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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fle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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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nifle
작품등록일 :
2016.03.19 09:17
최근연재일 :
2019.04.04 19:57
연재수 :
266 회
조회수 :
201,565
추천수 :
2,609
글자수 :
1,493,079

작성
16.10.14 13:00
조회
658
추천
8
글자
12쪽

104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4)

DUMMY

완전한 폐쇄 아공간. 지하스가 가지고 있던 것과 같은 종류의 것이 분명했다.


“무례하군요.”


본래 공증인을 세울 때에는 당사자의 허락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것이 예의였다. 하지만 이리안은 그것을 알면서도 단지 한마디 작은 불평을 할 뿐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았다.


‘나중에 써먹을 때가 있겠지.’


정치와 외교란 원래 아주 사소한 명분이 큰 것을 가져오기 마련이었으니까. 이정도면 제법 쓸만한 명분을 확보한 셈이니 크게 나쁠 것은 없었다. 애초에 아인즈를 위해 공증을 해 주려 하고도 했었고.


“나, 다리안 사일론 가스커드는 나의 이름과 가문의 명예 아래 기사도의 맹세를 따라 기사전을 따른다!”


당장이라도 자신을 찢어 죽일 듯 노려보는 다리안을 보다 이리안과 눈이 마주치자 자신을 걱정하는 이리안의 모습이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사일론의 곁에 서 있는 이들이 결코 평범한 이들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왠지 두명의 판이한 시선을 본 순간 장난기가 솟아 올랐다.


‘조금, 놀래켜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어차피 허울뿐인 이름이지만 서도, 세상에는 그런 것이 잘 먹히는 편이었으니까.


“나, 아인즈 위즈 에르는 나의 이름과 나의 명예 아래 세계를 구성하는 지혜를 따라 기사전에 임한다.”


요식일 뿐인 허식. 하지만 그 말에 다리안의 눈이 홉떠졌다.


“위즈? 네놈이! 그 미들네임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는 있는 것이냐!”


“물론, 최소 마도사급의 격을 이루었을 때에 사용하는 이름이지. 그리고 난 이미 예전에 그 자격을 이루었다. ‘사일론’의 아들.”


“큿.”


자신의 노력과 재능에 의해 얻은 미들네임에 비해 너의 미들네임은 이어받은 것일 뿐이라는 비꼼. 하지만 그의 곁에는 역시 마찬가지로 미들네임을 손에 넣은 이가 있었다.


“카일!”


그의 부름에 곁에 있는 듯, 없는 듯 물러나 있던 인물이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기가 막힌 자리 선정.

다리안이 가려지지도 않고, 자신의 존재를 숨기지도 않는 완벽한 위치였다.


“카일 산 디드시온이다.”


“끄응.”


그의 뭉툭한 자기소개에 이리안의 입에서 앓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아인즈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마법사.

동격의 1:1 승부라면 검사가 마법사에 비해 우위를 가진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하지만 그건 확실히 괜한 걱정이 맞았다.

어디까지나 동격일 때의 승부일 뿐. 지금의 아인즈는 이제 막 단을 바라보려 하는 이에게 당하기에는 너무나 높이 올라와 버렸다.


“그럼.”


결투를 위해 그가 걸음을 내딛는 순간 아인즈의 시선이 뒤를 향했다. 소매를 잡고 있는 손을 따라 올라가자 오랜 친구의 얼굴이 보였다.


“무슨 일이야. 유렐.”


어쩐지 어색한 부름이라 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의 친구는 그렇지 않은 듯 했다.


“내가 나가게 해줘.”


“응?”


“내가 나가게 해 달라고.”


그녀는 세상사에 대한 경험이라면 아인즈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렇기에 지금의 상황을 분명히 이해하고 있었다.

이것이 생사결이라는 것도. 명예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하지만 지금 유렐은 나서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저 친구 때문이야?”


끄덕.

작게 끄덕여지는 머리에 아인즈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곧, 쓴 웃음을 지었다. 그가 나선다면 확실하게 찍어 누를 수 있겠지만 그녀는 아니었다. 잘해야 겨우 승리. 잘못하면 곧장 죽음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눈을 보고는 도저히 하지 말라, 말릴 수가 없었다.

