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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무구

순진무구한 단편모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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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우드[]
작품등록일 :
2013.05.10 20:58
최근연재일 :
2019.02.10 15:51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5,438
추천수 :
55
글자수 :
39,539

작성
13.06.05 19:29
조회
431
추천
5
글자
9쪽

가카가 문명하셨습니다

DUMMY

여느 때처럼 아침 일찍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 파란 지붕 밑의 익숙하던 침실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허름한 것이 어릴 적 시골집이 떠오른다.


“이상하군.”


잠시 생각을 해본다. 전날의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본다. 보좌관에게 정책 현안에 대해서 일임을 시켰다. G20에 대한 여론을 살펴봤다. 그런 후에 문화부 장관한테서 추천을 받은 문명이라는 것을 해봤다?


-여기에서 기억이 끊겼다.


“내가 존경하는 간디를 만난 것 같은데…….”


간디와 뭔가 거래를 하는 시점에서 의식이 끊겼다. 그리고 기억에 혼란이 일기 시작했다.


“나는……누구지?”


시장? 대통령? 아니 시장이 뭐지? 대통령은 뭐고?


“지도자님!”


아직 혼란을 수습하기 전 누군가가 실내로 들어왔다. 내정장관이었다. 처음 보는 얼굴인데 어떻게 알 수 있는 것이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명하신 강가로 도착했습니다.”


강이라는 단어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익숙한 단어. 설레게 하는 단어. 운명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개척자더러 도시를 확장하라 할까요?”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4대강…….”


“네?”


“아니, 강이 하나로는 부족해. 근접하는 다른 강은 없는가?”


“다른 강은 없는 것 같습니다. 대신 근처에 산은 있습니다.”


산이라는 말에 불현 듯 어떤 이미지가 떠올랐다. 커다랗고 네모난 뭔가를 쌓아서 만드는 벽. 그 벽이 이어지고 이어진 거대한 불가사의.


“……쌓아.”


“네?”


“성을 쌓으면 되겠어.”


“산성이군요. 이름은 어떻게 할까요.”


“내 이름을 붙이면 되겠군.”


산성을 쌓을 것을 지시한 후, 다시 혼자가 된 실내에서 그는 생각에 잠겼다. 깨달은 것이 있다면 지금의 자신이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 사고방식은 같지만 불쑥불쑥 드는 이질감. 미처 융합되지 못한 잔재가 남아있는 기분이다.






“……가카”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양파 같은 기분이 드는 남자다. 희미하게 웃는 얼굴로 사라지는 그에게 말했다.


“너와 난 동문이잖아!”


그 순간 눈이 떠졌다. 또 하루가 지나 있었다. 눈앞에는 처음 보지만 역시 낯설지 않은 외교내정자가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지도자님.”


“……뭔가 그리운 이를 본 것 같군.”


머리를 한 차례 내저은 그는 외교내정자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가?”


“우리 문명이 다른 문명과 조우했습니다.”


“다른 문명?”


“밖에 있는데 안으로 들일까요?”


잠시 후. 고압적인 이미지를 주는 다른 문명의 사신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 사신은 자신이 아메리카 문명에서 왔다고 했다.


'아메리카!‘


문명의 이름을 들은 그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떻게 생각하면 사랑에 빠진 소녀의 마음. 간과 쓸개까지 빼주고플 정도의 배려심이 무럭무럭 솟았다. 아메리카가 사람이라면 똥을 싸고 난 후의 똥꼬까지 핥아주고플 정도였다.


“당신들과 국경개방을 했으면 합니다.”


국경개방을 원하는 아메리카의 사신에게 그는 자신도 모를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 아메리카의 사신이 떠난 후, 외교내정자는 잔뜩 굳은 얼굴로 그에게 따졌다.


“지도자님 어째서 이런 조건을 제시한 것입니까?”


“국경개방에 그들에게 다소의 금을 받기로 한 것이 어때서 말인가?”


“우호를 위해서 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뭐가 문제지?”


“그 댓가로 우리 문명에 필요 없는 ‘소’를 무제한 받아들이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그 정도가 어때서 그런가. 더 잘해주지 못 해서 미안한 기분이 들거늘.”


“이대로라면 우리 문명의 행복도가 떨어지고 맙니다.”


“그게 어쨌다는 건가.”


황당한 표정이 된 외교내정자는 뭔가 말하려다 입을 굳게 다물곤 자리를 비켰다. 그리고 다음 날 일본 문명의 사신이 왔을 때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일본 문명의 사신은 국경개방에 이어 한 가지를 요구했다.


“당신 문명의 차지하고 있는 도시 중 섬 도시 하나를 우리에게 주시오.”


당장이라도 기꺼운 마음으로 내어주려는 그를 외교내정자가 눈을 부릅뜨고 바라봤다. 그 시선에 헛기침을 한번 한 그는 일본 문명 사신에게 나지막하게 말했다.


“지금은 곤란하오. 잠시 기다려주시오.”






