말이야?"

" 그럼 지숙언니가 거짓말 했다는 거예요?"

" 난 다음 주 토요일에 결혼하는데... 채흰 결혼했니?"

"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둘 다 결혼도 못하고..."

순화는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하고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 채희 지금 뭐해?"

" 이제는 다 지난일 인걸요. 소식은 전할게요. 지훈 오빠 결혼했다는 거 거짓말이고 다음 주 토요일에 한다고요."

" 순화야. 나 채희 꼭 한번만이라도 만나고 싶다."

" ... "

" ... "

" 이제 만나면 뭐해요. 채희가 너무 불쌍하네요."

" 아니야. 한번만 만나게 도와줘."


" 오빠도 채희도 인연이 아닌거죠. 감꽃목걸이 갖고 싶어 하던데..."

“요즘 그 그림 다시 그리고 있다. 완성하면 전할 수 있음 한다.”

“ 언제요? 내가 다시 연락할게요.”

“ 밤새워 그리면 이틀이면 충분해.”

“ 오빠 다시 연락할게요. 그만 갈게요.”

순화는 일어나며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서둘러 그 자리를 벗어났다. 사실 얼마나 불편했던지 그 골목길을 나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두 사람은 어린시절의 좋은 감정을 넘어 이제는 성숙한 사랑을 키워나가는 길로 들어섰다.


작가의말

월요일 부터 올려야 하는데... 늦어졌습니다. 오늘 1화  올리고 내일 2화와 3화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사랑으로 독자분들께 다가가길 원합니다. 평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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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그리움이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사랑, 그 아름다움 17.11.15 80 1 8쪽
22 그들은 다시 만나고 +2 17.11.14 84 1 9쪽
21 채희, 파리에 빠지다 +2 17.11.13 73 1 9쪽
20 지훈, 방황하다 17.11.10 54 0 9쪽
19 지훈부부 헤어지다 17.11.09 68 0 9쪽
18 채희 파리로 가다 17.11.08 64 0 8쪽
17 그리운 어머니 17.11.07 67 0 7쪽
16 채희는 아프다 17.11.06 54 0 8쪽
15 어머니의 귀향 17.11.03 65 0 9쪽
14 지훈부부, 파리로 가다 17.11.02 54 0 11쪽
13 거짓말, 그 무서운 음모 17.11.01 74 0 7쪽
12 지훈, 꿈을 이루다 17.10.31 62 0 9쪽
11 고향, 늘 그리운 곳이다 17.10.30 60 1 10쪽
10 달밝은 밤에 17.10.27 57 0 9쪽
9 덕소 강가에서 17.10.26 49 0 9쪽
8 사랑은 이별이다 17.10.25 65 0 8쪽
7 사랑, 처절한 아픔 17.10.24 90 0 8쪽
6 채희, 만나다 17.10.23 83 0 8쪽
5 고향에 가다 17.10.20 72 0 10쪽
4 청매 향기 17.10.19 69 0 8쪽
3 채희의 어린 시절 17.10.18 69 0 8쪽
2 감꽃 목걸이 17.10.18 75 0 10쪽
» 찣겨진 마음 17.10.17 175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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