지금 그녀의 눈은 일말의 책임감과, 그보다 많은 미안함과, 그보다 더 많은 분노를 담고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그녀를 향해 나직하게, 분명하게 물었다.


“할 수 있겠어?”


“응. 할거야.”


“그래.”


아인즈가 옆으로 비켜서자 유렐이 카일이 선 중앙으로 발을 들였다. 그런 그녀와 아인즈의 모습에 다리안은 콧방귀를 뀌며 바닥을 걷어찼다.


“흥, 이제와 제 목숨이 아까웠나 보군. 이래서 근본 없는 천한 것들이란. 카일! 확실하게 하도록!”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카일을 보며 이곳에 입장한 아인즈 쪽 이들이 걱정스러운 얼굴을 했지만 아인즈의 시선은 유렐의 등을 향해 있었다.


-부탁드립니다. 녹스.


-하, 나를 뭘로 보고. 확실하게 이겨주마!


-후후. 그런가요. 참, 이 참에 그 녀석을 시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참나, 너는 지금 뭘 말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는 거냐? 신과 악마조차 흔적도 없이 소멸시켜버릴 만한 검을 고작 인간 잡는 데 쓰라고?


기가 막힌다는 듯 대꾸하는 녹스에게 아인즈는 작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쓰는게 좋을 겁니다. 저쪽의 장비가 썩 형편이 나쁘거든요.


-뭐? 뭐길래······


말끝을 흐리며 시선을 돌리던 그가 카일의 검을 본 것인 듯 감탄을 터뜨렸다.


-하, 설마 아직 신화시대의 골동품이 돌아갈 줄은 몰랐군. 설마하니 이런 곳에서 탐마검(Demon Eater)를 볼 줄이야.


신화시대에 개발되었던 대 마족용 결전 병기 중 하나를 본 녹스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말 그대로 마족을 ‘먹어 치우는’ 저 검을 상대했다가는 자신의 힘의 보조를 기반으로 하는 유렐이 상당히 불리할 것이 뻔했다.


-오냐. 고맙다. 선물 잘 쓰도록 하마.


-후후. 별말씀을.


이윽고 카일과 유렐의 사이가 5m로 좁혀지고 이리안이 오른손의 손수건을 들어올렸다.

이제, 저 손수건이 땅에 떨어지는 순간 결투가 시작될 터였다. 둘 중 하나의 생과 사를 가르는 혈투가.

긴장을 풀려는 듯 가볍게 숨을 내쉰 유렐이 언제나 그렇듯 녹스에게 말을 걸었다.


‘녹스, 검.’


-쯧쯧, 내가 무슨 셔틀이냐.


‘검.’


-오냐. 자, 옛다.


퉁명스러운 그의 목소리와 함께 손에 가벼운 감촉이 느껴졌다. 익숙하지만 또 익숙하지 않은 감촉.

흘긋 시선을 내려보니 처음 보는 검붉은 검신이 보였다.


‘녹스. 어떻게 된 거야? 분명 네 검은 순수한 검은빛이었잖아?’


-선물이다. 선물. 이제 네가 수준이 어느 정도 돼서 주는 거다. 그거 엄청 흉악한 물건이니까 잘 쓰라고.


‘뭐······’


검의 느낌을 위해 가볍게 손목을 저어본 유렐의 입술에 미소가 그려졌다. 처음 잡아보는 검이지만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익숙하고 친숙한 느낌이었다.


‘좋네.’


-그럼 됐다. 이제 생각할건 저놈을 어떻게 뭉개느냐지. 안 그래?


‘물론.’


-좋아. 가자고. 전투에 임하면?


‘결코, 물러서지 않는다. 피하지도 않는다.’


-적에게는?


‘오로지 강대한 힘으로의 절망을.’


-좋아, 가자.


그리고 그 순간 손수건이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움직이기 시작하는 두 검사의 모습.

쿠쿵. 스아악.

첫 충돌은 비교적 고요했다. 서로의 수준을 알아보기 위한 간보기. 다시금 제자리에 선 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감돌았다.