다음 날. 군사내정자가 나타났다. 역시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익숙했다. 간단하게 군례를 취한 군사내정자는 또박또박 용건을 말했다.


“지도자님. 우리의 문명은 현재 군사가 적습니다. 지도자님께서 군사에 투자해주시기를 청원합니다.”


그는 잠시 생각한 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아. 아메리카 문명‘님’이 알아서 지켜줄거야.”


“지도자님. 자칫하면 우리 문명이 다른 문명에 합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시 한 번 재고를”


정색하는 군사내정자에게 그는 외쳤다.


“그딴 거 보다 경제가 중요하다고!”


“그렇지만 지도자님. 현재 경제쪽은 문제가 없…….”


군사내정자를 그대로 쫓아낸 그는 잠시 생각 후, 경제내정자를 불러들였다. 자신을 호출한 이유를 묻는 경제내정자에게 그는 말했다.


“강 정비가 필요할텐데 말이야.”


“네? 강 근처의 식량 구획 개발 완료한지 이미 오래입니다.”


“누가 식량을 개발하라고 그랬나!”


“그러면 지도자님 노동자들더러 교역소로 바꾸라고 할까요?”


“아니. 돈 아깝게 노동자를 왜 쓰나. 군인들을 시켜서 운하를 파도록 해.”


“예? 운하라니요?”


“경제는 운하로 성장한다.”


황당한 표정이 된 경제내정자가 되물었다.


“운하를 만들게 되면 배추 같은 식량이 모자라게 됩니다. 이것은 어떡하면 좋을까요?”


“중국 문명에게 전략 자원을 주고 사면 돼.”


마뜩찮은 표정으로 경제내정자가 물러가고 이번에는 외교내정자가 들어왔다.


“지도자님. 우리의 외교는 실속이 없습니다. 다른 문명에게 퍼주기만 하고 받아내는 것이 없습니다.”


“괜찮아.”


“아니요. 이대로라면 우리 문명은 피폐해지고 맙니다. 대책이 필요하다고요.”


“참아. 우리의 국격. 아니, 문명격이 오르는 거니까.”


며칠이 지난 후, 내정장관이 창백한 표정으로 나타났다.


“지도자님. 큰일입니다.”


“뭐가 말인가?”


“우리 문명의 사치품이 외교로 다른 문명에 다 보내짐에 따라 시민들의 행복지수가 급격히 떨어졌습니다.”


“나도 한때는 사치해봐서 아는데, 근검한 게 좋더라고.”


“예?”


얼굴이 굳어버린 내정장관은 한 숨을 내쉬더니 조심스레 그에게 물었다.


“지도자님이 지시하는 일련의 행동이 자신의 사리사욕 때문이라는 말이 돌고 있음을 아십니까?”


“그거 다~ 거짓말입니다. 라고 말해야 하나? 그것은 오해다!”


“오해라고요?”


“나는 어디까지나 친서민이야.”


그의 표정은 하늘에 한 점 부끄럼이 없었다. 그렇지만 어째서인지 문명의 행복도는 마이너스를 갱신하였고, 내정자들의 불평은 매일같이 치솟았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여러 문명에 아낌없이 퍼주었건만 정작 호감은 주지 못 하는 나날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인도 문명의 지도자가 내방하셨습니다.”


어떤 운명의 장난일까. 그동안 보고자 하였으나 접할 수 없었던 최강의 문명. 그 문명의 지도자가 직접 찾아왔다는 말은 그조차도 놀랄 만한 일이었다.


“무엇을 원합니까?”


그가 떨리는 소리로 묻자 인도 문명의 지도자 -간디-는 게슴츠레 뜬 눈을 아래로 향했다.


“옥수수와 당신 발가락의 다이아 반지를 바꾸길 원하오.”


“드, 드리겠습니다.”


몰래 숨기고 있었던 것을 간파당한 그는 내정담당자의 싸늘한 눈빛을 의식했다. 자신이 몰래 챙겼다는 오해를 사게 된 것 같지만, 이것은 결격사유가 못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대로 있으면 자신의 지지율이 50% 이하가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의 위엄을 보일 필요가 있어.’


반지를 받고 그대로 돌아가려는 간디를 그는 불러세웠다.


“나에게 자비를 구하는가?”


무심하게 말하는 간디에게 그는 나름 의연한 태도로 말했다.


“순순히 갠지스 강을 넘기지 않으면 촛불사태를 보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의 의식은 멀어져갔다.






“괜찮으십니까? 가카!”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눈을 뜬 그는 흐릿한 눈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자신의 집무실이었고, 옆에서 부르는 이는 비서실장이었다.


“아, 꿈이었군.”


뭔가 이상한 꿈이라는 생각을 하며 컴퓨터를 끈 그는 탁상위의 달력을 바라봤다.


“어?”


달력에 표시된 오늘은 자신의 임기 마지막 날이었다.


작가의말

예전에 문명하다가 써본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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