-흐음. 제법 강하군.


‘하지만 내가 더 강해.’


-좋아. 그 기세다.


가만히 서 있는 여자의 모습에 카일은 내심 웃음을 터뜨렸다. 지금 자신의 얼굴에 맺혀 있는 미소가 저 여자의 그것과 같을 터였으니까.


‘이 결투······재미있어지겠어.’


삐뚜름하게 입술을 말아 올린 그가 한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세포 하나하나에 담긴 힘을 순간에 터뜨려 가속!

후웅!

찰나에 유렐의 앞에 도달한 그의 검이 땅을 향해 내리 꽂혔다.


격퇴(擊頹) 3번 검식.

충격(衝擊)


그의 검은 극한에 이른 힘을 휘두르는 말 그대로 상대를 쳐 뭉개어버리는 검. 그의 검이 닿은 바닥은 폭탕이라도 터진 양 크레이터가 파여 있었다.

유렐은 이미 피했지만 그의 검이 남긴 결과에 혀를 내둘렀다.


‘와아. 저건 또 뭐래. 한대 맞으면 훅 가겠네.’


-쯧, 쓸데 없이 힘만 휘두르는군. 설마 저거에 겁먹은 거냐?


‘그럴리가. 게다가 난 기본적으로 저 남자보다 팔이 길잖아?’


유렐의 팔이 휘둘러지고 그녀의 검 역시 휘둘러졌다. 그녀와 카일의 거리는 3m. 일반적인 검이라면 한참 모자란 사거리지만 그녀는 이야기가 달랐다.


Noctis type one

Mico


3m에 달하는 그녀의 검이 휘둘러지며 무수한 떨림을 만들어냈다. 불과 손목만으로 만들어 내는 움직임이지만 그 끝점. 카일이 있는 곳에서는 반경 1m를 지배하는 면의 지배였다.

그녀가 처음 검을 배울 때 녹스에게 무수히 들은 말이 있었다.


‘내가 가르치는 검은 아주 간단하다. 극속(極速). 물리법칙. 아니, 세계의 구성 법칙조차 넘어선 극한의 속도다. 상대가 한번 벨 때 나는 두번, 세번, 열번, 백번을 휘둘러 공간을 집어삼키고 상대를 압살한다. 그것이 Noctis다.’


그녀의 검이 닿으려는 순간 카일이 뒤로 물러서고, 동시에 다시 앞으로 다가왔다. 휘둘러지는 풀스윙!

투박하지만 한치의 낭비도 없는 완전무결한 힘의 집중과 폭출.

하지만 그에 맞서는 유렐의 검은 너무나 가늘고, 연약해 보였다.


‘속검, 쾌검에는 힘이 없기에 중검을 만나면 진다고들 하지. 왜? 왜 속검이 한번의 충돌만으로 결판을 내는 거냐. 말했잖아? 나는 백번, 천번을 휘둘러 상대를 압살한다고.’


‘알아, 안다고.’


‘밤의 의지는 결코 상대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오직 강대한 힘의 향연과 상대를 마주하는 당당한 긍지 뿐.’


검을 휘두를 때면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에 미소를 머금은 그녀의 검이 물러섬 없이 카일의 검과 마주해 갔다.


Noctis type three

Perforo


한번의 거대한 충격과 수백번을 헤아리는 검격들의 충돌. 하나하나의 힘은 약하지만 그것이 수백번이 모여 충격을 모조리 분해해 버리고 그 너머의 대적을 공격했다.

피슷.


“음.”


볼에 남은 작은 검상에 카일이 침음을 흘렸다. 분명 약했다. 약한 검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했다.


‘잘못하면 질 수도 있겠군.’


베이고 잠시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피가 배어 나올 정도로 예리한 검이라면 강력한 일격이 의미가 없었다.

한번, 단 한번의 검격이면 자신의 목숨은 사라지게 될 터였다.


‘하나, 느리군.’


분명 그녀의 검은 빨랐으나 또 느렸다. 빠른 것은 어디까지나 검의 끝일 뿐. 그 검의 가장 아래쪽. 유렐의 손의 결코 빠르지 않았다.


‘답은 나왔나.’


속도가 부담스럽다면 속도를 없애면 될 일. 그리고 지금의 순간에 속도를 없애는 방법은 하나다.

쿠웅.

거대한 진각에서 얻은 힘으로 다시금 카일이 유렐을 향해 달려들었다. 방금 전과 같은 패턴.

유렐의 검이 다시 휘둘러졌다.


Noctis type one

Mico


스아아앙.

고속으로 휘둘러지는 검에 의해 대기가 울려왔다. 그리고 이어진 또 한번의 충돌. 하지만 이번의 충돌은 이전과 결과가 전혀 달랐다.

츠츠측.


“무슨?!”


그녀의 검과 충돌이 시작되는 순간 카일의 검이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타점을 잃은 유렐의 검이 허공에 붕 떠버렸고, 그것이 빈틈이 되었다.


“흐아!”


격퇴(擊頹)의 검. 멸살 검식.

태산붕격(泰山崩擊)


거대한 휘두름에 대기가 밀려나왔다. 검안에 담긴 힘은 말 그대로 산을 뭉개는 수준의 패력(覇力). 그 힘이 오직 단 하나. 유렐을 살해하기 위해 휘둘러졌다.


‘끝이군.’


검과 검이 맞닿는 순간 카일은 확신했다. 하지만 그 순간 유렐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음?’


그녀의 손이 검을 거슬러 올라가 검붉은 검의 중간을 받치고 그대로 회전시켜 한쪽 끝을 바닥에 내리 꽂았다.

그리고 어느새 다가온 유렐의 주먹이 그의 가슴을 두드렸다.


Noctis type Another

Concilio Ictus


단 한번. 하지만 열세번의 충격을 겹친 한번의 주먹질이 카일의 가슴을 중심으로 그를 흔들었다.

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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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 117화-부녀(父女)(2) +1 16.11.02 499 11 13쪽
117 116화-부녀(父女)(1) 16.11.01 416 11 12쪽
116 115화-우왕(愚王) 선혈의 군주 +3 16.10.31 481 9 11쪽
115 114화-암류(暗流)(5) +1 16.10.28 535 11 14쪽
114 113화-암류(暗流)(4) 16.10.27 533 10 12쪽
113 112화-암류(暗流)(3) 16.10.26 443 11 12쪽
112 111화-암류(暗流)(2) +1 16.10.25 583 10 12쪽
111 110화-암류(暗流)(1) 16.10.24 453 9 12쪽
110 109화-마법의 여섯 별(4) +1 16.10.21 612 9 14쪽
109 108화-마법의 여섯 별(3) +2 16.10.20 620 11 12쪽
108 107화-마법의 여섯 별(2) +3 16.10.19 525 10 13쪽
107 106화-마법의 여섯 별(1) +2 16.10.18 696 10 12쪽
106 105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5) +1 16.10.17 642 9 14쪽
» 104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4) 16.10.14 659 8 12쪽
104 103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3) +1 16.10.13 585 10 12쪽
103 102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2) +1 16.10.12 716 10 12쪽
102 101화-자유도시 디알리아(Diallia)(1) 16.10.11 625 9 12쪽
101 100화-유렐 아이스(Julell Ice)(2) +1 16.10.10 713 9 12쪽
100 99화-유렐 아이스(Julell Ice)(1) +3 16.09.25 755 10 14쪽
99 98화-마법사의 의무(2) +2 16.09.24 748 10 12쪽
98 97화-마법사의 의무(1) 16.09.23 666 9 11쪽
97 96화-토리스(Torris)(3) 16.09.18 670 10 12쪽
96 95화-토리스(Torris)(2) 16.09.17 636 8 13쪽
95 94화-토리스(Torris)(1) +1 16.09.16 750 6 12쪽
94 93화-초청장(2) +2 16.09.11 681 9 12쪽
93 92화-초청장(1) 16.09.10 653 6 13쪽
92 91화-일상(4) +2 16.09.09 755 10 12쪽
91 90화-일상(3) 16.09.04 802 11 12쪽
90 89화-일상(2) +2 16.09.03 790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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